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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5. 분기점
작성일 : 18-11-14 22:47     조회 : 85     추천 : 0     분량 : 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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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테레아, 셀투바르크 -

 

 “후아아암. 너무 정신없이 봐서 피곤하네.”

 

 1부의 막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냐는 화장실이 급해서 잠시 밖으로 나가있었고, 스피넬과 아멜은 아까 전의 연극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거의 스피넬이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거기서 주인공이 검을 휘두를 때 참 멋있지 않았어?”

 

 “응.”

 

 “거기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심장을 바치는 것도 말이야.”

 

 “맞아.”

 

 누가 보면 제대로 된 대화인가 싶기도 하지만, 스피넬과 아멜한테는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스피넬이 떠들면 아멜이 듣고만 있는.

 

 계속해서 얘기를 하고 있던 도중에, 아멜의 눈에 옆자리에 털썩 앉은 익숙한 모습의 사람이 들어왔다.

 

 “호오, 그래서 그 재미있는 걸, 나 빼고 4명에서 보러 왔었구나?”

 

 “아저씨!” / “관리관님!”

 

 아델이 삐진 듯 입을 한발 내밀며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리엔이 그의 앞에 갑자기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관리관님이야 말로 어디 가셨다 오신 거예요? 다들 아침에 찾다가 그냥 온 거라고요.”

 

 “잠시 좀 일이 있어서, 친구네 집 좀 들렸다 오느라고 말이야.”

 

 아멜은 그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손수건을 보고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게 그의 손수건에 흥건하게 묻은 피가 보였으니까 말이다.

 

 “아저씨, 저 이.....”

 

 “자자, 연극 시작할 것 같으니까 앉자고!”

 

 그는 아멜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눈웃음을 지었다. 아멜은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옆의 리엔과 스피넬이 놀랄까봐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머, 아델 언제 온 거야?”

 

 화장실을 갔다 온 아냐가 깜짝 놀라며 말을 했다. 아델은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빨리 자리에 앉으시죠? 곧, 연극이 시작 되잖아요?”

 

 “젠장 너한테 그런 소리 듣기는 싫은데.”

 

 뒤에 앉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앉아야 했기에, 아냐는 툴툴거리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앉자, 마침 2막을 알리는 연주와 함께 암막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배우들이 나오고, 분주히 무대 소품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1막에서 심장을 받치고 영원한 맹세를 맺은 남 주인공. 그의 심장을 받은 여 주인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엘테레의 맹세’ 2막을!”

 

 아델은 몰래 가져온 작은 쿠키를 입에 넣었다. 입이 심심하면 집중이 잘 안되니까 말이다. 1막은 늦게 오는 바람에 맨 뒷줄에서 봤었던 그였다. 내용은 악마에게 잡혀간 여자를 구하러 간 기사의 모험이야기였다.

 

 사랑하던 여자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던 그는, 갑자기 쳐들어 온 악마들에게 그녀를 뺏기게 되었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찾기 위해, 다시는 뽑아들지 않기로 한 검을 들고, 특별한 힘으로 여러 지역을 돌며 악마를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매번 허탕만 치며 그녀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본의 아니게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준 덕분에, 세계를 구원한 영웅으로 취급을 받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악마를 잡게 되었지만, 여자에게 덧씌워진 저주를 풀기 위해,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심장을 바치면서 그녀의 저주를 대신하게 되었다.

 

 ‘심장을 바치게 된 대가는 불사. 그리고.......’

 

 기사는 그녀에게 심장을 주면서 불사가 되어버렸다. 동시에 감정을 잃어버리게 되고, 지금 눈앞에서 여자의 어떤 말에도 눈 하나 깜박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그의 가슴을 채울 수가 없었다. 그는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가 저렇게 헌신을 하는데, 한 번도 봐주질 않다니!”

 

 주변의 사람들이 기사의 행동에 욕과 비난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말도 그에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는 오직 자기 자신이 하는 일만 할 뿐이었다.

 

 “흐음.... 분명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분명 이 이야기. 제국에 있을 때, 설화로 내려오던 ‘죽음을 죽인 왕’이었다. 내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감정이 없는, 죽지 않는 왕이 세계를 구하고(정확히는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부수고) 제국을 세웠다.’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았는데.

