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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3. 용사 이야기
작성일 : 18-10-10 23:43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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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척단 1번 기지, 개인 막사 -

 

 리즌은 개척단 기지에서 이것저것 조사를 하다 보니, 뇌물과 부정, 비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는 보고서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짜증을 냈다.

 

 “저 단장 녀석, 도대체 뒤로 받아 챙긴 돈이 얼마인거야……. 거기다 감히 내 명령서를 위조했겠다! 나중에 경질 시키든지 해야지.”

 

 투덜거리며 막사 안으로 들어오는 누더기 옷의 모습에 아멜과 아델의 눈이 집중되었다. 둘의 팍 꽂힌 시선에 그는 흠칫 놀라며 얼굴을 가렸다.

 

 “어.... 워워... 진정하라고. 이렇게 사람들한테 주목 받는 게 오랜만이라 적응 안 된다고.”

 

 “사람이라고는 둘 밖에 없는데?”

 

 “그거나, 그거나.”

 

 천막 안으로 들어온 그는 답답했었는지, 머리의 천을 뒤로 넘겼다. 그러자 오히려 벗은 것만도 못한, 천으로 둘둘 감긴 얼굴이 나왔다. 뭐, 다친 것을 감싸는 게 아니라 마치 얼굴을 가리려고 한 것 같았지만. 그런 그를 보던 아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아저씨랑 아는 사이 인거죠?”

 

 리즌은 아멜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다(정확히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을 긁적였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내가 이 녀석의 직속상관이니까.”

 

 “아..... 그럼 아저씨 상태가 왜 이런지 알 수 있을까요?”

 

 소녀의 질문은 꽤 단순했지만, 무엇인가 서늘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리즌은 놀란 듯 박수를 쳤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불만이 가득한 듯 하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오호. 말에 패기가 생기다니. 그때 이후로 많이 발전했구나?! 근데 것보다 나 이 녀석 ‘상관’이라고. 왜 아무도 그 말에 신경 쓰지 않는 거야?”

 

 “리즌. 상관이라는 작자가 자꾸 싸돌아다니니까, 부대원들이 몰라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아델은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멜이 말리려고 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하며 침대 벽에 최대한 몸을 기대었다. 결국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아, 리즌은 삐졌는지 획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스피넬이랑 스티네아는?”

 

 “괜찮아요. 둘 다. 내일쯤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이네.........”

 

 아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리즌은 툴툴거리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 안부는 안 물어보냐?”

 

 하지만 아델도 지지 않고 말을 했다.

 

 “너는 딱 봐도 멀쩡해서 그래. 어딜 싸돌아다니든 말이야.”

 

 “쳇, 내가 괜히 돌아다니는 줄 아나.”

 

 아델은 실실 웃으며 그의 등을 한 대 쳤다. 그의 주먹이 상당히 아팠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그가 말을 했다.

 

 “아오! 이 자식 그냥 아픈 척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도 기운을 차린 그의 모습에 리즌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모두가 알아 볼 수 있는 그런 변화였지만.

 

 소녀는 그런 티격태격해도 사이좋은 이들을 보며 가만히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걸 본 리즌이 박수를 치며 그녀를 가리켰다.

 

 “자, 중요한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소녀분이 계십니다. 신사 여러분!”

 

 갑자기 그의 행동에 당황한 아멜은 벙 찐 얼굴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보며 리즌은 실실 웃으며 말을 했다.

 

 “자, 내 기분이 된 게 어떠니?”

 

 “그거랑 지금 이건 다르다고 생각한다만.”

 

 뭐, 어찌 되었건 리즌 덕분에 그녀가 하려는 말에 집중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멜은 순간 질문하려고 했던 내용을 다시 기억해내려고 진땀을 뺐었다. 그리고 머릿속이 정리된 그녀는 천천히 진지하게 말을 했다.

 

 “어……. 그러니까.... 혹시 아저씨 정체가 뭐에요?”

 

 “나? 인간이지.”

 

 “인간이라고 하기 에는 이상한 힘들을 쓰시던데요? 것보다 무구는 또 어떻게 다룰 수 있는 거죠?”

 

 낮에 보았던 말도 안 되는 일들. 마치 무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무구 없이 괴수들을 잡던 이질적인 힘. 그 이질적인 힘은 ‘마녀의 힘’보다 뛰어난 신들이 쓰던 힘이나 다름없었다.

 

 “음, 그냥 그 무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까? 아, 나 대장장이거든.”

