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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회상 - 때려주고 싶은 여자
작성일 : 17-07-17 19:46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6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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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라가 고개를 기울여 잡힌 손목을 내려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엉망진창이다.

 

 

 “질문 있어?”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가 잠깐의 침묵을 깼다. 질문이 있다고 이런 식으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본 적 없었다.

 

 너는 이런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인거야?

 

 한심 한가?

 

 바보 같아?

 

 가르치기 싫어졌나?

 

 

 “질문 없으면, 내일 봐.”

 

 

 내일 보자는 말이 선명한 메아리로 울려왔다. 안심이 밀려와 꽉 잡은 손아귀의 힘이 스르르 풀렸다.

 

 문을 닫고 멀어지는 그녀의 구두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론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 혼란은 처음이었다. 뭐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짜증나고 후회스럽고, 먼지처럼 세찬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기서 손목은 왜 또 잡았던 건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이렇게 제어가 안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아론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엉클어트렸다.

 

 

 

 * *

 

 

 

 

 세라는 주정원에 차려진 점심식사모임 때문에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수업 때 본 아론의 어수선함, 긴장한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본인은 알려나?

 

 세라는 근래의 아론의 변화에 대해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있는 스승이었다.

 

 그의 그림이 가장 먼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전엔 이론적, 기술적으로 완벽했으나 기분이나 감정이 전혀 반영 되지 않는 기계적인 행위였다면,

 

 근래의 그림에서 감성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화첩에서 예전 과제들을 훑어보다 그것들을 보고 전율했었다.

 

 정확하고 깔끔한 선들로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던 그림에 내면의 이미지가 첨가되기 시작했다.

 

 잘 묘사된 사과 뒤에 누군가의 입술이 그려져 있었다.

 

 미하루의 입술일까?

 

 정교하게 묘사 된 손 그림 위에 날카로운 손톱을 덧그려 섬뜩했던 적도 있었다.

 

 오늘처럼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기도 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근래의 변화들을 지켜 본 바로는 그에게도 정서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체면에 빠진 듯 그녀의 입술과 눈만 보던 소년이, 말을 하고 삶을 배워가는 과정을 지켜보니, 그 보다 더 보람을 느끼는 일이 없었다.

 

 공작을 비롯해 주변 귀족들이 전투노예에게 무슨 미술과 음악을 가르치냐고 비아냥거릴 때 꿋꿋이 생각을 굽히지 않아왔다.

 

 어떤 이유로 기억을 잃고 감정도 잃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비로소 인간의 감정들을 찾기 시작한 아론이 기특했다.

 

 다른 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고 불평불만 없는 그가 그저 그런 성격을 타고 났으려니 하겠지만 세라가 볼 땐, 아론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처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벽을 쌓고 사는 불쌍한 환자였다.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고 생활하면서 정상적인 정서를 갖는 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갈색의 대리석 복도를 지나 중앙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붉게 자국이 난 손목을 어루만지며 기분 좋게 입술이 호선을 그리다가,

 

 현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를 본 순간, 자동적으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육감적인 몸매와 미모를 소유한 젊은 여자와 아론이 이야기 중이었다.

 

 아론이 뒤 돌아봤다.

 

 밤새 쫙 퍼진 소문의 주인공들이 재회를 하셨군.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면 의식하고 있는 것이 표가 날 것이다. 그대로 현관으로 저들을 지나쳐 가야했다.

 

 그가 인사하지 않았다. 여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들을 스쳐 현관 계단을 거의 다 내려갔을 때까지 등 뒤는 조용했다.

 

 내 뒷모습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그 여자의 예쁜 얼굴에 황홀해 하고 있니?

 

 

 “아론님처럼 귀한 분을 만난 기념으로 자켓은 제가 가져도 될까요?”

 

 

 얼굴만큼 예쁜 목소리가 들렸다.

 

 세라는 다음에 들릴 아론의 대답에 감각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군.

 

 바보. 얼마나 비싼 옷인데.

