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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추격자들.
작성일 : 17-07-15 14:26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6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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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카라스성을 향해 3일째.

 

 

 

 

 황제는 그의 황금 권좌에서 신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어제 뢰메르 숲을 지났다 하옵니다.”

 

 “결국 움직였군.”

 

 “노예상인들과 폐하의 조카이신 후렌카님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걸로 부족해.”

 

 “그래서 지시하신대로 신분을 감춘 용병들도 준비시켜 뒀으니 곧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그들 상대가 누군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알고도 나설 놈이 있을까.”

 

 “…….”

 

 “미끼를 물었으니 꽉 물고 놓지 마라.”

 

 영주를 최대한 붙잡아 놔야한다. 이제 새로운 제국의 역사를 다시 써야하는 시발점, 황제의 회색빛 눈동자가 빛났다.

 

 

 

 

 

 **

 

 

 

 

 강이 나타나자, 기사는 말을 갑작스레 멈췄다.

 

 거의 날다시피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망토를 벗어던졌다.

 

 완전 땀범벅이잖아!

 

 망토 속에 흥건히 젖은 머리와 몸을 감추고 그리 오래 달렸단 말야.

 

 어디 아픈 건가?

 

 많이 지쳤긴 하지만 여자인 세라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보니……나쁜 미친 감성 약골 쒜끼?

 

 장갑과 부츠를 벗어 던지고, 옷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꼴이,

 

 몸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급해보였다. 잠영 해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물 위로 올라왔다.

 

 세라는 몰래 꼬불쳐 둔 육포를 우물거리면서, 바위 위에 앉았다.

 

 질긴 고기 완자라고 상상하면서.

 

 수면 위에 누워 있는 그를 잠시 감상했다.

 

 그의 얼굴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고독미가 있었다.

 

 아론에게는 없던 깊은 심연이 느껴져.

 

 어둡고 고요한 기운. 늪처럼 빠져 들고 마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수려한 선들을 타고 났지만 어둠의 존재인 것 같은 그는, 그녀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그리워하는 이에게 넘쳐흐르던, 빛나는 아름다움은 없었다.

 

 그가 물에서 나와 젖은 상의를 벗자, 그의 말이 다가와 콧김을 불어댔다. 그가 힐끗 세라를 본 후,

 

 

 “시갈, 넌 온통 짝짓기 생각뿐이냐?”

 

 

 시갈이 또 다시 뜨거운 콧김을 불며 투레질을 했다. 기사의 엉덩이를 코로 쿡, 찌르며 세라쪽으로 밀었다.

 

 그는 제자리에서 버티고 움직이지 않았다.

 

 

 “인간이 옷을 벗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보란 듯이, 그가 젖은 옷을 비틀어 짰다. 시갈이 짧게 콧방귀를 뀌었다.

 

 다시 복장을 갖춰 입은 검은 기사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그도 그의 애마 시갈도 지친 상태이긴 하지만 오랜 전장에서 단련 된 습관으로 버티는 것 같았다.

 

 세라도 이토록 오랫동안 말을 타 본 적이 없어서 심신이 괴로웠다. 쉴 새 없이 들썩이고 흔들리는 통에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

 

 하지만 기사에게서 풍기는 강렬한 쓴 향이 간간히 콧속으로 들어와, 원기를 돋구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코를 시작으로 온 몸이 마비되어 가는 듯 쓰디쓰게 느껴졌으나 시간이 지나니 점차 그 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갈이 갑작스레 멈췄다. 하마터면 튕겨 나가떨어질 뻔 한 세라를 그가 팔을 뻗어 붙잡아 주었다.

 

 

 “여자를 내 놔라!”

 

 

 세라가 눈을 들어 앞을 보니, 말을 탄 무리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일곱 명이 하나같이 날렵하고 섬뜩한 인상들이었다. 용병들이었다.

 

 

 

 “누가 보냈는지 알만하군.”

 

 

 기사가 중얼거렸다.

 

 

 “여자만 넘겨라. 그러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기사는 시갈에서 세라의 말로 점프하여 그녀 뒤에 안착했다. 그의 독 향이 아찔하게 풍겼다. 기사는 잠시 세라를 내려 봤다.

 

 

 “탐내는 놈들이 많아? 별로 욕심은 나지 않지만 뺏으려드니 주고 싶지 않군.”

