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경찰서장도 그들과 한패였다. 최검사님께 그에 대해 듣게 됐다.
경찰서장은 늦둥이였다. 어머니는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며 어렵게 태어난 아들을 소중하게 키웠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외동인 것만 제외하고, 가족 구성이 임실장과 유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 불량배들이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술을 먹고 있었는데 은근슬쩍 미성년자가 들어와 그 술자리에 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은 본인이 미성년자라며 신고하겠다고, 아니면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당황한 어머니는 그런 법이 어딨냐고 반발하며 그들을 쫓아버렸다.
문제는 그 후였다. 그들은 수시로 식당에서 행패를 부렸다. 어머니는 소리를 질러보고, 육탄저지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교묘히 바꿔가며 어머니를 괴롭혔다. 서장은 이 모습을 고스란히 다 보았다.
아들을 위해 꾹 참고 버티던 어머니는 결국 그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했다. 결국 그 중 한 명이 교도소를 갔다. 그 불량배들은 본인들을 신고한 분풀이로 식당을 한바탕 엎고, 그 후로는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보던 어린 서장은 굉장히 무서웠고, 어머니를 돕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위한 마음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결국 경찰이 되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대견스러워했다. 그렇게 앞으로는 어머니를 지켜드리며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그에게 다시 불행이 시작되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불량배가 보복을 저지른 것이다. 그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말았다.
자신이 드디어 어머니를 보호하고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경찰서장은 충격으로 삶의 의지를 잃었다.
그렇게 허망한 세월을 보내던 그에게 어느 날 이사장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 사건을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서장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자신이 복수를 해줄 테니 어떤 남성의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다. 고민하던 경찰서장은 복수의 마음이 더 커 그 제안을 승낙하고 만다. 그리고 그 불량배는 임실장에게 반죽음 상태로 서장 앞에 끌려와 무릎 꿇고 싹싹 빌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며 서장은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통쾌함을 알게 되고 점점 이사장에게 빠져들어가게 된다. 이사장은 갖은 뒷배경을 동원해 그를 진급시키고, 그도 물심양면으로 이사장을 도왔다. 경찰서장은 멤버 중에서도 고위급이었던 것이다.
이사장은 고액 기부자들에게 특별한 표식이 있는 브로치를 나눠줬다. 그것들이 발전해 같은 문양의 반지, 목걸이, 귀걸이, 손수건 등으로 이어졌다. 최검사는 혜정이 구해온 기부자리스트와 이 기념품 등으로 그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산층부터 의사, 법조계 등 다양한 곳에 퍼져 있는 그들의 대응이 거셌다. 그들은 권력과 뇌물로 본인들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는 것을 막고, 법을 교묘히 빠져나가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았다. 그리하여 그들과의 끝나지 않는 싸움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