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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22화)
작성일 : 19-10-16 23:10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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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다른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대학로에 있는 작은 극단에 들어가면서 연극에 발을 들여 놓았다. 폭 넓은 지식과 깊이 있는 철학적 사고를 지닌 문형표는 입단 초기부터 두각을 보였다. 특히 그는 사회극이나 풍자극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는 가난하고 각종 폭력에 시달리는 관객들이 목말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확하게 집어냈고, 관객들을 대신해서 사회에 큰 목소리를 냈다. 그가 연출하고 출연한 연극들은 하나같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연극을 하는 가운데서도 틈틈이 1인 시위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시위는 대부분이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와 불공정한 거래, 소수 지분만을 가진 회장 일가들이 그룹 전부를 사유화하는 부당함을 공격하는데 집중됐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그는 가진 자에 대항하는 못 가진 자들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저런 세간의 평가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만 꾸준히 이어갔다.

  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그룹의 회장이 출근하는 본사 사옥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하고, 관련 사회단체와 연계해서 부당한 횡포를 저지르는 대기업의 주총에 참석하여 일부러 장시간의 발언으로 주총을 방해하기도 했다.

  5년 전에 있었던 대승그룹의 계열사 합병 반대 시위는 사회적으로 아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문형표는 시위와 동시에 부당 내부 거래를 이유로 대승그룹 차 회장을 검찰과 공정위에 고발을 했던 것이다.

  대승그룹의 무서운 성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어 준 일본계 기업들은 언제나 대승그룹을 견제하고자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그런 일본 업계에게는 문형표의 고발 사건은 절호의 반전 기회였다.

  이를 빌미로 일본계 기업들은 다른 외국계 주주들과 규합하여 과반수의 지분을 확보한 뒤 대승그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 경영진의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아예 대승그룹의 세력을 주저앉힐 생각이었다.

  대승그룹으로서는 이제 문형표와의 싸움이 아니었다. 가득이나 기업 총수의 자식들 간의 지저분한 경영권 승계 싸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던 대승그룹은 예기치 않던 커다란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혹시라도 외국계 자본이 담합하여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기라도 한다면 그룹 자체가 해체될지도 모를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대승그룹은 그런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계 주주들에게 막대한 현금 배당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룹 내의 모든 자금을 끌어 모아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런 희생을 치른 뒤에야 대승그룹은 겨우 경영권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대승그룹은 불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소진하게 되었고, 대승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증시에서는 대승그룹이 이런 현금 유동성을 개산하기 위해 일부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는 구조 조정을 할지도 모른다는 악 소문이 떠돌아 대승그룹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쌓아가던 문형표가 갑자기 연극계를 떠나 이번에는 방송계로 자리를 옮겼다. 높은 사회적 인지도와 수많은 고정 팬을 지닌 문형표의 상품성을 방송사에서는 적극 활용했다.

  주로 시사 프로그램이나 고발성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았다. 방송사의 전략은 들어맞아 문형표의 프로그램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예리하고 호소력 있는 그의 진행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 냈다.

  그러자 타 방송사에서도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이나 유명 연예인을 진행자로 내세워 유사한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독보적인 우위를 점했던 문형표의 프로그램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형표라는 독특하고 참신했던 캐릭터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채널만 틀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유사 프로그램들로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나 방송사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만큼 식상해졌던 것이다.

 

  문형표는 피우던 담배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고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비가 내려서인지 도로가 어두웠다. 윈도 브러시로 앞 유리창을 닦아보지만 금세 유리창은 빗방울로 뒤덮였다. 방송국을 벗어나자 도로는 흩뿌리는 빗방울이 마치 물안개처럼 자욱해 가득이나 어두운 도로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문형표는 자유로로 이어지는 이산포 JC로 가기위해 덕이 삼거리에서 성서마을 방향으로 좌회전을 했다. 한강으로 다가갈수록 물안개가 더 짙어져 이제 가시거리가 십 여 미터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문형표는 윈도 브러시를 한단 높여 더 빠르게 작동을 시켰다.

  차가 탄현지구 아파트 단지를 지나 일산 중앙 시민공원 부근에 왔을 때 문형표의 차 옆으로 다가오는 검은 오토바이 한 대가 사이드밀러를 통해 보였다. 눌러 쓴 남자의 검은색 헬멧위로 굵은 빗줄기가 흘러내렸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빗줄기에 오토바이라니…….’

