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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41화
작성일 : 19-11-09 03:28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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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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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12>

  최근 응급실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화상환자들의 수가 급증했는데, 그 중에는 뜨거운 음식이나 국물, 커피 등에 의해 사고를 입어 병원을 찾는 ‘화상’ 환자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화상환자들 중에 약 40% 이상이 이처럼 뜨거운 것에 사고를 당하는 ‘열탕화상’환자들이며, 어린이들의 화상사고 중 약 80%이상이 이 열탕화상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어제(15일) 저녁 5시 30분경 A군은 학원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중, 지나가던 행인 B씨와 부딪혀 B씨가 쏟은 커피로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A군의 어머니 C씨는 행인의 부주의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큰 피해를 입었다며, B씨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꽤 흘렀다. 다들 지쳐 보였다. 조사를 하는 수사관들도 조사를 받는 사람들도 모두 다. 그 중 하나 조형사만 빼고.

  “그래서 너네가 시킨 거 아니야?”

  “아니에요. 무슨 소리에요. 저는 저런 애들 본 적도 없어요.”

  “거짓말하지 마. 다 알고 있어!”

  “모른다니까요. 그럼 증거 보여주세요!”

  “아오! 이 자식들이 어디서 본 것만 많아서!”

  조형사는 임실장의 직원 중 한 명과 조사중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럼, 나랑 선우는 왜 쫓아왔어?”

  “몰라요. 그냥 주위 사람들이 가니까 같이 갔죠.”

  “위에서 시켰어?”

  “아니요. 그냥 주변 직원들이 가니까 도둑놈이나 뭐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요. 요즘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워낙 도둑들도 많고 그래서.”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어쨌든 몰라요 저는.”

  “그럼 쟤네들 둘은 왜 데려 갈라고 했어? 처음 보는 애들이라며”

  “그건 제가 한 거 아니라 모르겠는데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조형사는 체념한 듯 그 직원을 자리로 돌려보냈다. 임실장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답답함에 담배를 피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런 조형사를 본 후배가 뒤따라 나왔다.

  “저 놈들이 보통이 아니네요. 하나같이 모른다고 하고, 얼버무리면서 다 피해 나가네요.”

  “하아… 어디서 지침을 받은 건지, 참 답답하다. 그래도 계속 조사하다 보면 걸리는 게 하나는 있겠지…”

  “그럼요. 이제부터 체력전이죠. 저희는 장기전에 강하잖아요.”

  “그래, 맞아. 다른 놈으로 다시 조사해보자.”

  “옙, 알겠습니다.”

  둘은 마지못해 쓴 웃음을 지으며 달디 단 자판기 커피와 쓴 담배 한 모금으로 얼마 남지 않은 긍정의 힘을 짜내고 들어왔다. 그런데 경찰서 안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뭐야? 왜 이래?” 조형사가 물었다.

  “아, 그… 그게…” 말단 경찰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조형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조형사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선배님, 서장님이 찾으십니다.”

  “응? 나를?”

  “예…”

  항상 안 좋은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 조형사는 서장실에 불려갔다. 서장은 증거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저렇게 많이 체포를 해서 오면 어쩌냐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전근 간 사람이 왜 이 곳에 있는 거냐고도 했다. 조형사가 어떤 말을 해도 서장은 답이 정해진 사람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조형사는 답답함에 핏대를 세우며 저항도 했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정의감이나 화만 가지고 통하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하아… 서장님. 정말 실망입니다.”

  “실망이라니, 난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것뿐이야. 자네도 법 공부를 하지 않았나? 뭐든지 절차가 있는 거야. 내가 수사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잖아. 먼저 증거 찾아오고, 영장 신청해서 정상적으로 구속해서 수사해. 그럼 되잖아.”

  “증거라면 녹음기에 녹음된 파일이 있어요!”

  “그 거랑 지금 체포해 온 건 내용이 다르잖아. 그럼 일단 내보내고 그걸로 다시 영장 신청해.”

  “하아… 그럼 저 놈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증거인멸 하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거 다 할텐데요.”

  “자네도 알다시피 증거인멸은 범죄인정과 같은 효력이 있어. 혹시 진짜 저 놈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자네 말 대로 증거인멸을 할 거 아니야? 그럼 그 부분을 수사해도 되겠네.”

  “하아… 저 놈들이 그렇게 만만한 놈들이 아니에요, 서장님! 다 아시잖아요!”

  “뭐를 말인가? 난 저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들 인지도 몰라. 그리고 자네도 도망을 갔었다면서? 당당하다면 왜 도망을 간 겐가? 저 사람들 말대로 뭔가 켕기는 것이 있던 건 아니었는가?”

  “그건 저 놈들을 잡으려고…”

  “조형사, 그거 함정수사 아닌가? 상황에 따라선 그렇게 보일수도 있어. 저 사람들을 체포하는 과정이 자네에게 꼭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야. 오히려 역풍이 불어 자네가 다칠지도 몰라. 내가 그걸 걱정해서 하는 소리이기도 하네.”

  “그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내 얘기를 듣게. 가끔은 윗 사람의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도 있어.”

