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죽어도 아이돌
작가 : 마정팔
작품등록일 : 2020.9.17

#아이돌스토리 #sf #현대판타지 #타임워프 #성장 #드라마 #로맨스 #엔터 #비리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명가, 티엠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거제도에서 올라온 현진.
연습생 계약을 할 때만 해도 금방 스타라도 된 양 한껏 고양되어 있었건만 벌써 스무살, 연습 생활을 해온지는 만으로 새도 5년차다. 티엠 기획 이래 최고의 선비 연생이라 불릴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애매한 캐릭터와 포지션에 어느덧 회사에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데.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다른 회사에서 아티스트 계약을 맺자는 스카웃 제의를 받고 신나기도 잠시. 기껏 그 사실을 엄마에게 알렸지만 그리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에 큰 실망을 한다. 그리고 작은 다툼 끝에 긴 부재가 이어지자 엄마는 현진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로 빠지고, 그 사실을 알게된 현진은 절망 속에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데 웬걸. 분명 두개골이 쪼개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걸 생생히 감각했는데 눈을 뜨니, 엄마와 전화를 막 마친 그 시각으로 돌아와 있다. 그 후부터, 현진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되는 길에서 벗어날 때마다 다시 시간은 그 전 시점으로 돌아온다. 마치, 현진이 꼭 최고의 아이돌 되어야 끝나는 완벽한 시나리오의 게임처럼.

 
<죽어도 아이돌> 2화: 혼란하다 혼란해
작성일 : 20-09-21 20:27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76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죽어도 아이돌 2화: 혼란하다 혼란해

 

 

 

 

 

 

 

 

 

 

 쿵.

 

 

 

 

 

 병원 옥상에 올라 난관을 놓고. 그대로 free falling. 

 사지가 마음대로 바람을 타는 것도 잠시, 그대로 고꾸라져 두개골이 이렇게 쫙- 갈라졌던 게. 난 분명히 이렇게 생생한데.

 

 

 

 

 

 

 

 엄청난 몰입감에 놀라 눈을 뜨니 숙소 방 안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거 뭐야, 아 시발 꿈. 뭐 그런 거야?

 

 

 

 뭔가에 빨려 들어 간 것 처럼 강렬한 감각이었다. 아니, 내 몸이 멀쩡히 있기는 한 건가? 온몸을 더듬어 본다. 언젠가 회사에서 사줘서 2년이 넘게 입고잇는 아크네 흰색 티셔츠. 또 그 위에 걸린 은색 체인 목걸이가 만져졌다. 뭔데. 진짜 꿈이야? 이렇게까지 생생한 꿈을 꾼다고? 말도 안돼.

 

 

 

 

 

 

 

 “형.”

 

 

 

 

 

 방문을 여는 제이의 목소리에 존나 놀라서 소리를 꽥 질렀다.

 

 

 

 “깜짝이야. 뭐해요. 야동이라도 봤어요?”

 “뭐래. 왜.”

 

 “아니, 여기 제 방도 되거든요.”

 “아무튼 왜.”

 

 

 목이 타 마른 세수를 했다.

 

 

 “? 내일 프로필 촬영 있잖아요. 팩 해야죠.”

 “아, 아. 맞다. 그렇지?”

 “……..”

 

  “제이야. 근데 오늘 며칠이야?”

 

 

 

 

 

 제이는 정말 이상한 걸 봤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내 한쪽 눈썹을 구겼다.

 

 

 

 

 

 “형 오늘 이상해.”

 

 

 

 

 

 제이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나는 재빠르게 핸드폰부터 켰다.

 1월 12일 수요일. 8시 21분.

 

 

 수요일 이라고? 이게 뭔…..,

 

 가만, 생각해보자., 촬영이 지난주 목요일이긴 했었는데.

 

 

 

 

 

 

 

 

 “오늘 12일 맞아?”

 

 

 

 

 

 제이를 쫓아 방을 나간다. 제이는 다시 날 이상한 얼굴로 보면서 무서워요 형. 하고 피했다.

