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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회상 - 축제, 감정…질풍노도의 시작
작성일 : 17-07-17 19:44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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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갈성의 대축제가 열렸다.

 

 완연한 봄 햇살에 각종 행사 준비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거리는 꽃과 리본으로 장식되고 상점마다 고유의 장식들로 간판과 벽들을 꾸며 마법 세계라도 온 듯 이채롭게 변했다.

 

 식당, 여관, 술집 등 장사치들은 이런 큰 대목을 놓칠 수 없기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3년마다 보름동안 열리는 이 축제는 파갈가문의 가장 큰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거대한 요새와 같은 파갈성은 파갈가문 사람들, 사병들과 그의 가족들, 파갈 공작의 각 분야의 고용인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주민들이 터를 잡고 사는 중간 규모의 도시와 같았다.

 

 파갈성 내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외지에 흩어져 사는 파갈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성내 곳곳이 분주했다.

 

 각종 행사마다 크고 작은 무리들이 모여들고 있었지만 연병장에 몰려든 인파가 단연코 최고였다.

 

 

 “이봐, 봐주기 없기다. 제대로 하자고.”

 

 

 아론과 부기사단장이 공개대련을 하고 있었다.

 

 구경꾼들의 함성소리가 성내를 진동시켰다.

 

 아론은 처음 그대로 흙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정갈한 상태였지만 부기사단장은 땀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12살 때 이미 스승인 부기사단장을 능가했다더군.”

 

 “정말 무서운 녀석이야.”

 

 “지금 대련은 그냥 쇼인거지.”

 

 “저기 파갈공작님께서 보고 계시잖아. 그분 명이지 뭐.”

 

 

 사람들 말대로 연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성곽에 그늘을 만들고 파갈공작을 비롯해 가문의 고위층들 그리고 초대받은 다른 가문의 귀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작님, 저 아이 실력 정도면 슬슬 저희들도 움직일만하지 않겠습니까?”

 

 “사병들의 사기충천도 최고인 상태입니다.

 

 “……흠.”

 

 

 옆 남자의 귓속말에 공작의 눈이 번뜩였다.

 

 부기사단장과 대련을 마친 아론은 10명의 정예기사들을 상대로 작은 원안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맨 손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구경중인 사병들의 탄성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었다.

 

 

 “숲에선 어찌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싶은데 이번 사냥에 데리고 가심이 어떨까요?”

 

 “사냥이라……그거 좋겠군. 그렇지 않아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축제의 대미는 근처 숲에서 이뤄지는 늑대사냥이었다.

 

 공작은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성곽에서 대련을 감상 중인 여자무리 쪽을 보았다. 대부분 결혼한 부인들이었다. 세라와 미하루도 있었다.

 

 묵직한 남성무리와는 달리 웃음소리가 연이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세라, 저 전투노예 이름이 뭐라 했지?”

 

 “아론입니다.”

 

 

 이미 알면서도 이제껏 관심 없던 척 하는 것이 그녀들의 뻔한 수였다. 잘생긴 노예에 대한 관심은 귀족 자존심을 깎아 먹을 수 있는 옳지 못한 것이라서.

 

 고개는 다른 곳을 돌리고 있지만 아론의 움직임을 열심히 쫒고 있는 그녀들의 눈초리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넌 어쩌다 노예를 가르치게 되어서……공작님이 원망스럽겠구나. 그래 가르칠만 하니?”

 

 “네. 기억을 모두 잃어 알고 있는 지식이 전무 했지만 인지 능력이 뛰어나 다방면으로 금새 터득했습니다.”

 

 “문학과 예술까지 가르친다더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니?”

 

 

 싸움 말고 삶을 바라보는 여러 면들을 맛보게 하고 싶어서 문학과 예술을 가르친다고 말하면 이들의 반응이 어떨까?

 

 

 “아무리 노예라지만 명색이 제 첫 제자이니 구색을 맞춰야죠. 다행히 머리도 따라주니까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구색 맞추기가 이해 될 만한 변명이라니, 웃긴다.

