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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4. 에테레아(4)
작성일 : 18-11-07 23:59     조회 : 88     추천 : 0     분량 : 8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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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테레아 왕궁 연회장 -

 

 

 “그 화려한 불꽃놀이는 이제 다신 볼 수 없겠지?”

 

 “알마지오씨, 그걸 여기서 보이면 모두 놀라 자빠질 걸요?”

 

 “정말이지, 멋진 석양이었지.”

 

 재밌게 얘기하던 아델은 잠시 고개를 돌리자, 자신 앞에 몰려있는 귀여운 아이들을 보았다. 귀족가의 자제들인 것 같은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국왕님 앞이라는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이에요?”

 

 “아저씨가 불꽃을 팡팡 날리셨나요?”

 

 “하하하, 역시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만!”

 

 알레르는 별로 개의치 않은 듯, 오히려 그들을 자신의 조카 보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델의 이야기를 더 해주기 시작했다. 몇몇 귀족들은 자신의 아이가 국왕님 앞에 있는 것에 깜짝 놀라 급히 다가와, 국왕과 알마지오에게 고개를 숙이며 무례를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알레르는 그런 그들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아닐세. 아이들이라면 오히려 이래야 자연스럽지. 아이들한테 필요한 건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공부가 아닌,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영웅담이니까.”

 

 적어도 이 나라의 왕은 자애로움이 넘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알마지오도 딱히 그들을 혼내지 않고 웃으며 또 다른 전설이나 민담들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회가 끝나고, 아델은 숙소라고는 하지만, 넓은 방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평소에는 리엔이 옆에 있든, 리즌이 옆에 있든 누군가가 있었지만 혼자 있게 된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후아암. 뭐, 애들은 잘 있겠지.”

 

 그러고 보니 스티네아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었다. 분명 돌아가면 자기 혼자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삐져서 뭐라 할 것 같지만,

 

 “근데, 그건 얘들이 따라온 거잖아......”

 

 그는 지친 몸을 푹신한 침대 위로 던져 넣었다. 알마지오와 했던 얘기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그의 제안을 수락할 마음이 없었다.

 

 ‘내일 정식으로 대신들 앞에서 못 박으려고 하겠지만...... 그렇게 두진 않을 거야.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걸.’

 

 아델은 몰려오는 피로에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의 의식은 천천히 깊은 바다로 빠져갔다.

 

 

 

 천천히 눈을 뜨는 아델. 텁텁한 공기가 그의 목을 마구 찌르는 것이 짜증이 났었다. 처음 보는 풍경. 회색으로 물들어진 세상에 그는 고개를 들어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려고 했다.

 

 “…‥ 글쎄다. 그게 그렇게 까지 될 일인가?”

 

 “뭐가 어쩌고 저째?! 이게 다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눈앞에 있는 회색 머리칼의 남자와 남색 머리의 소녀가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깬 것을 보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자빠지며 소리 쳤다.

 

 “사... 살아있어?”

 

 “우와악! 시체가... 시체가!”

 

 ‘아...... 분명 얘들은.......’

 

 또 저번처럼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 입을 벌려보려고 했지만, 그는 입은 뻐끔뻐끔 움직이기만 할 뿐이었다.

 

 “아, 그래그래. 너 죽지 않았어.”

 

 갑자기 뜬금없이 남자가 일어나 손을 흔들며 말을 했다. 아델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말을 계속해서 했다.

 

 “맥박은..... 정상. 체온도 있고. 다행이네! 저 망할 물건 뽑고 죽은 줄 알았잖아.”

 

 “에헤? ###. 다 너 때문이잖아. 호기심으로 뽑아보라고 그래서 말이야!”

 

 이름이 들리질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와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뭐, 그래서 어쨌든...... 네 저주는 풀린 것 같니?”

 

 갑자기 남자가 아델을 쳐다보며 말을 했었다. 저주? 그게 무슨 소리.......

 

 

 

 정신이 확 들어오는 것 같았다. 등에서 식은땀이 마구 흐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새벽인건가?’

 

 낮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앞이 훤히 비칠 만큼, 달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며 잠시 기지개를 폈다. 언덕(이라고 하기는 산 같지만.) 위에 있는 곳이라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저주..... 라.....’

 

 갑자기 꿈 속 얘기가 떠올랐다. 가끔씩 옛날 일들을 꿈으로 꾸고는 하는데, 왜 하필 그때 기억을 꿈으로 꾼 건지 모르겠던 그였다.

 

 “후아암. 저주가 지금도 풀리지 않아서 뭐라고 해야 할까......”

 

 그에게 걸린 저주. 덕분에 기나긴 세월을 견딜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 저주가 그의 발목을 갉아 먹을 때가 있었다. 두 개의 저주가 공존하면서, 그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이상한 몸이 되었으니 말이다.

