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이수성의원은 여의도 의원실에서 최비서관에게 확인 사항을 체크하고 있다.
여러 개의 결재판과 민원서류, 정책 자료가 가득 쌓여 있다. 이수성의원은 아무리 바빠도 민원서류는 꼭 자신이 직접 챙긴다. 정책이나 나머지 연구 자료와 각종 행사에는 보좌진을 보내는 일이 허다해도 민원이 발생하면 민원인을 직접 만나 정확하게 경중을 따져 대화를 나누고 해결하였다.
이것이 이수성의원을 5선 인물이 된 중요한 이유이다. 지역 사람들의 평판이 너무 좋아서 감히 어느 후보도 이수성의원과 선거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미래구 정치 대통령이다.
그리고 이수성이 챙기는 또 한 가지는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연설문부터 각종 인사, 정책, 외교까지 이수성의 손의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수성의 정확한 정치적 계산능력과 승부사적 기질은 대통령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거물로 성장하여 대통령과 마음대로 독대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수성의원이 결재 판을 보다가 갑자기 책상을‘딱’하고 쳤다.
최비서관은 눈을 움찔 감는다.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연락해. 당장”
“네”
“내 이수성이요. 내가 말씀드린 사업 왜 진행하지 않습니까?”
“의원님! 대통령님께서 잠시 보류하신다고 하시는데요.”
‘쿵’하고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수성의원은 상당히 언짢은 표정으로 최비서관을 바라본다.
“최비서관은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말씀이신요?”
“사람이 이러면 안 되지 않나? 누구 때문에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이런 미래 성장사업을 보류하고 말이야. 내가 하는 사업은 모두 국가를 위한 사업인데.....최비서관은 잘 알고 있지.”
“네! 물론입니다. 의원님처럼 수에 능하신 분은 본적이 없습니다.”
“수에 능하다고 하~하~하. 그런 소리 다음부터는 하지 마라. 임마야. 내가야 사기꾼, 도박꾼 같이 들린다. 알긋냐. 그래도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은 최비서관 밖에 없다.”
최비서관이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히 예의를 차렸다.
“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전에 말씀드린 한승전자 사장님 부탁 건은 어떻게 할까요?”
“뭐었지? 아하! 취업 문제. 아들이가? 딸이가?”
“따님입니다.”
“여자면 금융권이 좋지 않겠나? 은행 중 알맞은 한 군데에 알아봐서 넣어줘. 입사한 다음에는 지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뭐!”
“네! 알겠습니다.”
“이번 사업이 참 좋은 사업인데 말이야! 대의명분도 딱 좋고 말이야. 중요한데 말이야 최비서관 우리는 일단 자금을 필요해. 대한민국을 움직일 만큼의 자금........이번 사업이 그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이수성의원은 잠시 의자를 뒤로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의자를 돌려 대화를 시작했다.
“민구 이 자식이 조금만 더 배포가 크면 좋겠는데 원래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리더 역할도 하고 말이야. 그때 뭐야! 철거민 사건으로 경찰서에 갔을 때도 민구가 선동하고 동아리 인원들 모아서 버린 일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림을 크게 그리고 있는 것인데 말이야. 요즘 영 아니야. 아직 많이 가르쳐야 되겠어. 최비서관 조비서에게 민구 항상 감시하고 특이 사항 있으면 바로 보고하라 했지?”
“네 요즘은 선거유세에만 집중하시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게 멍청한 거야. 선거가 유세만 한다고 되는 거야!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이슈를 만들어야지. 그리고 단체를 움직여야 하는데 거리에서 손 아프게 악수하고 소리만 지른다고 되는 줄 아나. 아이고 답답한 놈. 조현민조합장에게 연락해서 그 쪽 일 빨리 처리하라고 해라. 그 쪽 주민들만 투표를 못하게 하거나 우리 편으로 만들면 선거는 끝나는 거 아니가. 멍청이 같이 빨리빨리 끝내지 못하고 시간을 질질 끌어. 돈 필요하다 하면 보내주라.”
이수성의원은 이민구를 이번 선거에서 최대표차이로 당선시켜 시대가 요구하는 젊은 정치인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당내에서 보궐초선이 아닌 당당한 재선 의원으로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당연히 동생 이소라기자가 언론이 담당하여 최고의 젊은 정치가로 만들어 낼 것이다. 엄청난 표현력과 문장력으로 전 국민들을 현혹시킬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참신하고 젊은 지도력을 갖춘 인물로 변신하여 포털싸이트 1위를 장식하게 될 것이며, 국민들도 이민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럼 이민구 차기 젊은 대통령으로 나갈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프랑스, 캐나다 등 40대 지도자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젊은 생각과 젊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언론을 자극하여 국민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이민구가 들어가게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만들려면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 왔던 기업 목조르기 같은 방식으로는 그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없고 조금 더 은밀하고 조직적이면서 안정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이수성의원은 평생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고 이민구를 키우는 동안 계획했던 것이다.
