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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첩자가 확실합니다.
작성일 : 17-07-18 15:42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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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갈이 눈 속에서 혼자 청승 떨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더니 서로 아는 사이처럼 친한 척 하고 있었다.

 

 여자가 이쪽을 보는 듯 했다. 급기야 여자를 자신의 등에 태웠다.

 

 

 “야, 시갈 저 녀석 안 하던 짓을 하는데.”

 

 “그러게요. 주군 아니면 절대 태우지 않잖아요. 이리로 오는 대요.”

 

 “우리한테 인사시키려는 거지. 마음에 드는 암컷이다 히히히잉.”

 

 

 기사 하나가 말울음 소리를 흉내 내니 다른 기사들이 웃었다.

 

 아카드의 미간이 좁아졌다. 천천히 다시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갈이 여자와 함께 출발지점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출렁임으로 인해 여자 머리에 쓴 후두가 벗겨졌다. 풍성한 붉은 머리카락이 눈 속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

 

 기사들은 시시덕거림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윈터포인트에서 마차에 태워 데리고 왔던 여자.

 

 영주의 키스를 받고 옅은 숨이 멈췄다는 특별 하사품.

 

 아카드의 눈도 기사들처럼 믿기 어려운 것을 보고 있었다.

 

 기사들 곁으로 돌아 온 시갈이 기분이 좋은지 제자리에서 겅주겅중 가볍게 움직였다.

 

 

 “기사님?”

 

 

 세라가 해사하게 웃으며 아카드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만났네요.”

 

 

 아카드는 계단을 내려오다 어느 순간 정지된 채 서 있기만 했다.

 

 파갈성에서의 첫 만남처럼, 후두 속 그늘에 눈을 숨긴 채, 굳게 다문 입과 날렵한 턱선만 보였다.

 

 그가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자, 세라는 시갈에게서 내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치맛단을 충분히 올린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는지 밑단이 발밑에 밟혀 들어갔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순간, 아카드가 재빠르게 날아 내리듯 열 개가 넘는 계단을 한 번에 뛰어내려 그녀의 팔을 잡아 세웠다.

 

 중심을 잡고 선 그녀를 놓아 줄 생각도 못한 채 한동안 응시했다.

 

 

 “하아, 반가워서 서두르다 보니.”

 

 

 햐얀 입김을 쏟아 내며 여전히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발그레진 볼과 입술 그리고 코끝이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카드는 여전히 확신을 찾으려는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 볼 뿐이었다. 잠시 후, 자신이 여전히 그녀를 잡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둘러 손을 거뒀다.

 

 시갈이 기사들의 말을 마구간 쪽으로 몰아갔다. 그 위에 탄 기사들은 고개를 획 돌려 두 남녀의 재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용쓰다가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님, 약속 안 지키셨죠? 영주님이 털끝하나 안 건드리게 해 준다고 하셨잖아요?”

 

 “…….”

 

 “그런데 입…….”

 

 맞춤 했대요. 세라는 뒷말을 숨기고 싶어졌다.

 

 

 “……죄송해요. 너무 반가운 나머지 제가 투정을 부리려드네요.”

 

 

 고마운 마음이 더 큰데 엉뚱한 방향으로 감정이 튀어 나갔다. 이제까지는 그리운 감정, 고마운 감정, 좋은 감정 등등 모든 감정을 감추는 노력으로 살아왔었다.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찌되든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지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며 사는 삶은 멈추기로 했다. 새로 주어진 두 번 째 삶은 감정에 충실 할 것이다.

 

 

 “기사님은 신경조차 쓰지 않겠지만 저는……기사님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

 

 “인사도 없이 그렇게 가버려서…… 많이, 섭섭했어요.”

 

 

 느껴지는 대로 말하고 산다는 것이 이렇게 떨리는 일이었구나. 별의미도 아닌 감사의 표현일 뿐인데 왜 이리 설레 일까? 땀이 식어서 떨리는 건가?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서,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

 

 “고마웠어요. 여러모로.”

 

 

 몇 마디 내뱉지 않았는데 밑천이 벌써 바닥났다. 더 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데. 뭐라 한마디만이라도 해 주지.

 

 어쩜, 한결같이 말이 없는 남자다.

 

 나만…… 반가운 거야.

 

 

 “시갈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만날 수 있었네요.”

 

 

 한 마디만 해 줘요.

 

 

 “시갈한테도 고맙다고 했어요.”

 

 

 잘 있었냐고.

 

 

 “피곤하실 텐데 제가 붙잡았나요?”

 

 

 그렇게 할 말이 없으면 어색한 미소라도.

 

 

 점점 초라해지네.

