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광화문 광고판에 한참 선거결과가 나오던 화면이 사라졌다.
이른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광고판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갑자기 폭격을 맞은 듯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후 광고판에 불이 켜지더니 [내일 대통령 자신의 불법자금비리 관련 연설 예정]이라는 문구가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잠시 후 광고 글귀가 사라지더니 [공민당 미래구 6선 당선 이수성의원 정치자금법, 선거관리위반, 기업체 세무회계 무모화 관련 뇌물수수 등 긴급체포]라는 문구와 함께 검찰에 연행되어 가는 동영상이 온 광고판을 가득 채웠다.
길거리 모든 사람들은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차에 오르기 전 이수성의원은 수많은 카메라 플레쉬가 터지는 기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온화한 얼굴로 짤게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저는 아무상관이 없습니다. 억울합니다. 모두 대통령이 지시한 사건입니다. 저는 반드시 국민을 위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차에 올라탄 이수성의원의 얼굴은 온갖 인상을 쓰며 연행하는 검찰직원들이 다 들으라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대통령! 니가 날 잡는다고, 그런 자백 연설로, 날 너무 쉽게 봤어. "
그리고 연행하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나 이수성이야. 난 우리나라 민주화와 국민들을 위해 일한 것 밖에 없다고. 봐!봐!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지나 보자고 자네들 중에도 잘 생각하고 줄을 서. 내 마지막 호의가 될 것이니까. 내가 알고 있는 검찰이나 판사가 몇 명인줄 알아 잘 생각해."
연행을 하는 검찰직원들은 묵묵무답이였다.
그렇게 이수성의원은 검찰청으로 연행되어 들어갔다.
이수성의원은 전 인생을 국민을 위해 받쳐는데 왜 이런 사건에 연류되어 검찰청에 가는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고 대통령을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감히 이수성 나를 건드리다니...........
-어두워지는 저녁 사건 전말의 시작-
창문 밖에 빗방울이 한 두 방울 튕겨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어둑해진 저녁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분위기 음산해졌다. 큰 건물 중간 쯤 불이 커진 사무실 책상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을 울리고 있다.
정신없이 서류를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가 휴대폰에 보이는 이름을 보고 얼굴에 한 것 짜증을 내고 벨이 한두 번 더 울리 때까지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계속 바라보았다.
“왜! 또 전화를 해고 그러시나!”
얼굴은 휴대폰을 받기 싫다는 표정을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정답게 연기를 시작하였다. 그 동안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는 사람의 전화인 것 같았다.
“예! 여보세요. 서울지방검찰청 김현태부장검사입니다.”
수화기 넘어 밝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안녕하세요. 이소라기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뭐! 제가 전화하면 알고 계시잖아요? 김태국국회의원 사건을 조사 할 것인가 해서요? 또 업체만 조사하고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죠?”
“잘 못한 일이 있으면 조사를 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그럼 조사하신다는 건가요?”
“조사하고 말고는 제가 결정할 것이니 그런 것은 이소라기사님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이렇게 전화까지 하셔서 친절하게 물어보는 이유가 뭐죠?”
“기자가 하는 일이죠. 특종을 선방으로 날리는 것이잖아요. 하하하!”
이소라기자는 웃음으로 지금 이 어색함을 넘기려고 하였다. 여기자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말투도 거칠고 호탕하였다.
“이! 소! 라! 기사님 아버님 믿고 저에게 자꾸 이런 전화하시는 데 이젠 사양하겠습니다.”
김현태부장검사는 인사도 없이 휴대폰을 끊어버렸다.
이소라기사는 먼저 휴대폰을 끊어버린 김현성부장검사에게 다시 통화를 시도하였다.
김현성부장검사는 휴대폰의 액정을 통화로 밀어 놓고 책상 한 쪽 끝으로 밀어버렸다.
‘으흐! 정말 귀찮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니 내가 지 애인이야 뭐야! 매일 단물만 쪽 빼먹고 인사만 하면서 말이야. 이수성의원만 아니면 그냥 쳐 넣어버리고 싶다. 공무집행방해죄로.’
김현성부장검사는 혼자 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전화기에서는 작지만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현태부장검사님......김현태부장검사님......여보세요. 야! 야! 김검사........전화 받아.’
김현성부장검사는 감히 부장검사에게‘야!’라고 부르는 소리까지 무시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잠시 후 휴대폰이 끊어지고 잠시 후 벨이 울렸다. 다시 또 이소라기자였다. 이젠 아예 휴대폰을 쇼파로 던져버렸다.