 

 어깨를 장식하고 있는 금사로 된 술장식과 금박 단추 등. 공작의 경호원들의 복장은 최고급이었다.

 

 

 “호호호, 고마워요. 소중히 간직 할게요.”

 

 

 세라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무희의 나긋나긋한 웃음소리에 아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매 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져 본적 없는 그녀는 앞만 보고 걸었다.

 

 

 

 

 

  * *

 

 

 

 

 세라가 나간 후에도 한참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잔뜩 미간을 좁히고 현관을 나오던 아론은 걸음을 멈췄다. 모든 혼란의 원흉이 거기 서 있었다.

 

 하필 붉은 머리카락을 해 가지고 만족스럽고 완벽했던 수업이 엉망진창이 돼버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아론은 무희를 보는 자신의 눈이 분명 독사눈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문득 이 여자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싸움터가 아닌 곳에서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여자를.

 

 

 “드디어 만나게 됐네요. 여기 계실거란 얘기 듣고 기다렸어요.”

 

 

 더 이상 세라와 겹쳐 보이지도 않았다. 어제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무희들한테 그렇게 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

 

 “벗다시피 하고 남자 앞에서 춤을 추는 제가 처음으로 사람대접 받았어요. 고마워요.”

 

 

 아론은 무희를 다시 응시했다. 남자를 유혹하는 춤을 추는 지나간 시간들이 구슬프게 느껴졌다.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때리고 싶은 마음도 사리진다.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구두소리가 울렸다. 누군지 알 것 같아, 자동적으로 눈이 돌아갔다.

 

 손목을 문지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한테 잡힌 손목이 많이 아팠나?

 

 힘 조절이 안 된 상황이었다.

 

 세라가 그의 앞을 스쳐가는 동안 그녀의 손목만을 살피고 있었다.

 

 붙잡아 세워 손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뒷모습만 보며 주먹을 쥐락펴락 할 뿐이었다.

 

 

 “아론님처럼 귀한 분을 만난 기념으로 자켓은 제가 가져도 될까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그 자켓의 의미가 그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크고 무게감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멀어져 가는 세라를 보았다.

 

 

 “저분을 좋아 하시나 봐요?”

 

 

 아론이 놀라 무희를 쳐다봤다.

 

 

 “제가 저분 역할을 했군요.”

 

 “……?”

 

 “저보고 빨간 머리로 염색하고 춤추라는 주문이 있어서 어제 급하게 염색했어요.”

 

 

 아론은 무희의 붉은 머리카락을 쳐다보았다. 염색이라고?

 

 

 “아론님을 위한 쇼였으니 그렇게 할만도 하죠.”

 

 

 벼락을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이제 가 봐야겠어요. 아까 출발했어야 했는데 제가 아론님 만나고 싶다고 해서 늦어졌네요. 마을에서도 저녁에 공연이 있거든요. 준비하려면 시간이 꽤 걸려요.”

 

 명랑한 목소리가 아쉬운 듯 끝이 흐려졌다.

 

 수줍은 듯 속눈썹을 내리깔고 입술을 우물거리는 소녀 같은 무희의 표정이 놀라웠다.

 

 어제의 대담하고 관능적인 춤을 추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느 것이 진짜일까?

 

 그녀는 망설이다 그의 볼에 재빨리 입술을 갖다 댄 후, 아쉬운 듯 손을 힘없이 흔들었다.

 

 멀어지는 무희를 잠시 지켜보고 서 있었다.

 

 세라 역할을 했던 무희.

 

 저 무희 때문에 세라 앞에서 우습게 되었다.

 

 무희는 그가 세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예전처럼, 만족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원했다.

 

 무희가 세라로 보이고, 세라와 눈이 마주칠 때 그녀를 무희처럼 상상이 되어 죄책감 같은 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성가시고 혼란스런 것들이 머리 속에 들어차게 하는 축제가 빨리 끝났으면.

 

 음악, 무도회, 춤, 세라의 미소, 무희.