  조형사는 앞에 거대한 벽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좌절감에 휩싸여 서장실 문을 나왔다. 두 청년과 선우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부끄럽고 미안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맞다. 그 청년 두 명은 확실히 증거가 있으니 잡아 두게. 살인미수혐의지 아마?”

  조형사가 서장실을 나올 때 마지막으로 서장이 했던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선우와 호진이 우려했던 일, 절대 그렇게 만은 안 되게 하겠다는 약속이 조형사의 심장과 폐부를 찔렀다. 실제로 칼에 찔린 듯 통증도 느껴졌다. 심한 복통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벽을 짚고 겨우 버티며 1층으로 간신히 내려왔다.

  조형사의 의지와는 다르게 상황은 이미 정리가 되고 있었다. 검정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루루 풀려나고 있었다. 조형사는 그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얼이 반쯤 나간 사람 같아 보였다.

  “고생하게. 몸 조심하고, 조만간 또 봄세.”

  마지막으로 임실장이 나가며 조형사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조형사는 분노로 몸이 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북적이던 공간이 갑자기 휑 해지고 나니 철창 안 구석에 처량하게 앉아 있는 두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조형사의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저희 둘이 독박 쓰고 끝나는 건 아니겠죠?’

  ‘걱정 마, 내가 절대 그것만은 없게 만들 테니까. 협조나 잘해.’

  ‘그 사람들 엄청난 사람들이에요. 정말 믿어도 되요?’

  ‘그럼! 사필귀정이라는 말 알아? 모든 것은 결국 바른 길로 가게 되어있어. 걱정 마.’

  ‘알겠어요. 저흰 그럼 형사님만 믿어요.’

  앞서 한 약속들이 조형사의 머리속을 헤집고 다녔다.

  “으윽…”

  조형사는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조형사가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보였다. 순간 멍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지?’ 그리곤 주위를 둘러 봤다. 침대 옆엔 많이 본 얼굴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깨어 나셨어요?”

  “응, 선우구나. 여긴 어디지? 아아…”

  “예, 여기 병원이에요. 형사님 쓰러지셨어요.”

  “내가? 아, 그렇구나…”

  “예, 의사 선생님 말로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셨대요.”

  “맞다!”

  조형사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

  “형사님, 뭐 때문에 그러시는 줄 알아요. 일단 몸부터 챙기세요.”

  “하지만, 어떻게…”

  “역시 안 좋은 예감은 항상 틀리는 법이 없나 봐요. 결국 저희가 절대 안되길 바라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다른 방법을 또 찾아 봐야죠.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다시 반격할 때 형사님이 분명 필요할 테니까 그 때를 위해서 잠시 숨 고르는 시기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여기서 이럴 순 없어. 내가 가서 뭐라도 해야지.”

  조형사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움직임이 굉장히 힘겹게 느껴졌다. 선우는 당황한 듯 조형사를 다시 눕히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선배님, 깨어나셨네요?”

  “응, 이제 다시 복귀해야지. 사무실은 어때? 애들은 어떻게 됐어?”

  “아, 저기 그게…”

  조형사의 후배는 쉽사리 말을 하지 못했다.

  “뭐야? 뭔데? 빨리 말해.”

  “아… 서장님께서 형사님 몸 걱정되신다고, 한 달 정도 쉬라고 하셨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아예 쉬라고?”

  조형사는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이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무기력하게 침대 위로 주저 앉았다.

  “형사님, 아무래도 일단 쉬시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 친구 들한테는 제가 가볼게요.”

  선우가 말했다.

  “내가 면목이 없다… 어른이 돼서 매번 너한테 신세만 지고…”

  “나이가 뭐가 중요해요. 누구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게 맞는 거죠. 그리고 저도 이제 성인이니까 괜찮아요.”

  “하하, 그래. 아주 듬직하구나. 그래도 나도 뭔가를 해야 되는데…”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까 주무시고, 좀 더 생각해봐요 우리.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거에요.”

  “그래… 늘 고맙다, 선우야.”

  “저도 늘 감사드리고 있어요. 제 말을 끝까지 믿어 주시고, 행동까지 함께 해 주셔서…”

  “그래. 우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 유명한 야구 선수가 이런 말도 했자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요기 베라’죠.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

  “응? 누가 한 지까지는 잘 모르고… 하하하.”

  “아이 정말, 형사님 답네요 하하.”

  “그 친구들한테 가서 우리가 한 약속 꼭 지킬 테니까 걱정 말라고 좀 전해줘. 김형사가 만날 수 있게 해줄 거야. 김형사, 부탁 좀 할게”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걱정 마세요.”

  모두가 떠난 후, 조형사는 담배가 피고 싶어 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내 흡연을 포기하고 혼자 창밖을 바라봤다.

  ‘세상에 정의가 죽었다…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하고,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 미안하다…’

  조형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된 남자의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누가 볼까 숨죽여 펑펑 우는 그 모습은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청년의 눈물 같았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의 정의와 그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본인을 믿어준 청년들에게 느끼는 미안함도 있었으리라…

  조형사는 결국 담배를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해가 진 후에야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르고, 잠을 자야 내일이 오기 때문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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