 

 

 세라의 귓가에 속삭이는 저음이 순식간에 온 몸으로 스며드는 통에 숨을 쉴 수 가 없었다. 목덜미로 느껴지는 그의 시선이 화끈 거렸다.

 

 

 “그럼 시작하지.”

 

 

 그가 낮게 읊조린 뒤, 말을 출발시켰다.

 

 빠르게 무리를 향해 돌진하면서 검을 빼들었다. 세라는 바짝 낮춰 상체를 웅크렸다.

 

 용병들도 검을 고쳐 들며 두 명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양쪽에서 공격해 올 것이었다. 오른손은 검을 왼손엔 고삐와 세라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기사는 용병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 말을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붙여 용병의 말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왼쪽 용병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오른쪽 용병의 검과 불꽃을 한번 튕기자 용병이 말에서 떨어졌다.

 

 곧 바로 이어 반대편의 용병을 처리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앞으로 달리며,

 

 

 “이봐, 꽉 잡아. 양손을 써야하니까.”

 

 

 그의 말에 세라는 몸을 숙여 말의 갈기를 움켜쥐었다.

 

 그의 빠른 몸놀림에 움찔한 용병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요란한 마찰음이 짧은 순간 끝났다.

 

 기사의 검이 빠른 속도로 풍차처럼 휘돌려졌다. 강한 힘으로 적의 무기를 한꺼번에 처냈고, 적들이 흔들리는 찰라, 그의 검은 뱀처럼 상대방의 팔을 타고 급소를 노렸다.

 

 한번의 검격으로 두명의 상대가 말에서 떨어졌다. 그의 검은 빨랐으나 느렸고 흩트려진 듯했으나 정확했다.

 

 더욱 속도를 내어 용병들을 통과했다. 눈을 뜨고 뒤돌아보니 5명 모두, 말 위에서 땅바닥으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용병들의 솜씨가 좋다하나 기사의 움직임을 읽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뒤쫓아 온 시갈 위로 옮겨 타더니 북쪽을 향해 달렸다.

 

 

 

 *

 

 

 

 여행 나흘째 될 때,

 

 세라의 몸은 견뎌내지 못하고 병이 났다. 입술이 부르트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안색도 창백했다.

 

 쉬지 않고 밤낮으로 달리는 기사나 말이나 괴물처럼 느껴졌다.

 

 할 수 없이 그녀 때문에 밤에는 야숙을 해야 했다.

 

 기사는 점차 불안감과 언짢음을 감추지 않았다. 괜스레 초초해했고, 이따금 여행자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후드를 써 재빨리 가리곤 했다.

 

 시간이 지체 될수록 그는 더욱 싸늘해졌다. 가장 추운 카라스 영지에서 온 사람답게 얼음 그 자체였다.

 

 늘 입을 굳게 닫고 최소한의 몸짓으로 세라와 소통했다.

 

 작은 동물을 사냥해서 고기를 굽고 세라 앞에 디밀면 먹으라는 뜻이었다.

 

 일어나서 시갈 쪽으로 가면 출발하자는 뜻이었다.

 

 말에서 내리면 쉴 시간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누우면 자라는 뜻이었다.

 

 묻지도 않았고 대답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가 예민해져 가는 것을 감추고 있었다. 이따금 그의 손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세라는 보았지만 모르는 척 했다.

 

 세라에겐 강행군이었지만 아무리 아파도 미명이 밝아 오면 그녀를 일으켜 말에 태웠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추워졌다.

 

 

 

 

 * *

 

 

 

 6일째 되는 날 새벽.

 

 

 

 세라가 늦장을 부렸다. 밤새 오들 오들 떨었더니 일어나기 힘들었다. 쌓인 피로가 냉혹한 기사보다 더 큰 적이었다.

 

 세라는 기사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었다.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었다.

 

 기사의 망토를 둘둘 말고 누워 있는 세라를 그가 발로 툭 찼다. 망토를 획 잡아당겨 빼앗아 갔다. 그녀는 몸을 웅크릴 뿐 일어날 수 없었다.

 

 그가 팔꿈치를 잡고 일으키려 했지만 세라의 다리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버리고 가요.”

 

 “일.어.나.”

 

 “못 움직이겠어요.”

 

 “일.어.나.”

 

 “이대로 둬요 제발.”

