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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5. 분기점(2)
작성일 : 18-11-20 23:50     조회 : 91     추천 : 0     분량 : 7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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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아멜은 급히 검을 검 집에 꽂고 아델을 향해 뛰어갔다.

 

 “아저씨! 괜찮아요?!”

 

 “괜찮아..... 이정도로는 끄떡없어.”

 

 “끄떡없긴요! 피 또 뱉고 있으면서!”

 

 “쳇.....”

 

 아델은 자신의 입에서 흐르는 붉은 물줄기를 닦아내려고 손수건을 꺼내려고 했다. 그 순간 아멜이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 손수건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거 알아요?”

 

 “응? 아!”

 

 그제야 자신의 손수건이 피로 물들다 못해 젖어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동시에 주머니 안쪽이 난장판이라는 것도.

 

 “참,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남자가 지나가는데, 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걸요.”

 

 “아하하하....;;;; 어떻게든 되겠지 뭐. 그리고......”

 

 그는 천천히 아멜의 손수건을 받았다. 그리곤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

 

 “참, 피를 토하면서 웃는 것도 보기 흉하거든요?”

 

 아델은 막대기를 천천히 원래 자리에 내려두었다. 아멜은 아까 전 회색 재에 가까이 다가갔다. 곱게 빻은 가루 같은 재는 뜨거운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멜은 재를 바라보다가 아델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이들은 괴수들이랑 같은 존재인가요?”

 

 아델도 재 근처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천천히 재를 만지며 대답했다.

 

 “응.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괴수들이 말을 하거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없잖아요.”

 

 “그래, 괴수들은 말을 할 줄도 저런 식으로 연계를 할 줄도 모르지. 하지만.”

 

 그는 손에 묻은 재를 목걸이에 떨구었다. 그러자 목걸이가 격하게 요동을 치며 빛이 났다.

 

 “그렇게 만들어 진 녀석들이라면 멍청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

 

 “마.. 만들어졌다고요? 괴수들이?”

 

 아멜이 무어라고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손목의 시계를 한번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그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줄게. 지금은 돌아가는 게 우선이니까.”

 

 어느새 연극이 끝날 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델은 늦게 온다고 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아멜은 그렇지가 않았다.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빨리 가봐. 안 그러면 저쪽에서 이상하게 생각 할 거라고?”

 

 아델은 약 올리듯 그녀에게 손짓하며 말을 했다. 아멜은 분하지만 그의 말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 지금은 포기하더라도 나중에 부대에 가면 실컷 물어봐야지.

 

 아델은 아멜을 배웅해주듯,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재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멜! 배탈이라도 난 거야?”

 

 극장에 도착하니 연극은 끝나있었다. 리엔과 스피넬이 그녀를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아멜은 담담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배탈은 아니고, 그냥........”

 

 아까 전에 일은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 넘어가려고 했는데, 순간 자신의 옆구리가 베었었다는 것이 떠올랐었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급히 옆구리를 손으로 가리려고 했다.

 

 “어라?”

 

 옆구리에 베인 부분이 말끔히 고쳐져 있었다. 분명 아델이 한 짓임이 뻔했다.

 

 “아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만 가죠 뭐.”

 

 아멜은 얼버무리며 리엔과 스피넬의 등을 밀었다. 뒤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의 아니게 길을 막게 된 그녀들은 급히 발걸음을 옮겨 극장 밖으로 빠져 나갔다.

 

 비공정 선착장에 도착해 성으로 올라가면서, 아멜은 창고에서 있던 일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아델이 그들도 괴수와 같은 존재들이라고 했었는데.

 

 “아냐 언니. 혹시 괴수들 중에도 특별한 녀석들이 있나요?”

 

 “응? 갑자기 그건 왜?”

 

 “예전에 황무지에 정찰을 갔었을 때, 되게 이상한 녀석을 만났었거든요.”

 

 살짝 이야기를 바꿔서 아멜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했다. 아저씨랑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도 했고 토벌부대에 가장 오래 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니, 거기에 대해 잘 알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괴수 상위 종 얘긴가? ‘지아렛’이나 ‘하이브’같은 애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저번에 ‘지아렛’한테 호되게 당해서 좀 그렇지만요.”

