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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30화)
작성일 : 19-10-21 12:43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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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좋아……. 이젠 내게 대들겠다 이거지.’

  박영철 변호사는 거칠게 자신의 은색 렉서스를 몰았다. 아내의 행동을 더 이상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집에서 여왕처럼 호의호식하고 있는 주제에, 사사건건 성질을 부리는 것을 곱게 받아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자기의 체면을 깎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오늘은 단단히 자기의 무서움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변호사의 얼굴이 흥분으로 붉어졌다.

  ‘어디서 감히 손찌검을 해?!’

  오늘은 아침부터 바빴다.

  원래 매주 월요일은 주말을 쉬고 난 뒤의 첫 재판이 열리는 까닭에 다른 날보다 재판 일정이 많이 잡히기도 했지만, 첫 재판부터 까다로운 사건을 치르고 난 뒤라 오후가 되자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박 변호사는 작년 초에 서초동 법원 인근에 작은 법무법인 사무실을 차렸다. 자신이 대표 변호사를 맡고 밑으로 후배 변호사 세 명을 두고 있어 개인 변호사 사무실 치고는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후배 변호사들은 자기와 S대 동문들로 나름 자기의 전공분야에서는 실력 있는 변호사로 정평들이 나있었다. 그래서인지 박 변호사 사무실은 규모에 비해 사건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많은 편이었다.

  특히 박 변호사가 지금의 개인 사무실을 차리기 전에 대승그룹의 법제팀장으로 있으면서 보여 주었던 쟁쟁한 승소 소문은 박 변호사에게 대기업 관련 소송 의뢰가 줄을 잇게 만들었다. 박 변호사는 일단 맡은 수임 사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소를 하는 것을 업무의 제1 원칙으로 삼을 만큼 수임 사건에 전력을 다했다.

  그 날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다음 날 있을 재판의 변론 검토가 끝났다. 후배 변호사가 맡은 사건으로 재판 자체는 그다지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법리 논쟁이 치열해 많은 법조계나 언론은 물론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이었다.

  승소했을 경우에 박 변호사가 얻을 명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안 박 변호사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 판 승부였다. 물론 패소한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렸던 명성에 치명적인 금이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다.

  박 변호사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사무실 정리를 맡긴 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스마트키의 버튼을 누르자 저만치에 서있던 은색 고급 렉서스가 삑삑 소리를 내며 깜박거렸다. 렉서스를 타면 언제나 편안했다. 부드러운 좌석 시트는 몸에 착 달라붙는 것 같았다. 시동을 걸자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편안함을 더해줬다.

 

  박 변호사는 운전석 시트에 몸을 묻고 망설였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피곤했다. 이런 날은 집보다는 민지희에게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별거 상태와 다름없이 각 방을 사용하고 있는 아내와 마주치면 피곤함이 더 쌓일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애들의 비난어린 눈길도 부담스러웠다.

  마음을 정한 박 변호사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와 집과는 다른 방향인 잠실 쪽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박 변호사의 내연녀인 민지희의 집으로 가는 것이다.

  민지희는 박 변호사와 동갑으로 내과 전문의였다. 작년에 잠실에 있는 아담한 3층짜리 건물을 사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한 뒤 1층과 2층을 병원으로 사용하고, 3층을 개인집으로 쓰고 있었다. 민 원장과 박 변호사는 같이 대승그룹에서 근무할 때부터 연인 사이였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민 원장의 병원은 서초동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간다면 30여 분 정도면 갈 수 있었다. 그 날도 민 원장의 병원에 도착한 것은 사무실에서 나온 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린 박 변호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시간이면 진료가 끝난 병원 건물은 불이 꺼져있지만, 병원과 별도의 출입문을 사용하는 3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언제나 아늑하고 부드러운 조명이 밝혀져 있었다. 늦은 시간에 올 때가 많은 박 변호사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은 입구뿐 아니라 3층의 민 원장 집에도 불이 꺼져있었다. 점심 때 통화를 할 때만 해도 민 원장의 목소리는 밝았었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낀 박 변호사는 급하게 3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박 변호사가 지날 때마다 계단 센서등이 켜졌다가 꺼졌다. 3층에 다다르자 숨이 막혀왔다.

  잠시 현관문 앞에서 숨을 고른 뒤 박 변호사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박 변호사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꺼내 민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받지를 않았다. 박 변호사는 현관문에 귀를 갖다 댔다.

  희미하지만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민 원장이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집안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힘겹게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딸깍하면서 문이 열렸다. 박 변호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잠옷차림의 민 원장은 박 변호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박 변호사는 그런 민 원장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자기에게 등을 돌린 적이 없었던 민 원장이었다.

 

  거실로 들어 선 박 변호사는 집안이 엉망이 된 것이 보였다.

