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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죽어도 아이돌
작가 : 마정팔
작품등록일 : 2020.9.17

#아이돌스토리 #sf #현대판타지 #타임워프 #성장 #드라마 #로맨스 #엔터 #비리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명가, 티엠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거제도에서 올라온 현진.
연습생 계약을 할 때만 해도 금방 스타라도 된 양 한껏 고양되어 있었건만 벌써 스무살, 연습 생활을 해온지는 만으로 새도 5년차다. 티엠 기획 이래 최고의 선비 연생이라 불릴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애매한 캐릭터와 포지션에 어느덧 회사에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데.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다른 회사에서 아티스트 계약을 맺자는 스카웃 제의를 받고 신나기도 잠시. 기껏 그 사실을 엄마에게 알렸지만 그리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에 큰 실망을 한다. 그리고 작은 다툼 끝에 긴 부재가 이어지자 엄마는 현진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로 빠지고, 그 사실을 알게된 현진은 절망 속에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데 웬걸. 분명 두개골이 쪼개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걸 생생히 감각했는데 눈을 뜨니, 엄마와 전화를 막 마친 그 시각으로 돌아와 있다. 그 후부터, 현진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되는 길에서 벗어날 때마다 다시 시간은 그 전 시점으로 돌아온다. 마치, 현진이 꼭 최고의 아이돌 되어야 끝나는 완벽한 시나리오의 게임처럼.

 
<죽어도 아이돌> 1화: 나 다시 돌아갈래
작성일 : 20-09-18 13:03     조회 : 461     추천 : 1     분량 : 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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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아이돌 1화: 나 다시 돌아갈래

 

 

 

 

 

 

 

 

 

 

 11시 59분 55초, 56초, 57, 58, 59…, 그리고 12:00 AM.

 시계 초침만 보고 있었을 뿐인데 오늘로, 빼박도 못하고 스무살이다.

 

 하씨.

 

 

 

 

 

 “해피 뉴이어~!”

 “예아, 스무살~!”

 “형 축하해요! 이제 술 살 수 있겠다. 우리 이러지 말고 형 민증 되나 볼 겸 요 앞에 가서-.”

 

 

 하는 제이의 등짝을 탁 하고 치는 민호.

 

 

 

 

 “술은 무슨 술이야, 매니저 형 보면 어쩌려고 그러냐?”

 “마시긴 뭘 마셔! 그냥 형 성인 기념 신고식 겸 하자는 거지.”

 “무슨 신고를 해, 내가 동식이 형한테 널 신고한다.”

 “아, 너는 내가 무슨 말만하면 난리냐?”

 

 

 

 

 매일처럼 앞에서 투닥거리는 제이와 민호. 그리고 아무렇게나 옷가지들이 쌓여 걸려있는 작은 거실 소파 앞, 작은 테이블 위의 더 작은 조각 케잌 하나. 이 광경이 내 십대의 마지막 모습이라니.

 

 

 

 

 “됐어, 나가서 맥주 하나 사와보지 뭐.”

 “진짜요?!”

 

 

 

 

 제이를 헤드락 걸고 있던 민호는 눈이 동그랗게 놀라 날 쳐다본다. 그도 그럴게, TM기획사 연습생 제도 이래 최고의 선비라 불리던 난 한번도 회사의 룰을 어겨본 적이 없으니까.

 

 

 

 

 

 “아, 잘 생각했어요 형. 동식이 형도 사람인데 설마 오늘까지 씨씨티비만 보고 있겠어요? 형 애기 보느라 바쁘지.”

 “기다려. 사올게.”

 

 

 

 대놓고 좋아하는 제이와 은근히 미소짓는 민호를 뒤로 하고 숙소를 나선다.

 

 

 

 

 

 

 

 1월 1일.

 새해가 밝아도 어제랑 똑같이 더럽게 춥다. 이런식으로 성년을 맞이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검은색 롱패딩에 쌓인 채 숙소 앞 편의점으로 향한다. 사실 입을만한 외투는 이것 뿐이다. 젠장. 그러고보니 처음 서울로 올라오던 날도. 이렇게 오늘처럼 추웠다.

 

 

 

 

 

 

 

 

 

 

 

 

 * * *

 

 

 

 

 

 “어머 어머. 쟤는 남자애가 왜 저렇게 예쁘니?”

 

 

 

 

 

 

 

 

 

 

 1학년 대표로 단상에 오르던 입학식 날, 학부모들은 이렇게 술렁였고.