 

 

 “그럼.”

 

 

 자신의 반가움이 더 이상 어색해지기 전에 사라져야 했다. 목례를 하고 그를 지나 계단을 딛으려는 찰나에도 그가 붙잡아 주길 기대했다.

 

 몇 계단 올라서서도 그녀를 부르는 낮고 거친 음성을 기대했다.

 

 차라리 그녀를 지나쳐 가면 뒷모습이라도 한 번 더 볼 수 있을 텐데.

 

 꿈에서도 기다리던 재회의 순간이 고작 이런 건가?

 

 정말 무심한 남자군. 아론이라면 저러지 않았을 텐데. 아론이라면…….

 

 하지만 저 남자는 아론이 아니니까 그녀가 이해해 줘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어찌 나오나 시험하는 걸까?

 

 어색함에 이리 쉽게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 웃고 있을지도 몰라.

 

 세라는 계단 오르기를 멈추고, 용기를 내어 다시 한 번 그를 마주하려했다. 뒤를 돌아보았다.

 

 

 “하아~.”

 

 

 당황한 세라는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이 새어나왔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적어도 그 자리에 서 있기라도 할 줄 알았던 검은 기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

 

 

 

 다행히 오늘은 세탁방일도 이례적으로 적어 이른 오후에 일이 끝났다. 게다가 요즘은 해지기 전에, 하던 일도 중단하고 세탁방을 나오도록 조치가 취해져 그나마 살만했다.

 

 예쁘게 내리는 솜뭉치 같은 함박눈을 맞으며, 눈이 만드는 신기한 소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세라는 뜻밖의 만남에 환희에 차올랐다가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한참동안 계단위에 앉아 있었다. 기사한테 냉대 받은 이 상태로 혼자 있다가는 미칠 것 같아 시갈한테 하소연이나 할까 싶어 마구간을 찾아 갔다.

 

 말한테 연애 상담하러 가다니. 시갈하고 말을 주고받던 기사를 희한하게 보던 그녀였다.

 

 야수의 아가리 같은 본성으로 올라가는 거대한 계단을 오르지 않고 끼고 돌면, 기사전용 마굿간, 실내 훈련장, 식당, 숙소가 들어찰 만큼 큰 규모의 동굴 같지 않은 동굴이 나왔다.

 

 바위산 아래 이리 굉장한 공간이 있을 줄이야. 왜 이곳에 본성을 올렸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추위에 최적화 된 장소였다. 눈보라가 쳐도 훈련이 가능했고 기사들의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동굴에서 솟아나는 온천이 있는지 유황냄새가 짙게 났다.

 

 아라늄(빛을 내는 돌)을 얼기설기 짠 그물에 담아, 여기저기 걸어두었다. 그것들은 한 두 개의 횃불에서 나오는 빛을 그대로 반사하여 어둠 속을 밝혀 주었다.

 

 세라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마구간을, 냄새를 따라 쉽게 찾았다. 그러나 자신보다 먼저 연애상담을 받으러 온 여자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갈, 그분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게 내 명대로 못 살 것 같다. 어쩌면 좋아?”

 

 

 금발머리 여자에게 시갈이 콧김을 뿜으며 고개를 저였다.

 

 

 

 “딴 여자가 있다니, 말도 안 돼! 또 한 번만 그딴 소리를 했다간 너도 재미없을 줄 알아!”

 

 “프르르르르.”

 

 

 여자는 소리를 낮춰 속삭이며 누가 볼세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로 비싸게 굴지 않기로 했잖아, 동업자!”

 

 “푸후~ 푸우우우우후~”

 

 “언제 허튼소리하는 거 봤어? 걔도 네가 싫지 않은 모양이야. 그러니까 내가 말한 대로 그것만 입에 물고 가면 확실하다니까, 그래.”

 

 “히이이이잉.”

 

 “알았어 알았다고, 네 냄새 묻은 당근은 내가 다 알아서 갖다 놀 거야. 약속한대로 너도 준비했겠지? 날 엿 먹일 생각 따위 하면 재미없어!”

 

 “프르르르르르루~.”

 

 “난 다 준비 됐어. 언제가 좋을까?”

 

 “히이이이잉.”

 

 “안 돼! 방금 도착했는데 또 어딜 가! 젠장! 젠장! 젠장!!!!”

 

 

 검은 기사만 늑대랑 말이랑 대화하는 줄 알았더니, 여기는 제 2 외국어가 동물어인가?

 

 세라는 금발의 여자가 당황할까 싶어 동굴 틈 사이에 몸을 숨겼다.

 

 뒷모습이 눈에 익어 다시 한 번 힐끗 내다보았다. 약간 비튼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세탁방 샤르트?