 

 

 

 

 

 

 

 

 

 

 

 

 

 

 * *

 

 팩을 올린 채 방에 누워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 난 방금 전에 떨어져 죽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완벽한 진짜였는데. 이게 꿈이라기에는 내 몸의 온 세포가 아니라고, 속지 말라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 그만큼 생생했다. 엄마가 사고가 났단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절망감도. 누워있는 엄마를 봤을 때 내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끊기는 것도. 죽겠다 마음 먹고 병원 옥상을 올랐을 때 오히려 침착했음을. 나는 확실하게 감각하고 있었다. 아 쒯. 맞아, 엄마…!

 

 

 

 착 붙어있던 팩이 떨어질 만큼 재빨리 일어나 핸드폰을 들었다. 뒤에서, 아씨 깜짝이야. 하고 놀라는 제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최근 통화, 엄마. 9분. 7시 55분.

 부재중 통화 4통.

 

 와, 이 9분으로 나는 엄마를 죽게만든 거였구나.

 나는 당장에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기다리고 있던 건지 엄마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여..,]

 “엄마!”

 

 [응 현진아. 엄마가 미안해.]

 “엄마, 미안해 내가 미쳤었나 봐. 진짜.”

 [….. .]

 

 

 수화기 넘어의 엄마는 울고 있었다. 나는 간절하게 엄마에게 내 진심을 전했다.

 

 

 “엄마, 미안. 괜히 스트레스 받고 그래서.. 암만 그래도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풀 일이 아니었는데. 내가 진짜 미안해. 절대 신경쓰지마. 나 잘하고 있어. 아까… 아까는 진심 아니야. 알지, 엄마?”

 

 [아이.. 알지 아들.. 미안해, 엄마가. 너 속도 모르고. 그렇게 힘든 것도 몰라주고.]

 “아냐! 나 안 힘들어. 엄마, 나 스카웃 당한 거야. 아들 그렇게 잘나간다구. 진짜 신경쓰지마. 아, 혹시라도! 절대로, 연락없이 서울 오거나 그런 거, 절대로 하지마. 알았지?”


 [응?]

 

 “약속해. 나한테 연락 안 하고 서울 오거나 하지않겠다고. 아니, 이번 달엔 절대로 오지마. 시외버스도 진짜 절대 절대 절대 타지마. 약속해줘 엄마.”

 

 

 

 

 엄마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 했지만 끝내 나는 다짐까지 받아내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뒤에서, 형 다른 회사 스카웃 받았어요? 하는 제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내 신경을 끌지 못했다.

 

 

 

 

 

 

 

 

 

 

 

 

 

 

 * * * *

 

 

 

 

 

 

 

 일단 프로필 촬영에 임하고. 남은 스캐줄을 모두 끝내고 나는 일찍이 숙소로 돌아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정리를 해보았다.

 

 내가 죽었던 게 사실인지 아닌지 그 사실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

 꿈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 그게 아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도 안 된다. 타임 워프..?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단골 소재로 나오는 거잖아. 아니, 뭐 드라마라고 쳐. 내 장르가 어떻게 시그널이야, 나인이야? 잘해야 청소년 드라마지.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건데? 난 살인사건을 맡은 형사나 존나 무슨 역사를 바꿀만한 인물도 아니잖아. 단지 나 하나 살리기 위해서, 내 개인사를 위해 이런 말도 안되는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고? 몰카야? 나 데뷔하나, 나만 모르게? 아씨 정말 모르겠다.

 

 

 

 결국 어떤 실마리도 잡지 못한 채 다시 아침이 되었다. 별 다른 방도 있나, 오늘도 다크 다 내려오는 얼굴로 연습. 또 연습.

 

 

 

 연습 얘기가 나왔으니 처음으로 회사에 관한 얘기 좀 해보겠다.