김현태부장검사는 수많은 서류가 책상위에 있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서류 묶음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생각에 잠겼다.
마치 신의 재판 앞에서 삶과 죽음 딱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에 걸린 사람 같았다.
서류묶음 철에는 현직 국회의원 국책사업 비리 사건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마 검사면 누구나 피해가고 싶어 할 사건일 것이다. 김현태부장검사는 서류철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머리 위로 양 손을 깍지 끼고 혼자 말을 하였다.
‘다른 사건들도 많은데 굳이 국회의원들을 조사하는 사건을 나에게 주는 거야.’
어차피 철저히 파헤쳐도 국회의원들은 위선에서 조정하여 다 빠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맡은 검사는 열심히 한 만큼 서울에서 먼 곳으로 유배를 갈 것이다. 아니면 그들과 손을 잡던지.......
김현태부장검사는 서류철을 한 쪽으로 치워버리고 차라리 다른 사건이나 먼저 처리하자고 마음을 먹고 다른 서류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 때 갑자기 그녀와 첫 만남이 머릿속을 흔들어 놓고 지나갔다.
김현대부장검사와 이소라기자의 만남은 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급 호텔 레스토랑의 큰 창가에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연한 핑크색 원피스를 곱게 입은 여인이 장난기 있는 얼굴로 볼에 바람을 넣어 빵빵하게 하고 등받이 깊이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드려다 보니 매우 따분하고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기 싫은 표정이었다.
잠시 후 그녀의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휴대폰을 본 그녀는 짜증내는 말투로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옷도 불편하고. 빨리 좀 오지.’
하면서 어깨와 허리가 불편한 듯이 옷을 다시 정리할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 숨이 거친 한 남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급히 뛰어 온 모습이였다. 하지만 그녀에 앞에서 선 그 남자는 최대한 점잖은 목소리의 남자 톤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인사 소리에 깜짝 놀라 당황하며 자세를 똑바로 하고 언제 짜증을 내었냐는 듯이 앉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는 듯이 시치미를 뚝 때고 있었다.
“혹시! 이소라씨 죄송합니다. 김현태 검사라고 합니다.”
“아! 네. 좀 늦으셨네요!”
그녀는 성의 없는 예의의 말투로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며 한 마디를 더 했다.
“그리고 김현태라고만 하면 되지 꼭 검사라고까지 말해야 하나요.”
김현태검사는 조금 늦긴 했지만 당돌하게 나오는 여자의 말투에 어의가 없었다.
“네! 다시 인사드리죠. 김현태라고 합니다. 제가 30분 정도 늦었습니다. 초면에 이렇게 늦어 죄송합니다.”
“앉으세요! 제가 벌세우는 것 같아 보이잖아요. 여기 눈도 많은데.”
거침없는 그녀의 말에 김현태검사는 다시 또 어의가 없었다. 이건 자신이 무슨 죽을죄를 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김현태검사는 앉으면서 할 말 좀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네! 앉겠습니다. 그런데 초면에 제가 조금 늦기 했는데........”
그녀가 말을 중간 끊고 자신의 말을 시작하였다.
“뭐! 저에게 그리 관심이 없으니 늦게 나오셨을 것이고, 저는 검사님께 관심이 없어요. 또 결혼은 더더욱 관심이 없으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커피는 제가 마셨으니 제가 계산하고 갈게요.”
김현태검사는 너무 황당하였다. 이건 망아지가 날 뛰어도 이렇게까지 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검사가 되고 나서 이런 대우는 특히나 처음이었다. 그래도 자존심이 발생하여 몇 마디라도 나누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는 이소라의 손을 잡았다.
“이건 아버님 믿고 막무가내로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기자라서 이렇게 용감하신지요. 잠시 앉으시죠. 저도 그렇게 시간이 남아서 나온 사람이 아닙니다.”
“먼저 손이나 놓으시죠.”
이소라는 상당히 권위 있는 가족의 사람이고 방송국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 여기자이다.
오늘 이 자리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더욱이 상대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늦게 오니 짜증이 무척이나 나 있는 상황이었다.
“제가 좀 늦었지만 이렇게 자리 바꾸기 게임 하듯 일어나시면 저도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그러셨으면 시간에 맞춰 나오시던가. 저에 대해서 똑바로 알고 나오셨어야죠. 저는 이미 말씀 드렸듯이 결혼에 관심이 없습니다.”
