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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34화)
작성일 : 19-10-21 12:56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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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김수현이 세 사건의 요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비교표를 화면에 올렸다. 지금까지 보았던 자료와는 달랐다.

  “지금까지 찾아낸 단서들을 검토 분석한 자료입니다. 우리는 세 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세 사건에서 아무런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자료에서 보시는 것처럼 세 명은 학연이나 지연, 혈연의 관계는 물론이고 연령대도 각각 달랐습니다. 출신 배경이나 전문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걸 누가 모릅니까? 우리가 아는 것은 말고 모르는 정보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차 형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이내 민 반장이 미간을 찌푸리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김 경위는 그런 민 반장이나 차 형사의 태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였다.

  “정치 성향을 비교해 보면……. 정 의장과 문형표는 진보성향의 인사라고 볼 수 있지만, 박 변호사는 그 반대로 보수 성향에 가깝습니다. 문형표와 박 변호사가 같은 40대 후반이었고, 정 의장은 70이 넘은 고령입니다. 또 정 의장과 박 변호사는 호남 출신이었지만, 문형표는 부모님이 실향민 출신이었고 본인은 서울 태생입니다.”

  김수현이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정 의장이 K대 출신이었고, 박 변호사와 문형표가 같은 S대 법대 출신이었죠. 문형표는 배우였지만 명문대 법대 출신입니다.”

  김수현의 비교 설명은 차 형사의 말처럼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단지 자기들도 알고 있는 사실들을 사안별로 분석해서 설명해 주어 이해를 높여 준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형사들은 그런 점들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침묵만 지켰다. 그럼에도 김수현은 그런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보시는 화면은 주의를 기울여도 좋을 듯합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에 대한 분석이었지만 지금은 범행의 수법으로 파악해 본 범인의 유형입니다.”

  민 반장을 비롯한 강력계 형사들이 김수현의 말에 고개를 들고 화면에 집중을 했다. 차 형사만이 코웃음을 쳤다. 아마도 별 내용이 없을 것이란 지레짐작이었다.

  “먼저 범인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했다는 것은 이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것은 범인이 체력적으로 자신감이 있고, 왜곡된 영웅 심리를 가진 자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김수현이 팔짱을 끼고 잠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형사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전부 김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시 뒤 김수현은 별다른 말없이 브리핑을 계속했다. 민 반장은 그가 잠깐의 침묵만으로 형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자동차와는 달리 오토바이는 웬만한 체력과 담력이 없으면 운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기종의 오토바이라면 가속력이나 주행 능력이 탁월해 조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김수현이 잠시 말을 멈추고 형사들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김수현의 말에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차 형사조차 김수현의 분석 자료에 설득력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권총을 사용해 정확하게 심장을 쐈다는 것은 범인이 권총 사격에 익숙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총기 규제가 엄격한 상황에서 일반인이라면 그 정도로 권총 사격이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김수현의 분석은 나름대로의 정보 가치가 있었다. 형사들은 어렴풋이 범인에 대한 윤곽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국과수의 보고서를 보면, 탄흔이 일정한 궤적을 보이고 총에 맞은 자국도 깔끔합니다. 이것은 범인들이 격발 시에 망설임이나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는 말입니다.”

  “권총은 명중률이 낮은데…….”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맞습니다. 권총은 사실 저격용이라기보다 제압용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범인들은 아주 정확하게 쐈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범인들은 권총 사격에 익숙한 사람들이고, 발사각과 탄흔을 볼 때 아마도 10미터 이내의 근접 사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수현이 브리핑을 하면서 차 형사를 바라보았다. 김수현과 눈이 마주친 차 형사는 멀쑥한 기분이 들었지만, 의외로 김수현의 눈빛이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그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차 형사는 김수현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범행 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아 범인은 범행 장소를 잘 알거나 익숙한 사람일 겁니다. 이 점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김수현이 잠시 숨을 고른 뒤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개략적인 범인의 모습을 제시했다.

 

  “제가 분석한 것을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범인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여 집니다. 키는 175센티미터 정도이고, 혈액형은 AB형, 서울이나 경기도 태생으로 추정됩니다.”

  회의실의 형사들은 말없이 김수현의 설명을 들었다. 더 이상 김수현의 의견에 토를 다는 형사는 없었다.

  “경위님. 기왕이면 어디 사는 누구인지 이름까지 알아봐 주시죠. 그럼 바로 잡아들이겠습니다.”

  김 형사가 농담을 던지자 조용했던 사무실 분위기가 금세 시장터처럼 시끌벅적해졌다.

  “아주 밥을 떠 먹여 달래요. 막내가……. 그러다 혼나지.”

  옆에 앉아 있던 박 형사가 가볍게 주먹으로 어깨를 쳤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김수현 경위가 가볍게 손바닥을 맞잡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범인 인상착의 말고 또 뭐가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까?”

  박 형사가 형사수첩을 내려놓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 반장도 김 경위가 무슨 말을 하려나 궁금했다.

  “지금까지는 범인들에 대한 프로파일링입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행동대원일뿐입니다. 잘 생각해 봅시다.”