 우리 회사에서는 여자 연습생과 남자 연습생들 수업을 분리해놨는데 유일에게 일주일에 한번. 언어 수업은 합반이라 서로 만날 수가 있다. 내가 듣는 건 일본어 수업이고, 지금 저기 막 문열고 들어오는 애는 백수현. 수현은 나와 동갑이지만 학년은 하나 위라 호칭 처리를 애매하게 하다가 친구가 된 동기다. 연습한 지도 똑같이 5년 째고 스무살. 새하얀 얼굴에 눈꼬리가 올라가 커다란 눈. 마냥 여리여리하게 예쁘다기엔 모델처럼 분위기가 좋은 마스크다. 그래서인지 미인임에도, 오히려 팀을 꾸릴 때 너무 튄다며 매번 데뷔 마지막에 걸러졌다. 듣기로는 솔로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뭐, 이렇듯 수현이 나와 동기이긴 하지만 다른 게 있다면 회사에서 꽤나 밀어주는 애라는 거다. 벌써 선배팀 뮤직비디오에 한번, 씨에프에 네번이나 출연을 시켰으니까.

 

 

 

 눈이 마주치자 간단히 미소로 인사를 대신 하고 자리에 착석. 원래는 이렇게까지 빡센 조항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데뷔한 선배들끼리 화장실에서 뭐뭐를 하다 걸렸다 카더라 라는 소문이 돌고 나서 이렇게 됐다. 소문이 맞는다는 증거이려나. 아무튼. 수현이도 나도 불안한 상황은 마찬가지라 간혹 통화를 한다. 뭐, 얘한테 감정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 중한 게 중한 거니까. 아마 얘도 나와 비슷했을 거다.

 

 

 

 

 

 [수업 끝나고 카페 갈래?]

 알았어, 그럼 좀 멀찍이 가자.

 [ㅇㅋㅇㅋ]

 

 

 

 

 이거 봐.

 

 

 

 

 

 

 

 

 “현진아!”

 “오, 백수현.”

 

 “잘 지냈어?”

 “뭐야, 매주 봐놓고.”

 “그래도.”

 

 

 

 

 하고 웃는다. 예쁘고 잘생긴 애들이 지천으로 널린 세상에 살다보니까 이제 나도 감이 생겼다. 백수현은 다르다. 얘는 아마 여기서 데뷔하지 않더라도 뭐가 되도 될 거다.

 

 

 

 

 “물어볼 거 있어서. 보자고 했어.”

 “응 뭔데?”

 

 “너, 작곡한 곡들 있잖아.”

 “……”

 “그거 니가 올렸다는 거 사실이야?”

 

 

 

 

 아, 젠장.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엄마를 살리는데 급급해서.

 

 

 

 

 “누가 그래?”

 “누가 그러긴 뭘 누가 그래. 다들 알고 있더만.”

 “하,”

 

 

 

 

 

 내가 머리를 벅벅 긁자 수현은 웃기다는 듯 피식 웃는다.

 

 

 

 

 “너만 그러는 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는 말고.”

 “무슨 소리야.”

 “그런 경우 왕왕 있어. 보고 배운 게 무섭다고 계속 트레이닝 받다가 작곡하고, 방향 트는 애들.”

 “나는 작곡가 될 생각 없는데.”

 “알아. 그래서 물어본 거야.”

 

 

 

 

 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 수현에게 털어 놓는다. 계속 불안했다고. 그래서 도피처처럼 작곡을 시작했는데 그날 따라 너무 욕을 쳐먹어서 충동적으로 올렸다고도. 그리고 그 링크, 이날 이 때까지 다시 들어가서 확인 해볼 생각도 못했다고도 다 말해버렸다.

 

 수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곡 좋더라.”

 “하하. 뭐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들어줬음 고맙고.”

 

 

 “근데 너 그거, 회사 쪽에선 다르게 받아들일 지도 몰라. 지금이라도 링크 내려.”

 “…… .”

 

 “무슨말인지 알지?”

 “그래. 고마워, 신경 써줘서.”

 

 

 

 

 

 

 

 들어가자. 하는 찰나에 내 핸드폰에도, 수현의 핸드폰에도 진동이 울린다. 같은 문자였다.

