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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48화 (마지막회)
작성일 : 19-11-09 03:30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8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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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료를 읽고 난 조형사와 선우는 서로 마주보았다. 두 사람 다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맞지? 이거 우리 생각이 맞는 거지?”

  “예, 맞아요. 형사님, 검사님, 이 거면 기소가 될까요?”

  “자료를 보충하고 만들어 봐야 알지. 그렇지만 이건 여태까지 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요. 지금 당장 시작할까요?”

  “그래,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서 찾아보자.”

  모두 다 한 마음인 것 같았다. 단 한 사람 혜정만 빼고. 세 남자의 대화를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쳐다보던 혜정은 결국 질문을 던졌다.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저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거든요. 설명 좀 해주 실 수 있을까요?”

  최검사는 당황한 듯 누구냐는 듯한 표정으로 선우와 조형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 검사님. 인사가 늦었네요. 제 여자친구 강혜정이라고 해요. 바로 이 리스트를 가져다 준 사람이에요.”

  “이 리스트를? 어떻게?”

  “아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오래 했어요.”

  “그 곳…?”

  최검사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보기 시작했다.

  “걱정 마세요. 누나도 내용은 다 알고 있어요. 제가 도움 청한 거 에요.”

  “그래? 그래도 괜찮겠니…?”

  “예! 괜찮아요. 제가 보증합니다.”

  선우는 최검사의 말의 의미를 알기에 강하게 말했다. 최검사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 존재하는 의심도 함께 날려 버리려는 듯 혜정 앞에서 더 크고 또렷하게 말했다.

  “그래, 선우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믿어도 되겠지. 그건 그렇고 누나라고?”

  “예, 연상이에요.”

  “오, 선우가 역시 능력이 있구나. 이렇게 예쁘고 연상인 여자친구가 있다니. 우리 둘 보다 훨씬 낫다.”

  최검사는 조형사를 보며 말했다.

  “나… 나는 안 만든 거라니까!”

  그 말에 괜히 찔린 조형사가 발끈했다. 나머지 셋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지었다.

  “자, 그럼 누가 혜정양에게 설명을 해줄까?”

  “제가 할 게요. 누나, 잘 들어. 일단 시작은 아까 리스트에 나온 사람 이름이야. 그 사람은 바로 박교수라는 사람이야. 박교수가 누구냐? 최근 우리가 조사한 사건이 있는데 그 사건의 관계자야. 그 사람 아이가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어. 그 사실을 알고 분노한 박교수가 그 아이들을 고소했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훈방조치 됐어.

  사건은 그 후로 발생해. 갑자기 그 아이들이 하나 둘, 사고를 당하기 시작하는 거야. 박교수 아들을 때린 아이는 손가락 끝이 절단되는 사고, 심한 욕을 한 아이는 혀가 조금 잘리는 사고, 외모를 비하한 아이는 화상. 너무 절묘한 그 사고에 우리는 의아함을 느끼고 집중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결국엔 이 사건에 임실장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찾아냈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아이가 사고를 당할 때, 뜨거운 커피를 들고 가다 그 아이의 얼굴에 흘린 사람과 임실장이 접촉하는 것을 확인한 거야. 그 사람은 실수라 하고 부모와 합의를 보고 풀려났어. 아마 이게 사실이면, 합의금도 임실장 측에서 지급해 줬을 거야. 물론, 그 돈은 박교수에게서 나왔겠지.”

  “그럼, 네 말은 누군가를 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기부를 하고 그 대가로 사고를 의뢰한다는 거야? 너무 지나친 생각 아니야?”

  “지나친 지 아닌지는 이 리스트를 뒤져보면 알게 되겠지. 그게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이야.”

  선우가 설명을 마치자, 다들 각자 편한 자리에 가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등을 활용해서 사건, 사고 기사 등을 찾아보고, 리스트에 관련된 사람이 있는지 찾았다. 조형사와 최검사는 본인이 접근할 수 있는 사고, 사건 기록 등을 확인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은 밤새도록 자료를 찾고 정리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아침이 밝았다.

 

  “하아… 하얗게 불태웠네요.”

  “그러게. 옛날 생각나네. 시험 전 날 학교에서 다같이 모여 밤새 공부하던 때 말이야.”

  선우와 최검사가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이 놈들 정말 장난 아니네요.”

  이번엔 조형사가 대화에 꼈다.

  “그러니까요, 이거 다 사실로 밝혀지면 역대급 사건이 아닐까 싶어요.”

  “자료를 보내기 전에 정리 한 번 해볼까요?”

