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오늘도 이소라기자는 김현태부장검사에게 다시 전화를 시도하였다.
김현태부장검사는 받기 싫지만 다시 또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이소라기자는 이번에 인사도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김태국 국회의원 꼬리 자르기 맞죠?”
“그 일은 내가 하는 일인데 이렇게 계속 물어보시는 것은 월권행위에입니다. 그리고 일 좀 합시다. 매번 이렇게 전화해서 꼬치꼬치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공무집행방해죄라고 알고 계시죠.”
“김부장검사님 좀 봐 주세요. 또 내부적으로 마무리 짓고 넘어가나 해서요?”
“제가 언제 그렇게 일했나요.”
“그럼 이번에는 조사하는 것이죠.......내 그렇게 알겠습니다. 기사 내 보낼게요?”
“이소라기자님 이거 너무 마음대로 하시는 것 아닙니까?”
“몰라요! 저는 정확한 기사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저는요! 정보제공자일 뿐입니까? 커피 한 잔도 안 사주시면서 이소라기자님 봉 같은 생각이 드네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아하! 오해 마시고.......제가 꼭 크게 한 턱 내겠습니다. 그러니 큰 거 하나 주세요.”
“말만 10년입니다. 이젠 저도 제가 알아서 먹을 정도는 됩니다. 오늘은 이만 하시고 아직 절대 기사 나가면 안 됩니다. 알겠죠. 분명 말씀 드렸습니다.”
김현태부장검사는 휴대폰을 끊어버렸다. 이소라기자는 꺼진 휴대폰을 보고 오늘도 허탕이라고 하며 방송국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시각 한 대학 대강당에서 젊은 교수가 마이크를 들고 칠판에 「복지란 무엇일까요?」 크게 적고 돌아서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했다.
“복지란 무엇일까요?”
교수가 대강당을 꽉 채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국가가 국민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교수는 학생의 답에 반문을 했다.
“그럼 국가란 무엇인가요?”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나라·정부입니다.”
다시 또 한 학생이 대답했다.
교수는 부연 설명을 하였다.
“여러분이 대답한 말을 달리 표현하면 국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을 지켜주는 것을 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복지랑 국가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도움을 주기 위해서 국가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군대요.”
“경찰이요.”
“행정·입법·사법부요”
이쪽저쪽에서 학생들의 대답이 난무하였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을 하였다.
“네! 네! 모두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군대, 경찰, 행정, 입법, 사법 등 공무원들이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나요?”
잠시 정적이 흘렸다. 한 학생이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금입니다.”
“그렇죠. 네 맞습니다. 세금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곳간이 꽉 차 있어야 국민들을 안전하게 더 많은 도움을 줄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여러분에게 질문과 답을 왜 했는가의 핵심은 바로 국가의 부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여러분과 공부할 부문이 세금과 복지와의 관계입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태내에서 천국까지’라는 말은 들어 보셨나요?”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반응이 없었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들어 보셨나요?”
“네”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너무나 유명한 말이죠! 먼저 한 표현한 말은 스웨덴에서 쓰는 복지 정책 슬로건입니다. 그 다음 은 영국에서 나온 슬로건입니다. 다른 슬로건으로 ‘국가를 국민의 집으로’, ‘개인의 성공과 관계없는 생활의 안정을’이란 말들이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너무나 좋은 표현들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학생이 말을 했다.
“그렇죠. 복지국가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국이란 나라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국을 모르고는 복지국가를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은1940년대 영국에서 나온 복지정책의 목표였습니다. 자국의 국민들을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 까지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획기적인 일이였죠.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 먹고 살 수 있게 삶을 제공해 준다는 것인데,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다. 아마 지금 여러분처럼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국가 재정이 필요할까요?”
“세금은 국민이 내야 하는데 일을 안 하면 누가 세금을 내죠?”
“네! 맞습니다. 국민들이 게으름쟁이들이 되면 그 나라는 그 복지정책의 목표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남들보다 더 경제적으로 더 좋은 삶을 원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그저 최소한의 삶을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국민 모두가 놀고 있지는 않죠. 좋은 직업을 갖고 여유있는 삶을 살기 위해 대학을 가고 더 많은 소득을 벌고 그 만큼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그 국민들은 소득이 생긴 만큼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삶의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게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또 자본주의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복지와 세금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미리 준비를 하시고 우리나라 복지정책에 대해서 리포트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우렁찬 인사 소리와 함께 교수는 강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민교수님”
뒤쪽에서 교수를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나자 교수는 고개 돌렸다.
“어! 진성야 오랜만이다. 이제 몰라보겠다. 정치인 티가 좀 나네.”
“무슨 소리야. 아직 당선도 안 되었는데. 나보다 교수가 현실적으로 훨씬 편하고 좋지 너가 부럽다. 강의 끝났으면 우리 나가서 소주나 한 잔 할까?”