 

 

 

 

 [신년 기습 월평가. 4시. 안무 연습실]

 

 

 

 

 

 

 쉣. 이러깁니까.…

 

 

 

 

 

 

 

 

 아까 얘길 안 했는데 남녀 분반이 다 같이 만날 때는 언어 수업 때 말고 한번 더 있다.

 바로 월말평가 때. 그래서 더 뭐 같기도 하다. 솔직히 괜히 의식도 더 되고 하니까. 너무 기습이라 다들 준비가 안되 있는 건 매한가지인지 제이도 민호도 또 수현의 얼굴에서 긴장이 역력했다. 오늘은 보컬 트레이너 형 과 안무팀 실장누나. 그리고 인사팀 실장이 함께다.

 

 

 

 

 

 

 

 “갑자기 불러내서 놀랐죠.”

 “네.”

 

 

 망설이다 더러 들리는 대답소리. 다 모이니 40명이 다 된다. 이건 뭐 학급을 만들고도 넘쳐나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여러분이 긴장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긴장하고 있을 거에요.”

 “월평 전에 공지 하나 들어갈 거야. 앞으로 조금 더 시스템을 조직화해서 하기로 했어. 우리가 프듀니 뭐니 보면서 등급제가 너네 사기를 떨어뜨릴지 아닐지 재고를 좀 해봤는데.”

 

 

 안무실장 누나가 운을 띄우고 보컬 형이 이어 받았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시스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도 도입할까해요. 1반, 2반, 그렇게 5반 까지.”

 

 

 

 

 여기 저기서 탄식이 섞인 불만 소리가 공기 중에 흩날렸다.

 

 

 

 

 “자자. 데뷔조 다들 가고 싶잖아. 왜들 그래.”

 “…… .”

 

 

 “저, 그럼 3반에서 떨어지면 탈락..? 이에요?”

 “좋은 질문이네.”

 

 

 

 

 안무가 실장누나가 웃는다.

 

 

 

 

 “아쉽지만 그렇게 할 예정이야. 대신 계약 해지는 바로 도와줄거고, 가고싶은 곳이 있으면 소개도 해주고 할테니까. 너무 실망은 하지 말고.”

 

 

 

 

 

 인간적으로 너무 빡세졌다.

 

 

 

 “5반으로 내려가고는 3번의 기회가 주어질 거에요. 그러니까, 3반에 남아있는 게 네달 연속 지속되면 안된다는 얘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이미 내부에선 정해진 사항인지 모든 절차는 확실해 보였다.

 곧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었고 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명씩 중간점검을. 아니 중간 시험을 당하기 시작했다. 래퍼인 애들은 달달 외워두었던 벌스를 재탕할 수 밖에 없었고 보컬인 애들은 오디션 봤을 때의 레파토리를 다시부르는 형국. 그나마 댄스팀 애들은 준비했던 걸 다 할 수가 없으니 우당탕탕 거리는 중이였다. 나는 솔직히 요즘 작곡만 해놔서 준비해 놓은 것 마저 없다. 불렀던 노래라도 다시 해야 하나.

 

 

 내 차례가 다가오자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 얼마 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려놓았던 음원을 불렀다.

 

 

 

 

 [언젠가 우리 말했지, 떠나야 한다면 그건 너여야만 한다고. 끝나지도 않을 이 길 위에, 너 혼자 있다면 얼마나 외로울꺼야. 차라리 내가 남아 너에게 위로가 될래, 나는 그것 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 정말 좋을 것 같아.]

 

 

 

 

 기타 하나를 들고 노래를 끝냈는데 어째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조용해지기까지 한 게. 내가 지금 죄인이 된 건가 싶었는데 보컬 형이 입을 열었다.

 

 

 

 

 

 “정현진.”

 “네.”

 

 “이거 올린 거 너 맞았구나.”

 “…….”

 

 “너 곡 쓰지 말라고 했지.”

 “….”

 

 “일단 같지도 않아, 니 곡.”

 “…….”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 수현이 티나지 않게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쪽팔렸다.

