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회상 - 진창이 되어버린 머릿속.
작성일 : 17-07-17 19:45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64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단추를 다 풀자, 아론은 자켓을 벗었다.

 

 자신의 목을 감고 있는 그녀의 한쪽 손목을 잡아 자켓 소매에 끼워 넣었다.

 

 세라가 된 무희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머지 한쪽도 끼워 넣어 입혀 준 후, 단추도 모두 잠가 주었다.

 

 그제야 그녀의 눈을 쳐다 볼 수 있었다.

 

 다채로운 색의 혼합.

 

 주홍빛 눈동자가 아니었다.

 

 아론은 잠시 두 눈동자를 살피듯 응시하고는 한발짝 뒤로 절도 있게 물러났다.

 

 순식간에 아론의 모든 감각은 잔잔한 호수로 되돌아왔다.

 

 유혹적이던 무희의 눈동자가 당혹스러움과 충격으로 잠시 일렁였다. 그러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씽긋 윙크를 하더니 무리로 돌아가 마지막 군무 동작을 펼치고 사라졌다.

 

 최면에서 깨어난 듯 사람들이 머뭇거리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파티 때마다 사회를 보는 신사가 아론 쪽으로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친애하는 신사 여러분, 굉장한 오프닝 쇼였죠. 우리 신사분들, 입가의 흐르는 것들을 신속히 닦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이번 쇼는 앞으로 파갈 가문을 빛낼 아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쇼였습니다.”

 

 

 사회자의 등장에 잠시 멈췄던 박수소리가 다시 커졌다.

 

 

 “아론이 기사단장님과 부기사단장님께 기사도를 제대로 배운 것 같습니다. 단추를 풀기 시작할 때 아뿔사 저러면 안되는데, 말릴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죠. 그런데 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거죠. 휴~.”

 

 

 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다가와 대견하다는 듯 아론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끄덕이던 공작도 흐뭇한 듯 평소의 굳은 얼굴이 다소 풀어져 있었다.

 

 

 “자, 이제 남자들만의 본격적인 파티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한쪽에 자리 잡은 악공들 앞으로 남자가수가 나왔다.

 

 전투사의 정열적인 사랑을 빠른 리듬에 맞춰 불렀다.

 

 가수가 한 소절 시작하자마자, 남자들의 제창으로 우렁차게 울렸다.

 

 

 거기, 꽃을 문 여인이여.

 

 내가 멈추라면 멈추는 거요.

 

 거기, 금발의 여인이여.

 

 내가 오라면 오는 거요.

 

 거기, 사랑의 여신이여.

 

 무수한 피흘림과 고통을 맛본 내게

 

 뜨거운 사랑을 퍼부어라.

 

 

 연회장이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노래와 춤에 남자들은 빠져들었다.

 

 이후에 몇 명의 가수들이 더 나오고부터는 남성파티전담 여자들이 합류하면서 혼돈과 쾌락의 파티로 익어갔다.

 

 힘찬 노래들은 모두 지나가고 느리고 끈적끈적한 춤과 음악이 계속 되었다.

 

 함께 훈련 하는 젊은 기사 무리들이 얼큰하게 취해 흐느적거리며 다가왔다.

 

 

 “어이, 아론 기분이 어때? 내가 다 정신이 아찔하던데.”

 

 “나 같으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했을걸.”

 

 “네가 단추 풀 때, 어라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하던 참이었는데, 딱 거기서 무희한테 옷을 입혀줄지 누가 상상이나 하겠냐고.”

 

 “근데 너 진짜 아무렇지 않았어? 겉으로 보기엔 완전 ‘나 아무렇지도 않소’였는데.”

 

 

 그들은 공작이 가까이 있기에 속삭이듯 재촉했다. 아론은 한번 씁쓸한 미소를 흘렸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기사들도 아론이 경호중임을 감안하고 대답 듣기를 포기하고, 다음에 얘기하자는 말을 남기고는 멀어졌다.

 

 

 “아론, 쇼가 마음에 들었나?”

 

 

 기사들이 멀어지니 공작이 고개를 살짝 돌려 물었다.

 

 아론의 내부에서 격정적인 거친 폭풍이 불어 닥친 것을 공작만이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힐끗 공작을 쳐다본 후,

 

 

 “음악도 춤도 생소한 것이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흠, 저런. 이해할 필요가 있나 그냥 느끼면 될 것을. 세라가 너무 딱딱하게 가르치는 것 아닌가?”

 

 “……세라 아가씨의 수업은 완벽합니다.”