 

 

 

 

 “와 쟨가봐, 정현진.”

 

 

 

 

 여자애들은 이렇게 얼굴을 붉혔다.

 

 

 

 

 나는 동네에서 유명했다. 일명 거제도가 낳은 아들. 내 아들도 아니지만 모두가 아들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남의 아들. 좋은 피부와 작은 얼굴에, 속 쌍커풀을 가진 긴 눈. 곧게 뻗은 콧대와 높게 들린 코 끝은 얼핏 예뻐보였지만 턱 끝에 있는 직각의 턱선이 소년의 얼굴에 남성의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거기에 미성에서 변성기로 넘어가는 목소리로도 잘 질러내는 호소력 짙은 노래 실력은, 내가 연예인이 되려고 태어난 애처럼 보이는 데 충분했다. 그게 진짜든 아니든 말이다.

 

 

 

 

 

 
“현진아 너는 오디션 언제 봐?”

 

 

 반애들은 케이팝 탑스타니 슈퍼스타 제이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방송될 때마다 내게 놀리듯 질문을 던졌고, 그게 쑥스러웠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으레, 선생님들마저 내 성적이 떨어지거나 하면 너는 연예인 하려고 공부는 놨냐며 농을 쳤고 그런 반응들이 내게 꿈에 가까워지고 싶단 마음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엄마, 나 왔어.”

 “아들 왔어? 가방 안에다 놔. 라면 하나 끓여줄게. 계란 안 풀고.”

 

 

 

 

 

 드르륵-.

 낡은 유리 문을 열고 엄마가 하는 떡볶이 집으로 하교를 할 때마다 내 꿈이 얼마나 철이 없는 꿈인지 상기했다. 그래도 내 시선까지 숨길 순 없었나. 아니, 사실 나는 엄마에게 무언의 투정 중이였다. 매일 이렇게 현진 떡볶이에서의 고정 티비 프로는 음악 프로였으니까. 하염없이 음방만 틀어놓고 보는 내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엄마를 잘 알았다, 뒤돌아 그 표정은 한번도 보지 없지만. 왠지 지금은 안 봐도 알 것 같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데뷔를 못하는 지금 내 표정과 왠지 비슷하지 않았을까.

 착잡함. 미안함. 뭐 그런 거.

 

 

 그 땐, 노래는 학교에서 해도 충분하다 날 다독였었다. 마침 우리 학교는 매년마다 음악경연대회를 나갔고 나는 자연스레 학교 대표로 참가할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노래를 가르쳐주고 부르게 해주는 학교에 고마웠을 다름이다. 그거라도 안했으면 어떤 짓을 저질렀을지 몰라… 2학년이 되어서는 운이 좋게 전국대회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게 덜컥 은상으로 입상을 하자 온 학교는 난리였고, 나는 내가 진짜 뭐라도 될 줄 알았다.

 

 

 

 

 

 “야, 이러다 정현진 진짜 연예인 되는 거 아니야?”

 “대박. 축하해 정현진!”

 “어디서 연락 안 와?”

 

 

 “아, 뭐래~ 안 와. 그런 거.”

 

 

 

 

 너스레는 떨었지만, 실은 나도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난다. 경연대회가 있고 이주일 후, 수요일. 오후 4시쯤 엄마는 학교에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기쁜 얼굴로 껴안기부터 했다.

 

 

 

 “아이고, 아들!! 오늘 따라 왜이렇게 예뻐~?”

 

 

 

 뽀뽀를 하고 껴안고, 이상할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엄마를 보니까 나도 덩달아 신이 나긴 했었다. 아 왜 이래, 진짜 주책이야. 아줌마. 들어가, 쪽팔려~! 별소리는 다 했지만 뭔가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엄마는 좀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 분명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거였다.

 

 

 

 

 

 “현진아.”

 “왜.”

 

 “우리 아들, 진짜 잘났나 봐. 나는 내 눈에만 이렇게 예쁜 줄 알았지.”

 “아, 뭐래 진짜. 아까부터. 뭔데~.”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는 엄마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이렇게 웃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러면 내가 기대되잖아.

 

 

 

 

 

 “현진아.”

 “응. 엄마. 왜 그래, 무섭게.”

 

 “우리 현진이. 가수 되고 싶었지?”

 “어? 왜. 아니야, 그런 거.”

 

 

 “현진아, 엄마 오늘 연락 받았어. TM 엔터테인먼트에서.”

