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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25화)
작성일 : 19-10-16 23:26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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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그 날 이후 선호의 일상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평소처럼 아침 8시에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나와 회사에 출근했다. 그리고 거의 하루 종일 일에 몰두했다. 회사 밖으로 외출하는 일도 줄이고, 가급적이면 회사 내에서도 필수와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퇴근 후에는 회사 근처의 헬스장에서 밤늦게까지 운동을 했다. 선호는 이전에도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에는 온 몸이 지칠 때까지 운동을 했다. 단순 운동을 반복하다보면 머릿속을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효과가 있었다.

  선호는 필수를 협박한 조직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알아보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카오에 근거를 둔 도박조직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알아낸다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선호는 도박조직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이상한 점을 알았다. 필수가 마카오에서 처음 도박 빚을 지게 된 비슷한 시점에 민승전자에서 발주 물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가 도박조직이 도박 빚을 미끼로 회사 지분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민승전자에서 발주 물량을 급격하게 줄였다. 어쩔 수 없이 도박조직의 제안을 필수가 받아들이자 민승전자의 발주 물량이 다시 늘어났다.

  선호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시점이 절묘했다. 일련의 일들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세계적으로도 유수한 대기업인 민승전자가 외국의 도박조직과 연계됐다고는 보기에는 더욱 무리가 있어 보였다.

  민승전자에서 외국의 도박조직을 동원해 필수의 사업을 쥐락펴락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또 도박조직에서 정 의장 같은 유력인사를 제거하라는 엄청난 일을 일개 소시민인 필수에게 지시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문득 선호는 필수가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도박 빚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진 것을 무마하기 위해 마치 도박조직의 협박을 받고 있다고 속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승전자의 발주 물량이 줄어든 것도 어쩌면 유림실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자기들의 협력업체중 하나인 유림실업을 괴롭힐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이런 생각이 오히려 필수의 말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필수가 자기를 속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령 회사 사정이 어렵더라도 굳이 자기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자기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문제가 덮어질 리도 없고, 그렇게 한들 무슨 이득이 있다고 자기를 속이겠는가. 그러나 사정이 어떻든 간에 선호는 필수를 무조건 믿고 싶었다.

  그날도 퇴근 후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뒤 거의 자정이 다되어 집에 돌아왔다. 텅 빈 거실에 땀에 젖은 옷을 던져놓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캔을 꺼내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자 뜻밖에도 거실 소파에 필수가 앉아 있었다. 선호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필수의 안색을 살폈다. 필수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선호를 바라보는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해 보였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눈치 챈 선호는 서둘러 옷을 걸친 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내왔다. 필수가 갈증이 난 것처럼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선호는 그런 필수를 바라보면서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한 캔을 순식간에 마셔버린 필수가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그리고 또다시 단숨에 한 캔을 마셨다. 선호는 차가운 맥주가 목젖을 자극했지만 기분이 상쾌해지지는 않았다. 새로 맥주 캔을 딴 필수가 이번에는 마시지 않고 들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셔츠 주머니에서 종이쪽지를 꺼냈다.

  “...... 그쪽에서 연락이 왔어.”

  선호는 순간 긴장감이 들었다. 목젖에 걸린 맥주 한 모금을 급하게 삼켰다. 그리고 필수가 건넨 종이쪽지를 펴보았다. A4 복사용지를 두 번 접은 종이 위에는 딱 두 문장만 적혀있었다.

 

  - 2월 16일 밤 11시 20분, 일산 대화마을 입구 도로.

 

  선호는 핸드폰을 켜 날짜를 확인했다. 이틀 뒤였다. 그러나 메모 내용만으로는 어떤 일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쪽지가 어떻게 너에게 전달 된 거지?”

  필수는 겁에 질린 듯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선호의 말에 아무 대답을 못하고 거의 반사적으로 맥주를 들이켰다. 선호가 필수의 맥주 캔을 빼앗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필수의 얼굴을 잡았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말 잘 들어……. 그렇지 않으면 너는 죽어. 알겠어?!.”

  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에 눈물이 비쳤다.

  “이 쪽지가 언제 어떻게 너에게 전달 된 거야……. 자세히 말해 봐.”

  아직도 필수의 두 눈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 보였다. 그 텅 빈 눈으로 선호를 바라보고 있지만 눈동자를 고정시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렸다. 선호가 필수의 어깨를 꽉 잡았다.

  “선호야……. 나 너무 무섭다.”

  “그래. 알아 네 마음 다 알아.…… 나도 무서워. 그렇지만 지금은 그냥 나만 믿어……. 천천히 자세히 말해 봐.”

  선호가 필수의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됐는지 필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겠어…….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여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사무실 바닥에?”