 

 

 “이번 사냥에 나오나? 공작님 경호나 사냥의 흥을 돋기 위해서나.”

 

 “글쎄요.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렇군. 미하루? 네가 아론과 가까우니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알겠구나.”

 

 

 늘 그렇듯이 이제부터는 미하루가 그들의 호기심을 상대해 줄 것이다. 세라는 아론의 표면적인 것만 언급할 뿐, 그녀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것들은 미하루가 척척 말해 줄 수 있었다.

 

 미하루는 아론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단 한 번도 막힘이 없었다. 어쩔 때는 지어서라도 대답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미하루는 자신에게 향한 시선에 뿌듯한 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차례차례 질문을 받았다. 대답을 할 때는 손동작을 우아하게 섞어가며 민망한 표정, 사나운 표정, 부끄러운 표정, 화난 표정 등을 연출했다.

 

 여자들의 질문은 선호하는 음식으로 시작해서 점점 은밀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그에게 업혀 봤냐, 근육을 만져 봤냐, 목소리는 어떠냐, 입맞춤은 해 봤냐, 낯을 많이 가리냐 등

 

 “화 잘 내?”

 

 역시나. 그렇고 그런 질문들이 이어졌다. 미하루는 지치지도 않고 재미까지 느끼도록 잘도 대답했다. 배우가 따로 없네. 세라보다 더 대단한 배우.

 

 

 “화난 아론의 눈동자를 보시고 나면 어떤 남자의 눈빛도 만족스럽지 못하실 거예요. 깨끗한 하늘이 진하게 가라앉고, 금방이라도 삼켜 버릴 듯 노려보면 숨이 턱! 막혀 오는 게 시키는대로 뭐든지 할 수밖에 없죠.”

 

 “하아……세상에……”

 

 

 여자들의 눈은 벌써 초점을 잃고 상상속에서 아론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있었다.

 

 

 “워낙 과묵하다 보니 그의 표정을 살펴 속마음을 살펴야 해요. 저는 눈빛만 보면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뭘 원하는지 다 알아요.”

 

 “뭘 원하는지…….”

 

 

 세라는 이런 여자들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해 누가 볼세라 주변을 경계하며 눈을 굴렸다.

 

 불쌍한 아론. 여자들 입방아가 자신을 무지막지하게 찧어대고 있는 것이 느껴지려나.

 

 

 

 

 * *

 

 

 

 

  축제 사흘째,

 

 쿵 짝 짝, 쿵 짝 짝.

 

 아론의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리듬에 맞춰 두드리고 있었다.

 

 세라가 가르쳐 주는 피아노의 리듬과 음에 대한 학습의 결실이 이 축제기간동안 나오고 있었다.

 

 음악을 마음으로, 몸으로 느끼라는 그녀의 설명이 난해하게 느껴지던 그가 음악을 느끼고 있었다.

 

 밤마다 연회장에서는 크고 작은 무도회가 열렸다.

 

 천장을 가득채운 샹들리에가 영롱한 빛을 발산하고, 악공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잠든 아론의 감각에 매일 같이 노크를 하고 있었다.

 

 파갈공작의 의자 뒤쪽에 시립해 있는 아론은 춤을 추고 있는 남녀들을 보고 있었다.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에 삼삼오오 서서 이야기를 하는 무리들 쪽으로 합류했다. 일정거리를 두고 아론도 그의 뒤를 따라 경호를 했다.

 

 광산에 관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아론에겐 들리지만 관심 없는 주제라 금세 생각은 다시 음악과 춤으로 다가갔다.

 

 매년 수차례 열리는 무도회를 봐 왔지만 오늘 따라 새롭게 보였다. 예전엔 아름답다는 생각, 춰 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 본적이 없었다.

 

 파갈공작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세라에게, 한 말끔한 청년이 다가갔다. 허벅지를 두드리며 리듬을 타던 아론의 손가락이 멈췄다.

 

 청년이 인사를 하더니 손을 내밀어 춤을 청했다.