 

 최근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제의 하사품.

 

 쯧쯧.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인인 그녀가 어쩌다 저리 정신을 놓고 말았을까?

 

 분명 이곳에 와서 영주랑 있으면서 간이 콩알만 해졌다가 배 밖으로 나왔다가 하면서 저리 되었을 것이다.

 

 빨래를 하면서 자신을 노려보던 눈이 예사롭지 않다했는데……제 정신이 아니었어!

 

 세라는 시갈과의 회포는 다음기회에 풀기로 하고 마굿간을 나왔다.

 

 

 

 *

 

 

 

 저녁을 해결하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식당으로 향했다.

 

 구수한 냄새가 그녀의 허탈한 마음을…… 전혀 달래 주지 못했다.

 

 이런 꿀꿀한 기분일 땐, 단 것이 필요한데. 과일 잼을 잔뜩 얹은 케익이라도 먹었으면.

 

 할리부인이 있었다.

 

 

 “세라, 영주님이 오셨으니까 돌아다니지 말고 방에 가 있어. 약방에 들리셨다가 바로 올라가실 테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할리부인의 경고가 기사 때문에 상심한 그녀의 마음을 긴장시켰다.

 

 드디어 영주를 보는구나. 소문과는 다소 다르다는 게 확실하니까 너무 겁먹지 말자.

 

 영주가 오니까 검은 기사도 돌아 왔나보네. 영주 가까이서 수행하는 기사인가?

 

 결국, 다시 기사 생각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꼬르르륵~

 

 기사의 냉대든, 미치광이 영주의 출현이든, 배꼽시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일을 했다.

 

 

 “저녁 얼른 먹고 가면 안 될까요. 배가 고픈데.”

 

 

 쯧, 할리부인이 혀를 찼지만 안 된다는 말이 없기에 식판에 음식을 담아 서둘러 먹었다.

 

 눈칫밥을 먹으니 늘 허기진다. 먹어도 먹어도 허한기가 가시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여전히 불편하지만 예전처럼 혐오를 담은 눈에 다른 것도 가미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민이었다. 그녀를 측은히 생각하는 눈빛이 덧씌워져 있었다.

 

 그래. 이런 난리 통에 태어난 게 어디 우리 탓인가? 서로 불쌍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상책이지.

 

 

 “세탁방 노파의 금화가 또 없어졌대.”

 

 “아이구야~ 시끄러워지겠구먼.”

 

 

 세라는 숟가락을 든 손을 열심히 움직이며, 등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세탁방 노파라면 그녀의 옆 자리에서 빨래하는 왜소한 노인을 말하는 거 아냐?

 

 금화? 빨래하다 말고 종종 허리춤에서 꺼낸 금화를 경배하듯 바라보던 노파가 떠올랐다.

 

 무척 소중한 거 같은데 안 됐네. 어쩌다 잃어버린 걸까?

 

 식사를 부랴부랴 끝내고 영주의 방으로 향했다. 먹은 것이 채하지 않아야 할 텐데.

 

 복도에서 서성이며 뭔가를 찾는 세탁방 노파와 마주쳤다.

 

 

 “할머니.”

 

 

 세라가 먼저 노파를 불렀다.

 

 노파는 힐끗 쳐다볼 뿐, 계속 고개를 숙여 바닥을 훑고 있었다.

 

 

 “금화를 잃어버리셨어요?”

 

 

 노파의 동작이 일순간 멈추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세라를 응시했다. 그 눈이 마치 범인을 찾은 형사처럼 번뜩였다.

 

 세라는 괜스레 찔려,

 

 

 “식당에서 들었어요.”

 

 

 식당 쪽을 가리켰다.

 

 

 “누가 말 했는데?”

 

 “그, 그건 모르겠어요. 등 뒤에서 들렸는데 돌아보지 않았거든요.”

 

 

 노파의 눈이 금방이라도 그녀의 눈을 뚫고 들어 올 것 같았다.

 

 

 “이, 이 근방에서 잃어버리셨어요? 같이 찾아봐 드리고 싶지만 영주님이 오셔서…… 가, 가봐야 해서요.”

 

 

 세라는 노파의 눈초리가 너무나 섬뜩하게 보여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왜 범인이라도 된 듯 쳐다보는 거야?

 

 세라는 노파와 멀어지다 모퉁이를 돌기 전에 힐끗 뒤돌아봤다.

 

 노파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세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기겁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금화를 잃어버린 것을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데, 네년이 훔치지 않고서야 그걸 어떻게 알아."

 

 

 노파가 이를 갈며 중얼 거렸다.