 

 

 애꿎은 세라의 교육방식으로 화살이 돌아가자 아론은 바로 그녀의 수업을 옹호했다.

 

 미하루가 그녀의 수업을 험담할 땐 그저 듣고 있던 그였다.

 

 미하루가 아무리 세라의 수업이 못마땅하게 여겨도 세라와의 수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공작은 달랐다.

 

 세라가 공작에게 싫은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세라가 춤도 가르쳐 줬나?

 

 “……?”

 

 “무도회 때 추는 춤 말일세.”

 

 “……춤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출 수는 있나?”

 

 

 공작은 지난 며칠간 미하루와 아론이 매일 작은 무도회에서 춤을 추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네. 최근에 배웠습니다.”

 

 “그럼 나중에 세라랑 춤 한번 춰 보지 그래.”

 

 

 공작은 늘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무도회 때 춰봐. 내가 허락 할 테니.”

 

 

 딴 곳을 보고 있던 아론이 공작을 응시했다.

 

 노예 신분인 그와 공작 손녀딸의 춤.

 

 그것도 파갈 가문의 공식적인 무도회에서.

 

 노예와 귀족이 그런 자리에서 춤을 함께 출 수는 없었다. 비공식적으로야 뭘 못하겠냐마는.

 

 

 “흠……잘 어울릴 것 같은데.”

 

 

 공작이 혼잣말 하듯 중얼 거렸지만 아론에게는 똑똑히 들려왔다.

 

 잘 어울린다…….

 

 세라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단순히 노예로만 보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수업하는 동안만큼은 무시하거나 하대하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짜증을 내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상세히 설명했으며 진심으로 자신을 학생으로 대하고 있다고 매번 느꼈다.

 

 검술, 창술, 호신술, 궁술, 경호술, 격투술, 격파술, 봉술, 은신술…….

 

 불친절하고, 이해불가인 설명을 하고, 감정적이고, 까다롭고, 막무가내인 선생들이 수두룩했다.

 

 제각기 가르치는 방식이 모두 달랐으므로 어렸을 때부터 이들 스승들의 성향을 모두 맞춰 줄 수 있는 통일 된 한 가지 방법을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시키는 것에 토 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라에게도 이 방법이 통했다. 과제는 점점 많아지긴 했어도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들이 흥미로우니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라는 사적인 질문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지만 수업에 관한 질문은 아무리 시시콜콜하고 쓸데없는 것들도 흘려듣지 않고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2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아론은 없는 사람처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인사도 무시했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론은 불평, 불만이 없었다.

 

 그녀도 바빴지만, 언어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아론도 온갖 전투에 관한 지식과 기술들을 익히느라 바빴으니.

 

 세라를 제외한 공작, 미하루, 기사단, 주변의 사병들과 하인들과 노예들.

 

 그의 세상 밖에 있는 존재들였다.

 

 정해진 시간에 들어와서 그들의 역할을 잠시 하고 빠지는 존재들.

 

 그런 그들에게 화내고 웃고 신경 쓸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무난히 그들과 지내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하면서 살면 되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적당히 해주면 그만이었다.

 

 그의 세계의 중심에 있는 존경하는 스승인 세라와도 무리 없이 잘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요구를 토 달지 않고 수행하고 있기에.

 

 그렇다면,

 

 그녀도 그의 요구를 들어줄까?

 

 춤을 추고 싶다. 서로 감싸 안고.

 

 함께 음악처럼 움직이고 싶다. 그녀가 주는 미소를 받아 보고 싶다.

 

 

 

 

 **

 

 

 

 

 밤새 무희인지 세라인지 모를 여자 때문에 잠을 설쳤다. 늘 잠이 모자라 머리만 대면 잠에 빠지던 그였다.

 

 미명이 깔리기도 전에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농염한 눈빛을 한 세라 때문에, 아니 무희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불가마 근처에라도 있는 듯 온 몸이 후끈거려 시원한 공기가 필요했다.

 

 일찌감치 연병장으로 향했다.

 

 어제 있었던 남자들만의 파티에서 아론을 위한 오프닝 쇼가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훈련을 함께 받는 기사들이 아론을 짓궂게 놀렸다.

 

 씻기 위해 탈의실에 모여든 그들은,

 

 

 “야, 꼬맹이. 남자라면 그때 확! 입술을 땡겼어야지!”

 

 “아직 멀었어. 겉만 달라졌지 속은 응애, 응애. 애기지 뭐.”

 

 “홀딱 벗었으니 춥죠? 이거 입으세용.”

