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외전. '클라이드 파커의 청합제 인터뷰 노트'
# 1. 춘회파 인터뷰
Savior. 2007년 10월 2일.
네파리안과 아스나 그리고 아라가 마계 제1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무렵, 인간계의 춘회파 멤버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 중 춘회파의 충실한 2군이자, 최고의 정보원인 날쌘돌이 '클라이드'는 다음 주부터 예선전이 시작되는 파랑 도시 최고의 대회 '청합제 토너먼트'를 기사화하기 위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여기 그 기록이 담긴 클라이드의 인터뷰 노트를 공개하겠다.
모든 기록은 클라이드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모은 자료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인터뷰 No.1 <춘회 세이비어> 18세 남성.
(특이사항 : 작년 청합제 우승자. 현재 블루고 랭킹 1위)
클라이드 : 안녕하세요 선배?
춘회 : 안녕!
클라이드 : 인터뷰 잠깐 가능해요?
춘회 : (쿨하게) 물론! 뭐에 관한 인터뷰지? 만약 내 외모의 비결에 관한 거라면 난 할 말이 없는데... 이건 타고나는 거거든.
클라이드 : 그런 거 아녜요. 그럼 질문 들어갑니다. 이번 청합제 토너먼트를 앞두고 어떻게 훈련을 하고 계신가요?
춘회 : 그냥 평소랑 비슷한데 특별 전략 한두 개 정도 더 준비해 두는 정도?
클라이드 : 특별 전략이라... 염두에 두고 있는 상대라도 있나요?
춘회 : 딱히 없어. 내가 최강이거든! (천진하게 미소 짓는다.)
클라이드 : 아 예... 그럼 다음 질문. 예전에 이번 청합제에서의 목표 성적이 우승이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으신가요?
춘회 : 응!
클라이드 :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서... (수첩의 페이지를 넘긴다.) 우승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상대가 있나요?
춘회 : 우리 춘회파의 다른 1군들과 학생회장 엘런 정도? 걸림돌이라 해봤자 작은 조약돌 정도지만. 킥킥.
클라이드 : 그, 그렇군요. 자신감이 대단하신데요? 마지막으로 대회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춘회 : 내가 이번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에 많은 녀석들이 날 연구하고 노리는 걸 다 알고 있다. 그치만 난 무조건 우승한다! 샤리를 위하여!
클라이드 : 샤리라면...? 파랑 도시의 유니온 리더인... 웁! 웁! (손으로 클라이드의 입을 틀어막는 춘회)
춘회 : 후후. 인터뷰는 이 정도로 하지.
- 인터뷰 No.2 <제로 롱기누스> 18세 남성
(특이사항 : 현재 블루고 랭킹 2위. 춘회와 앙숙인듯? 인기와 여친 없음.)
제로 : 둘이 저기서 (뒷마당 벤치에 있는 춘회와 클라이드를 가리키며) 뭐한 거야?
클라이드 : 춘회선배랑 인터뷰를 ... 아, 제로 선배도 인터뷰해주세요!
제로 : 으, 응? 나말인가? 좋아. 춘회보단 내, 내가 나을 거야.
클라이드 : 청합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제로 : 떠, 떨리는군...
클라이드 : 와아! 강자들과의 대결을 앞두고 무지 흥분되는 모양이네요?
제로 : 아니... 그... 인터뷰가...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클라이드 : (제로의 말을 무시하며) 훈련은 잘되어 가시나요?
제로 : 그럭저럭 ... 새로 준비해 둔 기술도 있고.
클라이드 : 오오, 신기술?
제로 : 응. '문 워크'라고 마이클 잭슨의 스탭을 응용한 회피형 동작인데... 아참! 이런 건 말하면 안 되는데, 취소! 취소!
클라이드 : 문 워크라는 회피기술인가 보네요. 혹시 잠깐 시연해 주실 수 있나요?
제로 : 일단 발을 이렇게 사선 방향으로 벌리고, 발 전체에 마력을 부여한 다음... 잠깐, 클라이드 이자식! 인터뷰는 여기서 끝이야!
