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발표가 나온 날, 나는 호진과 재준의 면회를 갔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에 합격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도 내 길을 찾아가고 있으니, 그들도 그들 만의 길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또래에게 자랑이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두 명과의 합동 면회는 불가능하여 따로 각각 면회를 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우선 시간이 먼저 맞은 재준과 면회를 했다. 그는 역시 유쾌했다. 가벼운 목소리로 교도소에서 겪은 경험을 과장을 섞어가며 재밌게 얘기해주었다. 어찌 좋기야 하겠느냐 만, 그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고 했다. 나의 앞에서 건 뒤에서 건 나를 무시하고, 멸시했던 발언과 속마음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자기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며,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난 그 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용서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그와의 만남을 끝마쳤다.
그리고 호진을 만났다. 그도 역시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과묵했다. 그와 나는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냥 서로의 안부만 묻고 조용하게 헤어졌다. 그러나 그 잔상은 짙게 내 마음속에 남았다.
두 사람과 면회를 하고 나서 느낀 것은, 사실 그 친구들 둘 다 평범한 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들도 자라온 환경이 나쁘지 않았으면 여느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 사회의 어둠을 먹고 자라며 점점 영향을 받아 어둠에 동화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어둠에 동화될 가능성이 있는 한 명의 사람을 더 만났다.
그는 바로 희수였다. 그 아이는 본인을 이해해주는 곳에서 자라면 능히 자신의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아이다. 그러나 이 사회가 그를 받아줄지가 의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명이라도 그 어둠에서 걷어내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그 아이와 만나 교육을 시키고, 그가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기로 목표를 정했다.
한 명 한 명,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을 챙기고 그 사람들이 핵분열처럼 주변을 도우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 어둠을 걷어내고, 밝은 빛을 내며 영원히 꺼지지 않는 환한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