  “그래요. 어디 보자.”

  최검사는 정리된 자료를 하나하나 보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얘기를 시작했다.

  “우선 선우가 목격한 팔 절단 사고, 이것은 공장 직원 외국인 라즈X 씨가 해고에 불만을 품고 의뢰, 선우는 이 때 근처에서 급히 어딘가를 가던 임실장을 목격, 늘 그렇듯 검정 정장을 입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구두가 아닌 더러운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그 신발을 은혜학교에서 발견. 맞지?”

  “예, 맞아요. 그 때 임실장한테 들키면서 의심을 받기 시작한 것 같아요.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다시 찾아갔지만 이미 처분한 뒤였어요. 그 전에 사진을 하나 잽싸게 찍어 놓아서 다행이에요.”

  “응 정말 잘했다. 다음, 유도선수 손가락 절단 사고. 피해자는 수면제에 취해 잠든 것으로 추정, 잠들기 전 검정 정장을 입은 사람을 목격한 것 같다고 진술.”

  “맞습니다.”

  “그런데 사고 전에 보험을 들어서 애매하다매?”

  “이사장측도 그 부분을 확인하고 실행에 옮긴 것 같아요. 법으로 들어갔을 때 따지고 들어갈 여지를 만든 거죠. 보험사 쪽에서 그 정보를 얻었겠죠?”

  “회원이 어디까지 퍼져 있는건지… 동기는 뭐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상대방 팔을 심하게 꺾어서 은퇴를 하게 만들었대요. 그런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상대방이 라이벌이라 일부러 그랬다는 소문이 있어요.”

  “뭐야? 그럼 이건 자업자득 아니야?”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이고, 어쨌든 사고와 범죄는 다르긴하죠. 더 악랄한 건, 사람 손가락 중에 제일 많이 쓰이고 없으면 가장 불편한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이에요. 그것까지 생각하며 실행한 거 같아요.”

  “본인들 목적을 위해선 정말 악랄해지는 놈들이구만 끝을 알 수 없어. 다음, 공사장 인부 살인미수. 이건 좀 의문인 게, 여태까지 사건은 다 장애를 입힐 정도의 수준으로 사고가 났었는데 이건 살인미수가 맞는 건가?”

  “분명 사고 정도로 만들려고 의도했을 거에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사고는 조형사님과 제가 사전에 예방을 하였고, 사고를 당하신 분은 무사하지만 가스 호스를 절단한 작업 자체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살인미수가 되겠죠. 범죄를 저지르는 마음가짐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래, 선우 네 말이 맞다. 이 분이 대기업 임원이었지?”

  “예, 회사 입장을 대변하며 다친 노동자의 부상을 은폐하려다 적발되어 퇴직하시고 시골로 내려오셨어요. 그런데 보상을 제대로 못 받은 그 가족이 그를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보여요.”

  “참 세상 일은 알다 가도 모르겠어. 전혀 그렇게 안 보이셨는데.”

  “저도 이건 사실 의외였어요. 정말 좋은 사람처럼 보이셨는데…”

  “죄는 지었지만 사실 사람으로서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어. 사람이 그 위치와 상황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아니면 그 좋은 성격이 오히려 거절을 못하는 방식으로 쓰였을 수도 있어.”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응, 선우야. 세상 일은 정말 자기 마음처럼 흘러가는 법이 없어. 너도 어느정도는 알고있을테고, 이미 겪기도 했겠지만, 사는 것이 정말 만만한 일은 아니야.”

  “예, 마음 깊이 새기고 살겠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얘기가 따로 새어 나갔네. 그 경찰서에 있는 친구들 이름이 뭐였지? 호진, 재준?”

  “예, 맞아요. 그 둘이 임실장한테 의뢰를 받았다고 얘기 했었어요. 아마 필요하면 진술도 해줄거에요.”

  “그래, 혹시나 다른 마음을 먹지는 않겠지?”

  “예, 분명 저랑 약속했어요. 대신 지금 그 둘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는 이사장의 계획을 막아 주셔야 해요. 이것이 조건이에요.”

  “그래, 알겠다. 그건 꼭 약속하마.”

  “이제, 앞서 말했던 박교수지?”

  “예, 이 사람은 피해자를 세 명이나 만들어서 가해자들을 찾고, 임실장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아요. 이미 한 명은 링크된 것 저희가 확인 한 부분 이구요.”

  “좋아. 범죄는 어찌됐든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지. 권력이 생기며 사고와 수법이 점점 대담해지는 것이 느껴지네.”