 

 

 “세라양, 함께 추려고 센덴센 왈츠곡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순간, 빠른 음악이 끝나고 느린 3박자 곡이 시작되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인 줄 어찌 아시고. 감사합니다.”

 

 

 세라는 단아한 미소를 그리며 그의 손을 잡고 홀 중앙으로 갔다.

 

 남자가 그녀의 팔꿈치를 받쳐 올려주며 날개 뼈에 그의 엄지손가락을 고정시켰다. 느리게 리듬을 타며 움직이는 모습이 음악과 어울렸다.

 

 아론의 손가락은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뢰메르 광산은 새로운 굉도가 절실합니다.”

 

 “연이은 붕괴 사고로 복구가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기존 것을 살리…….”

 

 

 파갈공작은 광산 관련자들의 대화를 들으며 지나가는 시종을 세우려 몸을 돌렸다. 시종의 손에 든 쟁반에서 잔을 들어 올리다 강렬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쏘아보고 있는 아론을 발견했다.

 

 파갈공작은 시원한 얼음물을 삼키며 그의 시선을 따라 갔다. 파갈공작의 미간이 좁혀졌다. 공작은 무리의 대화를 듣고 호응하는 척하며 아론을 조심스레 응시했다.

 

 아론의 눈이 적을 바라보듯 번뜩거렸다.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보다가도 다시 세라를 향해 돌아갔다.

 

 일자로 다문 파갈공작의 입술이 서서히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굉도도 찾고, 기존 것도 복구하도록. 머지않아 아라늄 뿐만 아니라 철과 구리가 많이 필요할 테니. 다른 광산들도 마찬가지로 산출량을 최대로 늘리도록하고.”

 

 

 듣고만 있던 파갈공작이 시원하게 결론을 내렸다. 늘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공작이 미소를 그리고 있자 무리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다른 계획이라도……?”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 듯 싶은데.”

 

 

 공작은 대답은 하지 않고 흡족한 표정을 짓고는 낮게 소리 내어 ‘허허’ 웃기까지 했다.

 

 파갈 공작뿐만 아니라 아론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또 다른 시선이 있었다.

 

 미하루는 습관적으로 아론을 확인하곤 했다. 그가 어디 누구와 있고 무엇을 하는지.

 

 춤을 추면서 공작자리 뒤쪽에 있던 아론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는 이리저리 근처부터 훑어보았다.

 

 

 ‘어디 있지?’

 

 

 멀지 않은 곳에 무리들과 대화하는 공작의 뒤편에 서 있었다.

 

 

 ‘저기 있었네……근데 왜 그런 표정으로……누굴?’

 

 

 미하루도 파갈공작처럼 그 대상을 확인했다. 그러나 공작과 달리 그녀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버렸다.

 

 

 

 *

 

 

 

 공작이 세라와 함께 처소로 돌아갔기 때문에 아론의 일과도 끝이 났다.

 

 늦게까지 음악이 계속되고 지칠 줄 모르는 몇몇 남녀들 때문에 연회장은 파장 할 수 없었다.

 

 아론은 후원에 서 있었다. 달빛이 정원 나무들의 실루엣을 은색으로 반짝이며 그려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연회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 멀찌감치 보였다.

 

 미하루가 또래의 젊은 귀족들과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여자들이 깔깔거리며 웃다가 후원에 서 있는 반짝이는 은발을 보고 탄성을 삼켰다.

 

 미하루가 아론을 향해 두 팔을 열심히 위로 흔들었다. 그러고는 그녀들과 작별을 하고는 그에게 뛰어왔다.

 

 

 “아휴, 숨차. 나 기다린 거야?”

 

 

 알면서 물어본다.

 

 아론은 일과가 끝나면 미하루랑 저녁을 먹거나 산책을 하고 그녀 숙소에 데려다 주는 순으로 그의 일을 종료했다. 그 후로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

 

 아론에겐 미하루와 함께 하는 반복적인 일과도 일의 연장이었다.

 

 미하루가 도착하자 대답 없이 방향을 틀어 그녀의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미하루가 활짝 웃으며 그에게 팔짱을 꼈다. 익숙한 행동이라 아론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밤공기가 시원하다. 춤을 어찌나 많이 췄는지 땀에 절었어. 나 냄새 나?”