 

 

 그는 점점 극에 달하는 짜증과 초조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의 검푸른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네 선택이 이거라면.”

 

 

 기사가 세라를 안아 올려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냥 둬요 제발. 아악!”

 

 

 힘없이 애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비명으로 변했다.

 

 풍덩. 강물에 그녀를 던져 버렸다.

 

 그는 놀라 허우적거리는 세라를 차갑게 내려 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때,

 

 

 “세라, 세라. 세상에.”

 

 

 갑자기 기사 뒤에서 허겁지겁 건장한 남자가 달려오더니 물에 첨벙 뛰어 들었다.

 

 

 “내가 구해 주겠소.”

 

 

 작은 보석들을 촘촘히 박아 옷깃을 장식한 비싼 외투가 망가질 텐데, 그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고,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는 세라를 안아 들었다.

 

 

 

 

 *

 

 

 

 

 모닥불 앞에 담요를 뒤집어 쓴 세라 옆에 후렌카가 딱 붙어 있었다.

 

 한기 때문에 떨고 있는 세라의 퍼런 입술과 턱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7년 전 세라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황제의 조카였다.

 

 세라를 사랑했던 그는 결혼이 무산되자 좌절하여 바로 다른 귀족과 결혼했지만 세라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세라, 이젠 걱정 마시오. 내가 그대를 지키겠소.”

 

 “여기까지 오시다니.”

 

 “당신을 한 번도 잊어 본적이 없소.”

 

 “…….”

 

 “그때 우리가 결혼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 텐데. 정말 안타깝소.”

 

 “…….”

 

 

 세라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후렌카의 수행원들은 좀 떨어진 곳에서 경호를 서고 있었고. 기사도 떠날 채비를 마친 채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저 자는 기사가 맞긴 하오? 숙녀를 어찌 이리 대한단 말이오.”

 

 “싸움만 잘하는 기사에요. 매너는 별로 신경 안 쓰는.”

 

 

 그리고…… 저는 이제 노예잖아요. 막대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지나친 자기비하 같아 세라는 뒷말을 삼켰다.

 

 세라와 후렌카가 자신을 응시하자 기사는 둘에게 다가왔다.

 

 그가 접근하자 세라와 후렌카가 긴장했다

 

 둘 앞에 우뚝 선 그가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멀쩡해 보이는데, 출발하지.”

 

 “무슨 소리냐? 세라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마라. 이 여린 분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이냐?”

 

 

 그가 후렌카의 말을 무시하고 세라를 봤다. 세라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 순간 기사의 미간이 좁혀졌고 어두운 눈이 무겁게 세라를 찌르고 있었다.

 

 세라는 그를 따라 나서고 싶지 않았다. 고생스런 기억들이 떠올라 섬뜩했다. 춥고, 아프고, 힘들고, 냉정하고.

 

 

 “미치광이 카라스 영주에게 당신을 보낼 순 없다오. 내가 알아서 하리다.”

 

 “흥! 웃기군. 파갈성에서 본 황족은 황명 운운하며 그 여자 어깨에 인장을 찍게 하더니, 너는 황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황족인가?”

 

 

 냉소적인 도발에 검을 들고 후렌카가 벌떡 일어섰다.

 

 기사의 실력을 아는지라 세라는 후렌카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후렌카님, 잠시 저 기사와 얘기 좀 해도 될까요?”

 

 “……알겠소. 당신이 편하게 움직이도록 마차와 옷들이 곧 준비 될 거요. 저쪽에서 기다리겠소.”

 

 “자상하시군요.”

 

 

 후렌카가 세라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기사의 턱에 힘이 들어가 움찔 거렸다.

 

 

 “그리고 이것은 저 자에게…….”

 

 

 후렌카는 비단주머니를 꺼내 열어 보여줬다. 눈알만한 다아이몬드가 다섯 개나 있었다.

 

 웬만한 성 두서너 채는 사고도 남을 가치였다.

 

 세라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멀어지는 후렌카의 뒤를 차가운 기사의 시선이 뒤쫓았다.

 

 세라가 일어나 다가와,

 

 

 “기사님……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

 

 “말해주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저……날 놔주면 당신은 어떻게 되죠?”

 

 

 세라에게 돌아온 기사의 시선이 한층 더 싸늘히 날카로워졌다.

 

 

 “저 작자를 따라가고 싶나?”

