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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23화)
작성일 : 19-10-16 23:11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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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민 반장은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잠이 깼다.

  침대 협탁 위를 손으로 더듬어봤지만 핸드폰이 잡히지 않았다. 핸드폰 소리는 거실에서 들려왔다. 아마 방으로 들어오면서 거실에 두고 들어왔던 것 같았다. 긴 한숨을 내쉰 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가 깨지 않도록 살며시 침대를 빠져 나왔다.

  민 반장은 침대 협탁 위에 놓인 작은 알람시계를 보았다.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아직 깨기에는 이른 시각이었지만 이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잘못 걸린 전화이거나 사건이 터졌다는 전화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사건과 관련된 전화일 것 같았다.

  또 무슨 급한 일이기에 이런 이른 시간에 전화를 했을까 하는 작은 한숨이 나왔다. 아무래도 더 이상 잠을 자기에는 무리일 것 같았다. 거실로 나오자 안방과는 달리 공기가 건조하고 싸늘했다.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려왔다. 민 반장은 몸을 움츠리며 소파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을 들고 주방의 식탁으로 걸어갔다. 핸드폰을 턱에 괴고 커피포트의 스위치를 올렸다.

  “반장님! 이른 시간에 죄송한데 현장에 좀 나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그 놈들 짓 같습니다. 먼저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박 형사의 갈라지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아마 밤샘을 한 모양이었다.

  “알았어……. 바로 나가지. 고생한다.”

  민 반장은 정 의장 사건과 유사하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범인이 예상보다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았다. 현장이 훼손되기 전에 범행의 흔적이 살아있는 현장을 봐야겠다는 급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 준비할게요. 먹고 나가세요.”

  어느새 아내가 방문을 열고 나와 주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야. 나가서 먹을게……. 아무래도 급한 것 같아.”

  아내가 딱하다는 눈초리로 민 반장을 바라보았다. 민 반장이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싱겁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시도 때도 없이 사건 현장으로 뛰쳐나가는 자기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은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마주하기가 당혹스러웠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는 민 반장에게 아내가 다가와 옷깃을 바로 잡아준다. 민 반장은 그런 아내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내의 입술이 새벽 공기처럼 메말랐다.

  “조심하고 꼭 식사 챙겨 드세요.”

  아내의 말을 뒤로 하고 민 반장은 현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일요일이어서 현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평소라면 출근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을 터였다. 현장 주변은 일찌감치 노란 테이프로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정작 범행 현장은 며칠 동안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 가을비로 마치 물청소를 한 것처럼 깨끗했다. 민 반장은 아쉬움에 고개를 저었다.

  차에서 내린 민 반장은 옷깃을 세웠다. 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늦가을 비의 냉기를 막기에는 어림없었지만 그래도 목덜미로부터 파고드는 차가움은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가을비 사이로 멀리 남산타워가 흐릿하게 보였다.

  “반장님! 이쪽입니다. 아무래도 수법이 동일범의 소행인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고급 외제 SUV차가 반대 차선의 가로수를 들이 받고 멈춰서 있는 것이 보였다. 119구급대 차량이 뒷문 헤치를 열어놓은 채 그 옆에 멈춰 서 있었다. 열린 헤치 너머로 커다란 흰색 비닐 지퍼백이 보였다.

  민 반장이 말없이 다가가 지퍼백을 열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자신들처럼 숨을 쉬었을 중년의 남자가 머리에 총을 맞고 누워 있었다. 남자의 머리칼은 피와 빗물로 범벅이 되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피해자 신원은 확인됐나?”

  “예. 피해자 지갑에 신분증이 있어 금방 확인이 됐습니다……. 유명한 방송인인 문형표입니다.”

  “문형표?”

  문형표라면 민 반장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하는 방송을 민 반장도 가끔 보곤 했었다. 문형표가 왜? 제일 먼저 떠 오른 의문이었다. 방송인이 왜? 물론 방송인이라고 개인적인 원한 관계나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 의장의 살해범과 동일범일 연관성이 떠오르질 않았다.

 

  지퍼백 안에는 장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문형표가 누워있었다.

  관자놀이 부근에서 흘러내린 혈흔이 귀밑에서 떡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얼핏 보았지만 단 한 발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 같았다. 범인의 사격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퍼백을 도로 잠근 뒤 민 반장은 문형표의 차 주위를 살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입안이 메말라왔다.

  민 반장은 도로로 내려와 사고 현장 주변을 흩어보았다. 역시 목격자를 찾기 어려울만한 장소였다. 민 반장은 다시 문형표의 차로 다가왔다. 문형표의 차는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아마 일산 방향에서 자유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민 반장은 문형표의 차가 서있는 형태가 신경이 쓰였다. 차는 가로수와 거의 직각에 가깝게 부딪친 뒤 멈춰서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정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라면 빗길에 미끄러져도 이런 각도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았다.