 

 “…….”

 

 “너랑 추고 싶었는데…… 경호임무 중에는 한 곡도 안 돼?”

 

 “안 돼.”

 

 “아휴, 그럼 평생 너랑 무도회에서 춤 못 추는 거야?”

 

 “…….”

 

 “참, 너도 드디어 화를 내더라?”

 

 “……?”

 

 “아까……너, 세라 쳐다보는 눈이 완전……무서웠어.”

 

 

 

 미하루는 슬쩍 아론의 반응을 살폈다.

 

 

 “내 눈이 무서웠다고?”

 

 

 다른 남자들과 춤을 추는 세라를 보았던 것은 기억한다. 그런데 무섭게 쳐다봤다니……내가 왜?

 

 미소. 그래. 세라는 그 남자들에게 웃고 있었다. 남자들이 웃으니 세라가 웃고, 세라가 웃으면 남자들도 더 활짝 웃었다.

 

 그에는 한 번도 해 주지 않은 그것.

 

 

 “너도 참다 참다 폭발 한 거지. 네가 어디 화내고 불평하는 얘니. 그러니까 만만하게 보고 자꾸 못 되게 굴고 말야. 지가 선생이면 다야? 앞으로 너도 못 마땅한 거 있으면 적당히 표시해야 해. 니가 이 파갈성에서 보통 존재니? 공작이랑 높은 사람들이 애지중지 하는데, 지까짓게 잘 난 척해봤자…….”

 

 

 미하루의 소리가 작아지고 연회장의 장면이 선명해졌다.

 

 음악처럼 느껴지는 그들의 움직임. 서로를 안고 미소를 나누는 춤.

 

 음악, 춤, 미소……세라의 미소.

 

 

 “춤 좀 가르쳐 줘.”

 

 

 미하루는 정신없이 세라 험담을 쭉쭉 뽑다가 갑자기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춤 가르쳐 달라고.”

 

 “너……? 너도 나랑 춤 못 춰서 속상했구나.”

 

 

 미하루 얼굴에 그려진 놀란 표정이 수줍은 듯 애교스런 미소로 바뀌었다.

 

 

 “그럼……다시 연회장으로 갈까?”

 

 

 미하루의 물음에 아론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 *

 

 

 

 제국 곳곳에 있는 파갈가문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기회인만큼 매일같이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의기투합을 다지는 자리일까?

 

 공작은 자신의 부와 세력을 보름간의 축제로 아낌없이 과시를 하고 있었다.

 

 복장이나 음식 등의 격식을 생략한 작은 무도회는 매일같이 있었다.

 

 그곳에서 며칠 동안 밤마다 미하루에게 춤을 배웠다.

 

 젊은 층은 작은 무도회에서 기성세대의 눈을 피해 소소한 자유를 누렸다.

 

 파갈 공작과 세라는 작은 무도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오늘은 큰 연회장에서 복장에서부터 조명, 음식, 음악 등을 모두 갖춘 남성들만의 파티가 열렸다.

 

 남색 정복차림의 아론은 공작의 뒤를 따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그의 눈은 공작의 옆자리로 바로 시선을 옮겼다.

 

 빈 의자.

 

 당연히 남자들의 파티 일 테니 세라가 참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녀의 빈자리가 눈에 들어오니 허전했다.

 

 공작 뒤쪽에 시립하고서도,

 

 빈 의자로 눈이 한 번 더 갔다. 연회장에 가득 찬 사람들과 화려한 장식과 음식 등이 있어도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오전 수업 때도 봤는데 왜 지금 그녀가 저 자리에 앉아 있기를 원하는 걸까?

 

 공작이 손을 들어 싸인을 보내자,

 

 이국적인 타악기 리듬이 시작되고 조명이 붉게 변했다. 연회장 사위에 숨어 대기 중이었던 무희들이 모습을 드러냈었다.

 

 홀 안 남자들의 환호성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요란했다.