 “뭐? 왜?!?!?”

 

 

 “너, 테스트 받재. 너 직접 보고 계약하재.”

 

 

 

 

 

 

 나는 서울로 올라가서야 알았다. 음악경연대회에 우연히 온 스카우터가 날 스카웃한 게 아니라, 그날의 영상을 보낸 엄마 덕분에 내가 캐스팅됐다는 걸. 엄마는 사실, 그렇게 내가 노래하는 걸 좋아했던 거다.

 

 

 

 

 

 

 

 

 

 

 

 

 

 

 

 

 * * * * *

 

 

 

 “여기요.”

 

 

 

 말없이 네개 만원 해외맥주를 대충 고르고 계산대에 올려놨다.

 

 

 

 “…….”

 

 

 

 이 시간에 항상 있는 안경쓴 여자.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묻는다.

 

 

 

 

 “신분증이요.”

 

 

 

 

 하하. 그래도 어려보이기는 하나보다. 말없이 신분증을 건넸다.

 

 

 

 

 

 

 

 종량제 봉지에 맥주 네개를 터덜터덜 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 10분도 안되는 길이, 차라리 더 길었으면 좋겠다. 제이는 좋겠다. 어리니까. 민호도 좋겠다. 어리고 에이스니까. 나는 내가 꽤 잘생긴 줄 알았는데 여기 와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민호를 처음 봤을 때 진짜 깜짝 놀랐었는데, 얘같은 애들이 수두룩했다. 존나 잘생기고, 존나 잘하는 애들. 그런 애들 사이에서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나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 작곡법을 홀로 익혔는데 이것도 그렇게 먹히는 장점은 아닌가 보다. 여긴 싱어송 라이터 같은 거 보다 진짜 잘하는 아이돌을 찾고 있는 거니까.

 

 

 

 

 

 “현진아. 그냥 너 할 거나 잘해.”

 

 

 

 

 

 월말평가 때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줬을 때, 프로듀서 형이 그랬다. 너 시키는 대로나 잘하라고. 씨발. 그게 잘 안되니까 뭐라도 해보려던 거에요. 욕이 여기까지 올랐지만 꾹 참았다.

 

 

 

 

 

 

 

 

 

 

 

 띠-띠- 띠 띠,띠띠.

 

 

 

 

 “형 왔어요?”

 “어때요, ㅋㅋ 신분증 달라고 안해요?”

 

 “물어보긴 하더라. 마셔. 한캔씩만 하자.”

 “진짜요? 아싸.”

 

 

 

 

 제이가 신나서 맥주를 뺏어드니 민호가 저지한다.

 

 

 

 

 “형 저희는 안 마실게요.”

 

 “아, 왜~! 동식이 형 지금 안 본다니까? 야, 봤으면 지금 뭐 먹냐고 바로 연락 왔지. 그리고 형이 오늘 신년이라고 우리끼리 잘 놀라고 했잖아. 이 정도 예상 못했겠냐?”

 

 “짤리고 싶냐? 무슨 술이야, 형이야 나이 되니까 된다고 쳐도 너는 무슨 미자새끼가.”

 

 “방에서 마시고 버리면 돼지. 씨씨티비 거실만 있거든? 하여간 쫄보.”

 “야-.”

 

 

 

 “됐어. 마시지 마. 나도 안 마실래. 형한테는 그냥 스무살 기념으로 사왔다고 할게.”

 

 

 

 

 

 티각대는 제이와 민호가 또 엉키는 걸 눈에 담고 일어서 냉장고에 맥주를 넣었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훅 느껴지는 한기가 꼭 지금 내 기분같이 불쾌했다.

 

 

 

 

 

 

 

 

 

 

 

 

 

 

 

 * * * *

 

 

 1월 2일. 웬만한 애들은 신년을 가족과 보낸다고 집으로 갔지만 거제도에서 온 나와 미국에서 온 제이. 그리고 가족들이 해외여행갔다는 민호만 숙소에 남았다. 그러니 일어나서 할 게 뭐가 있겠는가. 오늘도 연습실 행이지.

 

 

 

 “안녕하세요.”

 

 

 별 의미 없이 씨큐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곧장 연습실로 향한다.

