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대로 연애하자!”
예전에 혜정이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제대로 연애를 해보고자 한다. 학교, 도서관 데이트도 좋지만, 맛집도 찾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갈 거다. 가장 큰 목표는 해외여행이지만, 우선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곳에 커플 문신도 했다. 혜정이는 귀, 나는 조금 남은 허벅지에 좋아하는 문양인 태양을 새겼다. 태양은 저 먼 우주에 존재하지만, 이 먼 지구의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위대한 존재다. 저 멀리서 오는 태양빛에 사람이 죽기도 살이 타기도 하고,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것을 느낄 때면 우주의 신비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태양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핸드폰 진동과 알람이 같이 울렸다. 난 재빠르게 나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건 내가 예전에 혜정이에게 준 호신용 경보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급하게 지도에 표시된 그녀의 위치로 갔다. 그녀는 어떤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뛰어가 그녀의 옆에 섰다. 갑자기 키 큰 남자가 옆에 서니 그 남성은 당황하는 눈치였다. 난 혜정이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다. 혜정이는 이 남자가 계속 쫓아와서 전화번호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자신이 계속 거절하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며 화를 내고 욕을 해서 맞대응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무서워서 나를 불렀다고 했다.
나는 그런 혜정이가 고맙기도 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혜정이를 내 뒤에 두고 그 남성에게 말했다.
“당신! 내 여자친구한테 무슨 짓이야? 번호주기 싫다는 사람한테 왜 자꾸 들이대? 그거 스토킹으로 입건될 수 있는 거 몰라? 그런 거 다 떠나서, 누구한테 화내고 욕을 해! 죽고 싶어!?”
나의 당당한 태도에 그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치며 도망갔다. 나는 뒤 돌아서 놀랐을 혜정이를 따듯하게 안아줬다.
“많이 놀랐지? 네 향기가 너무 좋으니까 벌 뿐만 아니라 파리도 꼬이나 봐. 내가 준 호신용 스프레이 뿌려버리지 그랬어.”
“안 그래도 가방에 손 넣고 있었어. 네가 좀만 더 늦게 왔어도 저 사람 얼굴에 뿌려 버렸을 거야.”
“하하, 그래. 역시 내 여자친구답다!”
“그건 그렇고, 이제 되게 자연스럽네?”
“응? 뭐가? 아~ 내 다리?”
“응, 아까 보니까 뛰기도 하던데?”
“응, 이제 내 다리나 다름없어. 나중엔 밟는 부분의 촉감도 느낄 수 있을 거래. 과학의 신비에 매번 감탄하고 있어. 희수도 이런 쪽으로 배우면 잘 할 거 같은데.”
“교육은 잘 되고 있어?”
“응. 그런데 나를 자꾸 앞서는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좀 찾아야 될 것 같아.”
“쉽진 않겠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
우리는 손을 잡고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그 곳에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정말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자만 무려 XX명.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이들의 파렴치한 범죄가 점점 드러날수록,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
그 뉴스를 들은 혜정이와 나는 서로 눈이 마주치며 비장한 표정으로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