 

 “아, 그러면 ‘에디터’ 녀석들 얘기인거야?”

 

 “네? ‘에디터’는 뭔가요?”

 

 처음 듣는 말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아멜. 스피넬 역시 아냐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 너희들은 에디터에 대해 모르겠구나. 아니, 애초에 에디터라는 녀석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니까.”

 

 아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에디터라, 그들이 사라진 것도 벌써 200년이 지난 이야기구나.

 

 “에디터는 대전 당시에 괴수들의 주축을 이루던 녀석들이란다. 아무리 하급종이라도 주변 지형을 뒤엎거나 괴수들을 군대처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

 

 “지능이 있다는 건가요?”

 

 “그래. 참 아이러니 하지. 괴수들은 그냥 살인만 하는 기계들인 줄 알았는데, 녀석들한테도 지능이 있다는 거 말이야.”

 

 아냐는 지난날들의 일들이 떠올랐다. 에디터가 나타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장이 피폐해지고, 등급이 높은 에디터들은 근처의 지형을 바꾸거나 정신적인 혼란을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싸움에 큰 어려움을 겪게 만들곤 했었다. 한번 그녀의 부하가 정신 교란에 걸려 등 뒤에서 그녀를 찔렀던 것이 떠오른 그녀는, 왼손으로 자신의 왼쪽 옆구리를 만졌다가 뗐다.

 

 “뭐, 그런 녀석들이 다시 나타났다라고 하면 아마 부대도 그렇고 상부에도 보고가 되었겠지만, 그런 보고가 들어왔다는 얘기는 없는 걸?”

 

 “저도 언니 얘기를 들어보니 ‘에디터’는 아닌 것 같아요. 녀석들이 지형을 바꾸거나 혼란을 쓰지는 않았거든요.”

 

 대신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고,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아멜은 잠시 손을 모으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종류인 것인가, 아니면 기존에 있던 것인가. 뭐, 일단 상관인 아델이 잘 알아서 처리를 하겠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동료들한테 알려주지 않는 것은 뭐 때문일까?

 

 “끄응.... 잘 모르겠네.....”

 

 그녀는 결국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높은 사람들만 아는 무언가라도 있겠지. 자신은 그저 괴수를 잡는 병사일 뿐이니까.

 

 

 어느새 배는 성채 도시 맨 꼭대기로 올라와 있었다. 천천히 배에서 내리자, 언제 온지 모를 마차가 그녀들 앞에 서 있었다.

 

 “어이! 빨리 오라고. 기다렸잖아.”

 

 “기다리긴 무슨. 다들 즐겁게 시간을 보냈나?”

 

 아델과 알마지오가 웃으며 그녀들을 반기고 있었다.

 

 “관리관님?! 언제 올라오셨어요?”

 

 “한 10분 전쯤? 딱 일을 마치고 이리로 왔지. 연극은 잘 봤어?”

 

 “잘 보고 왔죠. 나중에 다시 한 번 보러 와야겠더라고요.”

 

 리엔은 환하게 미소 말을 했다. 스피넬이야, 엄청 기대한 만큼 연극을 재밌게 봤을 것이고, 아냐는 그저 그냥 저냥 웃으며 연극에 대해 좋았다고 만 말을 했다.

 

 “그럼 중대 발표를 하나 해도 되겠나? 자네 식구들이니까 말일세.”

 

 “여.. 영감님? 그건 아직 보류 사항이지 않습니까?”

 

 알마지오의 말에 크게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알마지오의 웃음과 대비되는 그의 사색이 되는 얼굴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들 궁금해 하잖아? 어차피 말할 거 지금 말하는 게 낫지 않나?”

 

 “영감님. 일부러 이 시간에 만나자고 한 거죠?”

 

 “하하하. 그런 것도 있고.”

 

 알마지오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아서, 대화 할 때 한번쯤은 뜸을 들이는 그였다. 호흡을 진정시킨 알마지오는 다시금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내가 자네들에게 말할 거는...... 내 딸 아이가 그쪽 부대로 갈 걸세. 그것도 그와의 약혼을 위해서 말이야.”