 프로필 상, 내 포지션은 리드보컬이다. 메인 보컬이 되기엔 내 노래는 민호보다 못했고, 랩을 하기엔 제이보다 어설펐다. 춤 담당을 하기엔 내 키는 너무 커서( 나름대로 184다) 간지가 안 난댔고, 연기돌을 하기엔 좀 담백한 얼굴이라기에 내 포지션이 리드보컬이 된 걸 연습생활 5년차가 되니 누가 말 안 해줘도 눈치 채게 됐다. 그 정도 머리가 생긴 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형, 되게 일찍 나왔네요?”

 

 

 

 한참 전에 악기실에서 곡을 쓰다 나와 쉬고 있는데 민호다.

 

 

 

 

 “응. 제이는?”

 “아…..”

 

 

 

 민호는 짙은 눈썹을 구기며 망설인다. 왜, 뭔데.

 

 

 

 

 “형, 그 새끼 진짜 또라이인가 봐요.”

 

 

 

 

 

 

 

 

 

 

 

 

 

 

 아, 미친 새끼. 
어제 내가 사온 술을 새벽에 기어나와 거실에서 다 쳐먹고 뻗었다니. 이제 열일곱. 미자 중에 상 미자 새끼가. 꼭, 씨씨티비 있는 데에서 그랬어야만 했냐!?

 헉헉거리며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동식이 형이 먼저 와있었다.

 

 

 

 

 “뭐냐?”

 “아.. 형.”

 “뭐냐고.”

 

 “그게 아니라요.”

 “…..내가 너네 때문에 여수에서 여기까지, 마누라랑 새끼 두고 올라와야겠니?”

 

 

 

 

 

 

 -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만으로 분위기 있는 캐릭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회사로 왔던 스피치 수업 강사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 동식이 형의 말이 내게 어떤 파장을 줄 지. 잘 알고 있었다. 감점. 술을 쳐먹은 건 제이지만 감점은 내 점수가 더 클 거다. 왜냐하면, 숙소에 술을 사오는 게 마시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이쪽 세계의 룰이다. 나는 더 멀어지는 데뷔일에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동식이 형이 소리를 지르는 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인성이다 뭐다, 다 따지는 요즘의 아이돌 덕목. 제이가 술 먹고 밖에 나가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했냐고. 너와는 다르게 이미 팬덤이 탄탄한 연습생이라 외국인 사생 많은 거 모르냐고. 너 나이 쳐먹고 제일 먼저 한다는 짓이 술 사오는 거냐. 그렇게 할 일이 없냐. 그런 모욕적인 말들을 한시간동안 들었다. 현관에 선 채로 말이다. 뒤 늦게 민호가 들어왔지만 센스가 좋은 녀석이라 못 들은 척 뒤돌아 나가주었다. 고맙다 해야하나.

 

 처참한 기분에 다시 연습실로 돌아갈 마음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와 나. 진짜 쓰레기인가 봐.

 

 TM엔터테인먼트 들어간다 했을 때, 우리 학교에 현수막도 걸렸었는데. 하. 그게 벌써 5년 전이네. 합창단 선생님이 나 진짜 자랑스러워 했는데. 선생님이 아는 작곡가 선생님들 다 소개해줬을만큼. 그때 차라리 거기 가서 곡 쓰는 거나 배울 걸. 무슨 아이돌을 한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는 거야. 미친…

 엄마. 우리 엄마, 내 얼굴 일년에 다섯번도 못 보면서 내 뒷바라지 해주고 있는 건데. 이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데. 아직도 도시락 한번 제대로 못 싸줬다고 그렇게 미안해 하는데. 내가 여기 온 게 그렇게 잘못 된 건가?

 

 

 

 

 다 부질 없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내가 진짜 미쳤는지 방 안 이층 침대에 걸터 앉아 있다 홀린 것 처럼 내 노트북을 켰다. 됐다, 됐어. 니들이 나 데뷔 안 시켜주면, 내가 알아서 할거야.

 

 내가 만들었던 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

 혼자 여기서 제일 힘들었을 때 만들고, 피디 형도 작곡가 누나도 들려주지 않았던 곡.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곡을 클릭하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다. 그리고, 일전에 소개 받아서 알고 있던 웨이브 기획사에 A&R팀 누나에게 그 링크를 보냈다.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나든 상관이 없었다. 적어도 그날 만큼은.

 

 

 

 

 

 

 

 

 

 

 

 

 * * *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웨이브 기획사에 이민정이라고 해요. 현진씨 맞으시죠?”

 “아,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누나.”

 “저 기억하시는 구나.”

 “그럼요. 기억하니까 전에 메일 보냈었죠.”

 

 “네, 다름이 아니라 그 때 메일 보내주신 것 때문에 얘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요.”