 

 “대장장이라고 해도 무구를 다루지는 못하거든요? ‘마녀의 힘’같은 것도요.”

 

 그녀의 눈은 아까와 다른 진지함이 묻어나 있었다. ‘마녀의 힘’과 무구를 함께 다루었던 이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어떤 이들도.

 

 “음, ‘마녀의 힘’과 무구를 동시에 다룬 적은 없었지. 딱 한명 빼고.”

 

 갑자기 리즌이 목에 힘을 주고 말을 했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너 분명 역사 시간에 졸지 말라고 했지 않았니?”

 

 그의 말에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리즌은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 토벌 부대를 처음 만들었던 당사자. 그 사람은 ‘마녀의 힘’과 무구를 동시에 다뤘었지. ‘용사’였으니까.”

 

 그와 동시에 아델의 머리 위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이상한 효과에 짜증난 아델은 곧장 베개를 그의 머리통에 던졌다.

 

 “이런 거 하지 말라니까.”

 

 “리즌씨, 장난치시지 마시고 제대로 얘기해주세요.”

 

 “아하 하하하, 장난 아닌데? 진짜 ‘용사’맞아! 맞다고!”

 

 아멜의 눈에서 다시 살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 리즌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했다.

 

 “흠....... 그래. 먼 옛날, ‘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 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분명 ‘무엇무엇’제국이었지만 기억나지 않으니 넘기고. 뭐, 어떻게 되었든 그들은 항상 그들의 충실한 기사들인 ‘용사’집단을 앞세우며, 수많은 정복전쟁과 미지탐험을 수행했었지. 그들은 언제나 위기에 몰리게 되더라도, 용사의 무력 앞에서는 모두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대단한 자부심으로 다른 나라들을 발밑에 두었단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역사에 유례없는 가장 강하고 가장 뛰어난,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용사가 하나 있었단다. 선택받은 용사가 아니라, 그 주변 인물까지도 용사로 만들 줄 아는 현자이자, 세상을 뒤엎을 무구를 다루는 용사가 말이야.”

 

 그는 목이 막히는 지 잠시 물을 들이켰다. 어떻게 천을 뚫고 물이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물을 벌컥벌컥 들이 킨 그는 시원했는지,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업적과 별개로 그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들 내부의 시기하던 세력이 계략으로 그를 묶어두었고, 그는 반역죄라는 이름하에 죽음 아닌 죽음의 형벌을 받게 되었었지. 자신의 나라가 불타는 것을 관에서 바라보면서, 홀로 그 썩은 관에 수백 년 동안 피를 흘리면서 말이야.”

 

 리즌의 말은 거기서 멈추었다. 아멜은 그의 이야기를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있었다.

 

 “그래, 전설 속 인물이 여기에 있다는 것도 믿지 못 할 거고. 이런 얘기를 진지하게 설명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한 가지만 말하자면, 저자식이 이 무구들을 만들고 퍼뜨리고, 어, 아주 그냥 그것들을 다 쓸 수 있는 유일무이한 용사일거란 말이다.”

 

 “무구를 만들었다고요?”

 

 소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밑 작업만 했어. 친구가 대신 만들어주고.”

 

 아델은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옆에 있는 물 컵을 집어 들었다. 반면 오히려 불편해진 아멜은 그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럼... 여태껏 무구가 폭주한 건 뭔가요? 무구의 올바른 사용법이 따로 있다는 건가요?”

 

 소녀의 눈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건 어쩌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니까.

 

 “ ‘올바르게 쓴다.’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렇게 해보려고 해.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에서 만큼은.”

 

 그는 물 컵의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폭주한 것은 전적으로 무구 탓이 아니야. 너희들 탓이지.”

 

 “우리들 탓이라고요? 그건 무슨 소리에요?”

 

 “애초에 그 무구들은 너희들을 위한 게 아니야. 나와 그 검을 기초해서 만든 거지. ‘하이앤더’들의 기준에 맞추어서 말이야.”

 

 ‘하이앤더’라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소녀. 그런 소녀를 거짓말로 흔들리는 눈동자가 아닌 진실을 보는 눈으로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무구라는 것은 원래 양방향 소통을 전제로 하는 무기야. 한마디로 나와 무구가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그의 매개체는 마력이라는....... ‘마녀의 힘’ 비슷한 힘이란다. 하지만 ‘하이앤더’를 제외한 종족들은 이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 하지.”

