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27화)
작성일 : 19-10-16 23:28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43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7

 

  “꽈꽝”

  천둥 같은 소리가 도로에서 들려왔다. 이어서 둔탁하고 요란한 엔진 공회전 소리가 들려왔다. 적막했던 주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 졌고 차에서 내뿜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공중에 산만하게 퍼졌다.

  선호는 있는 힘을 다해 차를 향해 뛰어갔다. 마른 풀잎에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도로에 올라서자 반대편 가로수를 들이박고 멈춰 서있는 흰 색 익스플로러가 보였다.

  부서진 차량 운전석에 반백의 남자가 목이 반쯤 꺾인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반사된 불빛에 비친 남자의 이마와 가슴에 붉은 피가 선명했다. 선호는 주위를 살펴 볼 생각도 못한 체 다급하게 익스플로러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선호는 오른쪽 뒤편의 어둠속에서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위험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머리에 둔탁하고 무거운 충격이 전해왔다. 선호는 그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생각과 동시에 선호는 아무 의식 없이 차가운 아스팔트위로 쓰러졌다. 멀어져가는 의식 끝자락에 두 남자의 발자국 소리가 자박자박 들려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선호는 조금씩 의식이 들기 시작했다. 눈을 뜨려했지만 머릿속만 무겁고 떠지지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몸을 반쯤 일으켜 가로수에 기댔다.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선호는 아픈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기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선호는 가로수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조금씩 기억이 되돌아왔다. 가로수와 충돌한 익스플로러와 그 안에 타고 있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어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느낌과 함께 그가 휘두른 흉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던 것이 생각났다.

  이상했다. 분명 머리를 맞고 도로위에 쓰러졌었는데, 깨고 나서 보니 부서진 익스플로러 옆에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가 쓰러진 자기를 차 옆으로 옮겨 놓은 것이 분명했다. 왜 그랬을까. 알 수가 없었지만 별로 좋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때 선호는 강한 기름 냄새를 느꼈다. 선호가 자세를 낮춰 차 밑을 바라보았다. 익스플로러 차체 밑으로 기름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두면 차에 불이 붙을 것 같았다.

  선호는 익스플로러의 차문을 붙잡고 일어섰다. 차 안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이미 죽었을 것이란 강한 확신이 들었다. 선호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차량 번호와 죽은 남자의 상태를 카메라로 찍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언제 사람들에게 목격될지 모른다. 자기가 잘못한 일은 전혀 없지만 누구라도 이 상황에서 자신의 결백을 믿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경찰 진술을 받게 되면 오늘 벌어진 일뿐 아니라 그동안 필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전부 말을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자기의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아마 죽은 남자의 몸이나 차에서 자기의 지문이 발견될 것이다. 잘못하면 자기가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을 위험이 컸다. 무엇보다 자기의 신변이 경찰에 의해 구속이 되면 더 이상 범인의 뒤를 쫒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때 멀리에서 자동차의 불빛이 보였다. 불빛의 움직임으로 보아 몇 분이내로 이곳에 도착할 것 같았다. 선호는 서둘러 필요한 사진을 몇 장 더 찍은 뒤 하나로 마트 주차장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괜찮았던 머리가 다시 욱신거리고 어깨 부위에 통증이 왔다. 아마도 범인이 내리 친 몽둥이로 입은 충격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빨리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선호는 아픈 몸을 추스르며 어두움에 잠긴 매장을 향해 내달았다.

  선호가 마트 주차장에 도착할 때쯤 도로에서 차량의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두 세 사람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사고를 목격하고 차를 멈춘 것 같았다.

  선호는 서둘러 마트 주차장을 한쪽 구석에 세워둔 차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몇 분후면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올 것이다. 그리고 현장을 본 경찰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고, 동시에 경계령이 발동 될 것이다. 검문이 강화되기 전에 몸을 숨겨야만 했다.

  범인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경솔함에 후회가 밀려왔다. 동시에 피곤이 엄습해왔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선호는 두 손으로 마른 얼굴을 비빈 뒤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거리는 엔진소리가 온몸으로 전달되어왔다.

 

  문형표의 사건은 정 의장 사건과 완전 닮은꼴 같았다.

  용의자는 물론이고 사건을 추적할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여론은 정 의장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부실한 초동수사를 질타했다. 사건을 맡은 수사관들은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낮없이 수사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한마디 불평조차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경찰 수사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실정이었다. 아무리 범인이 치밀히 계획한 범행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무능하다고 질책을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답답하기는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범행의 동기도, 피해자들의 연관성도, 하다못해 피해자가 사망함으로써 이익을 볼 사람도 없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의 사건이었다. 차라리 ‘묻지마 살인’이라면 사회적 공분이라도 불러일으켜 경찰이 이렇게까지 매도당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한지도 한 달이 넘어가자 여론의 향방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찰의 무능을 탓했지만 이제는 탓하는 수준을 넘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내달았다. 심지어 배후에 드러나서는 안 될 거물 정치인이 관련되어 있어 경찰에서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나돌았다.

