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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40화
작성일 : 19-11-09 03:27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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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을 실은 차는 도로를 달리다 어느 마을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재준이 차에서 내려 공중전화로 걸어갔다. 그는 어딘 가에 전화를 걸어 잠시 통화를 하곤 다시 차로 걸어왔다.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며 그는 말했다.

  “오케이, 됐습니다.”

  “뭐래?” 조형사가 물었다.

  “호진이랑 둘이 형사님을 발견하고 도망쳐 나왔다고 말했어요. 갑자기 나오느라 차나 다른 것들 을 못 챙겨 나와서 어떻게 해야되냐고 했더니 서울 XX동 근처로 와서 다시 전화하라고 했어요.”

  “XX동?”

  조형사는 되물었다. 조형사와 선우는 그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곳은 이사장의 집이 있는 곳이었다.

  ‘임실장도 위급하니 역시 본인이 익숙한 곳으로 향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두철미하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검정 구두와 정장에 집착하고, 본인의 틀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틈이 발생되어 이런 여지를 주는 것을 보니 역시 완벽한 사람은 없나 보다.

  “예, 맞아요. 그럼 거기로 출발할까요?” 재준이 말했다.

  “그래, 올라 가자. 너네들 아까 했던 말들 꼭 명심해. 배신하면…”

  “아, 예, 예, 예. 배신하면 죽는다. 지옥까지 쫓아올 거다. 그 말이시죠? 다 알겠어요.”

  “그, 그래.”

  조형사는 재준의 말에 멋 적은 듯 웃었다. 선우는 엑셀을 밟았다. 아니, 다시 말하지만, 이건 장애인이 운전 가능하도록 전용으로 나온 차다. 엑셀을 밟지 않고 버튼을 눌렀다. 차는 앞으로 움직였다. 차는 서울을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다시 무대는 서울로 바뀌었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네비게이션에서 익숙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느덧 차는 서울 XX동에 도착하였다. 재준은 차에서 내려 공중전화로 다시 향했다. 통화를 잠깐 하고는 다시 돌아와 호진도 내리게 하였다.

  “형사님, 이 근처로 오라고 하니까 여기서부턴 걸어 갈게요. 형사님도 잘 해주셔야 돼요. 우리 목숨도 형사님한테 달려있어요. 그 사람 무서운 사람이에요.”

  “그래, 걱정 마. 너네도 잘 움직이고.”

  “예.”

  호진과 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진은 조형사와 선우의 눈을, 선우는 재준과 호진의 눈을 바라봤다. 곧, 호진과 재준은 뒤를 돌아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선우는 잠시 후 조용히 차를 몰아 약속장소 근처의 좋은 장소를 찾아 그 곳에 차를 주차했다.

  “자, 선우야. 갔다 올게.”

  “저도 같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응, 괜찮아. 넌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저 둘도 있고.”

  “예… 그런데 저 둘 너무 믿지 마세요.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애들이에요.”

  “하하, 그래. 뭐든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걱정 마!”

  ”예, 형사님. 조심하세요. 저도 여기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게요.”

  “응. 굿 럭!”

  조형사는 사람 좋은 미소로 선우에게 행운을 빌며 예정된 격전의 장소로 향했다. 선우는 그의 뒷모습에서 당당함과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믿음직스런 어른의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호진과 재준이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골목이었다. 조형사는 그 곳을 볼 수 있는 곳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검정색 차량이 호진, 재준 둘에게 다가갔다. 조수석 창문이 열리더니 어떤 남성이 둘과 대화를 나눴다. 조형사는 갑자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들이 대화를 하며 조형사 쪽을 손으로 가르켰다. 조형사는 착각이려니 했는데 차량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후 ‘뭔가가 틀어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차량이 오는 반대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 곳에도 건장한 사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형사는 호진과 재준을 쳐다봤다. 그 둘은 조형사의 눈을 피하고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다른 사내들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형사는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조형사를 포위하며 다가왔다. 조형사는 골목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사내들도 덩달아 뛰었다. 그는 여러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계속 뛰었다. 하지만 뛰어도 뛰어도 그를 쫓아오는 사람들을 떨쳐내진 못했다.

