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는 무방비 상태인 여자를 급습해 강간이나 할 듯이 날렵하게 손을 낚아채 잡아 당기고는 자기 가슴 깊은 곳에 싸잡아 파묻히게 하고는 놔 주지 않았다. 그때 연어는 달콤한 다음 액션이나 말을 기다렸다. 센스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의 입에서 튀어 나온 말에 실망만 했다.
“야! 임마! 큰일 날 뻔 했잖아. 정신 줄을 어디 두고 다녀?”
어두워 눈알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벌겋게 달아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불 같은 성질머리론 당연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는 그걸로 끝내려고 했다. 허리 춤을 꽉 잡고는 반박을 했다.
“그래! 내가 정신 줄 빠질 동안 뭐했어? 내가 중요해 애들이 중요해? 얼른 대답 안 하면 바다에 빠져 버린다”
그때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음이 나왔다. 뒤에서 꽉 쥐어진 허리 춤 때문에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허둥대며 당황하고 있었다.
“야! 애들 본다. 이 허리 좀 풀어라. 창피하게 왜 이래?”
“보면 어때? 안 볼 땐 내가 싫다고 할 때 잘도 하드만”
“그래도….”
“그래도 뭐?”
그는 항상 그랬다.
연어는 그럴 땐 그가 너무 싫었다.
그래도 그는 허락이 떨어지면 그의 소임을 확실히 행했고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주었다.
그렇게 승낙을 받은 그는 그날 밤 다른 어떤 날보다 더 격렬하게 부둥켜 안았다. 연어는 그날 누군가 들의 눈에 동영상이 찍히는 것 같아 기분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의 사랑을 각인시켜 준다는 각오로 더 세게, 더 생동감 넘치게 그와 호흡을 맞춰 격렬하게 껴안고 평소에 하지 않던 자지러지는 신음소리까지 아주 크게 내질러주었다.
절정의 오르가슴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 맞붙은 거기를 더 세게, 더 크게 들리도록, 더 큰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어, 더 힘을 실어 문지르며, 희열의 절정에 도달한 신음 소리만으로 밤바다를 뒤덮어버렸다.
그건 절대 우리 곁에 얼쩡거리지 말라는 확실한 경고였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찰싹 이는 소리보다 더 찰싹 이는 소리를 그 동영상의 음성 녹음 자리에도 저장시켜 주었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는 꼭 안은 채 그렇게 갯바위에 걸터앉은 그의 허벅지를 베게 삼아 잠들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인지 그녀인지 그들인지 단 하나의 그인지, 그녀인지, 그들 귀와 눈은 하나의 생동감 넘치는 19금 애로 동영상이 담긴 USB였다.
그날 그의 엉덩이는 갯바위에 찍혀 피 멍으로 가득했고 그 후로 연어는 거의 한달 동안 매일 거의 엉덩이를 쳐다 봐야만 했다. 물론 보는 것 만으로 끝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뜨거웠던 그에게서 멀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오직 자신 뿐이라는 걸 헤어지겠다는 마음을 다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고 곧 후회를 했지만 망설이다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그만큼 자신도 바쁘고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 버렸다. 연어는 한때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왠지 그가 돌아올 것 같은 희망 섞인 헛된 미련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다림이 계속 되면서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는 자신을 좋아한 한 놈이 내뱉은 한 마디가 또 염장을 파헤치게 했고 학교에서 만난 어느 누구도 다시는 보기 싫어졌다.
잊으려고 애를 쓰면 애를 쓸수록 주변의 다른 애가 계속 떠올랐다.
한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양아영이라는 같은 학번 동기인 줄 한동안 오해한 그때가 떠올랐다.
그와의 사랑하는 시간을 훔쳐간 그 동기 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치를 떨어야만 했다.
어느 여름이었다.
그 양아치인지 양아영인지 그년의 나체를 보자마자 뒤 따라 나타난 그도 연어도 기절초풍하고 말았다.
거기는 그의 자취방이었다.
한동안 그의 해명과 양아영의 적극적인 자신의 옹호에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만 했다. 한창 혼란스러울 때 또 다른 한 놈이 나타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그 놈의 이름은 그와 같은 학번 친구인 김경일이었다.
그 놈이 분명히 말했다.
양아영과 그 사람은 깊은 관계라고 했다. 깊은 관계?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 나도 그 사람이 없는 다른 곳에서는 이런 놈들 입에서 그 사람과 나는 깊은 관계라는 가십 거리란 말인가? 양아치와 같은 년이란 말인가?
자괴감이 밀려들어 왔다.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사랑은 아름답지 못하고 추한 사랑으로 술집의 안주거리나 가십 거리로 밖에 남지 않는다는 불길한 미래가 영혼을 앗아가기 시작할 때쯤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나를 가지기 위해 하나를 버리기로 했다.
설상 양아치와 그가 잠자리를 같이 했었어도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 용서는 자신이 동문들의 가십 거리로 술집 안주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편지를 주고 받고 전화 몇 통이 올 때도 자신은 그런 안주거리가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놈! 김경일의 한마디에 안주거리가 되기로 했다.
양아영이 그 사람에게 스토커였다면 김경일은 자신에게 징그러운, 소름 끼치는 스토커였다.
김경일이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없이 매달릴 때 그에게 물었다.
“오빠와 우리 사이를 알면서도 왜 이래요?”
“그 새끼는 관심 없다던데. 그건 자기가 관여할 일이 아니고 우리끼리 알아서 하다더라. 말하자면 우리 둘이 사귀는 걸 허락 했어”
김경일이가 내뱉은 이 말에 그때 할말을 잃었다. 어지러웠다. 믿을 수가 없었다. 불쾌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도 없는 사람인가? 내가 자기들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무슨 물건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이간질이었다.
“그럼! 오빠와 우리 사이를 알면서도 저와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당연하지! 야! 결혼 전에 연애 한번 안 해 본 놈이 어디 있어? 나! 그렇게 옹졸한 사람 아나!”
“그럼! 선배도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 많이 한 모양이죠?”
“당연하지”
“저는 받아 들일 수 없어요. 불결해요”
“뭐? 불결? 그렇게 말하는 너는?”
그 일이 있은 이후로 그 사람도 그의 주위 사람들과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 사람은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이전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었지만 그 자체가 위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비틀어버린 시선을 다시 복구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 사람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졸업이 바로 코 앞에 다가 와 있었다.
그에게는 변명일 손 치더라도 해명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윤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의 진심이 그 놈과 같은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적거리고 미루다가 졸업하고 취업하고 그러는 사이 마주보고 물어보고 확인할 기회의 시간을 잃었고 그 사람은 취업해 외국으로 나가버렸고 편지도 점점 줄어 들었다.
편지가 줄어 든 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었다.
혼란스러워 자신이 답장을 해주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그 사람은 잊혀갔고 그 사람도 잊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