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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상사병
작가 : 연딩
작품등록일 : 2018.11.16

18살, 고등학생 2학년인 하나는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학교를 조퇴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가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녀를 데려온 저승사자들과 함께, 죽은 사람들의 세상인 저승으로 온 하나.
그녀는 단 한 가지의 소원을 위해 업적을 쌓기로 결심한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살기 싫어했던 하나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무사히 소원을 빌 수 있을까?

 
59. 화의 크기
작성일 : 18-12-11 18:19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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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참을 서로 안고 있다가 하나를 자신에게서 놓아주는 월이었다.

 

 하나의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월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월 역시 피식 웃음을 짓고는 하나의 상처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이젠 월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던 하나는 얼른 성에 가서 셋에게 치료를 받아야한다며 그를 달래주었다.

 

 이 일을 이제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하나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던 월은 그녀를 부축하고 같이 일어났다.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하나가 쓰러진 사련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더 이상 사련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얼른 가자고 하였다.

 

 잠깐 동안 사련을 쳐다보다가 알겠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리고 끄덕이는 하나였다.

 

 

 

 .

 .

 .

 

 

 

 월의 성으로 돌아온 팀원들을 본 셋이 엄청나게 울며 그들을 맞이했다.

 

 "흑…으흑…. 다…다녀오셨어요오…."

 

 울면서도 저런 말을 하는 셋의 모습에 하나는 푸흡 웃음이 나왔다.

 

 월은 표정과 말이 반대되는 모습이 신기한 듯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둘 역시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피식 웃어보였다.

 

 월과 하나에게 치료를 해드리라는 둘의 말에 셋은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장아장 걸어가는 셋의 뒷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팔이 쓰린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른 치료를 해야 한다며 미간을 찌푸리는 둘에, 하나는 배시시 웃으며 월과 함께 셋의 뒤를 따라갔다.

 

 나란히 걷는 그들을 뒤에서 보는 둘은 아까 그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아직도 월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표정까지 잊을 수가 없었다.

 

 분명 하나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었다.

 

 그런데 왜 내 마음은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하나는 끌리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주 먼 훗날에 헤어져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월과 하나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그곳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셋의 방으로 들어온 그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훌쩍이며 구급상자를 가지고 와 아무 말 없이 치료를 해주는 셋.

 

 아마 우리들에게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

 

 하나는 셋이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따뜻한 말투로 셋에게 계속 괜찮다고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셋이 잠깐 동안 배시시 웃고는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가 왜 그러는 것인지 대충 알았던 하나는 옆에 있던 월의 팔을 셋이 모르게 툭툭 쳤다.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월에게 귓속말로 셋에게 얼른 괜찮다고 하라며 조용히 말을 하는 하나.

 

 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처음에는 아이를 달래주기 위해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지만, 하나가 사련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벌을 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녀가 상처를 입었고, 목에 선명히 사련의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하기 싫다는 듯 하나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는 월.

 

 그런 그가 괘씸하였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월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하나였다.

 

 그녀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갈색빛을 띠었던 하나의 머리색이 은발이 되었고, 어깨까지 오던 길이는 길어졌다.

 

 월은 한숨을 푹 쉬고는 셋을 향해 말하였다.

 

 "이 일은 절대 괜찮은 일이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하나는 사색을 하며 월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셋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하나를 치료해주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네가 있다면 하나에게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죄송합니다….“

 

 "난 너를 믿었어."

 

 "……."

 

 "하지만 이 믿음은 부질없는 것이었구나."

 

 내 안에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듯한 말이었다.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괜히 나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이런데, 저 말을 직접적으로 듣는 셋의 마음은 어떨까.

 

 하나는 심한 말을 하는 월을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여도 듣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팀원들에게는 다정하게 대해주는 그였기에, 셋에게 저런 말을 하는 월의 모습이 낯설었다.