 

 “약으로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점점 강한 약을 먹는 이유도 몸에 내성이 생겨서 더 강한 약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매번 약을 먹을 때 마다 죽을상이 되어야 했었다.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어디야.’

 

 그는 다시 침대에 앉아 옆으로 털썩 누웠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래, 살아있으면 된 거지.

 

 그는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푹 잠을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마치 아기를 어루어 만지듯, 그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그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 * * * * *

 

 

 이건 더 전 이야기. 동맹 체제가 설립되고 여러 해가 지났을 때였다. 과거의 강력했던 두 세력의 주인들이 왕과 대공으로 나뉘어져 이 불안정한 에테레아의 세력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선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알레르. 대를 이어 알레르 가문의 스승이자 맹우인 알마지오는 오후 늦게 차를 마시며 체스를 두고 있었다. 그때 문뜩 알레르가 웃으며 말을 했다.

 

 “알마지오. 만약 자네가 죽는다면....... 자네가 가진 권력은 어떻게 할 셈인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알레르를 알마지오는 평소처럼 바라보았다. 가끔씩 둘이 체스를 둘 때면, 마음속에 담아둔 고민을 털어 놓을 때가 많았으니 말이다.

 

 “자네가 선왕폐하를 도와 우리 동맹 체제를 더 굳건히 만들고, 이 나라가 안정되게 만들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의 회의는 영 아니었지요.”

 

 연합정부와의 외교에 대해 논의 하던 중, 근래 들어 잠잠하던 영주들이 힘을 모아 알마지오의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것이었다. 옳은 방향에서 의견을 낸다면 좋은 것이었지만, 그들은 오직 그들의 이권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알레르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었다.

 

 알레르의 비숍에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알마지오는 여왕을 옆으로 옮기며 말을 했다.

 

 “괴수와의 공동전선은 우리 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저들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거기다 연합정부에 우리 인사를 많이 두면 더 좋고.”

 

 “그러게 말일세. 하지만 이 동맹체제가 흔들리면 그것도 소용없지 않나? 특히 자네와 내가 없는 다음 세대에 말이지.”

 

 알레르는 집요하게 알마지오의 여왕을 공격했다. 그의 나이트와 폰들이 알마지오의 진영을 압박해 나갔다.

 

 “자네 딸을 위협하는 무리가 있다면 어떻게 할 셈인가?”

 

 “흐음..... 내가 있는 한 그러지는 못할 걸세.”

 

 “그럼 자네가 없다면?”

 

 여왕 주변의 말들이 하나씩 사라져갔다. 알마지오는 최대한 여왕과 그 휘하의 폰들로 저항해보았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흐음..... 이렇게 까지나 해야 쓰나.......”

 

 “그래도 내 조칸데 걱정되니 그렇지.”

 

 알레르에게 유일한 약점이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먼 친척인 알레트란 가문의 하나뿐인 딸이 후계자가 되면 상관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 동맹체제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된 조약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들고 일어설 것이 분명했다.

 

 “하아...... 알레트란 가문은 절대 모든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이게 발목을 잡고 흔들 테니까. 그래서 자네 딸과 결혼 하게 된 영주 쪽으로 힘이 쏠리겠지.”

 

 “하하하,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내 딸이 그렇게 까지 바보는 아니니까, 사윗감은 하나 잘 골라올 테지 뭐.”

 

 알마지오는 왕과 룩을 움직여 여왕을 보호했다. 갑자기 난입한 룩이 진영을 흩트리면서, 알레르와 알마지오의 체스 판국이 난전이 되어버렸다.

 

 “아니면, 아예 제 3자한테 줘버릴까?”

 

 알마지오의 룩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그러자 룩이 비숍을 죽이며 여왕은 완전히 자유롭게 풀려나버렸다. 반대로 다시 저 여왕을 잡으려면 알레르 측에서 3배의 희생을 치러야 했었다.

 

 “거기다 그자가 후견인으로 나서면서 고스란히 제 3자는 내 힘을 온전히 가질 수 있게 되겠지. 그러면 내 딸도, 자네도 무사할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그걸 영주들이 받아드릴까? 동맹의 사람이 아닌 외부인한테 자네의 권력을 준다는 걸?”

 

 알마지오는 마지막으로 여왕을 한번 움직였다. 어느새 난전이었던 형국이 알마지오에게로 기울어져있었다.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면, 믿을만한 사람을 만들어야지. 모두가 납득하는 그런 인물.”

 

 그의 완벽한 수는 알레르의 종심을 파고들어가, 왕을 위협하는 완벽한 자리를 잡아 버렸다. 알레르는 껄껄 웃으며 왕을 넘어뜨렸다.