  그렇게 뛰다 골목이 끝나갈 때쯤 옆 골목에서 갑자기 차가 조형사 앞으로 튀어나와 그를 가로 막았다. 조형사는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바로 차 문을 열고 그 차로 튀어 올라탔다. 다행히 그 차는 선우의 차였다.

  “형사님,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에요?”

  “역시, 그 놈들이 우릴 배신했어! 일단 도망쳐! 생각보다 상대가 많아.”

  선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차를 빠르게 몰았다. 빈 도로를 향해 정신없이 달렸지만, 추격하는 검정 차들을 따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쫓아오는 차와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었다. 선우는 위기감을 느끼고 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급커브를 했다. 뒤의 차도 역시나 커브를 하여 쫓아왔다. 선우는 골목을 이리 저리 돌았다. ‘아뿔싸’ 길이 막혀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온 것이다. 주변엔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선우와 조형사는 서로를 마주봤다.

  그 때 뒤 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 쫓아오던 차가 선우의 차를 뒤에서 막고, 그 안에서 사람이 내렸다. 그 중에는 임실장도 있었다. 그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차로 다가왔다. 주변엔 건장한 사내들이 2명 더 있었다. 임실장 하나로도 벅찼던 조형사에게 3명을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둘은 문을 잠그고 버티려 했다. 그러나 이내 이대론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걸 포기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임실장은 조형사를 차에서 꺼내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러자 곧바로 아까 있던 사내 둘이 그를 제압했다. 조형사는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임실장은 선우에게 다가갔다.

  “뭐야? 다들 포기한거야? 생각보다 얌전하네? 아니면 오늘도 총을 꺼내시려나?”

  그렇다. 이상하리만치 선우와 조형사 두 사람은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임실장이 의아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게요. 너무 자주 봐서 편해졌나 봐요. 이러다 금방 정도 들겠어요. 하하.”

  “뭐? 이 XX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나 보구만. 오냐오냐 했더니.”

  임실장은 선우의 말에 짜증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선우의 표정은 기죽지 않고 당당했다.

  “하하하하하하.”

  뒤에서 지켜보던 조형사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임실장은 영문 모를 웃음에 당황한 듯 보였다.

  “이 것들이 실성을 했나?”

  “선우야, 지금이다!”

  그 때 갑자기 조형사가 소리쳤다. 선우는 조형사의 말을 듣자 마자 몰래 숨기고 있던 수갑을 임실장의 팔목에 채웠다. 임실장은 반사적으로 팔을 뿌리쳤다. 그러나 선우가 한 발 빨랐다. 수갑의 나머지 한 쪽에는 끈이 묶여 있었고, 그 끈은 차의 어딘 가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임실장은 선우의 얼굴을 한 대 때리고는 끈을 자르려고 했다.

  조형사를 잡고 있던 사내 중 한 명이 임실장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조형사가 남아 있는 한 명의 목을 팔로 감고 조르기를 시도했다. 그 사내는 힘없이 기절했다. 임실장과 다른 사내가 멈칫했다. 그리고 그 사내는 품에 차고 있던 칼을 꺼냈다. 날카롭고 긴 칼은 살짝 닿기만 해도 살이 베일 것만 같았다. 조형사는 긴장한 듯 보였다. 바로 그 때,

  탕!

  공포탄 소리가 한 발 들렸다. 순간 정적과 함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이 쏠렸다. 소리가 난 곳은 골목길 뒤편이었다. 그리곤 곧이어 경찰들이 임실장과 그 사내들을 포위했다.

  “임XX, 당신을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경찰 중 한 명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그들을 체포했다. 다수의 경찰과 총에 둘러 싸인 그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임실장은 선우가 채운 수갑 덕에 도망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야, 왜 이렇게 늦게왔어. 좀만 늦게 왔어도 영정사진으로 인사할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사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요.”

  “뭐?”

  “선우가 임실장이 도망가면 안 된다고, 꼭 자기가 수갑을 채운 후에 나타나 달라고 했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아, 아…”

  조형사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 둘은 드디어 임실장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선우야 괜찮니?”