 

 

 기사 중 하나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 옆 사람에게 걸쳐 주며 어제 아론의 행동을 놀렸다.

 

 

 “야, 그만해. 그래도 싸움은 제일 잘 하잖아. 근데 여자들은 싸움 잘하는 것보다 다른 것을 더 좋아한단다.”

 

 

 아론보다 키가 작은 기사가 아론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켰다.

 

 놀려 먹는 게 재미있어 그들은 낄낄거렸다.

 

 천상의 존재처럼 강하면서 순진무구한 그가, 거칠고 더러운 그들 사이에 섞여 모든 농담을 다 참아 주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신경에 거슬렸다.

 

 노예이면서도 노예 같지 않은 무덤덤한 표정과 비굴하지 않은 눈빛.

 

 

 태생부터 다른 존재라고 느껴지는 게 아니꼽던 차에 기사들은 실컷 아론을 놀려 먹었다.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동이 제대로 걸린 그들은 적당한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를 남자로 인정해 줄 수 없었다. 싸움에선 최강이나 여자도 모르는 이쁘장한 소년은 아직은 진정한 남자가 아니었다.

 

 매일 아론과 동거동락하는 몇몇 기사들은 그가 미하루에게 보이는 행동들이 욕망이 배제 된 의무 같은 몸짓임을 눈치 챘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결혼하겠어.”

 

 “첫날밤에 놀라서 기절하는 거 아냐?”

 

 “미하루! 왜이래. 가까이 오지마! 윽, 안 돼. 이러지 마!”

 

 

 기사 하나가 자신의 셔츠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고개를 좌우로 피하며 과장되게 몸 사리는 흉내를 냈다.

 

 아론은 묵묵히 샤워를 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한동안 무희에게 옷을 벗어 준 일을 지겹도록 우려먹을 게 분명했다.

 

 다시는 여자가 벗고 있어도 옷을 주지 말아야겠다.

 

 춤추고 있는 여자는 더더욱.

 

 

 *

 

 

 성내에 와 있는 외부 손님들에게도 시선을 가장 많이 빼앗는 존재는 단연코 아론이었다.

 

 오늘도 훈련을 구경하러 온 젊은 처자들이 연병장 근처를 기웃거렸다. 그 때는 훈련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본성으로 가는 동안 그를 자꾸 붙잡아 세워 말을 걸어 대는 통에, 영 귀찮아진 아론은 들고 있던 후드 망토를 걸쳐 몸을 가렸다.

 

 본성 서재에 도착한 그는,

 

 머리카락이 젖은 채, 둥근 책상 앞에 앉았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책을 펼쳐 놓고 세라를 기다렸다.

 

 정확히 시간이 되자, 서재 문이 열리고 아론은 무의식적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

 

 들어서던 세라가 그의 젖은 머리를 보고 멈칫하는 순간, 아론은 얼른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어떻게 된 거야?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호흡이 엉켰다. 열기가 확 들어찼다.

 

 그녀는 자리에 앉으면서,

 

 

 “책은 다 읽었겠지?”

 

 “……네.”

 

 

 왜 갑자기 답답하고 화끈거리는 건가?

 

 질문은 바로 시작 될 것이다. 집중해야 하는데.

 

 

 “주인공 아도가 약혼자를 져버리고 전쟁을 택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아도가 진심으로 약혼녀를 사랑하지 않아서입니다.”

 

 “……정말 책 읽은 거 맞아?”

 

 “네.”

 

 “아도가 전쟁을 하지 않으면 수많은 피를 흘리게 된다는 내용 기억나지 않아?”

 

 “기억합니다.”

 

 “수많은 인명보다 약혼녀 한명이 더 중요하다는 건가?”

 

 “내 생각을 물은 거 아닙니까?”

 

 “…………그래, 네 생각을 물었지.”

 

 

 보통으로 대의를 위해 희생 되는 귀한 감정들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니었다.

 

 

 “난, 약혼자가 더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라면.”

 

 

 세라가 조용했다. 자신을 납득시켜보란 뜻이었다. 피하고 있던 시선을 그녀에게 옮겼다.

 

 

 “아도가 아니어도 세상을 구할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파멸로 가는 아도를 구할 자는 약혼녀 하나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아도가 아니면 승전 할 수 없다고 말해도 그 말은 과장된 것일…….”

 

 

 세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일 뿐 여전히 조용했다.

 

 순간, 어제 고개를 기울여 보던 무희가 그녀 위로 겹쳤다.