 

 셋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동시에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자신이 스스로 나간 것이 아니라 하나가 나가라고 해서 나간 것이었는데, 셋은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잘못이라는 듯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말하였다.

 

 월의 치료를 모두 마친 셋이 하나와 월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하였다.

 

 하나는 괜찮다고 말하였지만 월은 끝까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먼저 나가있으라는 월의 말에 머뭇거리는 하나였다.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말한 월에, 그녀는 셋을 한 번 쳐다보더니 월의 앞을 지나가면서 한 마디를 하였다.

 

 "적당히 해요.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아직 어린 아이라고요."

 

 하나가 나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앞에서 아직까지 허리를 굽히고 있는 셋에게 편하게 있으라는 월.

 

 그 말을 들은 셋은 바로 허리를 펴지 않았지만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린 것인지 얼굴에는 눈물로 가득하였고, 눈가는 심각하게 빨갰었다.

 

 월은 셋의 모습을 보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처음부터 저승의 심부름꾼이 어울리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냉정하기는커녕 누구에게나 따뜻한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속이 여리니 상처를 많이 받은 것이 당연한 거지.

 

 셋이 치료해준 팔을 쳐다보는 월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모진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스럽게 치료해준 셋이었다.

 

 치료한 곳을 만져보니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침묵을 깬 것은 월이 아니라 셋이었다.

 

 "제 잘못이에요. 하나 님께서 나가라고 하셔도 사련과 단 둘이 남게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저 때문에 다쳐서 들어오시고…. 면목이 없습니다."

 

 사실 월은 셋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셋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땐 자신의 팀이 정말 크게 휘청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라는 소녀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둘도, 셋에게도.

 

 월은 셋을 한참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월의 겉은 무섭고 딱딱하지만 속은 그 반대인 것을 알았던 셋이 또 울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눈물을 멈추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눈을 비비고 울지 않으려는 듯 힘을 주는 셋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모진 말을 해서 미안하다. 내가 너무 화가 났나 보구나. 네 잘못이 아니라 사련의 잘못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아라."

 

 병 주고 약 주냐며 표정을 구길 법도 한데 셋은 그러지 않고 그저 환히 웃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짐을 하는 셋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는 월.

 

 "그 말은 거짓이야. 난 항상 너를 믿는다, 셋."

 

 고개를 돌려 아이의 표정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예상이 갔다.

 

 셋의 방에서 나온 월은 몸을 돌리자마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하나가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불만인 듯 눈을 얇게 뜨며 월을 쳐다보는 하나를 뒤로하고 자신의 방으로 가려는 월의 뒤를 졸졸 쫓아오는 그녀였다.

 

 "셋한테 또 심한 말 한 거 아니죠? 내가 나갈 때 했던 말, 들은 거 맞죠?"

 

 "난 그렇게 무자비한 상사가 아니야."

 

 "내가 보는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데, 당연히 난 그렇게 보이죠!"

 

 월은 걸음을 멈추고는 하나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뜨거운 시선에 하나가 흠칫거리고는 왜 그러냐고 퉁명스럽게 물어보았다.

 

 난 너를 구하다가 검에 베였는데, 넌 셋만 걱정한다 이거지?

 

 하나가 괘씸했던 월이 딱밤을 때리려고 하자 그녀는 급하게 자신의 이마를 두 손으로 가렸다.

 

 이제는 딱밤을 잘 피하는 모습도 괘씸하여 머리를 약하게 콩 때렸다.

 

 예상하지 못한 월의 행동이었다.

 

 멍때리는 하나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월.

 

 자신이 맞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하나가 뒤에서 조잘조잘거리며 월의 뒤를 계속 쫓아왔다.

 

 그렇게 계속 걷다가 월이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하나와 시선을 맞추고는 싱긋 웃는 월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하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언제까지 따라올 거지?"

 

 "…네?"

 

 그가 방문을 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내 방으로 들어오려는 것인가?"

 

 그 말에 얼굴이 확 붉어진 하나였다.

