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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17화)
작성일 : 19-10-12 23:09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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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한참을 망설이던 필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정 의장 살해 사건……. 내가 한 거야…….”

  “뭐!?”

  필수의 말에 선호는 들고 있던 잔을 놓칠 뻔 했다. 선호는 필수의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무리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그가 알고 있는 필수는 결코 사람을 살해할 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궁지에 몰린다고 해도 천성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수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필수의 얼굴 표정과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정말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세히 말해봐……. 어떻게 한 거야?”

  “몰라. 나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들이 뭘 지시했는데?”

  “반포대교 밑에 가면 정 의장 차가 기다리고 있는다고 했어. 난 그냥 정 의장에게 쪽지만 전달하면 된다고 했어.”

  “그런데?......”

  선호는 필수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 쪽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 밤중에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전달해야 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도 굳이 필수에게 그 일을 지시했다는 것은 쪽지의 전달보다는 필수가 그 장소에 가야만 할 이유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일까. 왜 필수가 필요했을까.

  “반포대교 밑에 정말 정 의장의 차가 서 있었어. 그런데 내가 차 문을 열었을 때 정 의장은 이미 죽어 있었어. 정말이야! 내가 죽인 것이 아니야!......”

  그래. 이것이었구나. 누군가 죄를 뒤집어 쓸 희생양이 필요한 거였구나. 선호가 몸을 앞으로 숙여 필수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자기 앞으로 잡아끌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내 눈을 쳐다보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정말 네가 죽인 것이 아니지?!”

  필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선호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 자수를 하고 수사를 재개하게 되면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쪽지는?”

  “몰라……. 하도 놀래서 정신없이 그 곳을 빠져 나오느라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않나.”

  “그 차를 열 때 맨 손이었니?”

  “맨 손?”

  “그래……. 맨 손으로 차를 만졌냐고?”

  “응. 장갑을 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어.”

 

  선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미 일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부딪치는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그들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는 거야?”

  “응. 아직 아무런 연락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단은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연락하려면 어떻게 해?”

  “없어……. 매번 그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 와.”

  선호는 필수가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조직 폭력배들이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할 것 같지는 않았다. 잘못 어설프게 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경찰에 신고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더 불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필수가 그들에게 협박을 받았다고 했지만, 협박을 받았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오로지 필수의 말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국내도 아닌 마카오에 근거를 둔 조직 폭력배에게서 정 의장을 살해하라고 협박당했다고 한다면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또 경찰의 심문 과정에서 혹시라도 일이 잘못하면 필수가 말한 조직 폭력배들에게 자기들의 생각만 노출 시킬 것 같았다.

  선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호는 필수를 잘 안다. 병 때문에 군대도 면제받은 필수는 흔한 말처럼 파리 한 마리 못 죽이는 심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필수가 누구를 살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것을 조직 폭력배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왜 필수에게 그런 일을 시켰을까. 실패할 것이 예상되는데도 일을 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잡힐 것을 우려해서인가? 그건 아니다. 필수가 잡히면 조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기들의 정체가 드러날 텐데 그런 위험을 무릅쓸 리가 없다. 그럼 왜일까. 그들이 노리는 목적은 무엇일까? 알 수가 없었다.

  필수가 정 의장의 차에 다가 갔을 때 이미 정 의장이 죽어 있었다는 사실은 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필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먼저 정 의장을 살해한 뒤 필수를 범죄 현장으로 가게 했다는 의미였다. 왜 그런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혹시 필수에게 범행을 뒤집어씌우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어째든 필수가 잡히면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날 소지가 컸다. 오히려 미숙한 필수보다는 전문가인 자신들이 완벽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더 안전할 지도 모른다.

  선호는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호는 자신들이 모르는 더 큰 무엇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어째든 지금으로서는 필수가 경찰에 잡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필수가 잡혀 들어가면 그의 누명을 벗기기가 더 어려워 질것만 같았다.

  선호는 남아 있는 술을 모두 마신 뒤 필수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텅 빈 허공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 밤하늘은 맑고 높았다. 별이 깨끗하게 보이고 마치 쨍하며 얼음이 깨질 것 같이 하늘이 투명했다. 그런데도 선호의 가슴이 시려왔다.