 

 

 

 

 

 

 결과는 오늘 저녁에 통보해주겠다고 하고 월평가가 끝났지만, 나는 실장님들을 따라 오피스로 올라가야만 했다. 어렴풋이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짬밥만 햇수로 5년인데. 계약서 조항이란 조항은, 문서가 변경 될 때마다 다 읽어놔서 뼈에 새겨져 있다. 근데 내가 지금 좀 억울한 게, 작곡 부문은 오히려 회사에서 격려하는 부분이다. 물론 나에게 그 포지션을 준 건 아니였지만 나 말고도 곡을 만들어보는 연습생은 꽤 되었다. 그 중 더러는 지금 나처럼 권유 전에 혼자 시작해본 애들도 있고, 심지어 엔지니어들도 붙여주고는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노래를 만든 거 자체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건 아닌 거 같다는 거다.

 

 

 

 

 

 

 

 실장님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매니저인 동식 형과 사무장님이 함께 있었다. 씨, 무섭네 이거.

 

 

 

 

 

 

 “현진아.”

 “네.”

 

 “너 들어온지 벌써 5년이지?”

 “네.”

 

 “현진이 그동안 우리랑 연습하느라고 힘들었을 거야. 번번히 데뷔조도 못 오르고.”

 “…….”

 

 

 “결론부터 얘기할게. 현진아. 니가 부른 노래. 뭐 나쁘지 않아. 작곡하는 거 회사에서도 지원해 주는 부분이고. 그런데, 그걸 상의도 없이 올리게 되면 거기서부터는 다른 얘기야.”

 

 

 

 

 아. 결국 그게 문제였던 건가.

 

 

 

 

 “이렇게 되면 계약 위반이야. 너 그거 올려서 다른 회사에서 캐스팅 받았다며.”

 

 

 

 

 소문이 거기까지 돌았구나. 미치겠네.

 

 

 

 

 

 “여기서부턴 우리 소관이 아니게 돼. 너, 회사 옮기고 싶니?”

 “…… .”

 

 “얘기해도 돼. 현진아. 지금 너 혼내려고 부른 건 아니야. 정확히 하려고 하는 거지.”

 “아니에요, 그런 거.”

 

 

 

 적막이 흐른다. 연습생 팀장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웨이브 엔터에서 연락 왔거든.”

 “…….”

 

 “곡에 대한 저작권은 우리가 포기할게. 계약 파기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해줄 생각이야. 어때. 이 정도면 우리도 해줄 만큼 해주는 거 같은데.”

 

 

 

 

 

 

 

 뭐야.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나가라고 하는 거였어?

 어이가 없어 한쪽 얼굴로 웃었다. 이거였구나? 니들이 바라는 게.

 

 그래 물론, 다른 회사로 가고싶단 생각을 아예 안해본 건 아니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생각 한 것도 아니었고 그건 나처럼 연습생으로 있는 애들은 다 해봤을 생각이다. 왜, 학교에서 뭐 꼬이면 전학가고 싶은 그런 거. 쓰다 버린 일회용 물휴지가 된 기분이었다. 닦으라는 대로 다 닦아냈더니, 이제 아니라고 날 내치다니.

 내가 여기서 몇년을 썩었는데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 아니다. 나가도 내 발로 나갈 거야. 이건 아니라고.

 

 

 

 

 

 

 

 “보상금 정산은 안 받을게.”

 “뭐라고요?”

 

 

 

 

 

 

 

 

 충격이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계산부터 한다. 지금 장난쳐요? 내 인생의 사분의 일을 여기다 다 썼어. 수시도 안 보고! 대학도 포기했다고!

 

 아니 그리고, 보상금이라니. 일부 회사에서 데뷔가 엎어졌을 때 연습생한테 연습 비용을 빚 삼아 받아내는 경우가 있다는 건 듣긴 했지만. 이렇게 큰 거대 기획사에서 할 말이야? 애초에 계약서에 그런 얘기는 명시되어 있지도 않았다고. 아니 실장 형, 안무 누나. 나한테 어떻게 이래요?? 이게 정말 할 말이에요?

