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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죽어도 아이돌
작가 : 마정팔
작품등록일 : 2020.9.17

#아이돌스토리 #sf #현대판타지 #타임워프 #성장 #드라마 #로맨스 #엔터 #비리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명가, 티엠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거제도에서 올라온 현진.
연습생 계약을 할 때만 해도 금방 스타라도 된 양 한껏 고양되어 있었건만 벌써 스무살, 연습 생활을 해온지는 만으로 새도 5년차다. 티엠 기획 이래 최고의 선비 연생이라 불릴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애매한 캐릭터와 포지션에 어느덧 회사에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데.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다른 회사에서 아티스트 계약을 맺자는 스카웃 제의를 받고 신나기도 잠시. 기껏 그 사실을 엄마에게 알렸지만 그리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에 큰 실망을 한다. 그리고 작은 다툼 끝에 긴 부재가 이어지자 엄마는 현진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로 빠지고, 그 사실을 알게된 현진은 절망 속에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데 웬걸. 분명 두개골이 쪼개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걸 생생히 감각했는데 눈을 뜨니, 엄마와 전화를 막 마친 그 시각으로 돌아와 있다. 그 후부터, 현진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되는 길에서 벗어날 때마다 다시 시간은 그 전 시점으로 돌아온다. 마치, 현진이 꼭 최고의 아이돌 되어야 끝나는 완벽한 시나리오의 게임처럼.

 
<죽어도 아이돌> 11화: 단 한번의 포옹
작성일 : 20-09-29 15:49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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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아이돌 11화: 단 한번의 포옹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나도 모르게 수현을 안고서 한참을 토닥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얼굴을 보고 외면하기란 불가항력이었는 걸. 놀라기는 백수현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는데 이내 내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눈물만 흘린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수현에게 지금 필요한 건 몇 마디 말이 아니라 내가 너의 편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뿐이니까. 고된 시간을 겪다보면 이 정도 눈치는 생긴다. 내가 잘나서 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못났던 시간이 있으니 아는 거지.

 

 쭈그려 앉은 채로 내 후드 티가 축축해질 정도로 우는 수현. 그리고 정말 뻔하게도 이 타이밍에 비다. 하나, 둘 떨어지는 빗방울은 굵어지더니 수현도 더 이상 그렇게 있어는 안 될 거 같은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별 말 하지 않고 백수현 옷의 소매를 잡고서 바로 옆 건물 유리 문 안으로 들어갔다.

 

 회색 후드 티에 아디다스 레깅스를 입고있는 수현은 왠지 멋쩍였는지 얼굴도 볼 수 없게 내 모자로 제 얼굴을 푹 가린다. 키도 크고 말도 없어서 왠지 강해보이기만 했던 앤데. 오늘은 이상하게 뭘 해도 퍽 안쓰럽기만 하네.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 아무말이나 해본다.

 

 

 

 

 “비 많이 오네.”

 “…..”

 

 “아이, 다 젖어가지고. 이거 봐, 내 후디. 다 젖은 거.”

 

 

 

 하고 정확히 백수현이 내 옷에 흘린 눈물들을 가르키자, 백수현은 어이가 없는지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나는 그게 예뻐 같이 미소 짓는다.

 

 

 

 “야, 정현진.”

 “응.”

 

 “오늘 일 비밀이다. 알지?”

 “너 뭐했는데? 나와서 편의점 온 거? 뭐 어때, 나도 나왔는데 됐지.”

 

 

 

 제 눈물을 못본 척해주는 내 마음을 느꼈는지 수현은 이제야 마음놓고 진짜 웃는다.

 

 

 

 “백수현.”

 “왜.”

 “나 해외 로케 간다.”

 “어디로?”

 “태국.”

 “씨, 좋겠다.”

 

 “너네는 안 가?”

 “우리는 레이가 드라마 촬영 잡혀서 해외는 못 간대.”

 “아. 그 아역이었던 꼬맹이?”

 “ㅇㅇ”

 

 

 

 

 수현이 운 건, 아마도 남진혁 때문이겠지. 나는 일부러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한다. 이왕 그렇게 하기로 한 거, 정말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으니 수현은 좀 마음이 편해보였다. 어느덧 내가 아는 얼굴로 처음으로 해외 일정이 잡힌 날 잔뜩 부러워하며 툴툴 거리는 수현을, 나는 좀 귀엽게 바라본다. 뭐든 잘하고 씩씩해서 그렇게 멋져보이기만 했던 백수현이 왜 이젠 귀엽게 보이기 시작하는 걸까. 잠깐, 전처럼 고백 아닌 고백을 하려다 나는 또 돌아갈 시간에 그러지 않기로 한다. 수현이 우는 걸 다신 보고싶지 않아서다.

 

 

 

 

 “이제 들어가야겠다. 비도 멈췄네.”

 “하하. 그러자. 데려다 줄까?”