 

 “하하하, 자네가 이겼네. 이로서 50전 23승 3무 24패 인가? 그건 그렇고 만약 사위를 구한다면 어떤 인물로 선택하겠나?”

 

 알마지오는 그를 보며 손가락을 하늘 높이 가리켰다. 그는 겉모습과 달리 패기 있는 모습으로 말을 했다.

 

 “하늘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웅 같은 존재. 이 나라를 세계최고로 만들 수 있는 존재 말일세.”

 

 “영웅이라! 역시 알마지오야! 하하하하하!”

 

 둘은 유쾌하게 웃으며 찻잔을 비웠다. 그들이 마시는 차는 굉장히 향기로웠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잔처럼.......

 

 

 

 - 에테레아 왕성 그레이트홀 -

 

 모든 귀족들이 모여 있고, 그 가운데에 알레르가 앉아있었다. 평소와 같은 회의여서 다들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거나, 의견들을 내면서 많은 안건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알레르는 그런 그들을 보다가, 마지막 안건이 처리되고 나자 일어서며 모두에게 깜짝 발표를 했다.

 

 “사실, 오늘 귀공들을 소집한 것은 중대한 발표를 위해서 소집한 것이오. 오늘 내 조카의 후견인으로서 슬슬 혼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의 말에 귀족들이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성격 덕분에 20대 중반이 되어서도 결혼을 안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보다 못한 왕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싶어 했다.

 

 “그래서 오늘 난 이 자리에서 내 조카의 약혼자를 발표하겠소.”

 

 모두가 숨을 죽여 알레르의 입을 지켜보았다. 알마지오는 알레르의 뒤에서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입을 천천히 떼자, 모두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말도 안 됩니다! 국왕폐하, 다시 재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귀족 간의 결혼은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외부인이 들어온다니요!”

 

 영주들과 대신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알레르는 그런 그들에게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럼 알레트란,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내 뜻에 이의가 없는가?”

 

 “이의는 없사옵니다. 다만, 딸아이가 그 결정을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의 의견만 들으면 되겠군. 그럼 이의가 없겠지? 다들?”

 

 다들 알레르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현명한 판단을 내리니까 좋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들의 뜻과 반대가 되는 상황이 나올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 하지만 그건.......”

 

 다들 우물쭈물 거리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알레르는 흡족한 얼굴로 회의를 마친다고 선언했다.

 

 

 - 에테레아 왕궁 옆 헬라오스 신전 -

 

 화려한 궁전의 모습과는 달리 온통 백색 빛으로 칠해진, 건물에서 환한 빛이 나는 것 같은 건물이 궁전 옆에 서 있었다. 건물의 정중앙에는 한때 하만과 수인들의 일부가 신으로 모신 ‘헬라오스’라는 신의 상징인 둥근 해와 방패가 그려져 있었다.

 

 신전 내부는 굉장히 긴 복도를 거쳐서, 예배당과 참회실, 그리고 사무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전만큼은 사람들이 신을 모시질 않기에 복도는 한산했지만,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신전을 메우고 있었다.

 

 “하아....... 그래서 그들이 지금 찾아온다는 얘기인건가?”

 

 열심히 적던 서류를 밀어놓고, 한숨을 푹 쉬는 금발의 남자. 온화한 얼굴의 짙은 푸른 눈동자가 앞에 있는 사제를 보고 있었다.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말을 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 신관장님을 참회실에서 기다리신다고.......”

 

 “평소에 연락은 쥐꼬리만큼도 안하면서..... 왜 지금 찾는 거지?”

 

 헬라오스를 모시는 신관장이자, 에테레아의 지식의 보고라고 불리는 남자. 엘레테레아는 일찍이 에테레아의 뛰어난 인물들의 스승을 맡고 있던 자였다. 한때 알레르의 스승이기도 했던 남자는 지금은 조용히 신관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어쨌든 왕궁에서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그는 천천히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평소에 다리가 안 좋아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그는 의자에서 겨우 일어서서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자, 가자고.”

 

 

 

 대신들과 영주, 귀족들이 모두 예배당에 몰려 있었다. 평소에는 잘 안 오는 사람들이, 오늘 유독 많이 몰려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보던 신관장은 역겨운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정색했다.

 

 ‘그나저나 폐하께서 왜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거지?’

 

 그는 천천히 문을 열어 그들 앞으로 나갔다.

 

 “신관장! 폐하께서 이상한 결정을 내리셨다네! 자네도 들었다면 그 어이없는 결정을 막아주시게!”

 

 “부디 신관장! 그대의 지혜로 이 나라를........”