“음~! 뭐 급한 것은 없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연구실에서 차 한 잔하고 나가자. 강의시간 내내 서서 있었더니 조금 앉았다가 나가고 싶다.”
두 사람은 [민재수교수]이라고 적혀 있는 연구실로 들어갔다.
“우와! 교수 연구실이라서 그런지 사방이다 책이네. 이건 뭐야 학생들 리포트야. 엄청 쌓였네. 이거 다 읽어 보고 점수 체크하니?”
“처음 교수 시작했을 때는 학생들을 정성을 생각해서 되도록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컴퓨터하고 인터넷이 너무 발달해서 앞 뒤 몇 장만 읽어보면 대충 감이 와. 학생들이 인터넷을 복사한 건지 아니면 공부를 하고 작성한 것인지 알게 되더라고.”
“하긴 우리도 남 리포트 많이 보고 썼지 뭐!”
“이제 그만하고 나갈까? 진성아 나가자. 그런데 선거 후보가 아무나 만나고 다녀도 되니?”
민재수교수는 책상위에 놓아둔 이수성의원과 이민구에게 견네 줄 자료를 김진성이 혹시 볼까 해서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 하였다.
“난 걱정마라! 나 만났다고 민재수교수님께서 문제가 생길까봐서 걱정이다.”
둘은 변두리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말 오랜만이다. 진성야. 한 잔 해”
“그래 요 몇 년 동안 오늘이 가장 편하네. 친구야 한잔해라.”
“우리 민구도 부를걸 그랬나?”
“안 그래도 민구 때문에 보자고 한 거야. 며칠 전에 민구랑 의원님이 불러서 잠깐 보고 왔다.”
“그래, 그런데 왜 아버님까지 같이 만나거야?”
“지금 나랑 민구랑 예민한 사이잖아. 나 보고 포기하고 민구 밀어주라는 이야기겠지. 그래서 그 자리에서 협상안을 말씀하시기도 전에 일어나서 나왔다.”
“왜 의원님 협상안이라도 들어보지? 의원님이 직접 제시하는 것이면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혹시 둘이 아직 앙금이 남아 있어서 그래.”
“지금 나보고 앙금이라고! 그 자식이 나보고 배신자라고 하더라. 누가 할 소리인데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
“둘은 왜 그렇게 계속 멀어지냐? 가는 길도 틀리고, 전생에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야 정말.”
민재수교수는 둘사이에 무슨 사건이 있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모른척 말을 하였다.
김진성, 이민구, 민재수는 대학교 봉사동아리 동기였다.
그 당시 한참 서울에 재개발 붐이 불고 있었다. 동아리 친구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쪽방촌을 찾아 어른신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도와 드리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아주 좋은 친구들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봉사지역에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각종 현수막이 붙고 부동산 업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쪽방촌 어른신들은 뭐가 뭐지 몰라서 서로 모여서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그 분들은 그 곳을 떠나면 살 곳이 없는 분들이고 그 곳이 삶의 터전이고 고향이었다.
이미 재개발 지역에 지분은 타 지역 부동산업자와 큰 손들에게 많이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재개발 조합장이라는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인사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용역업체 사람들이 따라 다녔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제가 인사가 늦었습니다.”
“당신 누구요?”
“내 여기 미소구 재개발 조합장입니다. 조현민이 니 뭐하노. 어서 준비해라. 할아버지 계속해서 여기 살 수는 없잖아요. 이것 좀 보세요. 이렇게 멋지게 아파트가 들어오면 살기도 좋고 또 팔면 몇 억원은 그냥 벌 수 있어요. 여기 술 한 잔 받으시고 찬성해 주십시오. 어르신...하하하....”
“난 그게 무슨 소린지 몰라 . 난 그냥 어디 살다 죽어도 되네.”
“할아버지가 이렇게 모른다고 해도 여기 주민들은 다 나가야 해요. 국가에서 하는 일인데 버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제가 말 잘 해서 조금 더 챙겨드리라고 할 것이니까 우리 서로 웃으면서 여기 도장이나 지장 찍어주세요! 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닙니까? 어르신.”
“싫어, 난 안 해”
“그럼 나중에 냄비하나도 못 챙기고 여기서 나갈 수도 있어요. 할아버지 제발 제가 드린 말씀 잘 들으세요! 명심하세요.”
이런 식의 회유와 협박이 시작되더니 어느날 갑자기 철거 용역회사와 들어와 철거를 시작하려 하였다. 처음에는 동네만 슬슬 돌아다니며 재개발 총회 시 찬성하는 주민만 입장시키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회의장에도 못 들어가게 막아섰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민구는 김진성과 민재수 등 봉사 동아리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의기투합해 용역업체를 막아서 올바른 재개발 하던지 재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재개발 반대파 주민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였다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이들의 길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