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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6. 전조(3)
작성일 : 18-12-20 23:02     조회 : 74     추천 : 0     분량 : 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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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포트 메인, 괴수토벌부대 관사 -

 

 

 평소에는 큰 방에서 지내던 때와는 달리, 2 ~ 30명이 들어오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방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엘. 가구라고는 침대와 책상뿐이지만,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것들을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뭐, 따뜻한 물이 나오는 거랑, 식사가 꾸준히 나온다면 괜찮지.”

 

 처음에 군인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듣고 보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어서 나름 힘들어 했었다. 아무래도 이야기와 실전은 확실히 달랐었지만, 3군단장 데미아는 그 누구보다 선봉에서 움직이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2군단과 8군단을 제외한 지옥의 군단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기도 한 3군단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고, 그녀의 생각을 많이 바꾸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아. 그나저나 오늘은 뭐하지.”

 

 이곳의 관리관과 만나면 매번 부딪히기만 하고, 다른 사람들은 외지인이라서 그런지 약간 꺼려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나마 그녀에게 다가왔던 리엔도 어느 순간부터 살짝 멀어진 감이 없지 않아 있기에 그녀는 따분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똑똑!

 

 “아이엘씨! 우편 왔어요!”

 

 아이엘은 그 말에 천천히 걸어가 문을 열었다. 작은 우체부가 그녀의 앞에 조심히 편지를 건네며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 매번 편지 전해줘서.”

 

 그녀 천천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우편료를 지불했다. 아이는 그녀가 주는 돈을 받자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아이엘은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은뒤, 천천히 뒤돌아 방으로 돌아갔다.

 

 

 

 「아이엘. 사랑스러운 나의 딸아, 잘 지내고 있느냐. 이 늙은 애비는 잘 지내고 있구나. 네가 처음에 변방으로 간다고 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이 되었단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 너한테 한소리를 듣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하하.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과, 네 평소의 행실이 바르기 때문에 믿고 있을 수가 있어서 그렇단다.

 

 그건 그렇고 최근에 데미아 공이 자주 편지를 보내는 구나.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녀석이 보낸 거겠지. 하하. 이쪽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하려무나. 나는 그와 네가 좋은 인연이 되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의견을 듣지 않고 밀어붙일 생각까지는 없구나. 그럼 잘 있다 오렴.」

 

 

 

 “흐음, 그렇게 날 쫓아내고 싶어서 안달난 건가?”

 

 이건 그가 보내는 최후의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대로 물러서기는 싫었다.

 

 “이거 참 오기가 생기네.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그녀는 피식 웃으며 편지를 내려놓았다. 마침 오늘 할 일이 생각난 그녀는 곧장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옷장에서 옷을 꺼내, 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천천히 방을 나섰다.

 

 “한번 해보자고!!!”

 

 그녀의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 듯 산뜻하게 뛰어다녔다. 그렇게 그녀는 막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 토벌부대 연무장 -

 

 

 아멜은 천천히 검을 휘두르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전에는 혼자서 했지만,

 

 “조금만 더 앞으로 내지르는 거다.”

 

 이제는 그가 항상 곁에서 그녀의 자세를 봐주고 있었다. 그는 아멜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가끔씩 균형을 잃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가르쳐주며 그녀의 검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었다.

 

 “검은 막 찌르는 게 아니야. 하나하나 동작이 살아있어야 하는 거라고. 흐름이 끊겨버리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게 검이거든.”

 

 아멜은 확실히 그가 가르쳐 주는 덕분에 좀 더 가볍게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그가 가르치는 검술은 그녀의 무구와 어울리는 장검을 이용한 검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가르치는 동작들을 보며 그녀는 문득 어떤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저씨가 쓰는 검술은 뭐에요?”

 

 소녀의 질문에 아델은 크게 웃었다. 모처럼 이렇게 의욕이 있는 아멜은 처음이었으니까.

 

 “오호. 관심이 생긴 거야? 뭐라더라 이걸 ‘비전’이라고 해야 하나?”

 

 “비전이요? 검술의 이름인가요?”

 

 “아니야, 아니야. 거의 전설로 취급된다고 해서 그런 말을 붙인 거지. 내가 쓰는 검술은 아마 이 세상에 없는 그런 검술일거다.”

 

 확실히 수백 년이 지나서, 이미 사라져버린 검술들을 지니고 있는 그였다. 덕분에 그의 기묘한 움직임에 어떤 상대도 그에게 상대가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배울 생각이 있는 거니?”

 

 “음..... 그냥 궁금해서요. 저는 일단 닥치는 대로 배워서 어떤 게 좋은지 잘 모르거든요.”