  “지금까지 밝혀진 건 여기까지 구요. 이 외에 의심되는 사고들이 굉장히 많아요. 의사가 일부러의료사고를 내서 실명을 시키기도 하고, 아까 커피에 탄 마취제도 아마 그 사람이 준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기부와 의뢰를 받고, 세를 넓혀간 것 같아요.”

  “응, 그리고 의뢰를 했던 사람들을 기록해 놓음으로써 같이 한 배를 탄 동료이자 집단이 된 것이지. 이 사람들이 각계각층에 자리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권력도 생긴 것이고.”

  “표면적으론 기부와 봉사를 하는 모임으로 선량한 삶을 살지만, 속으로는 각자의 아픔과 어둠이 있는 사람들, 그걸 법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법으론 부족하다고 느낀 부류들이 그 욕구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모여 있는 모임이라는 말이죠?”

  “그래, 정확해. 임실장도 밝혔듯이 아마 홍이사장도 비슷한 아픔을 가졌던 적이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어.”

  “아마도 그러겠죠. 그럼 혹시…”

  “혹시?”

  “저는 뭘까요… 진짜 사고일까요? 아니면 임실장이 보복을 위해 작업한 걸까요?”

  “음… 지금 뭐라고 말 하기는 조심스럽네. 아직까지 의심될 만한 뭔가가 나온 건 없어서…”

  “차라리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 의해서 제 인생이 이렇게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그래. 나도 아니길 바라볼게. 아, 하나를 빼먹을 뻔했네. 내 예전 사건 알지? 아마 선우 네가 이 사건을 보고 나한 테 찾아온 거 같은데?”

  “아, 맞아요. 검사님 초임 시절, 교통사고로 피해자 어머니가 사망한 사고 말이죠. 아버지는 그 사고로 장애를 갖고 폐인이 되어 결국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딸은 아버지 뒤치닥 거리를 하며 힘겹게 살아가다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 아버지도 결국 알코올 중독이 심해져 사망. 그런데 그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났죠?”

  “응, 그 사람이 홍이사장 조카야.”

  “조카요?”

  “응. 교통사고가 의뢰한 것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홍이사장이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자살한 피해자는 그가 풀려난 것이 말도 안된다며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수사가 처음이었던 나는 거대한 벽이 있는 듯 조사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어. 지금 에서야 내가 느낀 벽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그 때 당시에는 나도 뭐가 뭔 지 잘 모르던 시절이라… 그 사람이 죽기 전에 찾아와 울던 눈빛을 난 평생 잊을 수 없어…”

  “예, 제가 검사님의 그 부분을 파고 들었었죠. 이제 와서야 죄송하다고 사과드립니다.”

  “아니야, 네 덕분에 이 평생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왔잖아. 가슴에 묻어 두고 평생 아닌 척, 모르는 척 사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거야.”

  “예,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검사님,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다 말해봐.”

  “도대체 임실장은 왜 그렇게 조형사님에게 자신의 얘기를 모조리 다 말한 걸까요? 물론, 녹음 할것이라 곤 상상 못했겠지만, 그렇게 말 한 것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음… 자신의 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다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었겠지,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니까. 어디에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테고, 있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얘기들이었으니, 한 번 시작했을 때 멈추지 못하고 붓 물 터지듯 쭉 나온 게 아닐까? 너희가 녹음을 위해 얘기를 계속 들어준 것이 도움이 된 측면도 있고, 특히 조형사에게는 뭔가 자신과 비슷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으니까.”

  “그렇군요… 임실장도 결국 외로운 사람이었네요.”

  “그래, 그렇지만 그것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이 정당화될 순 없지. 하지만 안타까운 건 사실이야. 썩어빠진 세상과 사회가 그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 건 아닐지…”

  대화를 이어 나가던 선우는 문득 혜정을 봤다. 아무래도 이 얘기를 불편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나, 괜찮아?”

  “으… 응? 괘… 괜찮아.”

  혜정은 이야기에 집중하다 놀란 듯 대꾸했다.

  “여기 있기 불편하면 잠깐 다른 데 가서 쉬어.”

  “아니야 괜찮아. 선우 너랑 같이 있을래.”

  “응, 알았어.”

  “그리고 내가 본 임실장님은 의지가 굉장히 강한 분이야. 자신의 신념은 절대 굽히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피해를 보더라도 그대로 행하는 분이야. 특히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은 진심이었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무시당하고 피해를 보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하던 분이야. 그래서 아이들에게 몹쓸 짓 하려던 사람을 과하게 폭행하기도 했었고. 다만 잘못된 신념을 가졌을 뿐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이 안타까워.”