“잠깐만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도 오늘 상부 지시로 나왔습니다. 저도 그 쪽을 보는 것이 그렇게 기분 좋지만은 않습니다.”
“우와! 상부 지시로 맞선자리까지 나오실 분이면 야망이 대단하시네요!”
“야망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냥 쉽게 야망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라고 하죠!”
“검사님이라서 그런지 말을 잘 하시네요. 무슨 선물 포장집인 줄 알았어요.”
김현태검사는 동기 검사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검사이다. 항상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고 인간관계도 좋아서 검찰청 내부에서 차세대 주자로 낙점될 정도이다. 그래서 이소라기자의 아버지가 정략적으로 결혼을 시키고자 오늘의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뭐라구요! 포장가게요. 저는 그런 표장 같은 것 할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소라씨 어린 아이처럼 너무 하기 싫은 거 하고 있다고 티를 너무 많이 내는 것은 아닌가요?”
“지금 어린 아이라고 했어요! 그래요. 네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이젠 볼 일 없을 것 같은데 이젠 일어나면 되겠죠. 저의 아버지께는 포장 잘 하시는 김! 현! 태! 검사님께서 포장 좀 잘 해주세요. 안 그러면 내가 집에 돌아가서 귀찮지니까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일어나시고 말고는 상관없는데 아버님께 제가 설명하는 것은 조금 힘이 들것 같습니다. 그 쪽 집안일까지 제가 신경 쓸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소! 라! 기자님 저를 또 볼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단정 짓지 마세요.”
“뭐! 지금 다시 또 만나자는 건가요? 나 참 황당하시네! 이 분.”
“이 분! 그 사람이 검사입니다. 기자면 특종 기사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아버님 쪽 사람만으로 안 되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요! 검찰청에 정보통 하나 있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은데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남까지 이렇게 걱정해 주실 시간이 있는 검사님이신가요? 여유가 많으신가 봐요.”
“제가 요즘 국회의원 정보를 수집하는데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김현태검사님 제가 지금까지 기자를 하면서 알고 있는 것은요. 그 진실은 항상 바뀐다는 것이죠. 김현태검사님께서 노력하여 얻은 결과와 다르게 포장되어 세상에 나타나게 됩니다. 아직 검사생활이 짧아서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조금 더 검사생활 하셔야 하겠네요. 아직 아마추어 같네요.”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니 언제든 연락주세요. 그리고 제가 본 이 바닥에서의 프로는 티를 내면 안 된다는 것 쯤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과 다르게 포장되어 세상에 방송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하는 방송이 거짓이란 이야기인가요. 그럼 중대 사건을 처리 할 때 꼬리 자르기 하는 검사영감님들은요?”
“저는 이소라기자님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소라기자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기분이 나빠졌다.
반면에 김현태검사는 여유 있는 자세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소라기자가 짜증내는 말투로 말을 하였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예요?”
김현태검사는 두 손은 들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로 기우뚱 하며 대답하였다.
“맞선보고 있잖아요.”
“지금 농담하고 있는 거예요. 이미 저는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요. 검사님과 대화를 하고 나서는 저의 생각이 현명하고 옳다는 마음을 굳혔네요. 고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하죠. 혹시나 제가 도울 일이 있을지 모르니 언제든지 연락하셔도 됩니다. 오늘 대화를 하다 보니 재미있네요.”
“아~~~네! 언제 욕을 한바가지 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때 전화하죠. 꼭 받으세요. 이젠 정말 갑니다.”
“네. 제가 남의 욕도 많이 먹어봐서 맷집 좋습니다. 같이 일어나시죠. 저 혼자 앉아 있기도 청승맞네요.”
이소라기자는 먼저 일어나 계산서를 들고 계산대로 가서 자기 커피 값만 계산하고 출입구를 나가 버렸다.
김현태검사는 당연히 자신이 계산을 하려 했는데 계산까지 하고 나가서 황당해하고 있었다. ‘다음에 식사 한 번 할 일이 있겠지!’하며 출입구 쪽을 향하는데 웨이터가 급하게 다가왔다.
웨이터는 계산서를 보여주면서 여자고객님이 남자고객님 것은 따로 받으라고 하였다라고 설명하였다. 김현태검사는 ‘그럼 그렇지’웃으면서 계산을 하고 출입구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