 

 

 

 

 

 

 원망 어린 눈으로 쳐다봐도 그들은 이미 결정이 된 일이라는 듯 말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 친하지 않았어요? 적어도 이럴 정도는 아니었잖아. 감정이 북받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동식이 형이 뒤따라 나왔지만 쫓아 오지는 않는다. 복도를 지나쳐 나가는데 기다리고 있던 건지 수현이 불러 세웠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분노와 함께 이 모든 게 역겨워서 일단 뛰었다. 그러지 않고선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았기에.

 빠르게 지나치는 내 시야가 바람과 함께 흩날린다. 곧, 구토가 일면서 엄청난 두통이 찾아와 나는 일단 멈춰 섰지만 내 앞에 세상은 이미 흔들릴 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고 정말로 내 눈 앞에 빌딩과 가로등,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3차원 처럼 일렁인다는 말이다. 씨발, 너무 어지러워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곧, 가슴 깊이 커다란 대못이 내 심장을 관통하는 것 같더니 길 보도 블럭이 만화처럼 일어났다. 소름 돋아.

 

 아지랑이 인가 싶더니 휙. 하고 티비처럼 꺼지는 내 시각.

 나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뜨니 플레시가 팡.

 

 포토그래퍼 뒤에서 나를 보고있는 제이와 민호, 그리고 헤어 메이크업을 마치고 올라오는 다른 연습생 애들. 그 옆으로 영상 어씨스트가 지나가고 피팅룸으로 의상을 가지고 들어가는 스타일리스트도 보였다.

 급한대로 손을 들어 보니 프로필 촬영날 입었던 검은색 슬리브와 은반지들.

 

 

 어제다. 하. 나는 일단 침착하게 촬영을 끝내고 피팅룸으로 돌아와 사운드 클라우드의 링크부터 비공개로 돌렸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진짜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된 거다.

 그것도, 내가 필요한 때로 말이다.

 

 

 

 

 

 

 

 

 

 

 

 

 

 
작가의 말
 

 coolstoryshort@gmail.com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죽어도 아이돌> 17화: 서서히 드러나는 … 2020 / 9 / 30 260 0 6223   
16 <죽어도 아이돌> 16화: 급 2020 / 9 / 30 266 0 5533   
15 <죽어도 아이돌> 15화: 꿀물 원샷 2020 / 9 / 30 270 0 5431   
14 <죽어도 아이돌> 14화: 아군 등장? 2020 / 9 / 30 260 0 5918   
13 <죽어도 아이돌> 13화: 사고의 대가 2020 / 9 / 30 274 0 6104   
12 <죽어도 아이돌> 12화: 디토패치 2020 / 9 / 29 267 0 5542   
11 <죽어도 아이돌> 11화: 단 한번의 포옹 2020 / 9 / 29 275 0 4958   
10 <죽어도 아이돌> 10화: 모르는 척 2020 / 9 / 29 270 0 5871   
9 <죽어도 아이돌> 9화: 어그로의 꽃, 스캔… 2020 / 9 / 29 270 0 5625   
8 <죽어도 아이돌> 8화: 스멀 스멀 느껴지는… 2020 / 9 / 29 290 0 5126   
7 <죽어도 아이돌> 7화: 왜 때문에 타임워프… 2020 / 9 / 28 267 0 6314   
6 <죽어도 아이돌> 6화: 수상한 제안 2020 / 9 / 28 263 0 5228   
5 <죽어도 아이돌> 5화: 드디어 방송 온 에… 2020 / 9 / 28 258 0 5921   
4 <죽어도 아이돌> 4화: 어차피 다음 데뷔는… 2020 / 9 / 26 259 0 5214   
3 <죽어도 아이돌> 3화: 미소년 아이돌 시뮬… 2020 / 9 / 25 279 0 5649   
2 <죽어도 아이돌> 2화: 혼란하다 혼란해 2020 / 9 / 21 290 0 7601   
1 <죽어도 아이돌> 1화: 나 다시 돌아갈래 (1) 2020 / 9 / 18 461 1 941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