 

  “반장님……. 국과수에서 타이어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요!”

  강력반 형사들이 회의실로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수사 회의가 시작되었다. 차 형사가 국과수에서 보내 준 파일을 스크린에 올렸다. 두 개의 타이어 자국이 크게 확대 된 사진이 보였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 개의 타이어는 같은 회사의 동일한 제품이지만 타이어의 마모 상태가 다른 것으로 보아 서로 다른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즉 현장에 있었던 오토바이는 두 대였다는 의미이고, 이는 범인이 최소 두 명 이상이란 의미입니다.”

  민 반장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국과수 보고서에 의하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제조사마다 타이어의 문양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그래서 타이어의 문양을 보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 수가 있답니다.”

  “어디 회사 제품이래? 그 회사를 찾아가 조사해 보면 되겠네?”

  박 형사가 마치 범인을 다 잡은 것처럼 말을 던졌다. 차 형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국과수의 의견으로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니랍니다. 타이어 폭이나 문양의 형태로 볼 때 일본제품인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 경시청에 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럼 그 타이어를 사용하는 오토바이가 무슨 기종인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민 반장이 물었다. 차 형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일단 타이어의 문양을 보면 좌우로 비틀린 4개의 굵게 파인 홈이 보일 겁니다. 이것은 제동력을 높이고 순발력이 좋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거기에 맞게 재질도 좋은 것을 사용한 답니다. 경주용 오토바이에 주로 사용하는데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고급 제품이라는 거죠.”

  차 형사가 잠시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문제는 누구나 오토바이 기종에 상관없이 이런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소형 자동차에 광폭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나 젊은 친구들은 자기 과시를 위해서 처음 공장에서 출고 될 때 장착된 새 타이어를 빼고 이런 고급 타이어로 깔아 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차 형사의 말에 박 형사가 뭐야 그럼 아무 소용도 없잖아 하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폭주족 같은 스피드 마니아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는 타이어가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다른 오토바이를 가진 사람들도 일부러 그 타이어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타이어와 오토바이 제조사를 알았다 해도……. 그것만 가지고는 추적하기가 쉽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말을 마친 차 형사가 민 반장을 바라보았지만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민 반장인들 딱히 내놓을 의견이 없었다. 다른 형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 눈치였다.

  “그러네.…… 수고 했어. 어렵겠지만 그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차 형사가 좀 더 정보를 수집해 봐……. 그러다 보면 무슨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지.”

 

 

  차 형사의 보고가 끝나자 강력반 막내인 김태영 형사가 정 의장의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에 대한 분석표를 올렸다. 민 반장이 팔짱을 끼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작게 삐꺽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국과수에서 의미 있는 지문을 채취했는데…… 정 의장과 가족, 죽은 김 기사, 보좌관의 지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어쩌면 범인의 지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지문은 검지와 중지의 손가락 끝부분의 지문이 반쪽이지만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약지의 지문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아마 약지는 스치면서 남겨진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완벽하게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차에 지문을 남겼다고?......”

  차 형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민 반장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 자동차 손잡이 안쪽에서 검지와 중지의 손끝 부분의 지문을 찾아냈답니다. 손끝으로 문을 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메시지를 차안에 넣기 위해 문을 열면서 생긴 것 아닐까요?”

  김 형사도 자신이 보고하면서도 자신이 없는 말투였다. 차 형사는 무엇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지문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반쪽 지문으로도 누구의 지문인지 알아 낼 수 있는 건가?”

  “그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어느 정도는 복원이 가능하지만 법정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아 낼 수 있을 것 아냐?”

  박 형사가 반쪽 지문을 복원한 지문으로 일단 범인을 찾아 낸 뒤 알리바이를 조사해 보자며 말했다.

  “범죄 경력이 없으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회를 해야 하는데……. 그건 법무부장관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어휴. 젠장!...... 뭐 되는 일이 없네.”

  박 형사가 여전히 툴툴거렸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민 반장이 불쑥 물었다. 딱히 누구에게라기보다는 혼잣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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