 

 아멜의 말에 아델은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었다. 그는 천천히 훈련용 장검을 집어 들고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멜. 그럼 이것도 일단 배워보는 게 어떠니?”

 

 “네? 저도 배울 수 있는 건가요?”

 

 “나도 처음에는 일반인과 다름없었어. 어쨌든 한번 보여줄 테니까. 생각 있으면 얘기하라고.”

 

 “치, 그러다 또 쓰러지시는 건 아니죠? 어제도 약 먹고 그대로 뻗었다고 들었다고요.”

 

 “괜찮아. 괜찮아. 대신 잘 봐두라고.”

 

 아멜은 아델의 검술에 휘말리지 않게 한쪽 구석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아델은 그녀가 안전한 곳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간다.”

 

 아델은 처음에 검 끝을 땅에 내려두었다. 검 끝을 머리 위에 배치하거나 상대 가슴 높이를 겨누고 있는 다른 검술과는 차이가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검은 순간 위로 치솟으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한 번 공격 후, 반격기. 한 번 방어 후 반격기.’

 

 그의 동작은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멜의 눈에는 정확히 보였었다. 그 찰나의 틈에 반격기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와의 대련에서 얻은 지식이긴 했지만 말이다.

 

 ‘저런 식이면 정말 모르고 당할 거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정말.’

 

 그의 검술은 자신의 주변 8걸음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4걸음 안은 반격의 범위, 4걸음 밖은 공격의 범위. 하지만 가끔씩 안을 파고들어 찌르는 연계기나, 검풍으로 적을 멀리서 공격하는..... 아니 잠깐만 검풍으로 공격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은데?

 

 “너도 나중에 가면 이 정도는 해야 돼.”

 

 “네?! 이 정도라뇨! 이건 인간의 경지가 아니잖아요!”

 

 “적어도 기사단장급 이상은 이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 무구의 힘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물론 그 기사단장급이라는 게 그가 살던 제국 시절 때 얘기긴 했지만 말이다. 아델은 검에 마지막으로 집중을 하더니, 한 점을 향해 내질렀다.

 

 “이걸로 한때 대륙을 제패했던 제국 근위대 기초 검술 시범을 완료하겠다.”

 

 순간 내지르는 검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검이 들어감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손을 비틀어 검신을 회전 시킨 것이었다. 만약 괴수가 있다면 마무리 일격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갈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아델은 내지른 검을 거두어드리고, 천천히 다시 원래자리로 가져다 두었다. 그는 입술에 흐르는 액체를 몰래 닦으며 아멜에게 말했다.

 

 “어때? 뭐 다른 검술들도 많다만, 내가 주로 쓰는 검술이 이거라서 말이야.”

 

 검술이라고 해봐야 휘두르고 베는 것만이 전부였던 그녀에게는 아델의 검술은 신세계였다. 그녀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흐음.... 일단 한번 배워볼래요.”

 

 “그래, 그럼 일단 걸음부터 가르쳐야...... 응?”

 

 아델은 자신의 눈앞에 놀란 눈으로 서있는 아이엘을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였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저 그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델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흐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아이엘씨. 뭐, 말할 말 있습니까?”

 

 “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엘은 그제야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 왜 연무장에 온 거예요?”

 

 “아델씨가 연무장에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마 리엔이 그녀에게 그에 대해 얘기해 준 듯싶었다. 아델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그에게 아이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곧 있으면 순찰 시간이죠?”

 

 “네, 뭐 그렇죠. 근데 그건 왜요?”

 

 “저도 그 순찰이라는 것에 가고 싶어요.”

 

 “아.... 순찰...... 네? 순찰요?”

 

 그녀의 말에 아델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옆에 있는 소녀 역시 놀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엘은 그런 그들을 해맑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뭐, 순찰이라고 해봐야 별거 아니겠지.’

 

 하지만 이 생각을 후회하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필 오늘 순찰이 황무지 내부로 들어가는 특별 순찰이었다는 것을 몰랐었으니까........

 

 

 

 

 - 북쪽 황무지, 이름 모를 산맥 -

 

 평소와는 다른 작은 발걸음이 모래에 사뿐사뿐 찍혔다. 다른 지역과 달리 모래가 거칠어지는 것을 보니 아마 근처에 바위산이나, 벽돌이 많은 지역이 있는 것 같았다.

 

 “흐음...... 제대로 찾아온 건가?”

 

 작은 지도를 펼쳐들고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천이 칭칭 감겨있었다. 얼굴 전체를 덮는 낡은 천 때문에 과연 앞이 보일까 싶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도를 펼쳐보며 이곳이 어딘지를 확인해 나갔다.

 

 “정말이지...... 옛날이랑 많이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500년이나 더 된 지도 그대로 이곳이 있을 줄이야.”