  민 반장은 도로를 건너갔다. 빗물에 씻겨 사고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을 빗물이 넘치는 도로면을 유심히 살피던 민 반장은 희미한 타이어 마찰 자국을 발견했다.

  마찰 자국은 사십 센티미터 정도로 짧았다. 이것은 차가 급발진 할 때 흔히 나타나는 흔적이었다. 달리는 차가 급정거했을 때 나타나는 스키드 마크와는 분명 달랐다.

  이것은 문형표의 차가 일단 이곳에서 멈췄다가 급하게 출발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주변 상황으로 보아 문형표가 차가 멈춰야할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문형표는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였다. 아니면 누군가 강제로 차를 멈추게 했던가.

  민 반장이 이번에는 차의 앞쪽으로 갔다. 차는 가로수에 부딪치면서 앞부분이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범퍼는 찌그려져 반이 깨져 도로위로 떨어져 나갔고 나머지 부분도 한쪽만 차체에 매달려 덜렁거렸다.

  보닛도 반쯤 휘어져 엔진 룸이 보였다. 민 반장이 허리를 굽혀 엔진룸 안을 살폈다. 차가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엔진은 이미 열이 식어 차가웠다. 민 반장 곁에 있던 박 형사가 말했다.

  “우리가 왔을 때 시동은 꺼져 있었습니다.”

  “창문은?”

  민 반장이 반쯤 열린 보조석 창문 틈으로 차안을 살폈다.

  “창문도 열려있었구요. 우리가 손 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차 안에서 피 냄새와 희미한 화약 냄새가 났다. 빗물이 들이쳐 조수석에는 축축할 정도로 젖었지만 내리는 비가 일종의 커튼 역할을 해주어 차안을 어느 정도 밀폐시켜 주었다.

  그것은 경찰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증거 훼손을 상당 부분 막아줬기 때문이다. 민 반장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차 문을 열었다. 국과수 최 박사가 난리를 치겠지만 정균호의 사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민 반장으로서는 다소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민 반장은 피해자 차의 사이드 브레이크가 반쯤 잠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반쯤 잠근 것이 아니라 반쯤 풀렸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아마도 급발진 자국이 빗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문형표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갔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무엇일까. 범인하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래서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던 것일까? 아닐 것이다.

  어째든 문형표는 분명히 이곳에서 차를 멈췄다가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갔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급하게. 무엇이었을까. 문형표를 급하게 만든 것은.

  민 반장은 몸을 숙여 차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차 안에서는 별다른 특이한 점은 보이지는 않았다. 차안을 흩어보던 민 반장은 운전석 시트 밑에서 찾고자하는 것을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종이를 집어 펼쳐보았다. 정균호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오른손 포수단’

  민 반장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범인은 경찰의 수사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민 반장은 범인이 남긴 메시지에서 마치 오래된 애니타 오데이의 재즈 리듬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슬로우 다운…….

  어쩌면 추적거리는 비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민 반장은 빨리 이 사건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자리를 걷고 나온 침대의 따뜻함이 그리웠다.

 

  “에헤! 민 반장! 왜 그러시나. 아마추어처럼.”

  등 뒤에서 최 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 반장이 얼른 핸드폰 카메라로 종이에 적힌 메시지를 찍었다. 비록 원본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민 반장이 차에서 몸을 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최 박사님 수고를 덜어 드리려고 내가 이렇게…….”

  민 반장이 종이쪽지를 내밀자 최 박사가 거칠게 잡아챘다.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거야? 설마 민 반장 지문으로 도배해 놓은 것은 아니겠지? 그럼 죽는다!”

  민 반장이 라텍스 장갑을 낀 두 손을 올려보였다. 국과수 요원들이 현장에서 증거를 채집하는 동안 민 반장은 강력계 형사들에게 사건의 수사 방향을 지시했다.

  그러나 정 의장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내린 비가 현장 주변의 모든 흔적을 싹 쓸고 가 버린 것이다.

  그래도 민 반장은 형사들에게 현장 주변을 샅샅이 살피도록 지시했다. 혹시라도 운 좋게 비가 가져가지 못한 작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서는…….

 

  국과수 요원들이 현장을 검증하고 있는 동안 민 반장은 사건의 정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정 의장이 피살된 장소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우선 두 곳이 모두 목격자를 찾기 어려운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점이었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도 최소 몇 백 미터 떨어진 아파트 단지였다. 애당초 목격자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일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아주 닮았다. 정 의장이 귀가하는 시간이나 문형표가 녹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은 그들과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알기 어려운 정보였다. 무작정 아침부터 피해자들을 미행을 하다가 살인을 저지르기 좋을 장소와 시간이 생겼을 때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두 피해자를 연결할 수 있는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러나 죽은 두 사람은 나이 차이도 많고 하는 일도 전혀 달라 공통점이 보이지 않았다. 굳이 따진다면 같은 명문 S대학교를 나왔다는 것이지만 그 정도의 연관성은 수사에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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