 “됐어, 누구한테 걸렸다 또 욕먹을 일 있냐? 남돌이랑 절대 안 엮여. 으.”

 “푸하하. 알았다. 먼저 가 그럼. 모자 쓰고 가.”

 “알았어. 고맙다. 갈게.”

 

 

 

 

 수현이 먼저 빌딩 문을 나서려 하자, 나는 급하게 다시 수현을 불러 세웠다.

 

 

 

 “야,”

 “어?”

 

 

 

 천천히 다가간다.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꼭 말해.”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수현은 이내 물음표를 그리다 곧, 내가 어떤 의미로 말하는지 아는 것 처럼 옅게 미소 지었다.

 

 

 

 

 “그래, 그럴게.”

 

 

 

 

 

 

 

 

 

 

 

 

 

 

 

 숙소에 돌아와서는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진혁에게 연락하지 않은 채로.

 수현의 일로는 더욱 연락하진 않을 생각이다. 수현이 더 곤란해지기 전에 남진혁이 어떤 일을 벌이려는 건지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은 아마 백수현에겐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일 거라 직접 묻진 않을 거다. 남진혁은 가벼운 놈이라 지가 알아서 나불 나불 댈 게 뻔하니까. 나는 대신 내 할일을 잘하며 기다리기로 한다. 전에도 말했듯이 타임워프가 기작되고 나서는 내게 추리 능력까지 주어진 것 같다. 아. 나도 모르는 새에 혹시 내 캐릭터가 성장한 건가? 저번 판 골이 데뷔하기 였다면 이번 판은 백수현 지키기 정도가 되려나.

 

 나는 이런 생각에 진지해 지는 게 어이없어 혼자 피식 웃다가 곧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잠에 빠졌다.

 

 

 

 

 

 

 

 

 

 

 

 * * *

 

 

 

 

 

 저 멀리 인천공항이 보이자 또 다시 울컥 하고 긴장이 올라왔다. 데뷔하고 나서는 처음하는 게 너무 많다. 방송도 하고, 사녹도 뜨고, 팬미팅에, 화보에 이제는 공항사진까지 처음 찍힌다. 터미널에 벤을 대자 우리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많고 많은 팬들과 찍덕들. 그리고 기자들이 보였다. 먼저 도착한 멤버들이 내려 마지막 벤에서 내리는 나와 제이에게 손을 흔든다. 우리가 내려 아홉명이 다 모이자 꺅 꺅 터지는 소리.

 

 

 

 ‘팬들이 소리 질러도 절대 그 쪽부터 보지마. 놀란 건 속으로만 생각하고.’

 

 

 

 도착하기 전에 매니저들이 말했던 걸 상기한다. 뭘 얼마나 놀라겠나 했건만 우리 아홉을 보겠다고 모인 이 말도안 되는 인파에 놀라고 말았다. 어림잡아도 백명은 되어 보인다. 여기에 그냥 탑승하는 승객들도 있으려나. 일단은 건널목에 서서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진 포즈를 했다. 이런 소란이 신기했는지 아주머니 둘이 러게지를 끌고 다가왔고 매니저 중 하나가 제지하려 하자 얼른 나와 현호가 나서 괜찮다고 말렸다.

 

 

 

 

 “어머머, 너무 잘생겼다. 누구에요? 미안해 내가 아이돌을 잘 몰라.”

 “괜찮아요~ 저희 베드엑스에요! 기억해 주세요.”

 “그럴게요~ 사진 찍어도 돼나?”

 

 

 

 

 대답도 안 했는데 아주머니들은 벌써 핸드폰 사진 어플을 킨다. 이래도 될까 눈치를 살폈는데 동식이 형이 별 말 없이 가만히 있는 걸 보고 나는 키를 낮춰 성심껏 아주머니들과 사진을 찍어드린다.

 

 그리고 동시에 찰칼찰칼 터지는 플래쉬 소리.

 

 

 

 

 

 

 

 

 

 

 

 .

 .

 

 

 “와, 형. 벌써 올라왔어 우리 아까 찍힌 거.”

 

 

 

 

 ‘베드엑스 정현진, 팬들을 위해 무릎을 접고 찰칵.’

 

 방금 전 일인데 실시간으로 벌써 기사가 올라왔다. 신기하긴 했다. 사진엔, 아주머니 팬들과 사진을 찍으려 무릎을 굽히고 브이를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얼굴 다 나오게 제대로 찍어 드리려고 안경도 벗고 찍었는데 그게 보기 좋았는지 호감을 표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아까 현진이 잘했어. 딱 봐도 팬들도 아닌데 일반 시민 함부러 막아 섰다간 그거 바로 찍혀서 까이는데. 조심해야지.”