 

 그들은 신관장에게 여러 가지 말을 하며 그들의 주장을 그에게 피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쓰레기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이 하나 있다면 저 귀한 폐하의 조카가 이상한 놈한테 굴러가게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건, 그자가 제 시험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을 때입니다. 곧, 그자랑 한번 만날 것이니 걱정 하지 마세요.”

 

 그는 천천히 참회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폐하가 추천한 ‘그’와 만나기로 했으니까.

 

 “오! 왔는가. 신관장 엘레트레에.”

 

 그를 먼저 반겨준 것은 알마지오였다. 그는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알마지오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는 군요. 알레트란 대공님.”

 

 “하하하, 나랑 둘이 있을 때는 그저 영감으로 불러도 된다고 하질 않았나?”

 

 “그러기에는 손님이 있어서 조금 그렇습니다만.......”

 

 그의 옆에 앉아있는, 연합정부의 제복 차림의 남자. 호리호리한 체형에 얌전히 있는 남자의 모습에 엘레트레에는 약간 의구심이 생겼다.

 

 ‘분명 군인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분명 알레르가 얘기를 했었을 때는 ‘10명의 용장도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었는데, 그의 첫인상은 굉장히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였다. 알마지오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으며 말을 했다.

 

 “후후후,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당황스럽나? 근데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다면, 아마 자네가 주는 어떤 시련도 그는 통과 할 수 있을 거라네.”

 

 “영감님. 시련이라뇨? 어제 얘기 했던 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남자는 꽤나 당황한 눈치인 것 같았다. 분명 그에게 자세한 내막 같은 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엘레트레에는 그런 그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대공님. 제 시련을 너무 쉽게 보시는 것 아니십니까?”

 

 “그야 두고 봐야 알지 않겠나? 그가 만약 자네가 주는 시련을 이긴다면 어떡할 텐가?”

 

 “그럼 영락없이 폐하의 뜻을 따르지요.”

 

 “이... 이보세요들! 저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거든요? 왜 둘만 진행하고 있는 건가요?”

 

 알마지오와 엘레트레에의 눈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따라놓은 차도 마시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만 앉아있기 뭐한 남자 역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알마지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말을 했다.

 

 “자네...... 어제 내가 했던 얘기 기억하는 가?”

 

 “아.... 뭐 기억하고 있죠.”

 

 아이들이 잠시 다른 곳에 있을 때 얘기했던 이야기. 그와 나누었던 협력의 대한 대가.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이 바로 이걸세.”

 

 알마지오는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델은 향후 에테레아에서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 그의 힘이 필요했었다. 여태껏 그의 부탁을 피해오며 지내고 있었지만, 차마 그것이 발견하게 되고 난 후부터, 그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었었다.

 

 “아... 알았어요. 대신 제 부탁 꼭 들어주시는 겁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엘레트레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자신의 시련에 대해 모르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인지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기사장들도 힘들어하는 시험인데....... 자신 있다는 건가?’

 

 그는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들었다. 그의 손에는 헬라오스를 따랐다는 5명의 종자가 그려진 작은 열쇠들 중, 독수리 문양의 열쇠를 꺼내들고는 참회실 옆쪽의 문으로 다가갔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시간을 더 드릴까요?”

 

 열쇠를 돌리며, 문이 딸깍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델은 별로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저 빨리 시련을 끝내고........

 

 ‘놀러갈 거야. 걔들만 놀게 할 순 없다!’

 

 라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당당한 말에 엘레트레에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분명 옆에는 밖이 보이는 창문이 있는데, 문 안에는 또 다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이건 분명......’

 

 “자, 시작하겠습니다. 아델씨. 제한시간은 3시간. 그동안 잘 살아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아델이 들어가자마자, 천천히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역시 오지 말걸 그랬나?’라고 생각이 든 그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었다.

 

 “뭐,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는 마음을 비우고, 어둠 속을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주위는 빛을 잃어갔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그의 시련이 시작 되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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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 분기점 2018 / 11 / 14 85 0 7685   
21 #4. 에테레아(5) 2018 / 11 / 13 78 0 7179   
20 #4. 에테레아(4) 2018 / 11 / 7 89 0 8655   
19 #4. 에테레아(3) 2018 / 11 / 6 81 0 9093   
18 #4. 에테레아(2) 2018 / 11 / 1 73 0 7655   
17 #4. 에테레아 2018 / 10 / 30 65 0 7953   
16 #3. 용사 이야기(5) 2018 / 10 / 24 70 0 8056   
15 #3. 용사이야기(4) 2018 / 10 / 23 69 0 8785   
14 #3. 용사 이야기(3) 2018 / 10 / 17 56 0 8009   
13 #3. 용사 이야기(2) 2018 / 10 / 16 60 0 9532   
12 #3. 용사 이야기 2018 / 10 / 10 69 0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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