 

 모두가 축제가 만들어 낸 환영이었다.

 

 

 

 

  * *

 

 

 

 

 야외 공원에 무도회장이 꾸며졌다.

 

 공작과 함께 아론을 비롯한 경호원들이 들어서자 모두 시선을 집중했다.

 

 아론은 무도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있어야 할 곳에 당연히 있는 그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안심했다. 그러면서도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 탐탁지 않아, 아론은 턱을 꽉 물었다.

 

 진회색 턱시도를 입은 공작의 존재는 가문의 수장으로써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공작의 뒤편에 시립한 아론이야 말로 축제기간 내내 거부할 수 없는 빛을 발산하는 주인공이었다.

 

 아론의 차림새 때문에 회장은 웅성거리는 소리가 낮게 퍼져갔다. 그는 늘 다른 경호원들과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정복이었다.

 

 오늘은 검은색 정복에 은사로 수놓은 화려한 불꽃 문양이 밑단부터 시작되어 어깨까지 이어졌다. 경호원의 복장으로 지나치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공작은 축제기간 동안 아론의 복장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론이 마치 황제 그 이상의 존재처럼 보일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하여 그의 은발과 투명한 흰 피부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의 존재감을 드높이고 있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누구도 감탄 없이 아론을 바라 볼 수 없었다.

 

 공작을 보자, 세라는 일어서 예의를 갖췄다.

 

 하늘거리는 드레스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몸 위에서 물처럼 흘렀다. 아론은 갑자기 갈증이 나서 마른 침을 삼켰다.

 

 늘 그렇듯 수업 밖에서는, 그녀는 아론을 응시하지 않았다. 아론을 무시하는 유일한 사람.

 

 공작이 자신에게 이런 화려한 옷을 입히는 것에 대해 무신경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세라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해서든 알리고 싶었던 차에 이 옷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비록 눈길 한 번 주지 않지만 상관없었다. 오늘은 그가 그녀 앞에 설 것이다.

 

 

 

 “와우! 아론 좀 봐. 여기 있는 우리는 완전 시골뜨기 같잖아.”

 

 “그러게요. 남자가 저리 아름다우니 여자인 저희가 부끄러워지네요.”

 

 “정말 욕심나네. 잘 싸우지, 잘 생겼지, 말 잘 듣지.”

 

 “공작님이 저런 옷을 입힐 만하지.”

 

 

 대화 중에 아론에 대한 내용이 빠질 수가 없었다. 공작은 흐뭇했다. 아론에 대한 선전효과로 세간의 관심을 얻게 될 것이다.

 

 황제에게 리딕이 있다면 그에게는 더 젊고 아름다운 아론이 있었다.

 

 물론 전투노예의 진가는 전쟁에서 발휘 되겠지만, 아론이 리딕보다 못하다는 평가는 없었다.

 

 단지 실전경험이 리딕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것이 사실지만 공작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이유는 아론의 유난히 반짝이는 은발과 투명한 피부가 나타내는 의미 때문이다. 그것은 화족의 순수혈통에 가깝다는 뜻이었다. 순수혈통일수록 체력도 전투력도 뛰어났다. 아론은 분명 리딕보다 빛났다.

 

 아론이 리딕만 제압해 줘도 황제를 상대하는데 승산이 있었다.

 

 제국의 권력자들도 공작에게 기울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거사를 치룰 적기일 것이다.

 

 공작과 아론은 같은 곳을 보고 있지만 생각은 천지차이였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도 야욕의 소용돌이 속으로 돌진하고 있는 공작.

 

 혼란스런 감정이라는 전쟁에서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는 아론.

 

 그 두 남자가 세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얼음 조각상이 돼버릴 듯 차갑게 앉아 있었다.

 

 영롱한 조명이 거대한 배의 갑판을 연상되게 배치되어 있었다. 배의 키가 있는 부분에 공작과 세라, 지도층 인사들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화려한 짧은 드레스를 입은 어린 소녀들과 턱시도를 입은 소년들의 앙증맞은 귀여운 모습에 여인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밤이 무르익어 갔다.

