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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27화
작성일 : 19-11-09 03:20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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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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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조형사는 평소와 같이 경찰서로 출근을 했다. 자리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자판기에서 밀크 커피 한 잔을 뽑았다. 컵이 떨어지듯 제 위치로 나온 후 진한 베이지 색 커피가 ‘쪼로록’ 쏟아져 나오며 잔을 채웠다. “삐” 소리가 나자 그는 잔을 손으로 빼 한 모금 홀짝였다. 진한 단 맛이 그의 혀를 자극하며 머리 속의 뇌까지 찡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리고 담배를 한 대 입에 물려는 순간 자신을 보고 수근대는 다른 부서 동료를 발견했다.

 

  그제서야 조형사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알아챘다. 부서가 평소보다 더 조용했던 건 기분 탓이려니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았다가 하늘을 향해 다시 더 깊고 길게 내 뱉었다. 담배연기는 하늘로 오르는 듯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 곳에는 담배의 향 만이 남았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잠시 후 멍하니 앉아있는 그를 누군가 불렀다. 그리곤 그와 함께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 곳은 바로 경찰서장 실이었다. 그는 문을 노크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서장님, 부르셨습니까?” 조형사는 말했다.

  “어, 왔나. 자리에 앉게.”

  “예.”

  “음… 요새 일은 어떤 가?”

  “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음, 그래.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근데 말이야. 일에도 법과 절차가 중요한 거야.”

  “예? 그게 무슨…”

  “자네 어제 뭐했나?”

  “그게…” 조형사는 경찰서장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경찰이 신고도 없이 수사를 하고, 폭력을 사주했다고. 그게 무슨 소린가 도대체? 자네는 어디서 경찰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 겐가?”

  “아닙니다. 그건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면?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뭔가?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다 거짓말이란 건가?”

  “그… 그게…”

  “아무래도 없는 일은 아닌가 보구만. 됐네.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네.”

  조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기 발과 바닥 중간 쯤을 계속 응시했다. 서장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가 평소 열심히 해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네.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 거야. 요즘 힘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욕심을 부렸던 게야. 잠시 좀 쉬 게나.”

  “예? 그게 무슨…” 조형사는 그제서야 놀란 눈으로 서장을 쳐다봤다. 그의 눈은 가늘고 길게 뜬 뱀의 눈 같았다.

  “오늘 인사명령이 뜰 거야. 한산한 지방으로 가서 좀 쉬면서 머리도 좀 식히고 오 게나. 할 말 끝났으니 나가봐.”

  “그게 무슨 말씀 이세요. 서장님!”

  서장은 대꾸 없이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그는 조형사를 서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조형사는 조금 버티는 듯하다 이내 포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도 버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지방의 지구대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며 조형사는 생각했다.

  ‘아, 이걸 어쩌지… 이 상황을 빨리 선우에게 말 해야 되는데…’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 때 갑자기 선우가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아… 내가 다 망쳤어. 선우는 분명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연락을 해…’

  그는 폰을 내려놓고 운전대를 잡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차는 점점 서울과 멀어졌다.

 

  그 시각 선우는 오래 간만에 엄마와 외출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인 듯했다.

  엄마와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엄마는 오랜만의 아들과의 시간이 너무 소중한지 수많은 얘기를 쉴 새 없이 계속 쏟아냈다. 선우도 그 마음을 알기에 섣불리 대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선우와 조형사, 두 남자의 시간은 엇갈린 채로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럴수록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날 밤이 되어서야 선우는 방으로 들어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연락처에서 조형사를 검색했다. 그 때 그의 눈에 시간이 보였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아, 너무 늦었네?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 내일 전화 드려야겠다…’

  선우는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 참을 뒤척이다 시간을 다시 봤다. 시간은 12시가 넘어 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순간 선우는 뭔 가에 홀린 듯 핸드폰 화면을 해제하고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뚜 뚜뚜뚜뚜

  “잉?” 핸드폰에선 통화 중 알림 음이 흘러나왔다.

  ‘어디 통화 중이신 가?’

  그는 조금 고민을 하다 폰을 다시 내려놓고 누웠다.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그 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그는 잽싸게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선우야, 밤늦게 전화해서 미안하다.”

  “예? 아니에요, 형사님. 괜찮아요.”

  “혹시 잤니? 아니면 좀 전에 통화 중이던데, 여자친구랑 통화했니?”

  “예? 아니에요. 저도…”

  “아이고, 무슨 소리야.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예, 하하… 그런데 무슨 일 이세요?”

  “음… 우선 너한테 미안하단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너한테 전화를 하고 있는건지…”

  “괜찮아요, 형사님. 말해주세요.”

  “그게 있잖아… 우선 미안해. 내가 너의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에? 그게 무슨 소리에요?”

  조형사는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선우에게 말했다. 선우는 크게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듯 덤덤하게 그 얘기를 계속 들었다. 조형사는 한번 더 미안하단 얘기를 하며 얘기를 끝마쳤다.

  둘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조형사는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선우가 앞에 있었다면 차마 고개를 들어 선우의 눈을 마주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우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형사님, 괜찮아요. 잘 하셨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안 그래도 계속 생각을 해봤어요. 형사님 생각도 일리가 있었어요. 제가 너무 안전하고 평범하게만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책상에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니 현장에서의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나 봐요.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에요. 평범하고 안전한 방법만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어요. 아니 상대조차 할 수 없어요. 저희도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해야죠. 걱정 마세요. 제가 생각이 있어요.”

  “응?”

  조형사는 예상치 못한 선우의 말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감동으로 다가와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 참았다. 지금 벌어진 일이 어찌 좋기만 하겠으랴…

  “형사님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어요. 당분간 쉬고 계세요.”

  “응?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와서 그냥 물러나 있으라고?”

  “그런 말 아니에요. 이제 제 차례란 말이죠. It’s my turn.”

  갑작스런 영어에 조형사는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형사님 제가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에요. 거기서 쉬고 계시다가 형사님 차례가 되면 말씀드릴 게요. 그 때 절 도와주시면 돼요. 대신 그 때는 최대한 빨리 와 주셔야 돼요.”

  “그래, 선우야. 내가 1호차 운전병 출신이야. 걱정 마. 그 땐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도울게. 무슨 일이 있던 최대한 빨리 가서 네 옆에 있을 게.”

  “정말 감사드려요. 형사님 도움이 꼭 필요할 거에요. 우리는 이길 수 있어요.”

  “그래, 선우야. 널 믿고 기다릴 게. 우린 한 팀이야.”

  “예! 아 참 그리고 형사님.”

  “응? 또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요… 아까 저도 사실 형사님께 전화하고 있었어요. 둘이 뭔가가 통했나봐요.”

  “응? 그래? 하하하하. 둘이 텔레파시가 통했나보다.”

  “그런 가봐요. 하하.”

  그렇게 두 남자의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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