  김수현이 잠시 말을 멈춘 뒤 형사들을 쭉 둘러본 뒤 말을 이었다.

  “제 분석대로라면 범인들은 3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그 나이의 젊은 사람이 사람을 죽일만한 사연이 무엇이 있을까요?”

  민 반장은 그제야 김수현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아!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있겠지. 뭐……. 그것이 뭐가 중요한 일인건지 모르겠네.”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거지. 그들 뒤에서 지시하고 자기는 숨어 있는 몸통.”

  차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 형사의 말을 끊었다. 뭐라는 거야? 몸통은 또 뭐야? 박 형사가 혼잣말처럼 옆에 앉은 김 형사에게 궁시랑 거렸다.

  “맞습니다. 그들을 뒤에서 지시한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이거야 원……. 몸통도 김 경위님이 알려주면 되겠네.”

  박 형사의 말에 김수현이 피식 웃었다.

 

  “살인하라는 지시도 마다않고 실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일반적인 관계는 아닐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상명하복의 조직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 경찰 조직?!”

  김 형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라 이 진상아! 왜 하필이면 경찰이냐? 군대도 있잖아!”

  박 형사가 가볍게 김 형사의 뒷머리를 쳤다.

  ‘군대?’

  “군대? 그럼 군이 개입되었다는 겁니까?”

  차 형사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민 반장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요.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은데. 군이나 경찰이 개입된 정황은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민간인 조직 중에서 우리 경찰이나 군과 비슷한 체계와 문화를 가진 조직이 있다면 어떤 조직이 있을까요?”

  김수현의 질문에 형사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사설 경호업체?”

  김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야! 넌 보디가드란 영화도 안 봤냐? 영화에서처럼 VIP나 연예인 같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경호하는 일을 하지. 이 사이코처럼 사람 죽이는 일을 하냐? 그건 킬러지.”

  박 형사가 또 지청구를 주었다.

  “보디가드보다는 영화 대부에서 나오는 마피아 조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 코를레오네의 말이라면 죽음이나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런 사조직. 절대 1인자에, 절대 복종을 하는 그런 사조직.”

  “그럼 조폭이 맞네.”

  박 형사가 단정 짓듯이 말했다.

  “아니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공공연연하게 국가 공권력에 맞설 조폭이 있습니까?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 조폭들은 능력이 안 됩니다. 그럴 배짱도 없고.”

  “그럼 우리나라 조폭이 아니라면……. 혹시 그 유명한 일본의 야쿠자나 홍콩의 삼합회 같은 조폭이 아닐까요?”

  김 형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박 형사가 가볍게 알밤을 먹이며 또 지청구를 쳤다.

  “야! 내가 그랬지! 넌 너무 조폭 영화를 많이 본다구? 아니, 근데?! 조폭도 아니고, 보디가드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조직이래요?”

  “글쎄요. 나도 딱히 떠오르는 조직은 없지만...... 김 형사 말처럼 사설 경호업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호업체 요원들은 대부분 군에서 장교나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습니다. 자연히 그들은 총기 사용에 익숙할 겁니다.”

  “에이 그래도......”

  형사들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청원 경찰이나 가끔 TV에서 본 연예인 보디가드를 떠올렸다. 외모로 보면 제법 그럴듯해 보이긴 했지만 사람을 살해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건 전적으로 내가 추측하는 프로파일링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나랑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아마 그런 사조직을 이용해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를 잡아야 할겁니다. 그 자가 진짜 범인입니다.”

 

  김수현의 프로파일링 분석이 끝나자 회의실이 다시 소란해졌다. 손에 꽉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김수현의 범인에 대한 분석 자료는 형사들에게 결코 범인이 잡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자!!자!! 김 박사의 말 잘 들었지? 범인의 윤곽이 대략 그려졌으니까 이제는 범인을 잡는 일 밖에는 안 남았어. 우선 박 형사가 국방부에 협조를 구해 최근 2년 내 전역한 2~30대의 장교들과 특수부대 출신자에 대한 인적 사항을 조사해 봐. 그리고 차 형사는 문형표의 주변 인물을 다시 탐문해 보고……. 가족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당일의 행적뿐 아니라 가족들 간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알아봐.”

  각각의 업무를 지시한 뒤 민 반장은 김 형사를 불렀다.

  “김 형사는 이번 박 변호사의 주변 인물과 가족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해보도록 해. 특히 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중에서 최근에 패소한 사건의 의뢰인과 승소한 사건의 상대방에 대한 조사도 빠트리지 말고…….”

  형사들이 의자에 걸쳐 놓은 점퍼를 챙겨 입고 사무실을 빠져 나가자 민 반장은 이미 식어 버린 커피 잔을 들었다. 김수현의 브리핑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좋아……. 아주 지능적인 놈이란 말이지? 경찰의 수사 능력 정도는 안중에도 없다……. 이 말이지. 그래 한 번 해 보자. 누가 이기나.’

  민 반장은 이미 범인에게 세 번의 실패를 맛보았지만 오히려 의욕은 사라지지 않고 더 불타올랐다. 이제 중년의 나이를 넘긴 그에게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은 오히려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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