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나빠서 아직 확정은 안 되었네요. 그런데 이 놈들이 이번에 크게 한 몫 차릴 것 같은데요”
“왜?”
“3만 톤이 들어 오니까 100톤만 빼돌려도 톤당 3천원이니까 3천 만원?? 계산이 맞나? 어쨌던 이 놈들이 제 가격으로는 못 파니 우리가 반 값으로 구입하고 팔면 제법 남겠는데요”
“야! 임마! 꼴랑 3천 만원 벌려다가 쇠고랑 차겠다. 3억 정도는 돼야지”
수리가 입술을 비틀어 올리고는 피씩 소리를 내고는 또 권태를 한심한 듯 쳐다 본다.
“그럼! 저 혼자 할게요. 나중에 달라하지 마세요”
입술을 코끝으로 한번 죽 올리며 쳐다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자식이! 나를 뭐로 보고. 네 다 먹어라. 하여튼 웃기는 놈이야”
“감사합니다. 허허허! 그나저나 형님!”
“왜?”
수리가 다시 열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고는 입술을 또 툭 내밀고는 짓궂게 쳐다본다.
“그렇게 돈 계산을 못하면서 어떻게 회장 질을 해요. 신기해! 신기해!”
“무슨 소리야?”
수리가 허리를 굽혀 얼굴을 권태 가까이 바싹 다가가 붙이고는 손을 내놓으라 하고는 손가락으로 셈을 해준다.
“일 곱하기 십은, 십 곱하기… 자! 얼마에요?”
권태가 민망한 듯이 빙긋이 웃는다.
“나도 알고 있어 임마! 그나저나 너는 요즘 어때? 사업은 잘 돼?”
길게 하품을 내쉬면서 몸을 비비 꼬면서 한번 꿈틀거리고는 하소연조로 대답을 한다.
“형님! 저 후회 많이 합니다. 대학 안 가고 형님 꽁무니나 따라 다녔으면 이보다는 훨씬 잘 살 거 아니에요. 일한만큼 대가를 못 받아요. 다시 형님 옆에 앉을까 합니다”
권태가 수리 머리를 세게 쥐어 박는다.
“이 놈아! 사돈에 팔촌까지 깡패로 만들래”
“현실이 그렇잖아요. 허허허. 저만 깡패가 아니라고 해서 누가 저보고 아니라고 하겠어요. 저도 밖에 가면 뒤에서 들리는 얘기는 깡패 입니다. 양아치. 허허허”
“그건 네가 어릴 때부터 애들을 두들겨 팼으니 당연하고. 그 이미지가 어디 가겠어? 복구하기 힘들어”
“그래도 저는 억울하죠. 형님은 평생 동안 주먹으로 살아왔지만 저는 아니잖아요. 벌써 3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사람들 뇌 속에는 저는 여전히 양아치잖아요. 이게 모조리 형님 탓입니다. 허허”
기지개를 한번 크게 치고는 수리가 그래도 기업직원들이기 때문에 조직폭력배 일당이 아닌 직원 명부를 찬찬히 보고 있다.
“개과천선한다고 난리를 치고 나갔다 또 들어왔다가… 아이구…. 여기가 무슨 참새 방앗간이냐? 좀 진득하게 한 자리에 있어라. 애들은 또 왜 살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려 쓸만한 놈 찾고 있냐? 내 말 듣고 있어?”
권태가 목에 핏대를 올려 말은 하고 있지만 입을 가만히 두려니 심심하니까 건성으로 흥얼거리는 옹알거림 같았고 수리도 이런 어린애 같은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라 귀에 솜틀들을 수셔 넣어 아예 듣지 못하는 것처럼 직원들! 아니 조직원들의 이력을 낱낱이 살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마음에 드는 경력을 가진 직원이 없는지 이력이 적힌 직원명부를 계속 뒤척이며 묻는다.
“형님! 여기 제 같은 애 없어요. 똑똑한 애? 어찌 하나같이 전부 잡범들입니까? 좀 골라서 채용을 하지. 이게 뭡니까? 이래가지고 산골 촌 동네 초가집 담장을 뛰어 넘는 좀도둑이나 잡겠어요?”
어이가 없는지 아니면 이빨에 배추찌꺼기라도 끼었는지 찍찍 소리를 몇 번 내고는 ‘치’ 소리를 곁들여 잘게 씹은 찌꺼기를 입 밖으로 뱉어낸다.