 

 

 

 

 **

 

 

 

 

 “어떻게 된 거야?”

 

 

 곧장 약방으로 온 아카드는 브르노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영주님 오셨어요?”

 

 

 중년의 살찐 볼이 씰룩 올라가며 반겼지만 영주는 오직 대답만이 급할 뿐이었다.

 

 

 “하사품.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특이하게도 독에 내성이 있는 듯싶어요. 영주님처럼 말이죠.”

 

 “내성?”

 

 “마라는 혼합독이잖습니까. 이런 저런 여러 가지 독에 내성이 있어서 치명적인 위험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숨이 멈춘 걸 내가 확인했는데.”

 

 “영주님도 숨이 멈췄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입니까? 오히려 기력이 다한 몸에 자극을 주어 소생시켜 준 것 같습니다.”

 

 “…….”

 

 “이번에야 말로 황제가 큰 건 수 올린 것 같습니다만.”

 

 “무슨 뜻이야?”

 

 “영주님처럼 독에 내성을 가진 여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죠. 아니 그보다 어려운 일이죠. 직접 별을 만들어내지 않고서야.”

 

 “직접 만들어냈다……황제의 첩자라는 뜻인가?”

 

 “십중 팔구죠. 벌써부터 저 여자가 카라스의 여자라는 둥, 하늘이 보내 준 영주님의 여자라는 둥, 성안은 시끌벅쩍 해요. 황제가 노리는 게 뭐겠어요. 외로운 영주를 옭아맬 독에도 끄떡없는 여자. 오랜 시간을 걸려 준비 된 첩자가 확실합니다.”

 

 

 오랜 시간을 걸려 준비 된 첩자.

 

 아카드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주님 개인을 생각하면 귀한 인연이겠으나, 다른 첩자들처럼 빨리 처단하시는 게 상책입니다.”

 

 

 3년 전부터 황제로부터 온 하사품, 노예들 중에 특별 지령을 받고 온 첩자들이 섞여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아닌 자들이 있어 구별해 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군사로 훈련되는 남자 노예들은 기사단들의 관리하에 있지만, 하녀가 되는 여자노예들 그리고 영주의 침실에 머무는 하사품은 여기 본성에 있는 관리자들의 몫이었다.

 

 

 “첩자라는 증거라도 나왔나?”

 

 “이번 경우엔 그 여자 자체가 모두 증거입니다.”

 

 

 브르노는 본성에 끼어들어 온 쥐새끼를 비밀리에 색출하는 책임자였다.

 

 

 “어떤 종류인 줄도 모를 수많은 독에 대한 내성, 그것이 증거죠.”

 

 

 마라라는 독은 40가지가 넘는 독들이 절묘한 양으로 배합되어 있었다. 5할이 바이보사 독사의 독이고 나머지는, 몇 가지는 밝혀냈으나 여전히 알 수 없는 독들의 배합이었다.

 

 마라 덕에 오히려 원기를 얻어 소생했다면 적어도 그 독들 대부분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황제라면 독의 배합을 정확히 알 테고, 마라를 하사품들에 끼워 보내는 자가 바로 황제이니, 이번 특별 하사품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 틀림없었다.

 

 건강한 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땐 진통제, 항생제, 치료제로 마라를 희석시켜 사용하면 효과가 좋았다. 그러나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작용을 할 뿐이다.

 

 브르노의 판단에 항상 즉각적으로 순응하던 영주가 망설이고 있었다.

 

 

 “샤르트 경우처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닐까?”

 

 “허허허. 세탁방 샤르트 생각만 하면…….”

 

 

 웃음기 띤 부르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갈까지 첩자로 몰고 갈 뻔했으니. 나 참,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기 그지없어요. 그러고 보면 황제도 유머감각이 뛰어나지요. 우리를 골탕 먹이는 재미가 솔솔 했을 텐데.”

 

 

 낙천적인 푸근한 인상이 한참을 싱글벙글 대다가 갑자기 진지하게 돌변했다.

 

 

 “샤르트 경우와는 다릅니다. 빨리 결정하시죠. 오늘 밤이라도.”

 

 

 늦어질수록 영주에게 어려운 선택이 될 것 같았다.

 

 카라스성으로 오는 도중 둘이 정이라도 들은 건가?

 

 특별 하사품이 숨을 거둔 상태에서 시체를 치우라는 명령도 없이 밤새 옆에 두었던 것도, 지금 저리 안절부절 못하는 눈동자도, 모두 그답지 않았다.

 

 브르노는 첩자 색출 책임자로서 그의 판단을 재차 진언하기로 결심했다.

 

 

 “첩자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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