  싱크대 주변에는 식기들이 전부 바닥에 내 팽겨진 채로 뒹굴고 있었고, 더러는 깨져있었다. 거실에도 쿠션이며 책들이 아무렇게나 흩트려져 있었다. 마치 도둑이 들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물건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민 원장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 변호사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민 원장은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박 변호사는 그래도 강도나 도둑이 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안심이 됐다. 그러나 오늘 점심에 전화 통화할 때만해도 콧소리를 내며 기분이 좋았던 민 원장이 무엇 때문에 저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희야……. 무슨 일이야?”

  박 변호사가 침대에 걸터앉아 이불을 걷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박 변호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 원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왜 나에게 물어? 고상한 당신 와이프에게 가서 물어 봐!! 이제 다신 내 집에 오지 마!……. 그 예쁜 당신 와이프한테나 가봐!! 당신한테 아주 잘 맞을 것 같던데…….”

  말을 마친 민 원장이 다시 이불을 덮어 쓴 채 자리에 누어버렸다. 박 변호사는 어안이 벙벙했다. 와이프라니?……. 평소에 자존심 때문에 박 변호사의 아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민 원장이었다.

  박 변호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불을 확 잡아 제쳤다. 그러자 민 원장이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박 변호사를 노려봤다. 가만히 살펴보니 민 원장의 이마에 작은 상처가 생겼고 피가 말라 엉겨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왜 그래?! 누가 그런 거야?!”

  박 변호사는 민 원장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민 원장이 아무 말 없이 박 변호사를 노려보다가 박 변호사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박 변호사는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감을 잡았다. 아마 자기 아내가 찾아와 한바탕 한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내가 본처가 아니라지만……. 요즘 세상에 이래도 되는 거야? 경찰을 불러 고소를 하려다...... 정말이지 오늘 당신 체면 때문에 꾹 참았어……. 병원 직원들 보기 창피해서 이젠 어떻게 해?”

  민 원장이 목이 멘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나 다소 화가 풀렸는지 날카롭던 목소리는 어느 정도 풀어졌다.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렸단 말이야?”

  “하필 오늘 예약 환자들이 많았는데 병원에 와서 난리를 피우더니, 내가 집으로 피하니까 따라 들어와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자기 분이 다 풀리고 나서야 돌아갔어……. 당신이 그때 이혼을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잖아?!”

  민 원장은 다시 설움이 돋았는지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박 변호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정말…….

 

  박 변호사가 지금의 아내인 오지혜를 만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승그룹 회장 직속의 법제팀장으로 입사한 뒤였다. 대승그룹에 입사한 그 이듬해 대승그룹 차 회장의 조카딸과 전격적으로 결혼을 했다. 다분히 정략적인 결혼이라고 따가운 혹평이 뒤따랐지만 박 변호사는 그런 세간의 시선을 무시했다.

  세간의 혹평이라는 것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감정적인 것이지만, 대승그룹의 사위라는 현실적인 실리는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결혼 후 박 변호사는 대승그룹의 한 가족이라는 신분의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신분이 되었다. 그건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사랑보다는 정략적인 측면에서 성사된 결혼은 젊은 두 부부에게는 그리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남성 편력이 있던 오지혜에게 남편인 박 변호사는 그저 그런 남자였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오지혜는 결혼 전에 만났던 남자를 결혼 후에도 계속 만났다.

  박 변호사는 그런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그 대신에 그 사실을 차 회장 일가를 쥐는 약점으로 은밀하게 이용을 했다. 오지혜의 불륜이 이슈화되면 곤란해지는 것은 박 변호사가 아니라 차 회장이 될 것이었다.

  대승그룹 차 회장 측에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바짝 썼다. 그래서 박 변호사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보지 않는다면 전폭적인 권한과 경제력을 지원했다. 서로의 사생활을 적당히 묵인하는 조건으로 서로의 입지를 확보한 두 사람은 한 번도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박 변호사가 대승그룹을 나온 뒤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박 변호사의 아내는 박 변호사의 허락 없이는 일체 집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친정인 대승그룹의 사람들과의 연락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불륜을 꼬투리로 박 변호사는 무자비한 횡포와 폭력으로 오지혜를 거의 집안에 감금하다시피 했다. 박 변호사는 은밀하게 사람을 시켜 오지혜가 만났던 남자를 뺑소니차에 치여 중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런 사정을 눈치 챈 대승그룹에서 이혼을 추진했지만, 법률전문가인 박 변호사는 교묘한 방법으로 거절을 했다. 여전히 오지혜 문제는 박 변호사에게는 대승그룹을 괴롭힐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런 오지혜가 어떻게 알았는지 민 원장의 병원에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것이었다. 박 변호사는 민 원장을 가만히 끌어안고 다독거렸다. 그리고 민 원장의 귀에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이혼할거라고 속삭였다. 박 변호사가 민 원장의 집을 나선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가 지난 자정이 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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