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그 새끼가 누구야? 나는 사실 그 새끼보다 오빠가 누군지 더 궁금해.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회장님도 오빠를 알고 있으니 우연은 전혀 아니고 솔직히 기분 나빠! 꼭두각시 된 기분이야”
양 팔꿈치를 소파에 받치고 양 손을 모아 턱에 괴고는 허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 놓고는 이것 저것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 공세를 퍼부으려고 한다.
“한가지씩만 물어라. 내 머리 나쁜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1 번 누구긴 누구야! 네 신랑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돌려 마주 보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안마인지 성추행인지 모르지만 생긴 꼬락서니하고 다르게 손결이 부드럽고 따듯해 먼지야 코로 들어가던 말던 가만히 엎드려 누워 물어본다.
“신랑은 어떻게 알아? 나! 중매 결혼 했는데. 솔직히 나 억울해. 오빠 때문에 연애도 한번 못해 보고… 사람 눈이 무서워 지금도 동기들 못 만나잖아”
그 순간 수리가 머리통을 한대 세게 얻어 터진 듯이 멍하게 연어를 쳐다보다가 등에서 찰싹 소리가나게 치고는 기분이 상한 목소리로 구시렁거린다.
“그럼! 우리가 한 건 소꿉장난이었냐? 애 정말 웃기는 애네! 그리고 누가 누굴 탓 하냐? 너 같은 애가 있으니까 전세계의 여자들이 요물이란 욕을 듣잖아. 그러면 말 나온 김에 나도 하나 묻자! 그 자식은 어떻게 됐어? 내 자취방 앞에서 팔짱 끼고 어슬렁거리고 다니던 놈은 어디가 내다 버렸냐? 너! 정말 철면피더라. 그래도 그땐 우리 둘이 애인이었는데 어떻게 내 자취방 앞에서 팔짱을 끼고 다녔냐? 그것도 꼭두새벽에. 우리 밤 새도록 떡 쳤소 하고 내한테 광고하고 싶었어? 그냥 내가 싫으면 싫자고 하지. 어떻게 그렇게 추잡한 방법으로 나를 내팽개치려고 했어. 그런데 그 놈에게 찼어? 차였어? 내 때문에 차였어?”
그 순간에 수리가 엄지 손가락 끝에 힘을 잔뜩 주고는 옆구리 끝을 젖 먹던 힘까지 다 들여 눌러 버린다.
‘헉’소리 말고는 아무런 신음도 들리지 않자 오히려 수리가 민망하고 부끄러워 졌다.
사내 자식이 마누라한테도 해서는 안 되는 여자의 과거나 파헤치려는 옹졸하게 치졸한 소인배가 된 기분이었다.
연어도 같은 꿀꿀한 기분이 들어선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연어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기억 속에 있는 남정네들을 모조리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짓을 한적은 단 한번도 없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놈이 무슨 허깨비를 봤나? 고개를 살짝 돌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자기 소임을 다해 열심히 마사지를 하고 있어서 방해되지 않게 가만히 팔에 얼굴을 묻고 다시 기억에 집중하고 있었다.
가끔씩 이상한, 야릇한 느낌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오히려 이 놈 때문에 4년 내내 지금 남편보다 더한 구속 속에 대학 생활을 보내 억울하기도 했다. 피씩 웃음이 나왔다.
네 놈 때문에 남정네 구경도 못해봤다.
이 놈아! 이렇게 쉽게 아주 확실한 증인을 가지고 반박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이 놈아.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연어 입에서 거침없는 반박이 시작됐다.
“내가 정말 이런 소갈머리 좁아 터진 놈하고 결혼 안 한 게 천만다행이다. 그 사람 몰라? 6촌 오빠! 같이 논에서 벼 벨 때 기억 안나? 학점이 그렇게 개판인 이유가 다 있었네. 그때 내보고 뭐랬어! 군대 가기 전에 5공에 맞서 싸우느라 공부를 못했다고 하더니 그게 아니네. 머리가 나빠서가 맞네. 하나 더 얘기해 줄까? 좋아! 나온 김에 내가 다 불어줄게. 우리 오빠 데리고 오빠 집에 갔을 때 그날 밤 어디 갔었어? 타작 마치고 저녁 먹자 마자 사라졌잖아. 빨리 불어. 다 알고 있어”
수리가 대답 대신에 연어 허리를 아주 세게 눌러 버린다. 연어도 끈질기게 파헤치려고 붙잡아 늘어지고 있었다. ‘악’소리를 내면서도 추궁을 하는데 수리가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응! 그 위에 빨간 집”
“흥! 내 그럴 줄 알았다. 석유화학단지라서 그랬나? 무슨 빨간 집에 그렇게 많았어? 오빠는 거기 아예 단골이었지? 솔직히 다 불어. 지금은 내가 뭐 오빠 마누라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데 다 분다고 뭐 큰일 날 일도 없잖아. 이해하니까 얘기해봐”
대답대신 콧방귀서 나온 바람이 연이 귀 속으로 파고 들더니 핑계를 그럴싸하게 내놓았다.
“그때 네 오빠가 돈이 없어서 내 돈으로 네 오빠만 빨간 집에 갔었어. 나는 술만 마셨어”
그때 연이 벌떡 일어나 앉아 노려보며 또 추궁을 했다.
“아니! 거기 술집 아니었어? 술집에서 술만 마시지 또 무슨 짓을 해? 정말 더러운 짓들 많이 하고 다닌 모양이네. 아이 불결해. 저리가”
“허허! 네가 있는 데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 나는 너밖에 없었다. 정말 순결한 순정남이었다. 오해하지 마라. 자! 옆으로 살짝 돌려 누워 봐! 이제 옆구리에 뭉친 근육 물어야지”
“아이! 간지러워! 하지마! 하지마! 간지러워!”
그때 가느다란 긴 한 숨소리가 나왔다. 그건 연어가 간지러워, 허리가 아파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수리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놈이 그 형님이었어?
후회가 계속 몰려 오면서 손아귀에 힘이 계속 몰리고 있었다.
‘아이고! 등신아! 등신아!’
그럴수록 연어는 이상한 기분에 끌려 가고 있었다.
허리에서 옆구리로 계속 강하게 눌려지는 감촉에 어디선가 질퍽해지는 것만 같았다.
경직된 허리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따뜻하고 촉촉한 감촉에 젖어버린 거기가 야릇하기만 해 일어설 수가 없었다.
더 있고 싶었다.
다시 그때처럼 거칠게 부드럽게 다시 만져 줬으면 했다.
이대로 잠들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정말로 잠들어 버렸다.
그때 그 자취방 같은 방이 아닌 이사람 소파에서 얼마나 잤는지 모른다.
“연어! 일어나!”
그때 사람들은 우리를 동거한다고 했다. 그러나 동거는 하지 않았다. 같이 부둥켜 안고 잤건 맞지만 한번도 외박은 한 적은 없었다. 이 사람의 깨울 때만 쓴 이 명령조의 말 때문에 집에는 꼭 갔다.
"아이! 조금만 더"
그때로 착각했다.
거긴 자취방도 흔히들 추억거리가 있는 가로수 그늘 아래 벤치도 아닌 갯바위였다.
결혼하고도 오랫동안 그때를 잊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찰싹 이는 파도와 갯바위간에 힘찬 부딪힘에 누가 더 힘이 센지 경쟁이나 하듯이 힘차게 부딪히며 찰싹 이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엉덩이에 피 멍이 사라질 때까지 또 부딪혀야만 했다.
까놓은 엉덩이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다. 지금도 그냥 일어설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