 

 그런데도 억지로 그 힘을 깨우려고 한다면, 몸에 심각한 무리를 주게 되는 것이었다. 억지로 힘을 짜내려고 하다가, 반대로 그 쪽 힘이 넘쳐 들어오고, 그걸 견디지 못한 몸에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너희들처럼 ‘마녀의 힘’이라는 특수한 힘을 사용하면 무구를 쓸 수 있는 모양이지만, 자칫 잘못되면 그것은 곧 엄청난 반발력을 일으켜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 물론 그 폭발을 무구의 힘이라고 생각해서 운용을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거대한 폭발. 무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이들은 이 폭발을 이용해 괴물들을 무찌르는 엄청난 계획을 세웠었다. 그들은 정확히는 잘못된 방식을 계속해서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어차피 죄인들을 사용하는 거니까 상관하지 않았다.

 

 이 말들을 들으면서 소녀의 뺨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차피 그들은 버려진 인생이니까’, ‘소모품이니까.’ 아델은 소녀가 하지 못한 말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직 ‘그’만이 그들에게 사과를 할 뿐이었다.

 

 “못난 어른들을 용서해주렴.”

 

 그는 손수건으로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리즌도 그 옆에서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 개척단 1번 기지 의무실 -

 

 

 스피넬은 빠르게 안정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잤어?”

 

 스티네아는 그녀가 깨어난 것과 동시에 천막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몸도 망신창이가 되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다행이야. 침식도 줄어들고 있고, 신기한 건 망가진 곳이 하나도 없다고 그러더라고.”

 

 침식이 되었는데, 망가진 곳이 없다? 스피넬은 손과 발, 팔과 다리를 각각 움직여 보았다.

 

 “어, 정말이네?”

 

 “기적인건지, 아니면 그 사람 때문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

 

 “아, 그 왜 관리관님이랑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 그 키 작은 누더기 옷......”

 

 그때 천막 입구가 팍 걷히며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나, 키 안 작다고!”

 

 “포기해. 그럼 편해.”

 

 “뭐, 이 자식아! 그 때처럼 한바탕 붙을까? 이씨! 이씨!”

 

 아델은 그의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팔로 그의 머리를 누르며 천천히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바구니가 들려있었고, 그 바구니에는 여러 종류의 과일이 담겨 있었다.

 

 “나도 왔어.”

 

 언제나 한결 같은 표정이지만, 아멜이 손을 흔들고 들어오자 스피넬의 표정이 밝아졌었다.

 

 “조만간에 부대 시찰이나 다녀야겠군.”

 

 “그러시든가. 제발 좀 왔으면 좋겠다. 야.”

 

 아델은 천막을 둘러보다가 낯익은 물건 하나를 발견 했었다. 이곳에 오기 며칠 전 그만 책상 정리를 하다가 화단으로 떨어뜨려서 잃어버린 오르골이었다.

 

 “응? 왜 이게 여기 있지?”

 

 “아, 관리관님 것이었나요? 화단에 굴러다니기에 주웠었어요. 안에 이상한 장치만 잔득 있어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조각된 그림이 아까워서 가지고 있었죠.”

 

 아델은 즉시 오르골 밑바닥에 붙어있는 작은 핀 하나를 꺼내 오르골 안의 장치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핀을 돌리자 드르륵 태엽이 감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오르골이라고 하는데, 태엽을 감았다 놓으면, 그게 풀리면서 자동으로 연주가 되게끔 하는 물건이란다.”

 

 그가 가볍게 핀을 뽑자, 타닥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가지고 오시는 건가요?”

 

 모두가 신기한 눈으로 오르골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그 음률들을 들으며 잠시 옛 추억에 빠져갔다.

 

 「 “뭐하고 있어? 항상 쭈그려 앉아가지고.”

 

 “글쎄....... 추억이나 담아보려고.”

 

 “추억?”

 

 “비록 장인만큼은 아니더라도 깔끔한 오르골 하나 만들어 보려고.”

 

 “오르골?! 대단한 데? 근데 그 안에 들어갈 곡은 어떤 것으로 하려는 데?”

 

 “음........ 그건 비밀!”」

 

 “아저씨, 괜찮으세요?”

 

 소녀가 어느새 다가와 그의 얼굴에다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순간 옛날 생각나서 그래.”

 

 아델은 연주가 끝난 오르골을 닫았다. 마지막 음에서 살짝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연주를 안 한 것 치고는 꽤 깔끔하게 연주를 마쳤으니, 조금만 손을 보면 될 것 같았다.