 

 천천히 지도를 접어 허리에 매달린 가방에 넣고는, 그는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주변에서 섬뜩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키아아아.....”

 

 “키에에엑!!!”

 

 작은 발걸음을 거칠게 쫓아온, 수 마리의 괴수들이 그의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눈을 비비며 앞의 괴수들을 바라보았다.

 

 “참....... 손님 맞는 태도가 거지같군.”

 

 그는 천천히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와 동시에 괴수들이 그를 향해 앞으로 뛰어왔다.

 

 “키아아악!”

 

 “크아아악!!!”

 

 “시끄러워. 정말이지.”

 

 검집이 살짝 들렸다 내려졌다. 그리고는 그는 천천히 검집에서 손을 땠다.

 

 “크.... 크아악?!”

 

 “꾸에에엑!”

 

 괴수들은 제각기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리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남은 괴수들을 바라보았다.

 

 “흠. 너희들도 싸우겠다는 거지?”

 

 “키... 키아악!”

 

 철컹. 찰칵! 찰나의 순간, 금속음이 울려 퍼지고, 남은 괴수들이 일제히 바닥에 머리를 쳐 박았다. 단 2합으로 괴수들을 쓸어버린 그는 수통의 물을 꺼내 마시며 앞으로 나아갔다.

 

 ‘거의 다 왔군.’

 

 그가 앞으로 나아갈 때 간헐적으로 괴수들이 그를 덮쳐왔지만, 그것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그들을 몰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황야의 모래바람이 점점 짙어져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을 자연스럽게 걸으며, 그는 지도 속에 X라고 표시해둔 곳에 도착했다.

 

 ‘변함없이 크네.......’

 

 그의 앞에 녹이 슨 기둥이 지붕을 바치고 있는 작은 신전이 눈에 들어왔다. 갈라졌지만 화려한 벽화와 수없이 많은 이들이 적힌 기념비, 그리고 천장에 박힌 보석들이 한때 신전이 잘나갔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창조신 아리아마’

 

 입구에 적혀져있는, 휘갈겨진 글자를 바라보며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창조신은 얼어죽을....... 파괴의 신이겠지. 아.... 성격 파탄자니까 광기의 신이라고 하면 좋으려나? 미친년이니.....”

 

 “참, 여자한테 미친년이 뭐에요. 정말.”

 

 리즌의 시선이 신전 왼쪽 모퉁이로 갔다. 그 곳에는 금발머리의 여자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XXX. 아니 이젠 ‘리즌’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리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케레니. 네놈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그 이름은.”

 

 “네네. 알겠어요. 그 이름이 참 대단한 이름이었죠. 그 용사를 죽인.......”

 

 “닥치라고!”

 

 리즌의 손이 검집에 가있었다. 금발의 여자. 아카레니는 그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 무서워라. 근데 어쩜 좋을까? 당신이 그 이름을 쓰는 바람에 그 말을 계속 해야 하는데?”

 

 리즌은 간신히 검집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화를 꾹 참은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리즌’씨는 이 낡고 누추한, 잊혀진 신전에는 왜 오신 건가요? 기도를 드리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일부러 ‘리즌’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비아냥거리듯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리즌은 허리춤의 가방에서 술병하나를 꺼내들며 말했다.

 

 “글쎄? 네 년이 여기 있다는 것이 그 답인 것 같은데?”

 

 리즌은 술병의 술을 열어 신전 바닥에 부었다. 아카레니는 그의 행동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흐응? 전 이 신전의 보잘 것 없는 무녀라 여기에 남아있는 겁니다만?”

 

 “무녀? 무녀는 무슨. 네 같은 무녀를 둔 신은 펑펑 울어야겠네.”

 

 “어머? 그게 무슨 소린가요? 기쁨의 눈물이라도 흘리는 건가요?”

 

 “아니, 못생기고 늙은 할망구를 무녀로 두고 있으니 슬퍼서 말이다.”

 

 아카레니는 짜증이 났는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건 그렇고, 왜 날 만나러 온 거지? 정확히 이곳도 찾아내고 말이야.”

 

 존대에서 반말로, 그녀의 억양에 짙은 분노가 깔리는 것이 느껴졌다. 리즌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흠. 내가 발이 넓기로는 유명하잖아? 아주 유능한 친구들이 많아서 말이지. 네년 만나면 전해주라고 선물까지 준 친구도 있고.”

 

 리즌은 가방에서 낡은 상자를 하나 꺼내, 그녀 앞에 툭 던져 놓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와 상자를 번갈아보았다.

 

 “뭐.... 뭐야! 믿을 수 없어!”