 

 농염한 표정이 그에게 향했다. 다시 호흡이 흩어졌다.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동작을 지그시 응시하는 세라의 눈빛이 일렁이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아도가……전장에 도착하지도 못할 경우, ……갑자기 말에서 떨어져 즉사하거나, 심각한 병에 걸려야 했다면……사람들은 다른 대책을 마련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늘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지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세라가 아니, 무희가 아니, 세라가 금세라도 자신의 목에 팔을 휘감고 달려들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말이 나 오지 않았다.

 

 

 “세라…….”

 

 

 낮게 갈라진 음성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놀란 듯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어제의 감각이 곧 닥칠 폭풍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또 다시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

 

 

 “세라……아가씨,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세라의 모습에서 무희가 사라졌다. 마른 침을 삼켰다.

 

 임무 때문에 읽지 못했던 적은 있어도, 읽은 과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이처럼 중단 된 적이 없었다.

 

 아론은 분명 책의 내용을 잘 이해했고 세라의 질문의 의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잘 못 되었다.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세라가 원하는 답, 가족과 국가를 위한 희생을 택하는 것은 반드시 옳은 명분이라는 쪽으로 대답했어야 했는데. 그 책이 저술된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고.

 

 알면서 왜 옆길로 센 걸까?

 

 어제 붉은 머리의 무희 때문에 진창 속에 빠져 버렸다.

 

 

 *

 

 

 피아노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이전 수업의 실수와 긴장감이 자꾸 떠올라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척추를 세우고, 처진 손목을 들어 올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어김없이 몸에 닿았다.

 

 맙소사! 찌릿찌릿 전류가 느껴졌다.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그녀가 이렇게 의식 된 적이 없었다. 식은땀이 났다.

 

 어떻게 해서 수업이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세라는 그의 집중 못하는 태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과연 다행일까?

 

 그녀가 일어서 나가려 했다.

 

 이대로 가버리면 그녀는 내일부터 수업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피아노만을 응시한 채, 자신도 모르게 세라의 손목을 낚아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회상 - 못된 아론 vs 순진한 아론 2017 / 7 / 21 63 0 6018   
31 회상 - 지키고 싶은 마음 vs 파괴하고 싶은 마… 2017 / 7 / 21 39 0 6463   
30 회상 - 미하루, 할 말 있어. 2017 / 7 / 21 26 0 8231   
29 키스 라이벌 2017 / 7 / 21 26 0 4894   
28 살고 싶거든 2017 / 7 / 21 16 0 7077   
27 내 소중한 싸다구 2017 / 7 / 21 25 0 5282   
26 개인 시중 2017 / 7 / 21 20 0 7819   
25 미치광이 카라스 영주의 판결 2017 / 7 / 19 21 0 6229   
24 거부할 수 없는 끌림. 2017 / 7 / 19 20 0 8363   
23 회상 - 환각일뿐이야! 2017 / 7 / 19 20 0 5464   
22 회상 - 납치 2017 / 7 / 19 17 0 5961   
21 회상 - 숨박꼭질 2017 / 7 / 19 24 0 5350   
20 그녀는 첩자가 확실합니다. 2017 / 7 / 18 17 0 7070   
19 영주님은 60대 노인? 2017 / 7 / 18 17 0 7228   
18 영주의 퇴폐미 2017 / 7 / 18 18 0 5118   
17 카라스 영주의 귀환 2017 / 7 / 18 18 0 5104   
16 세탁방 하녀가 된 세라 파갈 2017 / 7 / 18 21 0 7059   
15 초식동물에겐 버거운 임무 2017 / 7 / 17 23 0 6450   
14 회상 - 때려주고 싶은 여자 2017 / 7 / 17 16 0 6891   
13 회상 - 진창이 되어버린 머릿속. 2017 / 7 / 17 22 0 6445   
12 회상 - 축제, 감정…질풍노도의 시작 2017 / 7 / 17 17 0 7865   
11 회상 - 결혼할 나이 2017 / 7 / 17 18 0 8341   
10 죽음을 울리는 연주자 2017 / 7 / 15 26 0 7264   
9 세라 vs 금속이빨용병 2017 / 7 / 15 27 0 8469   
8 추격자들. 2017 / 7 / 15 22 0 6837   
7 늑대의 방문 2017 / 7 / 15 24 0 8469   
6 회상 - 귀족스승 노예제자 2017 / 7 / 15 27 0 7133   
5 회상-고통을 삼키는 조우 2017 / 7 / 15 23 0 8816   
4 회상-폭주의 시작 2017 / 7 / 15 25 0 7905   
3 카라스의 검은 기사 2017 / 7 / 15 26 0 9479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