 

 “극본을 다른 사람한테서 받았다고 했었던 가?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델의 머릿속에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니, 그 녀석이 아니라면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기록되지 않은, 말로만 전해지는 이야기였고, 그도 그 녀석한테 얘기를 할 때, 말로만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강조를 했던 것이 떠올랐었다.

 

 “참나, 그래서 표를 준 건가? 자기가 쓴 거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자랑하고 싶어......”

 

 순간 아냐와 아델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정확하게 동시에 고개를 돌려, 동시에 눈을 마주쳤었다.

 

 “설마 너도?”

 

 “너도?”

 

 둘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니 자신들 외에도 친한 사람들에게 표를 돌린 것 같았다.

 

 “녀석 일은 제대로 안하고 돌아다니니 원.”

 

 “그러게. 나중에 녀석 얼굴에 주먹이나 날려주자고.”

 

 

 연극은 중반을 지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델은 문뜩 왜 그가 이 연극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것도 그가 에테레아로 떠나기 하루 전 날에 표를 주면서 말이다.

 

 “기사님. 제발 눈을 떠주세요! 제가 옆에 있잖아요! 전 그대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 존재인 걸요!”

 

 배우의 애절한 목소리가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아델은 그런 그녀의 목소리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목걸이가.... 빛나고 있어?’

 

 아미테리아에서 샀던 목걸이. 오색 빛의 보석이 작게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야! 갑자기 자리에서 왜 일어나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뒷사람이 짜증을 내며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는 사과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옆에 앉아있던 아멜이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화장실에 갈까 했다가......”

 

 그는 대충 둘러대고 다시 연극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빛나는 목걸이의 보석이 신경이 쓰였다. 아델은 아멜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을 했다.

 

 “아멜. 내가 늦더라도 다들 먼저 숙소로 가라고 좀 전해줘.”

 

 “네? 갑자기 무슨.....”

 

 아멜이 묻기도 전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극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아델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욕했지만, 한 순간일 뿐 그들은 다시 연극을 관람하며 빠져들었다.

 

 “아멜. 무슨 일이니?”

 

 아냐가 갑자기 나가는 아델을 보며 말을 했다.

 

 “그게 잠시 일이 있다고 해서요. 늦으면 다들 먼저 숙소로 가래요.”

 

 “음..... 그래? 일을 덜 끝내고 왔나?”

 

 아냐는 고개를 돌려 다시 연극을 바라보았다. 아멜은 그가 급히 뛰어나가는 것을 보고는, 신경이 쓰여 연극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손수건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아서 뭐든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냐에게 말했다.

 

 “언니. 나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응, 알았어.”

 

 아냐는 아멜이 나가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는 세 사람을 살짝 본 뒤, 그녀는 쪼르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분명 이쪽으로 가신 것 같은데?’

 

 아멜은 아델이 지나갔을 법한 곳을 따라 움직였다. 미세하게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찾아 움직인 그녀는, 극장에서 2거리 떨어진 자재창고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자재창고? 왜 이런 곳에 아저씨가.......”

 

 쾅!

 

 갑자기 거대한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창고 안에서 들려왔다. 순간 깜짝 놀란 아멜은 급히 창문을 깨고 창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호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그녀의 눈앞에는 낯선 남자 둘과 낯익은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아저씨!”

 

 아멜은 급히 아델의 옆으로 뛰어갔다. 아델은 검을 지지대 삼아 짚고 버티고 있었다.

 

 “말 안 듣는 꼬맹이 같으니라고.....”

 

 “아저씨야 말로 갑자기 왜 나가신 거예요? 그리고 저 사람들은 누구고요?”

 

 아멜은 그를 부축하며 그들을 경계했다. 그러자 남자 한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머어머. 우리 나쁜 사람 취급 받는 것 같은데?”

 

 “나쁜 사람은 맞지. 당장 저 녀석을 없애려고 했었으니까.”

 

 “쳇. 너 때문에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되는 게 없단 말이야. 저 귀여운 아이 좀 속여 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남자들은 검을 치켜들고 아멜과 아델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아멜은 아델의 검을 뺏고 그들의 검을 막아섰다.

