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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1화)
작성일 : 19-10-21 15:15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5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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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대승전자와 거래를 하신다면 뭐 걱정하실 것이 없겠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확실하고 튼튼한 회사 아닙니까? 근데 언제부터 거래를 하시게 된 건가요?”

  “이것도 수사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필수가 빙그레 웃으며 농담처럼 물었지만 눈빛에는 짙은 의심의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이구...... 그럴 리가요. 그냥 직업상 습관적으로 묻는 것이니까 오해하시지는 마십시오.”

  “그럼 제가 바빠서 이만…….”

  필수가 말을 마치고 서둘러 돌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차 형사는 필수의 뒷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들을 만나러 나올 때의 당당함은 사라지고 무엇인가 쫒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저 양반 갑자기 왜 저러는 거죠?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참내. 그 양반 이상도 하네. 왜 저렇게 민감하게 그러실까? ……. 선배님. 이제 그만 가시죠.”

  김 형사가 필수의 태도에 투덜거렸다. 그러나 차 형사는 필수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장필수는 오늘의 만남으로 충분히 협조를 다했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차 형사의 생각은 달랐다. 조만간 다시 장필수를 만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에는 장필수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방문 패찰을 돌려주기 위해 안내 데스크로 걸어갈 때 회전문을 제치며 로비로 들어서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보였다. 목에 사원증을 착용한 것으로 보아 일반 방문객은 아닌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만난 장필수와 비슷한 연배였다. 차 형사는 어쩌면 저 남자가 장필수가 말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형사는 일부러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옆을 지나치며 슬쩍 사원증을 훔쳐보았다.

  ‘공장장 전무 김 선호’

  짙은 눈썹과 각진 턱이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섬세하게 곧은 콧날과 꽉 다문 입술은 그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 남자인지를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차 형사의 눈길을 잡은 것은 그의 짧은 머리칼이었다. 남자치고는 흰 피부에 뒷머리를 짧게 쳐 올린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렸지만, 한 편으로는 군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차 형사는 김선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금 자기가 조사하고 있는 전역 장교의 명단을 떠 올려봤지만 김선호란 이름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

  “지금 이층으로 올라가는 저 분은 누구십니까?”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로비를 지나 이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 김선호를 보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공장장님이신데요.”

  차 형사는 안내 여직원의 두 뺨에 살짝 홍조가 띄는 것을 보고 김선호가 올라 간 계단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김선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아가씨……. 저 친구에게 마음이 있구먼.“

  차 형사는 혼자 속으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사무실로 돌아 온 차 형사는 민 반장에게 보고를 했다. 특히 유림실업이 대승전자와 거래한다는 것과 김선호의 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보고를 들은 민 반장은 다른 말이 없이 남은 오토바이 구매자들에 대한 탐문 수사도 계속 진행하도록 지시를 했다.

 

  저녁 퇴근 무렵이었다.

  추웠던 계절이 지나고 이제 점점 낮이 길어져갔다. 오후 6시가 넘었지만 아직 햇살이 사무실의 창에 가득했다. 선호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늘의 일과를 마친 직원들이 삼삼오오 회사 문을 나서고 있었다.

  선호는 마음이 무거웠다. 누군가가 자기와 필수를 살인 용의자로 뒤집어씌우고 있었지만,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필수의 어리석은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탓하고 있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면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뚫고 지나는 길 밖에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경찰에서 자기나 필수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그전에 자기가 먼저 일을 꾸미고 있는 조직 폭력배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들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해결을 해 보련만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필수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받아야 할 거액의 도박 빚이 있는데도 자신들의 연락처조차 알려주지 않는 상대방들의 행태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선호는 필수의 전화를 받았다. 뉴스에 나왔던 오토바이와 관련해서 회사로 형사들이 찾아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선호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인 탐문 수사로 왔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자신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술책일 것이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수사가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경찰에서는 이미 사건 현장에서 자기와 필수의 지문을 확보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온 것도 단순히 탐문 수사 차 온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확보한 단서들을 확인하기 위해 왔을지도 모른다.

  선호는 로비에서 자기를 지나치면서 자기 목에 걸린 사원증을 슬쩍 훔쳐보던 형사의 눈매가 떠올랐다. 눈빛만으로도 만만히 봐서는 안 될 베테랑 형사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선호는 머리가 복잡했다. 시간은 별로 없는데 상대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 거야?”

  필수가 곁으로 다가와 창가에 섰다. 직원들은 대부분 퇴근했는지 이제는 회사 정문을 빠져 나가는 차량이 뜸해졌다.

  “아냐. 아무 것도…….”

  “나 때문에 괜히 네가 골치 썩히는구나.”

  선호가 곁눈질로 흘깃 필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딱딱해 보였다. 필수라고 걱정이 없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선호의 마음이 짠해졌다. 어쩌면 당사자인 필수의 마음이 자기보다 더 복잡할 것 같았다.

  “골치 썩힐 것이 뭐 있어…….그냥 부딪쳐 보는 거지.”

  선호가 담배를 빼 물었다.

  “나도 한 대 줘봐…….”