 

 

 

 동식이 형이 내 칭찬을 하는 척, 다른 매니저 형에게 주의를 준다. 일전에 선배 가수와 일을 했을 때 공내에서 다가오는 팬을 너무 과하게 밀어 문제가 일어났던 매니저다. 그 영상은 나도 일전에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충격받아서 선배들한테 물어본 적도 있었다. 선배 왈, 매니저 형이 잘못하긴 했는데 가끔씩 이상한 거 들고 돌진하는 팬들이 있어서 그 형이 놀랐을 거라고. 흠. 뭐, 난 잘 모르겠네.., 그래봐야 여자애들인데. 그렇게까지 하는 건 좀 과한 거 같긴 하다만, 뭐 이유가 있었겠지.

 

 

 

 

 

 

 

 

 .

 .

 

 푹 자고 일어나보니 벌써 방콕. 유난히 따듯핬던 스튜어디스 누나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입국 준비를 한다. 출입신고를 마치고 공항에 나오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종전의 한국 팬들의 수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1층 통로를 지나가야 했는데, 이동하는 데에 방해될 까 일부러 1층은 오지 않은 건지 그 많은 인파가 2층에 다 서있다 그리고 삐뚤 삐뚤한 한국어 적힌 현수막들.

 

 

 ‘환영해, 베드엑스’

 ‘정현진 데뷔해줘서 고마워’

 ‘방콕에서 잘 놀다가요♡’

 ‘착한놈보다 베드엑스’

 

 

 별별 문구가 다 써있다. 그리고 환영하는 소리를 지르는 대신 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팬 문화까지. 솔직히 눈물이 핑 돌았다. 나와 비롯한 아홉멤버들은 공항을 걷다 말고 너무 놀라 위에서 환영해주는 수많은 팬들에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리고 곧 함박웃음을 짓고 고작, 손을 흔드는 걸로 감사인사를 전한다.

 소름이 다 돋았다. 박막례 할머니가 괜히 팬들을 편이라 부른 게 아니였구나. 이제 내게 이렇게나 많은 같은 편이 있다. 진짜 지금만 같아서는 팬들이 행복해 한다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나를 보러 먼 길을 달려 와준 사람들. 나는, 지금의 감정을 도저히 잊고싶지 않아서 핸드폰을 꺼내 촬영했다. 그러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태국의 팬들.

 

 

 

 “고마워~! 안녕.”

 

 

 

 제이는 나보다 더 신나 방방 뛰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시작부터 왠지 좋은 예감이 드는 여행이다. 아, 출장이지 참.

 

 

 

 

 

 

 

 

 

 

 

 

 

 호텔에 들어가는 길에도 따라오는 팬들이 있어 좀 애를 먹었다. 그리고 계속 도는 카메라들.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태국 현지에 뉴스까지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되어, 우리는 원래 프로모션을 하러 온 것도 아닌데 따로 스케줄을 논의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가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해외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핸드폰이나 기사 볼 시간은 하나도 없이 속세와는 떨어져 지냈는데, 프로모션을 도는 것 까지 리얼리티 포멧으로 찍고 돌아온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 사건은 터졌다.

 

 

 

 

 

 

 

 “형., 지금 얘기 좀 할 수 있어?”

 

 

 

 내 호텔 방 룸메이트는 켈빈인데 왜 현호가 여기 와서 날 기다리고 있지? 호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돌아오니 현호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내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어, 무슨 일 있어?”

 

 

 대수롭지 않게 콜라 캔을 따 한 모금 넘기는데 무슨 사진을 보여준다. 뭐지? 풉. 아 쒯. 이게 뭐야? 현호는 미동도 없이 내 콜라를 묵묵히 다 받아내고 있었다. 그만큼 어이가 없는 사진이라.

 

 

 

 “미안, 수건 여기. 근데 이게 뭐야?”

 “형이 더 잘 아는 거 아니야? 나 지금 좀 황당한데….”

 

 

 

 사진엔 다름 아닌 며칠 전 백수현 과 나다.

 비를 피하느라 편의점 옆 빌딩에 들어갔을 바로 그때의 나.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현호의 핸드폰을 받아들어 스크롤을 올렸다.

 

 

 

 디토패치 단독!

 ’쉿. 젝시와 베드엑스는 비밀연애 중, 수현 x 현진♡’

 

 

 

 이게 뭔 개소리야, 진짜 사귀기라도 하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그리고 더 수상한 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빌딩 안에 급히 들어가 유리문만 멍하게 쳐다보며 멀찍이 서있는 사진은 올라와 있는데 골목 안에서 내가 백수현을 안고 있는 사진은 아무리 뒤져도 없다. 어이가 없어 입꼬리 한쪽만 올려 웃었다. 이건 분명 뒤에 누군가 있는 거다. 협박.. 같은 건가? 그런데 왜 씨발, 남진혁 얼굴이 떠오르는 거지?

 

 나는 뒤에서 어떻게 된거냐 묻는 현호의 물음에도 빡이쳐서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건, 분명 뭔가가 있는 거다.

 

 

 

 

 

 

 

 

 
작가의 말
 

 coolstorysho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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