 “아.. 네.”

 

 “지금 통화하기 곤란한 상황일까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분명 통화를 하고 있는 건 나인데, 통화를 정말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랑 계약을 하자는 거. 맞지? 연습생 계약이 아니라. 아티스트 계약. 그리고 내가 만든 노래로 데뷔하자는 거. 그 얘기하는 거.. 정말 맞는 거지?

 

 

 

 

 

 

 

 

 

 

 전화를 받고, 얼마나 멍을 때리고 있었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혼났다. 그도 그럴게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데뷔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얼마나 나를 증명해 내고 싶었는데 단번에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니. 웨이브 기획사는 우리 회사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회사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대표로 있는 분이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싱어 송 라이터였다.

 

 

 - 다른 걸 위해서 기획사를 만든 게 아니라 음악을 위해서 만든 회사에요.

 

 

 언젠가 그 분이 방송에 나와 수줍게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정말 그 이념이 회사 이념인 듯 그 회사엔 유난히 음원과 콘서트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었다. 아니 전부가 다 그런 아티스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금 대중적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곡과 목소리라면, 그 사람은 괜찮다고 했었다. 그 땐 진짜 바보같은 말 같았는데 지금 보니 진짜 엄청 대단한 소리다. 두근거렸다. 내가 너무 간절해져 있어서일까, 중학교 2학년 때 내게 엔터테인먼트 테스트 제안이 왔다는 엄마의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가슴이 뛰었다. 진짜, 이번엔 진짜로 꿈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으니까.

 

 

 

 

 

 

 

 

 [철컥]

 “엄마!”

 [응 오랜만이네 우리 현진이. 목소리가 좋네? 무슨 좋은 일 있어?]

 “엄마, 나 됐어.”

 

 [응? 뭐가. ….너 데뷔해? 어머머머, 데뷔조 들어갔니?]

 “아니, 그거보다 대단한 거야. 나 솔로 될 수 있어! 단독 데뷔!”

 

 [어머.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떻게 해…. 어머, 엄마는 진짜. 어머.티엠에서 솔로를 만들 줄 몰랐지 어머머, 어떻게 하니.]

 

 “진정하고 잘 들어봐.”

 [응응, 아이고. 엄마 가만히 못 있겠어.]

 

 “나 웨이브 엔터에서 오래. 바로 아티스트 계약 하재, 내가 만든 노래로 데뷔하자고. 내가, 사실, 엄마, 자작곡이 되게 많거든? 혼자 만든 거. 여기서는 개무시 당했는데 보내니까 바로 하재. 역시 얘네가 뭘 모르는 거였다니까?”

 

 [응? 그럼 티엠에서 데뷔하는 게 아니구?]

 “아니, 뭐가 중요해. 웨이브가 어떤 면으로 진짜야. 여긴 다 짜주는 대로 하는 거지. 다들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아….]

 

 

 

 

 

 엄마는 더 말이 없었다.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가수가 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 티엠에서 아이돌로 데뷔해 유명해지는 걸 보고 싶었던 거다. 그런 마음을 느끼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나, 아무 말이나 지껄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거기서나 잘났지 여기서는 어중간한 상태로 5년동안 연습만 했지, 이제 스무살인데 아이돌로써 얼마나 늙은 나이인 줄 아느냐. 그런데도 번번히 데뷔조에서 떨어지는데 내가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하겠냐. 사이드로 광고 들어와도 회사에서 신비주의니 뭐니 못하게 한다. 돈도 제대로 안 주면서 맘대로 먹지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나고. 밖에도 못 나가고, 얼마나 힘든지 알지도 못하면서 이제 데뷔할 수 있다는데 기뻐해주진 못할 망정, 그렇게 아쉬운 티를 내야 하냐.

 아무렇게나 쏟아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전화를 끊고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엄마만큼은 날 응원해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씨…, 하. 이렇게까지 찌질해진 적은 없었는데. 지금 내 모습은 딱 개병신이다. 거제도에서 그렇게 누구나 좋아하던 쿨한 정현진은 이미 죽은 것 같다.

 

 그 날 이후 존나 찐따처럼 연습실도 제대로 안 나가고 숙소에만 있었다. 엄마가 아무리 전활 걸어도, 내가 받나 봐라. 하면서. 하루, 이틀, 사흘. 나는 한통의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나는 엄마일 거라 속단하고 또 받지 않았다. 그때 내가 전활 받았더라면. 뭐가 좀 달라졌을까?