민재수교수의 강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오늘은 복지와 밀접한 세금에 대하여 강의하겠는데 여러분이 조별로 공부해 준비하여 오늘 발표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암흑기와 부정부패에 대해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조별로 준비시킨 것은 그 만큼 중요하고 놀랄만한 사건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 선배로서 지식인이라며 교수로 있는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입니다. 만약 그 돈이 올바르게 세금으로 징수되어 나라를 운영하는데 사용되었으면 우리나라는 조금 더 발전 된 복지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에서 입니다.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공부하시면서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돈을 벌지 않으면 여러분이 지금 이 강의실서 편안하게 공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지난 시간에 복지국가 스웨덴과 세계 여러 나라들의 평균 납부 세금에 대해서 말씀 드렸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너무 많이 거두어 드린다고 생각합니다.”
“돈의 버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후를 대비하면 젊어서 일을 할 때 조금 더 내고 나중에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보장 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네. 여러분의 대답이 전부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복지 선진국 보다는 역사적인 경제성장 배경이 다릅니다. 일제 식민지역사와 해방 후 얼마되지 않아서 남북의 한국전쟁의 역사가 있었고 가진 것이라곤 노동력뿐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해외로 많은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 즉 사람을 수출하였습니다.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남자는 파독광부로 50도가 넘는 땅속에서 석탄을 캤고, 여자는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해외에 나가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시체 닦는 일을 하면서 버티었고 월남전 파병을 통해 돈을 벌어 왔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시작하여 급속하게 발전한 우리나라는 수출규모나 GDP등은 세계적 수준인데 비하여 부패순위나 인권, 언론 자유의 순위는 하위권에 있죠.
과연 우리나라가 세금을 다른 나라보다 세금을 적게 거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복지가 다른 선진국 보다 떨어지는 것일까요?
자!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금을 정당하게 걷고 운영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아니요! 매일같이 정부, 국회의원, 기업체, 개입 등 부정부패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유가 무엇이죠?”
“세금은 개인만 납부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에서도 납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뉴스를 보면 기업들은 상속세, 분식회계, 경영권싸움 등에 세금 탈루가 있습니다. 재벌이나 대기업에서도 작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탈세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상상도 못하는 금액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포인트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복지국가와 국가청렴도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뉴스나 기타 정보지를 통해서 많이 알고 있겠지만 기업의 세금 탈세방식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상속세도 기업 내부에 회계세무부서를 두어 탈세가 일어나도 국세청에서 잡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이미 그 전에 작업이 끝나서 온전히 거두어 드리기가 힘이 듭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금 전에 학생이 말했듯이 금액이 모두 크다는 것입니다. 뉴스를 보는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까지 들지요.”
“그림으로 재산 증식 하는 재벌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미술품, 골동품은 정찰제가 아니고 취미로 소장하고 있다고 하면 추징하기가 어렵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고 적발한다고 해도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기가 어려워 세금추징이 어렵습니다.”
“부동산도 문제인거 같습니다.”
“우리나라 개인 자산을 분류해 보면 70%가 부동산입니다. 강남불패라는 말도 있죠. 선진국은 30%~50%정도가 부동산입니다. 그 만큼 자산 증식에서 부동산 편중이 심하죠. 하지만 더 문제는 공시시가와 실거래가의 편차가 너무 큰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운계약서나, 위장전입,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서 집을 구입한다는 말도 있죠. 그러니 세금을 똑바로 계산하기가 어렵고 부동산담보의 자산 편중이 심하여 잘 못 건드리면 부동산을 구입한 서민들이 곤란하게 되어 정부에서도 조심스러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여러분께서 대답한 이런 세금을 올바르게 거두어 드린다면 엄청난 국가재정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복지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 만큼 바른 세금추징과 이를 이용한 국민을 위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부정과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갑자기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무척 높아졌다. 학생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학자금 대출로 이미 소득보다는 대출로 마이너스로 사회의 출발점에 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모두들 이런 부정부패에 더욱 민감했다.
“100조가 넘는 돈이 복지예산에 책정되어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삶이 바빠서 어떤 복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소구 부자사망처럼 말이죠. 반대로 그 예산을 편법을 사용하여 착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이 자기 친척들을 동원하여 여러 가지 국가지원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면 받고 모르면 못 받는 것이 무슨 복지입니까? 복지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헌법에도 명시 된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지켜주는 법이 복지국가이입니다. 편법으로 세어나가는 예산은 분명히 점검하고 필히 환수해야 합니다.”
“네! 그러면 저희 들이 조금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여러분들이 준비한 것을 조별로 발표하는 시간을 같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다음 주 강의까지 해도 모자랄 만큼의 큰 사건과 다른 나라에서 보면 창피하기까지 할 정도의 사건도 있습니다.”
민재수교수는 조별로 나와 준비한 과제를 발표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준비한 자료들의 주제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어두운 과거와 미래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