  “그래, 혜정이 네가 아주 정확히 봤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도 알게 되었겠지? 우리 모두 이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구나. 사회가 이런 신념을 갖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해. 어떤 의미에선 임실장도 피해자일 수 있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다른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이런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만 해.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것이 100% 가능하지 못하다면 그 외로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지.”

  최검사가 혜정에게 말했다.

  “예…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자, 이 정도면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은데. 이제 싸움을 다시 시작해볼까?”

  “예, 좋아요!”

  “옙. 좋습니다!”

 

  최검사는 그렇게 모은 자료들을 법원에 다시 제출했다. 심사 기간이 지난 후, 다행히 이번에는 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증거가 제출된 사건을 계속 기각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조사를 하려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그들은 계속된 출석 불응과 건강상태를 이유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를 방해했다. 그 과정에서 법원, 검찰, 경찰 측에서의 석연치 않은 제재도 많았다. 이 조직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연관이 되어 있고, 높은 곳까지 도달되어 있는 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곳이던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이다. 빛과 그림자는 한 몸이기도 하니까. 이 소식은 점차 퍼져 선우와 최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하나 둘 연락이 오며 지원을 약속했다. 이야기가 퍼지니 자신이 피해자였는지 모르던 사람들도 문의를 하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우리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쌓여갔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긴 싸움을 해오던 우리의 노력은 결국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1년여에 걸쳐 이뤄진 법정싸움, 우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결과는 홍이사장과 임실장의 법정구속. 홍이사장은 살인교사 등, 임실장은 살인, 폭행 및 살인교사 등으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같은 해피엔딩은 없다. 그들은 2심과 대법원까지 상고하기로 결정하고, 싸움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우리도 정의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울 예정이다. 다행히 처음보다 우리의 힘과 정보력도 강해졌다.

  이것은 빛과 어둠,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이다. 물론 빛이 다시 어둠이 될 수도 있고, 어둠이 누군가에겐 빛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이 진정한 정의가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아 참, 호진과 재준은 다행히 폭발사고 피해자인 아저씨의 선처로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분은,

  “내가 실수한 거지 뭐, 작업 전에 잘 확인하고 시작했어야 됐는데. 허허.” 하고 웃고 마셨다. 세상을 초월한 긍정이었다.

  1년이 그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는 형이지만 그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다짐하며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게 살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조형사님은 공사장 사고에서 그 분을 구해드린 인연으로 그 분의 딸과 연애를 시작했다. 얘기가 잘되면 조만간 결혼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작년에 수능을 봤다. 마음이 강해져서 인지 실력발휘가 되었고, 내 목표대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부모님은 의사를 권하셨지만, 내 의지대로 살고 싶었다. 나는 최검사님 같은 검사가 될까, 조형사님 같은 경찰이 될까 고민중이다. 나중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권익을 위해 힘쓰고 싶기도 하다. 다리 때문에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소식을 들은 외국 기업에서 사람 다리와 유사한 의족 로봇을 개발했고, 나에게 무료로 테스트 겸 제작을 해주고 싶다 하여 지금 테스트 중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두 발로 걷고 있다. 기술이 더 개발되고, 내 몸도 익숙해지면 나중엔 뛸 수도 있을 것이라 한다.

  혜정 누나에게는 더 이상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나가 리스트를 가져 나간 것을 안 그 회원 중 누군가가 누나에게 앙갚음하려 뒤에서 차로 치려고 할 때, 내가 다급함에 “혜정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누나는 당연히 들리지 않았겠지만, 내 부름을 느낀 건지 뒤돌아보고 다행하게도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혜정이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요즘엔 혜정이와 통화도 가능하다. 좋아진 핸드폰 화질로 영상 통화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예전에도 가능할 거 같았는데 둘 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지금 나의 삶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이런 사건들을 겪지 않고 그대로 평범하게 살았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나 밖에 모르는 잘난 척하는 의사?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생? 어떤 모습이건 그것도 그대로 좋았겠지만, 난 지금 내 모습을 더욱 더 사랑하기로 했다. 어차피 인생은 게임처럼 여러 번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수긍하며 그에 맞게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대신 무엇을 하던 최선을 다하고, 올바른 길로만 가자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 거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니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갈 필요 없다. 그 때 그 때 맞춰서 살아가면 된다.

  어차피 완벽한 삶은 없다. 그냥 어떤 삶이던 그 삶 자체를 살아가는 모든 이를 존중해야 된다. 그들 모두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는 중일 것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요, 축복이요, 고통이요, 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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