  그러나 일선 수사 기관에서는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그런 보도나 유언비어를 잠재울 아무런 수사 결과나 내보일 단서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대응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이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매일처럼 검찰에서, 경찰서장의 방에서, 강력반 회의실에서 수사회의가 수도 없이 열렸지만 결론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도 서장실에서 한바탕 훈시 아닌 훈시를 듣고 나온 민 반장이 강력계 형사들을 전부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자……. 오늘부터 정 의장 사건부터 다시 수사한다.”

  회의장이 일순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사건이 발생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못 찾은 증거나 단서가 갑자기 나타날 리도 없었다.

  그리고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버린 초대형 사건이라 강력반 형사들로서는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다. 이제 겨우 급한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웠는데 다시 수사를 한다고 북적이다 아무런 결과를 내 놓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무능하다는 정도의 비난은 차라리 견딜 만 할지도 모른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민 반장의 입에서 수사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강력반 형사들은 난감했다. 민 반장이 술렁거리는 형사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자……. 솔직히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이건 정말 창피한 건 사실이다. 요즘은 내가 형사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아무리 범인이 완벽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해도, 명색이 강력반 형사라는 우리가 한 일은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이 사실이다.”

  민 반장의 말에 형사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누구하나 토를 달지는 않았다. 어째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예산타령이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하지 말자. 어차피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이 해결해줄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잖아? 결국은 우리가 잡아야 하고,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가 잡아야 한다. 알았나!”

  민 반장이 들고 있던 형사수첩을 탁자위로 내려놓고 형사들을 바라보았다. 말은 맞지만 억울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은 전부 잊어라……. 그리고 지금부터 다시 뛴다. 외부에서의 지원도 없고! 별도 예산도 없다! 오로지 우리가 처음 강력반 형사가 되었을 때 가졌던 마음뿐이다. 강요는 하지 않겠다. 섭섭해 하지도 않을 거다. 싫은 사람은 빠져도 좋다. 난 남은 형사들만으로도 범인들을 꼭 잡고 말거다.”

  민 반장의 말이 끝났지만 자리를 뜨는 형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지 않은 강력반 형사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 어떤 사건보다 범인을 잡고 싶다는 투지는 강했다.

  그러나 현실과 의지와는 별것 이었다. 그들은 안 잡는 것이 아니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민 반장이 아니었지만 다시 한 번 형사들을 둘러 본 뒤 말을 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3 백색살인(43화) 2019 / 10 / 21 40 0 5085   
42 백색살인(42화) 2019 / 10 / 21 22 0 5105   
41 백색살인(41화) 2019 / 10 / 21 27 0 5367   
40 백색살인(40화) 2019 / 10 / 21 30 0 5764   
39 백색살인(39화) 2019 / 10 / 21 25 0 4647   
38 백색살인(38화) 2019 / 10 / 21 30 0 5112   
37 백색살인(37화) 2019 / 10 / 21 23 0 4750   
36 백색살인(36화) 2019 / 10 / 21 20 0 5570   
35 백색살인(35화) 2019 / 10 / 21 24 0 4863   
34 백색살인(34화) 2019 / 10 / 21 26 0 5382   
33 백색살인(33화) 2019 / 10 / 21 22 0 5050   
32 백색살인(32화) 2019 / 10 / 21 19 0 5009   
31 백색살인(31화) 2019 / 10 / 21 17 0 5365   
30 백색살인(30화) 2019 / 10 / 21 12 0 5276   
29 백색살인(29화) 2019 / 10 / 21 16 0 5306   
28 백색살인(28화) 2019 / 10 / 21 13 0 5046   
27 백색살인(27화) 2019 / 10 / 16 19 0 4433   
26 백색살인(26화) 2019 / 10 / 16 12 0 4743   
25 백색살인(25화) 2019 / 10 / 16 19 0 5247   
24 백색살인(24화) 2019 / 10 / 16 14 0 5796   
23 백색살인(23화) 2019 / 10 / 16 13 0 5153   
22 백색살인(22화) 2019 / 10 / 16 14 0 4980   
21 백색살인(21화) 2019 / 10 / 16 11 0 4856   
20 백색살인(20화) 2019 / 10 / 12 12 0 4926   
19 백색살인(19화) 2019 / 10 / 12 13 0 4819   
18 백색살인(18화) 2019 / 10 / 12 17 0 4951   
17 백색살인(17화) 2019 / 10 / 12 15 0 5122   
16 백색살인(16화) 2019 / 10 / 12 22 0 5524   
15 백색살인(15화) 2019 / 10 / 12 14 0 5805   
14 백색살인(14화) 2019 / 10 / 12 16 0 4866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