 

 “……그래야겠죠. 기사님한테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기사가 입을 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목숨을 걸고 온 임무는 아냐.”

 

 “그럼 됐어요.”

 

 “됐다니 뭐가 됐다는 거지?”

 

 “제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하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빼앗겼다하면 당신 실력에……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

 

 

 세라가 다이아몬드 주머니를 그의 주머니에 찔러 넣고 지나쳐 가려했다.

 

 기사가 세라의 팔꿈치를 잡았다.

 

 말위에서 지켜보던 후렌카가 움찔하여 발로 말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 바람에 말이 움직이자 그는 고삐를 당겨 진정시켰다.

 

 후렌카는 불안했다. 범상치 않은, 묵직하고 단단한 기운이 휘감도는 분위기는 함부로 덤벼 들면 안 될 것 같았다. 세라가 잘 설득하여 자신과 동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저 기사는 남자인 자신이 봐도 여자들이 숨넘어갈 짙고 매혹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치 한 번 중독되면 끊어 낼 수 없는 마약처럼.

 

 기묘하고 어둡지만 아름다웠다.

 

 다행인 것은 세라는 그런 외적인 아름다움에 쉽게 현옥되는 여자가 아니었다.

 

 

 “저자는, 혹시?”

 

 

 기사를 향한 후렌카의 표정이 굳었다.

 

 

 기사가 세라를 바짝 당기며,

 

 

 “절벽에서 약속한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정말 카라스영주가 여자를 잡아먹는 괴물이라 생각하나?”

 

 

 그의 눈빛 속엔 말보다 더 많은 약속과 설명이 담겨 있었다. 입을 열어 조금만 더 설명을, 조금만 더 분명한 약속을 해준다면 덜 불안할 텐데.

 

 세라는 심연처럼 느껴지는 그의 두 눈동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진실을 읽어내고 싶었지만 공허와 쓸쓸함만 느껴졌다.

 

 세라의 눈에 낙담의 그늘이 덥혔다. 팔꿈치를 빼려하자 그가 놓아 주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숨어서 살 자신 있어? ……화려하고 값비싼…… 비밀 침실에 갇힌 채로? 그럼 이것도 가져가서…… 숨어서 호화롭게 사는데 보태 써!”

 

 

 세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도로 다이아몬드 주머니를 거칠게 세라 손에 쥐어 줬다.

 

 마치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핵심을 잘도 집었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

 

 그녀를 카라스성으로 데려가는 것이 그의 임무이니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보려는 걸까?

 

 

 “그냥 보내 줘도 좋겠지. 황족의 뒷 그늘이라고는 하지만 편안하고 안락할 수 있을 테니. 이제껏 살아왔던 풍요와 사치의 연장선상일 테고.”

 

 “차갑게 비꼬듯 내뱉는…… 이 말들, 사실……당신이 베푸는 친절이죠.”

 

 “…….”

 

 “기사님 같은 분은, 원하면 그저……저를 강제로 말에 태운 뒤, 저 황족을 무시하고 가버리면 그만인데.”

 

 

 차가움 속에 깃든 이질적인 배려를 모를 리 없는 그녀였다. 아론도 그랬으니까.

 

 세라가 서둘지 않는다고 차가운 강물에 집어던져 버린 그였지만 그녀의 팔꿈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기사는 분명, 그녀의 미래를 냉철하게 보고 조언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후렌카가 있는 쪽을 응시했다.

 

 육체적 편안함과 명예 사이에 놓아진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후렌카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저 진지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평소라면 고민거리도 아닌데……몸이 너무 힘드니.”

 .

 

 세라가 잠시 기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거대한 성이 서서히 무너지듯 파갈 가문이 몰락하는 과정을 꿋꿋이 지켜 본 그녀였다.

 

 그런 그녀도 단 며칠간의 힘든 여정에 정신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강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길 바라던 그녀였는데, 육체도 당연히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험한 여정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정신과 육체. 실과 바늘이 맞다.

 

 결정을 내렸는지, 세라가 자신의 팔꿈치를 잡고 있는 기사의 손을 담담하게 거둬내려 하자, 기사가 그녀의 손을 응시하고는 순순히 힘을 뺐다.

 

 휙 돌아서는 그녀를 보며 기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기사는 후두를 덮어 썼다. 무거운 여운이 발목을 잡아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군.”

 

 

 기사가 낮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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