  조형사의 후배로 보이는 경찰이 선우에게 다가와 물었다.

  “예, 괜찮아요. 아! 맞다. 부탁드린 다른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 그 친구들 말하는 거지?”

  “예, 무사한가요?”

  “응, 걱정 마. 저 사람들이 차에 태워 끌고 가기 전에 동료들이 구해왔어(?). 어차피 우리가 체포한 거니까 구했다고 하기는 뭔가 좀 이상하지만.”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그 친구들도 본인들이 저지른 죄값은 받아야죠. 제대로 뉘우치고 새 삶을 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고맙긴, 원래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인데. 자 여기도 경찰서로 출발해야겠다. 선우 넌 집에 데려다줄까?”

  “아, 아니에요. 저도 같이 갈게요. 참고인 혹은 그 이상으로 제가 필요할거에요.”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조형사님! 출발하시죠. 거기서 주무실 건 아니죠? 하하.”

  “이 자식이, 기고만장 하네! 얼른 가자! 국밥 한 그릇 시켜 놔. 배고프니까.”

  “옙, 알겠습니다.”

  조형사는 선우의 차에 올라탔다.

  “어때? 몸은 괜찮아?”

  “그럼요. 제가 보기보다 맷집이 좋아요. 그래도 손이 맵긴 하던데요?”

  “그렇지? 내가 새삼스레 대단하게 보이지 않냐? 하하.”

  “글쎄요… 하하.”

  “어쨌든 고생했다. 너랑 호진이었나? 그 친구의 계획이 잘 들어맞았어. 좀 무모하긴 했지만. 특히 네가 수갑 채우는 건 굳이 그렇게 했어야 했나 싶어.”

  “뭔가 여기에서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잖아요?”

  “아무튼 보기 랑은 다르다니까.”

  “그럼요. 보기엔 샌님 같아도 모험을 즐기고 은근 남성다운 모습이 있습니다. 승부욕도 있구요.”

  “그래 그래. 바람직하다. 하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덧 경찰서에 도착했다. 조형사는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내렸다. 선우는 그 것을 타고 조형사와 함께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막 잡혀온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선우는 그 쪽으로 바퀴를 굴렸다. 주변 형사들이 위험하다고 손짓했지만 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선우 때문에 잡혀온 사람들이 우리에 갇힌 맹수 마냥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선우를 응시했다. 그들의 눈빛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그 중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임실장도 있었다. 선우는 그들을 지나쳐 그들과 다른 공간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둘 중 한 명의 남자가 선우를 보고 반가운 듯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재준이었다.

  “어때? 우릴 믿으라고 했지? 그 쪽도 네 생각대로 잘 됐나봐?”

  “응, 너네들 덕분에 계획대로 성공했어. 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그나저나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될까?”

  “냉정하게 말하면, 살인미수야. 그런데 협력한 것이 어느정도 정상참작이 되면 좀 도움이 될 거야. 너희들이 저지른 죄값은 받고, 앞으론 남에게 피해주는 삶은 살지마. 그러면 너희들이 어떻게 살던 뭐라 그럴 사람도 없고, 상관할 사람도 없을 거야. 앞으로 각자 잘 살아가자.”

  “하하, 너도 참 별난 녀석이라니까. 너무 사실적이라 반박할 말이 없다. 하지만 쿨해서 좋아.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만나자.”

  “글쎄…”

  선우는 말 끝을 흐리며 벽쪽에 기대 있는 호진을 봤다. 그도 무표정하게 선우를 쳐다봤다. 그리곤 뭐라고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선우는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아 되물었다.

  “xxxxxx”

  “응? 잘 안들려?”

  “고맙다.”

  호진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향해 말했다. 선우는 그의 말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눈물도왈칵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그 말이 유독 진심처럼 느껴졌다.

  “나도 고맙다. 다들 잘 살아라.”

  선우는 이 말을 남기고 뒤로 돌아 나왔다.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뒤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우는 그들이 울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청년들의 시간이 무르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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