 

 공작이 아론에게 손가락을 까딱하자 아론이 가까이 다가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

 

 “자네가 세라와 추는 거 보려고 앉아 있는 건데.”

 

 

 세라는 옆 자리에 없었다. 배 후미처럼 꾸며진 뒤쪽에서 음료를 손에 들고,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산과 계곡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춤을 신청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친분이 어느 정도 있는 남자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녀에게 춤을 청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세라는 생김새도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차가운 인상인데다가 실제로도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거리를 두었기에 아무나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세라가 마침 혼자군. 자네 추는 거 보고 난 그만 쉬어야겠어. 피곤하군. 자네 임무는 이 시간 부로 마치는 걸로. 나는 기사단장과 가지.”

 

 

 아론이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기사단장을 봤다. 그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공작은 아론을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악단들이 있는 곳에 가서 직접 다음 곡을 신청해 두었다.

 

 그것을 본 아론은 갑판 가장자리를 따라 후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화하던 사람들이 멈췄다. 서로를 마주보며 춤을 추던 남녀들도 발은 박자를 타고 있지만 시선은 아론을 향해 움직였다.

 

 다른 일로 정신을 팔던 이들도 옆 사람의 신호로 아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론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수행하듯 성큼성큼 걸었다.

 

 여자들은 그가 자신의 앞을 스쳐지나 갈 때마다 도미노처럼 숨을 멈췄다. 거리를 두고 보던 거와 지척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천지차이였다.

 

 아론을 가까이 보기 위한 목적으로는 공작 근처에 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론이, 특별히 정복을 차려 입은 그가, 이렇게 그녀들 사이로 지나갈 기회는 정말 감사 할 일이었다.

 

 아론은 한 곳만 응시한 채, 주변의 동요에 개의치 않았다.

 

 

 다시 예전처럼 되기 위해.

 

 너를 봐도 아무렇지 않던 얼마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걸 내 자신에게 증명해야 한다.

 

 만족스런 스승으로 돌아가.

 

 여자가 아닌.

 

 아론만의 세상엔 귀족이니 노예니 여자니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평탄하게 살기 위해 조금씩 맞춰 살 뿐.

 

 그의 평온한 세상을 지켜야 했다. 거센 혼란이 휘몰아치도록 놔 둘 수 없었다.

 

 드디어 어둠을 응시한 채 뒤돌아 서 있는 세라에게 도착했다. 잔잔한 바람이 그녀의 얇은 드레스자락 위로 쉴 새 없이 잔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세라 옆에 있는 중년 부인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위아래 훑어 보다 세라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녀는 부인이 뒤를 보라는 턱짓에 따라 몸을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후, 세라는 시선을 천천히 그에게서 주변으로 옮겼다.

 

 

 다른 사람들 볼 필요 없어.

 

 

 “세라 아가씨.”

 

 

 날 봐. 확인 할 게 있단 말이야.

 

 세라가 눈을 돌려 아론을 응시했다.

 

 

 그의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두 눈동자를 파헤치듯 살폈다.

 

 넌 내 요구를 들어 줄까?

 

 널 안고 춤을 추는 동안 수업 할 때와 같은 평온이 느껴지길 기대한다.

 

 무희에게 느꼈던 혼돈, 숨막힘, 이유를 알 수 없는 뜨거움,

 

 그 혼란을 거부한다.

 

 

 “저와 춤추시겠어요?”

 

 

 

 

 *

 

 

 

 숙소에 도착한 아론은 정복을 벗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고된 훈련이나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날들보다 몸이 더 가라앉았다.

 

 눈을 뜬 채로 미동도 없었다.

 

 미명이 밝아 올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 일각을 노려보았다.

 

 점차 호흡이 거칠어지며 어깨가 들썩였다. 주먹을 쥔 손이 부르르 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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