 

 아니. 애초에 화를 내지 말걸. 아니, 웨이브 엔터에 연락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냐. 아예, 노래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어. 엄마는 내가 전활 받지 않는 동안 초조해져 나를 찾아 서울로 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했다. 버스가 전복되어 중상을 입은 환자는 꽤 된다고. 그리고 하필, 우리 엄마가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사고가 나고 이틀이 지나서야 전해 들었다.

 

 

 

 

 

 

 

 

 

 

 

 

 

 

 

 

 

 * * * * *

 

 

 

 

 

 

 

 “저희 엄마 상태는 대체 어떤 거에요?”

 

 

 

 

 머리부터 발 끝까지 흰색 붕대를 칭칭 감은 엄마. 나의 착하디 착한 엄마.

 버스가 사고가 난 곳은 대전 이었다. 어떻게 온지 기억도 없을 정도로 경황이 없이 왔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매니저 형한테 말을 했고, 회사에선 내게 빨리 가보라며 카드를 줬는데. 차편을 어떻게 알아봤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머리가 새하얬다.

 

 엄마는 의식이 없었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내가 엄마 전화만 받았어도, 아니. 애초에 화를 내지만 말았어도. 이 세상에 엄마랑 나랑 단 둘밖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엄마한테 그랬지? 나같은 새끼는 진짜 개 호로 새끼야.

 

 사람이 너무 놀라니까 눈물만 나지 소리도 잘 낼 수가 없다. 억. 억 하고 몇번 호흡을 내자, 그제서야 말문이 트인 애 처럼 내 안의 모든 소리를 토해냈다. 그렇게 절규했다. 의식이 없는 엄마 위에 고꾸라져 그렇게 엉엉 울었다.

 

 

 

 

 

 

 

 그냥…. 내 모든 게 잘 못된 거 같았다. 애초에 답도 없는 문제집을 수백권 씩 연속으로 푸는 것 같은. 답답한 내 인생. 그리고 그 인생에서 기꺼이 내 양지와 비빌언덕이 되어주던 유일한 존재, 나의 바보같은 사랑하는 나의 엄마. 이런 식으로 엄마를 잃는 다는 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엄마는.. 나 때문에 죽은 거다. 아니, 죽을 거다. 핏기 하나 없는 엄마의 모습은, 기약이 없다는 그 단어를 형상화한 그 자체였다.

 

 더 이상 내가 살 이유가 없다.

 

 

 

 

 

 

 

 뚜벅 뚜벅.

 절망을 고스란히 담고서 늦은 시각, 아무도 없는 병원 옥상으로 올랐다.

 하. 마지막이나마 운이 좋네.

 혹시라도 문이 잠겨있으면 하루 정도는 더 살아 있으려 했건만. 병원 옥상문은 내게 잘 왔다는 것처럼 두 손을 뻗어 활짝 열려 있었다.

 

 

 

 

 

 

 

 

 

 

 

 

 비라도 오지.

 

 

 

 

 그저 꽁꽁 얼어 차가울 뿐. 비도 눈도 아무것도 안 오는, 그냥 다른 밤과 같은 매일의 밤이었다. 철저하게 나에게만 다른 밤.

 

 천천히 난간을 잡고 다리를 걸쳤다. 갑자기 잡은 차가운 쇠 난간에 손이 베일 것 같이 따가웠지만 이제와서 그런 건 다 소용이 없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머지 다리도 넘는다. 이제 이 두 손만 놓으면. 정말 모든 게 끝이다.

 

 

 

 

 

 

 

 나. 잘 살았던 걸까…..

 내일 발견 되면 신문기사에 나올까. 뭐, 연습생의 비관 자살 이런 걸로?

 

 문득, 내가 보낸 데모곡의 선율이 떠올랐다.

 잠깐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지만 이내 쓸데 없는 짓 하지 말라는 프로듀서 형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이다.

 지금처럼 어떤 것에도 이만큼 확신이 든 적이 없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하고, 이렇게. 모든걸 놓는다.

 

 

 

 

 

 

 

 

 

 쾅.

 

 

 

 

 8층을 자유낙하해 두개골이 산산조각 나는 게 느껴졌고.

 곧 나는 완벽하게 죽었다.

 

 

 

 

 

 

 

 

 

 

 

 

 

 

 
작가의 말
 

 아이돌 스토리 공모전 참가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coolstorysho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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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유 20-10-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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