 

 “나도 처음에 믿을 수 없었지. 근데 그녀가 모두를 속이면서 이런 짓을 해놨더라고. 그 운명의 칼레이가 울고 갈 정도였으니까.”

 

 리즌은 아카레니의 표정을 훑으면서 조용히 바닥에 종이 하나를 던진 다음 발로 밟았다. 그리고는 언제고 위협에 대응 할 수 있게 검집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참...... 두 쌍년들이 아주 돌아가며 지랄을 하는 구나. 그를 겨우 해치워놨는데, 조금만 더 있으면 친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데!”

 

 “친구?! 설마 너, 봉인된 악마를........”

 

 리즌은 순간 자신의 옆에서 날아오는 날카로운 물체를 재빠르게 베었다.

 

 “하? 곧 소멸의 길에 들어설 놈이 감히 내 친구들을 모욕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수십개의 종유석을 만들어 그에게 날렸다. 하지만 리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빠르게 세 번 검을 휘둘러 종유석들을 베어 넘겼다.

 

 “참나, 아직도 그것들에 집착을 하다니 어지간히 좀 하지 말이야.”

 

 “집착? 집착이 아니라 정당한 거라고! 원래 이 땅의 주인은 그들이었고, 그들에게 이 땅을 돌려줘야 하는 게 나의 의무야!”

 

 “하? 그저 힘으로 빼앗는 것만 할 줄 아는 녀석들이 이 땅의 주인이었다고? 죽음만을 갈망하는 녀석들에게 이 땅을 돌려줘서 뭐하겠다는 거야? 결국 그들은 이 황무지처럼 파멸만을 초래할 뿐이잖아! 이성도 없는 쓰레기들인데!”

 

 “이성이 없다고! 그들도 말을 할 수 있어! 그들도 사람처럼 생각한다고! 나는 그들과 교감하면서 그들의 진정한 면모를 봤다고!”

 

 다시 한 번 그에게로 종유석들이 날아왔다. 리즌은 검을 빠르게 고쳐 잡고 그녀를 향해 일직선으로 검기를 날렸다. 그녀의 공격을 깔끔하게 막은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약자를 지키며 균형을 잡는 것. 그게 우리의 의무지 않았나?”

 

 “의무? 그래. 그럼 하이앤더 녀석들을 쓸어버린 것도 잘한 거 아니야? 그들도 세계를 좀 먹는 벌레들일 뿐인데.”

 

 “그렇다고 해서 마자인들이 저지른 일들이 묻히진 않지.”

 

 쾅! 그의 검과 그녀의 발이 맞닿았다. 순간 그는 검을 비틀어 그녀의 옆구리를 노렸고, 그녀는 빠르게 몸을 돌려 검신을 세게 손으로 쳐냈다. 그렇게 둘은 연신 불꽃을 토해내며 한참동안 합을 주고받으며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역시 녹슬지 않았구만.”

 

 “이것 참 질기네...... 이젠 힘없는 늙은이 인줄 알았는데.”

 

 아카레니와 리즌이 서로를 쳐다보며 숨을 골랐다.

 

 “어차피 너희들이 날 방해하려고 해도 소용없는 짓이야. 이미 그는 진즉에 돌아왔으니까.”

 

 순간 그녀의 말에 그가 목을 쭉 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모습에 아카레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안심하라고. 여기에는 있지 않으니까. 그가 말이야.”

 

 리즌은 그런 그녀의 말에 가래침을 모래바닥에 뱉었다.

 

 “쳇, 어차피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상관없나?”

 

 “목적? 그게 무슨 소리...... 꺄악!”

 

 그는 기습적으로 그녀의 눈에 모래를 던졌다. 정통으로 맞아서 그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통을 토해냈다. 그 사이 리즌의 뒤에 빛의 형상의 거울이 만들어졌다.

 

 “그럼 안녕! 잘 지내!”

 

 리즌은 해맑게 말을 건네곤 그대로 빛의 형상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카레니는 눈에 들어간 모래를 빼내며 그를 뒤쫓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앞에서 빛의 형상은 푝! 하고 사라져 버렸다.

 

 “으.... 다음번에는 가만히 안 둘거야!!!”

 

 그녀는 사라진 형상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공허한 외침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것은 황무지의 모래바람 뿐이었다.

 
작가의 말
 

 휴... 이제 시험이 끝났네요! 뭐... 시험 결과는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다음 주 부터는 정상 연재 들어갑니다! 소소하게 찾아와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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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용사 이야기(3) 2018 / 10 / 17 56 0 8009   
13 #3. 용사 이야기(2) 2018 / 10 / 16 60 0 9532   
12 #3. 용사 이야기 2018 / 10 / 10 70 0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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