 

 “..... 네? 그... 그러니까......”

 

 모두 그의 말에 순간 벙 찐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리엔만 서있고, 나머진 앉은 채로였지만.

 

 “네에???”/ “네?!!!”

 

 아델은 모두의 시선에 고개를 숙인 채로 말없이 앉아있었다. 알마지오의 말에 한동안 마차에 이상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렇게 그 침묵을 유지한 채로, 성 안으로 일행은 도착했다.

 

 

 

 “하아, 리즌 녀석........ 비늘 하나를 떼는 게 아니라 혓바닥을 잘랐어야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찾아가 얼굴에 주먹을 갈기고 싶지만, 녀석은 언제나 그렇듯 자리를 지킨 적이 없었다. 그렇게 길길이 날뛰고 있는 아델에게 아냐는 음료수를 든 잔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럼 아까 그 얘기, 그게 다 리즌이 만들어놓은 계략이라는 거야?”

 

 “그래! 그 자식이 이상한 약속만 하지 않았어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알마지오의 얘기. 그의 딸 아이엘이 그의 부대로 오는 것을 승인 시켜줌과 동시에, 그의 보호자로서 그와 상의 없이 알마지오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언변으로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그래서 미리 약혼을 올리자는 거지, 자네가 제대하는 8년 후에 결혼할 수 있도록 말이야.’

 

 이미 그가 언제 제대하는지 조차 알고 있는 그의 정보력, 아니 분명 리즌 녀석이 언질을 준 것이 분명한 듯 하는 말로 그가 빠져나갈 틈을 주질 않고 있었다.

 

 “근데, 왜 부대로 오려고 하는 거야? 그 아이는?”

 

 아냐는 음료수를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그와 그녀들이 있는 부대는 위험한 일을 전담으로 하는 부대이기도 하고, 대우도 안 좋아서 웬만해서는 다들 가길 꺼려하는 곳이었다. 거기다 시골 촌구석이라는 것도 기피대상의 이유이기도 했고.

 

 “뭐라고 했더라? 그 아이엘이라는 애가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다’고 했다던데? 그 영감님보다 더 센 것 같아 보이더라고.”

 

 아이엘은 현재 연합정부수도에 심부름을 가 있었지만, 그녀는 알마지오와 주고받던 편지에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드러냈었다. 알마지오의 얘기에 그녀가 보낸 답장은

 

 ‘제 결혼 상대는 제가 직접 보고 판단 할 겁니다! 아버님이 정해준 상대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없던 걸로 할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였으니까.

 

 “원래부터 웬만한 혼사는 다 물려버렸다고 하던데, 요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아델은 타는 목을 진정시키며 음료수를 마셨다.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갑자기 늘어난 일거리에 짜증이 낫는지, 머리위에 솟은 한 가닥이 빳빳히 서 있었다.) 리엔이 머리를 쫑긋 세우며 말을 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저번 정부 지원이 안 오는 바람에, 토벌료(괴수를 잡고 나면 나오는 특별 포상금)으로만 부대 운영하기 힘들거든요. 하는 일에 비해 밥만 축내는 레프레아들이 너무 많은 걸요?”

 

 “그럼 너도 그 레프레아 중 한사람인거니?”

 

 “저는 일 제대로 하고 있잖아요! 특히 휴가까지 와서 일하는 거 안보이세요?! 관리관님이나 도망치시지 말라고욧!”

 

 리엔이 그의 볼을 세게 잡아당겼다. 아델은 리엔의 기습에 깜짝 놀랐다.

 

  “아악! 아프잖아!”

 

  “흥! 자업자득인걸요?”

 

 리엔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도장을 찍고, 다시 한 모금 마시며 기계처럼 서류를 정리해 나갔다.

 

 “그럼 걔는 언제쯤 온데?”

 

 아냐는 다 비운 잔을 내려두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아델은 아픈 볼을 조심스레 만지며 말을 했다.

 

 “글쎄다? 아마 2~3주 뒤쯤? 근데 어떻게 될지 모른데.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체류하는 시간이 달라질 테니까.”