  평소 담배를 즐기지 않는 필수였기에 선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푸른 연기가 서서히 주변으로 번져 나갔다.

  “이제라도 너는 그만 손 떼도 돼……. 할 만큼 했어.”

  “손 떼면? 넌 어떻게 하고?”

  “나?...... 글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설마 죽기야 하겠니?”

  태연하게 말하는 필수의 말에 순간 선호는 ‘욱’ 하는 마음이 들어 화를 내려다 그만두었다. 이 문제는 누가 해결해 줄 수도, 대신해 줄 수도, 사라지게 해 줄 수도 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나도 많이 두려워……. 후회도 되고…….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마음속은 활활 타는데 어떻게 해도 그 갈증을 채울 수가 없어. 쇠꼬챙이로 벅벅 긁고 싶은데……. 아무리 긁어도 가려운 곳을 찾을 수가 없어…….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죽을까도 생각해 본적이 있어.”

  선호는 필수의 말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두려운 것이다. 하긴 왜 안 그러겠는가. 자기가 직접 저지르진 않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살인 사건들이 자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으니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한참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창밖을 내다보며 담배만 피우던 필수가 담배를 끄면서 말했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오늘 저녁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까봐……. 아무래도 경찰에서 눈치를 챈 것 같아.”

  선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수의 말대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미 경찰에서 오토바이를 추적하고 있는데 회사 내에 두었다가 발견될 경우 해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오토바이는 회사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창고 철문은 굳게 자물쇠로 잠겨 있어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혹시라도 직원의 눈에 뛸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로?”

  “양평에 비어있는 회사 창고가 있어.”

  “그곳을 알고 있는 직원은 없어?”

  “없어. 회사 초창기에 사용했던 창고인데……. 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어. 낡은 창고야.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네.”

  선호는 오늘따라 필수가 말이 많은 것을 느꼈다. 그만큼 마음이 불안하다는 뜻이리라. 선호는 필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언제 옮길까?”

  “말 나온 김에 오늘 옮기자. 일단 나가서 저녁이나 먹고……. 직원들이 다 퇴근하면 나랑 탑차로 실어 옮기자.”

  말을 마치고 필수는 선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사무실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선호는 필수의 뒷모습에서 무거운 그림자를 보았다.

  “이따 이도에서 회나 한 접시 먹을까?”

  문을 열고 나가다가 필수가 돌아서서 물었다. 선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도(梨桃)는 그들이 자주 가는 일식집이었다.

  “그래……. 이따 보자.”

  마지막 직원이 퇴근하는 것인지 차 한 대가 회사 정문을 빠져 나가자 경비원이 정문을 닫는 것이 보였다. 경비원 박씨가 오늘 야간 근무인 것 같았다.

 

 

  어둠이 금방 찾아왔다.

  창밖을 내다보던 선호는 책상위에 널려 있던 서류를 대강 치운 뒤 사무실을 나섰다. 해가 길어졌다지만 아직은 오후의 햇살이 짧았다. 그래서인지 회사를 나섰을 때쯤은 주위가 벌써 어둑어둑했다.

  이도에는 필수가 먼저 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얇게 썬 회 몇 점을 앞에 두고 자작으로 술을 마시고 있던 필수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술잔을 건넸다. 평소에는 비싸다고 잘 마시지 않던 필수가 좋아하던 일본 술이었다.

  “일단 한 잔 마셔라.”

  선호가 잔을 받아들었을 때 방문이 열리며 이도의 여주인이 쟁반에 컵과 물병을 들고 들어왔다. 선호를 보며 여주인은 치아가 보일 정도로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웃어 보였다.

  이상하게도 선호는 그런 여주인의 미소를 볼 때마다 죽은 엄마가 생각이 났다. 선호가 엄마 무릎을 베고 누우면 언제나 엄마의 붉은 입술 사이로 작고 가지런한 치아가 보였다.

  “장 사장님이 오늘은 왜 저렇게 센티하실까?”

  “마담이 알면 풀어 줄 거야?”

  필수가 농담처럼 응대를 했다.

  “들어봐서 풀어 줄 수 있으면 풀어 드려야죠……. 세상사가 다 그런 거지, 뭐 어려운 게 있겠어요? 호호호…….”

  여주인이 시원하게 농담을 받아주었다.

  “우리 이도 사장님은 역시 멋져. 그럼 내 잔 받으렵니까?”

  “그럼 한 잔 주세요.”

  여주인이 필수가 내민 잔을 받아 가득 술을 받았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살짝 돌리고 소리도 안내고 술을 마셨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잔을 필수에게 건넨 뒤 술을 한 잔 가득 따랐다. 그리고 선호에게도 술을 한 잔 따랐다.

  “회는 어떻게 올릴까요?”

  “그냥 아무 놈이나 가져와요……. 우리가 술 마시러 왔지 생선 먹으러 왔나.” 이도에서도 필수는 말이 많았다. 선호는 그런 필수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는 지금 누구에게도 말 못할 가슴앓이를 하고 있으리라……. 마음속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선호는 필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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