 

 “아저씨, 근데 왜 제 검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럴 사정이 있어... 쿨럭.”

 

 “흐으... 그러기에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녀는 검을 고쳐 잡고, 앞의 상대를 노려보았다. 남자들은 생각보다 센 그녀의 힘에 놀라 뒤로 물러나 있었다.

 

 “뭐... 뭐지?”

 

 “힘으로 밀린 건 처음인데?”

 

 그들은 다시 한 번 아멜에게 검을 휘둘렀다. 아멜은 그런 그들의 검을 가볍게 피하며 역으로 그들에게 파고들었다. 장검을 들고 있음에도 기습적으로 파고드는 그녀의 검에 남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왁!”

 

 “날카롭네.”

 

 아멜은 뒤로 물러서며 다시 정비를 했다. 분명 허리를 벤 것 같았는데 녀석들한테는 상처가 하나 없었다.

 

 “뭐지? 분명 벤 것 같은데?”

 

 “오호, 환영술인가? 오랜만인데?”

 

 “네?”

 

 “저건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멜, 너한테 잠시 재밌는 걸 보여줄게.”

 

 아델의 손에서 작은 빛이 솟아났다. 순간 남자들은 그의 모습에 급하게 검을 움켜쥐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돼요! 아저씨한테 갈 수 없어요!”

 

 “이... 성가신 년이!”

 

 그들이 번갈아가며 아멜을 공격했다. 아멜은 몸을 비틀어 공격을 흘리고 빈틈을 노려갔지만, 녀석들에게 검이 닿질 않았다. 약간씩 오차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 사이에 아델은 작게 무어라 중얼거리며 빛을 아멜에게 던졌다.

 

 “우왁! 이게 뭐에요?”

 

 “자! 이제 보일 거야. 녀석들의 몸이!”

 

 아멜의 몸에 빛이 감돌았다. 그와 동시에 녀석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흐릿한 것만 보이는데요?”

 

 “그 흐릿한 걸 베면 자연스럽게 보일 거야.”

 

 아멜은 즉시 검을 휘둘러 흐릿한 형체를 베어 넘겼다. 그러자 흐릿한 형체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진짜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멜은 그들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저... 저게 뭐죠?”

 

 “뭐긴 뭐야..... 우리가 항상 잡던 것들이지.”

 

 아델은 앞에 있는 남자.... 아니 남자였던 것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

 

 “이... 이 썩을 놈!”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저 자식들을 죽여!”

 

 흉측한 모습에, 단지 인간처럼 걷고 말을 할 수 있는 존재들. 검은 색 피부에서 돋아나있는 갈고리에서 떨어지는 검은 핏물과 살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역겨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저... 저게 괴수들이라고요?”

 

 “정확히는 괴수들이 진화한 거지.”

 

 아델은 옆에 있는 나무막대기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멜, 10번 세는 동안만 버텨줘!”

 

 아멜은 즉시 검을 앞으로 내질러 녀석들에게 타격을 주었다. 화살처럼 튕겨져 날아온 그녀의 공격에 괴수 하나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크아아악!”

 

 “이 년이!”

 

 다른 녀석이 급하게 아멜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은 발톱을 세게 그녀에게 내리찍고, 이빨로 그녀를 물려고 했다. 그녀는 검으로 발톱을 막고, 검집을 이용해 녀석의 머리를 역으로 찔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녀석들과 아멜의 공방. 아멜이 일방적으로 녀석들을 두들겨 패는 구도이긴 하지만, 베어도 끊임없이 회복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아멜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녀에게 적응하는 듯, 그들의 움직임이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아저씨! 30 다 셌어요! 언제쯤 되요?”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아직 30 다 안 된 것 같은데?”

 

 “그건 30이 아니잖아요! 빨리 좀 해봐요!”

 

 아멜의 옆구리를 파고든 발톱이 순간 꺾여서, 그녀의 허리를 베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알마지오에게서 받은 옷이 찢어져버린 것이 신경 쓰였다.

 

 “미안, 예쁜 옷인데 찢어져 버렸구나?”