 

 스피넬은 그런 아델을 보며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을 했다.

 

 “관리관님! 이거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그녀가 움직인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귀무족 소녀의 취미가 음악이었었나?

 

 “음, 이게 수도에 있을 때도 잘 안 보이던 물건인데.........”

 

 수도에서 지내던 1년 반 동안, 오르골이라는 물건을 몇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상당히 고가의 골동품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가끔은 상태가 좋은 것들이 경매에 나와서 팔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출처는 대게 고대 유적지에서 나오는 것들이라고 했었다.

 

 “흐음.... 그래. 마침 새로 하나 만들고 싶었는데, 만들지 뭐.”

 

 “네? 만드신다고요?”

 

 “아, 이거 내가 만든 거거든. 물론 예전만큼 실력이 안 나오겠지만, 한번 해볼게.”

 

 그의 말에 스피넬은 너무 좋아 두 팔을 올리다 통증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좋은지 계속 웃고 있었지만.

 

 

 분명 추측하건데 그 놈은 분명 12마리 재앙 중 하나인 트린다미어. 다행히 치명상을 입고 도망친 것 같아보였다. 덕분에 주변 일대의 괴수무리 잔당은 병사들로도 충분할 정도로 토벌이 되었고, 리즌을 따라 지원 온 서포터들의 증원이 우리들로서는 큰 힘이 되었었다.

 

 “근데, 왜 쉬고 있는 나에게 네 놈의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 거지?”

 

 아델은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리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리즌은 그가 넘겨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전직 부관씨가 사표를 내서 말이지. 지금 공석이라서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네 서류잖아. 왜 내가 사인을 해야 하는 데!”

 

 “휘휘~ 휘휘휘~.”

 

 리즌은 서류 뭉치 위에 작은, 그러면서 화려한 장식과 문양이 그려진 편지를 올려놓았다.

 

 “이건 또 뭡니까? 무능한 군단장씨?”

 

 아델은 편지를 집어 들어 앞뒤로 뒤집으며 살펴보았다.

 

 “보면 몰라? 초대장이잖아. ‘알마지오’영감님이 네놈을 엄청 보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고. 내가 일부러 변방으로 보내 놨는데 말이지. 귀가 참 밝단 말이야.”

 

 리즌은 우연치 않게 에테레아에 들렸다가 그를 만난 이야기를 했었다. 정확히 체포되다시피 잡혀서, 나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달콤한 협박까지 받은 셈이었다.

 

 “참나....... 일개 부대장보다 낮은 관리관한테 국왕 직인까지 쓴 편지를 보내다니.”

 

 “그래도 명색의 검은 날개 단장이잖아.”

 

 아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다시 서류 위에 올려 두었다. 알마지오 영감. 하만 소속의 부유한 귀족이지만, 정이 많고 푸근한 인물로 일반 귀족과는 달리 선행을 베풀기를 좋아하며, 눈높이를 맞추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아델이 다시 눈을 뜬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이기도 했다.

 

 “하아.......... 이 영감님 언제쯤 그만 두시려나........”

 

 남자는 잠시 천막 밖의 풍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몸이 완전히 다 낫지는 않았지만, 걷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된 스티네아와 스피넬이 모처럼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둘은 매번 붙어 다닌단 말이지. 사내 연애는 허락 안했는데?”

 

 “부러운 거야? 그럼 너도 정착을 하고 지내.”

 

 “하하하. 그러기에는 나라는 사람이 엄청 대단해서 말이지. 벌려 놓은 일이나 빨리 처리해야지 뭐.”

 

 갑자기 활기차게(?) 얻어맞고 있는 스티네아를 보고 조금 놀란 그였지만, 어쨌든 그들이 잘 지내고 있는 것에 아델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이지. 네가 없었다면 내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겠지.”

 

 “그래.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반 푼이 군단장.”

 

 리즌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모처럼 푼 천을 다시 감으며 말을 했다.

 

 “너무 무리 하지는 마. 건강이 제일이니까.”

 

 “그렇다는 놈이 자기 얼굴 좀 치료해달라고 부탁 하냐?”

 

 다시 누더기 차림으로 돌아온 그는 천천히 천막입구를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 나간다.”