 

 예전에 장난을 쳐서 당황해했던 모습이 떠올랐던 월은 재미있는지 그때처럼 크게 웃었다.

 

 자신을 앞에 두고 크게 웃는 월이 얄미웠던 하나는 오기로 그의 방에 당당히 들어갔다.

 

 그 모습도 웃겼던 월은 하나의 뒷모습에 피식 웃고는 방문을 닫았다.

 

 팔짱을 낀 상태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은 하나.

 

 월은 침대에 걸터앉아 하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삐진 듯 입술을 내밀고 있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월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사련을 거기에 두고 와도 괜찮아요?”

 

 그의 이름에 얼굴이 확 구겨지는 월이었기에 새삼 그가 사련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혀끝을 차며 그 놈을 왜 생각하냐는 그의 질문에 하나는 "으음…."거렸다.

 

 그야… 괜히 월한테 피해갈 것 같으니까 그렇지.

 

 대답을 하지 않고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하나를 본 월이 턱을 괴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염라님께서 벌을 내리실 거야. 여태까지 눈을 감아주었는데 기어이 일을 쳤으니. 오늘 일만 해도 그래."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염라에게 벌을 받을까….

 

 …잠깐만, 그나저나 월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사실이 제일 중요했지만 많은 일들이 있어 잊어버린 질문을 그제야 물어보았다.

 

 월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하나의 질문에 그는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을 하였다.

 

 안심이 되었던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큰 숨이 나왔다.

 

 월이 벌을 받을까 엄청 두려웠는데… 다행이야.

 

 그는 아까보다 표정이 한결 나아진 하나의 얼굴을 보았다.

 

 말은 안했지만 나를 나름 걱정하고 있었구나.

 

 "그럼 그는 무슨 벌을 받아요?"

 

 "저승차사 직을 박탈시키고 다른 영혼들처럼 온갖 고문을 받거나 영원한 죽음을 명받겠지."

 

 "저승차사 직을 박탈당하는 건 그 미친놈한테 제일 가혹한 벌이긴 하네요. 권력과 힘을 늘 바라고 있던 그였으니까."

 

 그 말에 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젠 이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하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몸을 노리던 악령에 대해 물어보았다.

 

 왜 자꾸 싫은 존재들 이야기만 하냐며 얼굴을 찌푸리는 월의 모습이 나름 귀여웠던 하나는 히히 웃으며 그를 놀렸다.

 

 웃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예전에 비해 표정이 다양해진 월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졌다.

 

 "네 몸을 노리는 악령들은 아마 이제 없을 것이다. 보는 앞에서 영혼 한 명을 소멸시켰으니까."

 

 "보는 앞에서? 와…. 월 너무 잔인해요."

 

 "그럼 내 눈앞에서 네 몸을 차지하려고 하는데, 그냥 넘겨?"

 

 그가 흥분을 한 듯 다급하고 화난 말투로 말하였다.

 

 그 목소리를 느낀 하나가 월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는 그녀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내 앞에서 그렇게 간 크게 네 몸을 노릴 수 있는 것인지. 다음에 혹시나 네 몸을 노리는 악령이 나타난다면 난 똑같이 소멸시킬 것이야, 아무 망설임도 없이."

 

 정말 그럴 것이라는 단호한 말투.

 

 그제야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하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왜 그렇게 쳐다보냐며 월이 물었다.

 

 "…그렇게 화가 났어요?"

 

 "…뭐?"

 

 "내 몸을 악령이 노리는 것이, 그렇게 화가 났냐고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묻는 하나에, 월은 당황하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는 아무 말도 없이 하나를 등지고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하나가 월의 몸을 흔들며 집요하게 물어보았다.

 

 그래도 월이 아무 말도 하지 앉자 오기가 생긴 하나는 점점 더 세게 그를 흔들었다.

 

 보다 못한 그가 하나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몸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숨이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거리가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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