 

 수도에서 열리는 연합 대회의. 2년에 한번 열리는 회의로, 군부회의와 함께 여러 세력의 사절단이 모두 모여 괴수대책과 무역 분쟁, 세계의 치안 유지와 같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짧게는 3주, 길게는 3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다 요번에 나온 트린다미어 덕분에 이번 회의는 역대 급으로 열릴게 분명하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아는 아냐의 모습에 리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냐, 너는 어떻게 그런 정보를 다 아는 거야?”

 

 “하나 뿐인 종족이라서 말이지. 특별 관리 받는 다고 생각 하면 돼.”

 

 리엔은 순간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괜히 물어본 것 같아 기분이 꿀꿀해지고 말았다.

 

 “근데....... 아냐 언니도 그렇고, 아저씨도 회의에 참가 안하세요?”

 

 겨우 마음이 진정된 아멜은 그들의 대화를 천천히 듣다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었다. 대회의는 모든 세력이 참가하기도 하지만, 모든 종족이 참여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남은 그들은 자신의 종족의 대표로 참가를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

 

 “나는 협의를 봤어. 아마, 아델 너도 협의를 봤겠지?”

 

 “아, 응. 솔직히 그런 고리타분한 회의에 참가하는 건 거절이라고.”

 

 첫 연합의 설립 목적이 종족의 보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설립 당시에는 소수의 종족까지 배려해서 발언권을 주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100명도 채 안 되는 종족들의 발언을 일일이 들어주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래서 연합은 아예 소수 민족들의 동의하에, 연합정부 직할령을 만들어 그들을 포함시켰다. 그들은 연합과 우호관계를 맺은 지역의 자율적인 행동을 보장받는 대신, 그들의 의견을 연합이 대신 발언하는 것으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뭐, ‘대의제’라는 것을 잘 굴리는 것도 신기하다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우려가 있는 체제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의 연합 정부는 구심점을 잃어버리면 흔들리는 사상누각과 같은 상황이니까.

 

 “뭐,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내가 당장 결혼하게 생겼는데! 다시 그 지긋지긋한.........”

 

 갑자기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무는 아델. 그를 바라보던 아냐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네? 지긋지.....”

 

 리엔은 그의 말에 물어보려다가 말을 멈췄다. 그의 눈가에서 떨어지는 작은 방울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대로 말없이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 아저씨......”

 

 아멜은 그저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아냐는 그저 한숨을 쉬기만 했다. 어리둥절한 리엔은 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한적한 정원. 그는 혼자 구석에 앉아 있었다. 해가 넘어가고 밤이 되었지만, 구름 속에 달이 숨어버려서 유난히 달빛이 약한 밤이었다. 별도 자기 갈 곳을 잃은 듯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

 

 그는 말없이 앉아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았다. 잊고 있었던 옛 추억들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기억이 되살아나는 만큼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도 많아졌다. 자신의 일이 잊혀졌던 것만큼, 자신이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왜.. 지금 떠오른 걸까?’

 

 갑자기 떠오른 그녀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아델. 반드시 살아. 살아남아줘.’

 

 그는 그의 주머니에서 꺼내든 작은 펜던트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머리 남자와 푸른머리 소년, 그리고 붉은 머리 여자가 웃는 얼굴로 있었다.

 

 “리즌......... 아....”

 

 “아저씨?”

 

 뒤에서 아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그는 급히 펜던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순간 그림자에 가려졌던 달빛이 내려왔다.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얼굴과, 달빛을 받은 아멜의 얼굴. 그리고 그의 눈동자에 들어온 그녀의 눈동자에, 그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 아저씨? 왜 절 빤히 쳐다보세요?”

 

 순간 아델은 그녀를 왈칵 안아버렸다. 놀란 아멜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가 무어라 속삭이는 것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애처로웠기 때문에, 그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아저씨?”

 

 아델은 아멜에 기댄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 그녀는 슬픈 얼굴의 그를 그대로 안아주었다. 그렇게 아멜은 아델의 등을 꼭 안은 채로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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