  시민공원을 지나치자 도로는 완전 어둠속에 잠겨 버렸다. 그나마 어두운 도로를 비쳐주던 가로등마저 도심을 지나자 설치되지 않아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문형표의 차에서 내뿜는 라이트의 불빛이 힘겹게 빗줄기를 뚫고 있었다.

  문형표는 사이드밀러를 살폈다.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던 오토바이였구나. 그래도 이렇게 어두운 밤길을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오토바이라도 있으면 덜 심심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여서 오토바이 진입이 금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로까지 외길이라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질 수가 없었다. 오토바이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야? 내가 잘못 본건가?

 

  탄현역을 지나 농협하나로 매장을 지날 때 오토바이 한 대가 빗속을 질주를 하며 문형표의 차를 추월해갔다. 문형표는 아까 보았던 오토바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것 같기도 했다. 둘 다 검은색이었지만 오토바이의 외관이 조금은 다른 것 같기도 했다. 문형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문형표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그때 이번에는 오른쪽 사이드밀러에 또 다른 오토바이 불빛이 보였다. 문형표는 갑자기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늦은 밤에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 자체도 이상한데, 앞서니 뒤서니 하며 갑자기 두 대씩이나 자기 주변에 나타나자 뭔가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문형표는 오토바이를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빼고 어두운 도로의 좌우를 살폈다. 이제는 두 대의 오토바이가 마치 문형표의 차를 호위하듯 앞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문형표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오토바이는 두 대가 같은 기종이었다. 색상도 모두 검은색이었고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도 똑같이 검은색 자켓과 검은색 오토바이용 바지와 부츠를 신고 있었다.

  도로는 여전히 어두웠고 자기 차와 앞뒤에서 달리는 오토바이가 내뿜는 헤드라이트 불빛 외에는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문형표는 이 도로에는 자기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만약에 이들이 자기에게 해코지를 해도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불안해진 문형표가 핸드폰을 꺼냈다.

  문형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앞에서 달리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급제동을 걸며 문형표의 차 앞을 가로막았다. 문형표가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오른쪽으로 빙그르르 돌았다. 문형표는 얼른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던 차가 이번에는 왼쪽으로 밀렸다. 문형표는 핸들을 힘주어 꽉 잡았다. 지그재그로 흔들리던 차가 가까스로 오토바이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손발이 차가워졌다.

 

  ‘저 자식이 미쳤나!’

  문형표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렸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 그대로 멈췄다. 그때까지도 오토바이를 탄 남자는 전혀 미동도 않고 있었다. 한쪽 발을 도로위에 딛고 두 손은 핸들을 잡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머플러에서 부릉부릉하는 소리와 함께 옅은 흰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이 무심하게 문형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형표는 그제야 이들의 행동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 몸에 스쳤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았다. 어쩌면 저들은 방송국에서부터 줄곳 자기를 따라왔을지도 모른다.

  그때 조수석의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았다. 뒤따라오던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문형표의 차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앞의 남자만 신경 쓰느라 미처 뒤쪽의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문형표는 창문을 열어야 할까 망설였다. 검은 헬멧의 실드에 가려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기를 쏘아보는 남자의 시선에 살기가 느껴졌다. 문형표는 잠시 망설이다 창문을 반쯤 내렸다.

  “당신들 뭐요!”

  “문형표 님이시죠?”

  남자가 실드를 내린 체 말을 했다. 거칠게 내리는 빗소리와 헬멧의 실드에 가린 탓에 남자의 목소리가 마치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같았다. 목소리의 톤으로 보아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자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꺼림칙했다.

  “내가 문형푠데……. 당신들 누구야?”

  남자가 가슴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 같았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손이 자기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것이 총이라는 것을 알았다.

  문형표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져 있던 차가 울컥거리다 앞으로 튀어나갔다. 동시에 붉은색 불꽃이 남자의 손끝에서 번쩍 거렸다.

  문형표는 관자놀이에 굉장한 충격을 느꼈다. 아프다기보다는 강한 충격에 머리가 띵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기의 차가 반대편 도로에 있는 커다란 가로수를 들이받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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