 

 녀석들은 찢어진 허리 부분을 바라보며 킬킬 웃어댔다. 그러자 아멜은 윗옷을 벗어던져버렸다. 깜짝 놀란 세 사람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에 아멜은 검을 치켜들고 냅다 한명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한 놈 잡았고.’

 

 그녀는 즉시 다른 녀석에게 검을 겨누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의 검이 돌에 박힌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크아악! 일 줄 알았니?”

 

 머리가 잘렸는데도 몸이 움직이고 있다. 아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잘못 본 게 아니야. 머리가 잘려도 움직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설마 우리들을 그런 하찮은 녀석들이랑 같다고 생각 한 건가?”

 

 당황한 아멜에게 매섭게 발톱을 할퀴기 시작한 녀석들. 기세를 빼앗기고, 흐름을 빼앗겨 버렸다. 아멜은 뒤로 물러서면서 최대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 보려고 했다.

 

 “하핫! 정말이지 지독한데? 그럼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녀석들 중 하나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마침 아멜은 다른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 뒤져 버려라!”

 

 나무 막대기 하나만 들고 있는 그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이 날아들었다. 아델은 그런 녀석을 봐도 자리에서 꿈쩍도 안한 채 가만히 서있었다.

 

 “아저씨!”

 

 아멜은 있는 힘껏 앞의 녀석을 뿌리치고, 아델 쪽으로 뛰어갔지만, 녀석의 발톱이 아델을 꿰뚫는 것이 더 빨라 보였다. 그런데 녀석의 발톱이 달려드는 와중에도 아델은 의기양양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는 가만히 아무것도 안한 채, 아멜에게 씽긋 웃으며 말했다.

 

 “참, 아멜. 30을 세었니? 30?”

 

 “네?”

 

 30이 지난 지 한참은 되었을 텐데?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는 막대기를 이용해 녀석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녀석은 그대로 옆의 자재 상자에 머리를 쳐박아버렸다.

 

 “으... 으으... 이... 이게 뭐야!”

 

 ‘저건? 그때 그 움직임?’

 

 아멜의 눈에는 그의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다. 녀석이 닿기 직전, 막대기를 미세하게 굴리며 녀석의 발톱을 미끄러뜨리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를 굴리듯.’

 

 “아멜. 30 다 됐냐고?”

 

 그는 투덜거리면서, 자신을 멍하니 보는 아멜에게 말을 했다. 그제야 아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진즉에 30 지났어요!”

 

 “알았어. 자, 그럼 이제 녀석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려야지?”

 

 그는 바닥에 그려놓은 그림에다 막대기 끝을 세게 내리쳤다. 막대기 끝이 탕! 하고 바닥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모두에게 펼쳐졌다.

 

 “뭐.. 뭐야!”

 

 “이... 이건?!”

 

 “뭐.. 뭐죠?”

 

 아델은 씨익 웃으며 녀석들을 응시했다.

 

 “뭐긴 뭐야? 지옥문이 열린 것뿐이지!”

 

 바닥에서 커다란 파동이 퍼져나갔다. 거대한 힘이 그들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강렬한 섬광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모두가 눈을 못 뜰 때, 오직 그만이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델은 손가락으로 아멜의 검을 가리켰다. 그러자 아멜의 검에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검에서 빛이 감도는 것을 본 아델은 그녀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

 

 “아멜! 녀석들을 베어 넘겨!”

 

 “네? 저 녀석들은 재생이...”

 

 “지금이면 넘어갈 거다! 지금이면!”

 

 아델이 소리치는 사이, 그의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아멜은 순간 입을 다물고, 검을 고쳐 잡았다. 그녀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갔다.

 

 “이야압!”

 

 그녀가 든 밝게 빛나는 검이 녀석들의 머리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녀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서걱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들은 강렬한 섬광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해서, 그녀의 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어.... 어어?”

 

 녀석들은 당황한 눈을 뜬 채로, 머리가 베여져 나갔다. 베여져 나가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그 생각 덕분에 그들은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안돼!”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아멜은 천천히 검을 검 집에 꽂아 넣었다. 그녀의 뒤에서는 녀석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사라져갔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회색빛 재만이 남아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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