  “응……. 누군가 내 사무실 문 밑 틈새로 밀어 넣은 것 같아.”

  선호는 가슴이 철렁했다. 필수의 말대로라면 도박조직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회사 안에까지 들어왔었다는 말이다. 아니면 직원 중에 누군가가 도박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었다. 선호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회사는 작업 특성상 24시간을 가동하고 있었다. 따라서 경리부서만 제외하고는 모든 사무실이 24시간 개방되어 있었다. 따라서 야간 근무자가 필수의 사무실 문 밑 틈새로 쪽지를 집어넣기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제 퇴근한 게 몇 시쯤이지?”

  “어제는 업체 방문이 있어 회사에 못 들어 왔어.”

  범인은 필수가 사무실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호는 야간 근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간에는 사무실에 다른 근무자들도 많아 남의 눈을 피해 몰래 필수의 사무실에 쪽지를 밀어 넣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였다.

  문제는 근무자들의 대부분이 하도급사 계약직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계약직 사원들은 입사와 퇴직이 빈번해 범인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어쩌면 이미 퇴사했을지도 모른다.

  “알았어. 일단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소와 똑같이 행동해. 내 말 알겠지……. 그리고 지금부터 일이 끝날 때까지는 그 누구도 믿지 마! 회사 직원이든 아니든. 사무실 미스 강에게도 티내지 말고…….”

  “어떻게 할 건데…….”

  “걱정 말고 내게 맡겨.”

  필수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 있었지만 선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필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안심을 시킨 뒤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선호는 다음 날 차를 타고 자유로를 타고 일산으로 향했다.

  도로는 8차선으로 넓고 포장이 잘 되어 있었다. 차량의 통행도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어서인지 모든 차들이 아우토반이라도 달리는 듯 거의 과속으로 지나쳐 갔다.

  쪽지에 적힌 장소에 가까워지자 선호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선호는 차를 1차선으로 붙여 천천히 달렸다. 5분여를 더 달리자 그들이 말한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선호는 차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그리고 아주 세심하게 주변을 살폈다. 지정한 장소는 번화가에서 한참 벗어난 곳이었다. 오가는 차량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아파트보다는 대형 공공시설이 더 많아 보였다. 선호는 그들이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왼쪽으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킨텍스 전시장이 보였다. 전시장에는 관람을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전시장뿐인 킨텍스는 폐장을 한 뒤에는 완전히 인적이 끊길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는 종합 운동장과 체험공원, 레포츠 공원이 줄을 지어 있었다. 그곳에도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겠지만 어두워지고 나면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도로는 넓고 쾌적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CCTV카메라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밤이 되면 아마 이곳은 낮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변할 것 같았다. 북적이던 인적은 끊기고 주위는 온통 어둠에 묻혀 버릴 것이다. 선호는 그들이 정말 범행하기에 딱 좋은 장소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았다. 선호는 상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완벽해 보이는 상대지만 틀림없이 그들도 허점이 있을 것 같았다. 그걸 찾아야 했다.

  선호는 멀리 교차로를 돌아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역시나 밤이 되면 그 주변은 완전히 인적이 끊겨 방범 사각지대로 바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특히 쪽지에 적힌 장소는 킨텍스 전시장과 맞은편의 대형 마트, 종합 운동장 외에는 아무런 시설도 없어 밤이 되면 어둠속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 일대를 돌아 본 선호는 일단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이 말한 시간에 맞춰 그 도로에 다시 나와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할 정도로 적막했다. 특히나 가로등이 전혀 없어 주위는 칠흑처럼 어두웠다.

  낮에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인적이 적은 지방 소도시의 외진 곳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씩 달리는 차량은 불빛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지나쳐 버렸다. 장소는 완벽해 보였다.

  선호는 주변을 꼼꼼하게 머릿속에 담은 뒤 오피스텔로 돌아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마도 범인은 지정한 장소 주변에 미리 와서 필수가 하는 행동을 숨어 지켜 볼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선호는 주변 지도를 펴놓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범인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 보았다. 한참 동안 지도를 살피던 선호는 레포츠 공원에서 일산 도로로 이어지는 제법 너른 나대지에 눈길을 머물렀다. 범인이 숨어 있기에 가장 유력해 보였다.

  그곳에서 도로까지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로뿐 아니라 주변을 다 관찰하기 적합해 보였다. 무엇보다 도로보다 지대가 높아 밤이 되면 도로에서는 그곳이 전혀 보이지가 않을 것 같았다.

  범인이 숨어서 필수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 딱 좋은 곳이었다. 선호는 지도위에 빨간색 압정을 꽂았다. 선호는 범인들의 뒤에 숨어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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