 

 검열자도, 비난의 눈빛도 없는 지금. 고삐 풀린 망아지란 표현이 딱이었다.

 

 치마만 두르면 정신 못 차리는 그들은 무리로 있을 때, 광기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형형색색의 짧은 치마에 층층이 빼곡히 달린 술이 격렬히 흔들릴 때마다 환호성도 격렬해 졌다. 발목과 손목에 달린 작은 방울들이 짤랑거리며 리듬을 만들어냈다.

 

 중앙으로 모여든 무희들은 대열을 맞춰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대열이 흐트러졌다 정렬되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빠르고 격정적인 움직임이 연출되었다.

 

 현란한 동작과 눈빛에 모두들 숨을 멈추었다. 춤의 절정에 이르렀는지 타악기의 리듬과 그들의 동작이 거의 광적으로 흔들리다 일순간 일제히 땅에 엎드렸다.

 

 음악은 바뀌고 부드러운 피리소리가 시작되었다. 엎드려 있던 무희들이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가운데 무엇을 숨기고 있는 듯 감추고 있었다.

 

 둥둥.

 

 북이 낮게 울리자 가운데 웅크리고 있던 무희가 일어섰다. 조명이 밝아졌다.

 

 하!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작은 보석 알갱이들로 중요 부위를 장식한 나체의 무희가 고개를 휘돌리니 긴 붉은 머리카락이 불꽃처럼 허공에 피어올랐다.

 

 여인의 곡선을 극대화시키는 다양한 동작의 춤을 추며 주변의 시선을 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자신에게 옭아매었다.

 

 붉은 머리의 무희.

 

 아론 또한 그 무희의 등장과 동시에 잠시 세라를 잊고 있었다. 아니, 무희가 세라가 되었다.

 

 그녀가 아론을 봤다. 먹이를 발견한 듯 긴 혀로 입맛을 다시며 입술을 핥았다.

 

 무희가 된 세라, 세라가 된 무희.

 

 자신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론의 심장이 점차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너 발자국 전진하다 한발자국 물러서며 아론의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 농락했다.

 

 아론의 눈은 관능적으로 움직이는 세라에게 압도당했다.

 

 단 한 번도 사람이던 사물이던 그 어떤 존재에게도 자신의 감각을 이런 식으로 빼앗겨 본적이 없던 아론은,

 

 몸 안에서 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이 차오르는 뜨거움.

 

 무희가 된 세라가 바로 앞까지 왔다. 보석으로 장식한 흰 손이 그의 빰과 턱, 목을 스쳤다.

 

 아론은 침을 삼켰다. 그녀를 똑바로 볼 수가 없어 정면을 응시했다.

 

 이런 것이 부끄러움이란 건가?

 

 자신의 몸을 잡고 춤동작을 계속하는 세라가 된 무희의 접촉이 너무나도 생경한 느낌이라 아론은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의 가슴이 크게 올라왔다 천천히 내려갔다.

 

 뇌쇄적인 그녀의 눈동자가 아론의 입술을 응시하면서 팔을 그의 목에 감았다.

 

 요동치는 마음을 들킬 것 같아 시선을 내렸다. 반라의 하얀 여체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눈을 들어 먼 곳의 엎드려 있는 무희들을 보았다.

 

 폭풍 속에 소용돌이치는 감각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가운데 그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입고 있는 남색 정복의 단추를 하나, 둘, 풀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울리는 휘파람 소리와 환호가 들렸다가 이내 뭉개져버렸다.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은 그의 감각 밖에 있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그와 무희가 된 세라의 달뜬 숨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었다.

 

 관능적인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그녀와 아슬아슬하게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자신만 존재할 뿐이었다.

 

 단추를 다 풀자, 아론은 정복 자켓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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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상 - 귀족스승 노예제자 2017 / 7 / 15 27 0 7133   
5 회상-고통을 삼키는 조우 2017 / 7 / 15 23 0 8816   
4 회상-폭주의 시작 2017 / 7 / 15 25 0 7905   
3 카라스의 검은 기사 2017 / 7 / 15 26 0 9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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