(화가 난 듯 뒤로 돌아 성큼성큼 걸어가 버린다.)
- 인터뷰 No.3 <윌리엄 진> 18세 남성
(특이사항 : 현재 블루고 랭킹 5위. 블루고 최강의 전사타입)
클라이드 : 윌리엄 선배! 훈련 끝났나요? 우와, 땀이 장난 아닌데요?
윌리엄 :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아, 잠깐 쉬는 시간.
클라이드 : 또 트레이닝 하려고요? 혹시 쉬는 시간 동안 인터뷰 가능할까요?
윌리엄 : 얼마든지. 무슨 인터뷰지?
클라이드 : 청합제에 대한 인터뷰에요. 그럼 첫 번째 질문! 요새 근력과 지구력 같은 체력 강화의 비중을 확 늘리셨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윌리엄 : 기초체력은 전투의 기본이지. 그리고 특별한 이유라면 나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서야.
클라이드 : 자신을 뛰어넘는다?
윌리엄 : 자세한 얘긴 생략하도록 할게. 미안.
클라이드 : 아녜요. 다음 질문입니다. 전사 타입은 마법사 타입에게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여 왔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도 강력한 마법사 타입의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고요. 이런 마법사 타입에 대한 대책이라도 있나요?
윌리엄 : 딱히 대책이랄 것까진 아니고, 그저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그게 마법사를 대하는 내 전략이야.
클라이드 : 음... 그렇군요.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그런 방법이군요. 마지막으로 이번 청합제의 목표 성적은 어떻게 되시나요?
윌리엄 : 일단은 4강... 그치만 큰 욕심과 의미는 두지 않아. 모든 대결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족해.
클라이드 : 인터뷰 감사합니다. 그럼 훈련 열심히 하세요!
- 인터뷰 No.4 <케이타 옹쿠> 19세 남성
(특이사항 : 춘회파 전속 힐러. 이번 청합제에서 의료요원으로 참가. 비전투 인원으로 구분)
케이타 : 안녕 클라이드. 무슨 일이니?
클라이드 : 잠시 인터뷰하려는데 괜찮나요?
케이타 : 당연하지. 궁금한 거 있음 다 물어봐.
클라이드 : 감사요! (수첩과 속기펜을 잽싸게 꺼내든다.) 그럼 시작합니다. 케이타 선배는 이번 청합제에 선수로서 참가하는 게 아니라 양호실의 일원인 의료요원으로 참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왜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선수로 참가하지 않는 거죠?
케이타 : 너도 알다시피 난 싸움이 싫어. 일종의 평화주의자랄까? 그래서 일부러 전투를 조장하는 청합제 같은 대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
클라이드 : 그렇군요. 강한 실력을 가진 비폭력 주의자라... 멋진 일입니다. 그럼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 청합제에서 의료요원은 무슨 일을 하는가요?
케이타 : 의료요원들은 각 학교나 병원에서 파견된 우수한 힐러들로, 대회 도중 일어나는 선수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역할을 해. 물론 경기장에 '세이프티 존'이라는 죽음을 방지하는 마법이 8강부터는 철저히 작용하겠지만, 그 이전의 경기들에서는 선수들이 거의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에 노출된 채 전투를 벌인단 말이야. 우리 의료요원들은 갑작스런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해 대회 기간 내내 철저한 비상상태에 들어가 있을 거야.
클라이드 :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안심되는군요. 세이프티 존 마법과 상시 대기 중인 우수한 힐러들, 그리고 '상대를 죽이면 실격'이라는 청합제 토너먼트 16강까지의 규칙이 있으니까요.
케이타 : 응.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지. 안전제일!
여기까지가 춘회파 소년들과의 인터뷰다.
다음 인터뷰 장소는 학생회들이 머무는 학생회 기숙사였는데, 아쉽게도 인터뷰 데이터를 도중에 전부 파기 당하고 말았다.
학생회 단원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춘회파의 일원인 클라이드에게 새어 나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적국의 스파이를 대하는 것처럼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클라이드는 학생회와의 인터뷰를 포기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블루고의 교장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