 

 그 말을 끝으로 천막 밖으로 나간 그. 그의 꺾인 날개가 등 뒤에 보이기는 하지만, 그 날개를 부러뜨리면서, 용사를 대신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그는, 괴수들을 막는 결계를 만든 위대한신은 이제 겨우 땅위를 걷는 초라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된 신은 지금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편 스피넬과 스티네아의 과격한 대화는 지나가던 소녀의 중재로 마무리 되면서, 다시 세 명이 한 몸처럼 다니고 있었다.

 

 “근데 아저씨가 ‘용사’라고?”

 

 어느새 스티네아도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것보다 아멜이 하는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소년과 소녀의 반응에 어제 리즌이 했던 말이 떠올랐었다.

 

 “에이, 말도 안 돼. 수백 년 전 사람이 어떻게 살아 있는 건데?”

 

 “글쎄다? 저주 같은 것에 걸려 있다고 리즌씨가 그렇게 말했는걸.”

 

 “그래도 말이 안되........ 아, ‘용사’종족은 오랫동안 살았었다는 얘기가 있으니 가능 하려나?”

 

 ‘하이앤더’(고대인)들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 월등한 수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졌었다. 그러니까 수백 년이 지나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그 전에 쭈글쭈글 늙은 할아버지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근데, 리즌 씨는 뭐하는 사람이야?”

 

 스티네아가 고갤 갸웃거리며 아멜을 바라보았다.

 

 “음, 아저씨 상관이라고 했었으니까........ 어?”

 

 순간 소녀는 엄청난 사실이 떠올라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아델이 있는 숙소로 뛰어갔다.

 

 

 “음? 리즌이라면, 방금 전에 떠났어. 뒤쫓아 가려는 거라면 나는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리즌은 항상 예측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났었다. 무엇인가를 찾는 것 같았는데, 덕분에 그는 대부분 황무지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었다.

 

 “그래도 방금이면.......”

 

 “아서라. 그 녀석 비전으로 이동했으니 못 찾을 거다. 대충 감지는 할 수 있지만, 아마 여기 쯤 있을 거다.”

 

 그는 지도에 손가락을 짚었다. 위치는 지도 최북단 끝점. 거리상으로는 4일 이상을 걸어 가야하지만, 괴수들이 득실거리고 살인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곳이라 사실상 무법지대를 건너가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작 눈치 챘어야 했던 것을 왜 못 챘을까.

 

 “아, 그리고 그 녀석이 전해 주라고 했던 말도 있었지. ‘잘 커줘서 고마워.’라고.”

 

 아멜은 순간 울음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지옥 같은 황무지 생활에서 구해준 은인. 그 덕분에 지금의 소녀가 있는 것이었으니까.

 

 아델은 울고 있는 소녀를 보며 끌어 안아주었다. 등을 토닥이면서, 그는 한없이 울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작은 울음은 곧 멈추었지만, 떨리는 가슴은 멈추질 않았다. 아델은 소녀가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자기 자신을 가만히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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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6. 전조(5) 2018 / 12 / 26 81 0 7509   
31 #6. 전조(4) 2018 / 12 / 25 80 0 7585   
30 #6. 전조(3) 2018 / 12 / 20 74 0 8158   
29 #6. 전조(2) 2018 / 12 / 14 76 0 8116   
28 #6. 전조 2018 / 12 / 5 71 0 7807   
27 #5. 분기점(6) 2018 / 12 / 4 78 0 7991   
26 #5. 분기점(5) 2018 / 11 / 28 69 0 8167   
25 #5. 분기점(4) 2018 / 11 / 27 80 0 8256   
24 #5. 분기점(3) 2018 / 11 / 21 77 0 8332   
23 #5. 분기점(2) 2018 / 11 / 20 91 0 7466   
22 #5. 분기점 2018 / 11 / 14 85 0 7685   
21 #4. 에테레아(5) 2018 / 11 / 13 78 0 7179   
20 #4. 에테레아(4) 2018 / 11 / 7 89 0 8655   
19 #4. 에테레아(3) 2018 / 11 / 6 81 0 9093   
18 #4. 에테레아(2) 2018 / 11 / 1 73 0 7655   
17 #4. 에테레아 2018 / 10 / 30 65 0 7953   
16 #3. 용사 이야기(5) 2018 / 10 / 24 70 0 8056   
15 #3. 용사이야기(4) 2018 / 10 / 23 69 0 8785   
14 #3. 용사 이야기(3) 2018 / 10 / 17 56 0 8009   
13 #3. 용사 이야기(2) 2018 / 10 / 16 60 0 9532   
12 #3. 용사 이야기 2018 / 10 / 10 70 0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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