“’흥!’이다 이놈아. 한글 꽤나 배웠다는 놈이 잡다 와 잡히다 도 구분을 못하냐? 우리가 잡히는 배역을 맡았지 언제부터 잡는 배역을 맡았냐? 아이고…. 등신아! 등신아! 아무나 골라봐. 우리 회사에 너보다 못한 놈 한 놈도 없으니 눈감고 골라도 돼”
먼저 약을 올려 놓고 또 말려든 수리가 입술을 삐뚤이 비틀어 권태를 힐끔 쳐다보면서 직원 명부를 소파 한쪽 귀퉁이로 획 집어 던지고 난뒤 권태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고는 조심스럽게 이름 하나를 꺼낸다.
“이번 일은 동원이 시키죠. 괜찮은 이력을 가진 애들이 몇 명 눈에 들어오지만 이번 일은 엉성하게 똑똑한 애들은 오히려 그 놈들이 던지는 미끼에 말려 들어 갈 겁니다. 형님도 주머니에 돈 백만 원 푹 수셔 주면 냅다 받을 것 아닙니까? 허허! 이 참에 동원이 능력도 테스트해보고 될 성 싶으면 이번 일을 연결해서 동원에게 맡기죠”
진진한 표정에서 잠시 당황한 표정에서 다기 의외라는 표정으로 세 번을 바뀌고는 자세를 고쳐 앉고 신중한 목소리로 묻는다.
“자식이! 거기에 왜 또 나를 갖다 넣어 비교하냐? 그런데 너는 그 놈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 데 내가 잘못 본거야? ”
수리가 콧방귀를 한번 툭 치고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을 한다.
“제가 싫어하지는 않아요. 그 친구가 저를 싫어해서 그렇죠. 애가 항상 시비를 거는 것 같아요”
권태가 부정의 의미를 표시하는 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는다.
“아냐! 아냐! 걔 말투가 그래서 그렇지 시비를 거는 건 아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네 대가리에 먹물이 아닌 똥물이 묻었다고 걔가 판단하고 있을 수도 있지”
또 눈꼬리를 치켜 올려 가슴에 불이 붙이는 말을 해서 그에 응당한 대응을 수리가 했다.
“허허! 예! 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건 인정하겠습니다. 애당초 이런 놈팡이들하고 어울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 혼자 선비면 뭐하겠습니까? 예전에 형님 아버님인 아제가 제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선비가 시중잡배들하고 어울리면 나중에는 시중잡배한테 무시한 놈 취급 받는다고 애당초 어울리지 마라고 했는데 지금이 떡 그 짝이네요.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럼 이번 일은 동원이한테 맡기고 나머지 잡다한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권태가 벌떡 일어서 기어이 머리를 한대 쥐어 박으려 하는데 수리가 지금은 분명히 한대 날아 온다는 걸 예측을 했는지 얼른 일어서 피한다.
“아이고 이놈아! 이놈아! 너는 꼭 매를 벌어 얻어터지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려야 해? 그래! 형님 약 올리니 속이 시원하냐? 하여튼 짓궂기는 세상에서 너 따라 갈 놈이 한 놈도 없다. 내가 인정한다. 그런데 나는 그쪽 일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해. 잘 키워 봐”
“예! 애가 똑똑해서 금방 따라 올 겁니다. 염려 마십시오”
권태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원이가 들어왔다.
“어이! 이 친구 점점 더 젊어가는데.. 비결이 뭐야?”
수리가 일어서서 반갑게 악수를 하고는 어깨부터 두드린다.
“아이! 형님! 저도 이제 형님과 같은 40대에요. 벌써 2년 차인데. 허허허”
동원이가 말은 농담을 섞었지만 옛날에는 이 세계에서 꽤나 알려진 형님이고 지금은 이 조직에서 사람의 보직과 정체가 명확하지 않아 항상 행동거지를 조심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워낙 허허실실거리며 농담과 짓궂은 장난이 웬만한 개그맨도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해 가끔씩 말려들어 이 사람의 과거를 간과해버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언제나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동원에겐 경계 대상 1 호였고 간혹 의지 대상 1호이기도 했다. 조직을 새롭게 단장해 줄 인물이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