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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4 - 10화. 진심을 전하다
작성일 : 18-12-07 22:52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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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진심을 전하다

 

 

 

 약이 완성될 시간이 되어 그들은 다시 약재상 쪽으로 향한다.

 약재상에 도착하자 할아버지가 작은 유리병 하나를 들고 반갑게 그들을 맞이해 준다.

 

 "자아, 춘회 군. 약이 완성되었다네."

 

 할아버지가 짙은 녹색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붉은머리 미소년에게 넘겨준다.

 늘푸름 숲의 비약을 받아 든 춘회의 표정이 100점짜리 시험지라도 받은 양 환해진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격은 얼마죠?"

 

 "돈은 필요 없다네."

 

 할아버지가 뒷짐을 진 자세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해할 수 없다는 춘회의 얼굴을 보고 할아버지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자네가 숲의 괴물을 퇴치해 줬지 않나? 덕분에 약초를 캐는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됐어. 그것만으로도 난 춘회, 자네에게 큰 도움을 받은 셈이지."

 

 "하지만..."

 

 "아, 돈은 됐다니까! 어서 약을 갖고 돌아가게나.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됐다구. 꼬마 아가씨가 배고파하겠어."

 

 "네.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춘회가 허리를 깍듯이 숙여 인사한다.

 크리스는 살짝 고개를 까딱거리기만 한다.

 방금 약사 할아버지가 자신을 꼬마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들은 약재상을 뒤로한 채 주황색 노을을 헤치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춘회는 보육원에서 식사를 마치자마자 마법 열차역으로 돌아가려 한다.

 어서 샤리에게 비약을 건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육원 식구들은 그가 떠나는 걸 원치 않는 모양이다.

 메이 아주머니와 보육원에 사는 어린이들, 그리고 심지어는 크리스조차도 보육원 입구에서 떠나려는 춘회를 만류한다.

 

 "춘회야. 꼭 지금 떠나야겠니? 동생들도 네가 가는 걸 아쉬워하잖니."

 

 "맞아요. 큰 형(오빠)."

 

 "흥, 가든지 말든지... 나한테 체스 지는 게 무서웠나 보지?"

 

 춘회는 모두를 따뜻한 눈길로 돌아본다.

 보육원이 재건된 뒤 새로운 마음으로 함께 해온 귀여운 동생들이다.

 메이 아주머니도 어머니처럼 따뜻한 존재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어서 파랑 도시로 돌아가야만 했다.

 춘회가 아쉽다는 목소리로 입을 뗀다.

 

 "미안해 모두들. 그치만 내겐 빨리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어."

 

 다들 춘회의 말을 듣고 아쉬워한다.

 붉은머리 소년이 그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한 마디를 덧붙인다.

 

 "대신 다다음 주쯤에 또 올게. 그때는 주말 내내 놀아줄테니까. 어때?"

 

 "좋아요!"

 

 "꼭 와야 해요!"

 

 "흥, 그러시던지..."

 

 아이들의 표정이 물을 머금은 꽃처럼 활짝 핀다.

 춘회는 동생들 한 명 한 명과 정겹게 포옹한 뒤 마지막으로 크리스와 메이 아주머니와도 포옹을 나눈다.

 

 "꼭 다시 오렴, 춘회야."

 

 "물론이죠. 메이 누나."

 

 "다음엔 싸, 싸우는 법 가르쳐 줘."

 

 "오냐. 아주 최강으로 키워 주마 크리스! 물론 지금도 나이에 비해선 엄청 쎄지만..."

 

 작별인사를 마친 춘회.

 그는 모두의 손 배웅을 등에 업고 추억이 가득한 보육원을 떠난다.

 

 

 

 

 춘회를 태운 마법 열차가 파랑 도시에 도착한 것은 오후 11시.

 길가의 상점들이 슬슬 문을 닫기 시작하는 밤늦은 시간이었다.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붉은머리 소년만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유니온 건물 쪽으로 향한다.

 다른 사람들이 피곤하고 삶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춘회의 얼굴에선 환하게 빛이 나고 있다.

 

 '얼른 샤리에게 늘푸름 숲의 비약을 전해주자.'

 

 직사광선처럼 한 곳만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

 이것이 다른 이들과 춘회를 구별해 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윽고 열차가 '파랑 도시 유니온' 역에 도착한다.

 역에서 나온 그는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11시 27분.

 조금 뒤면 자정이 되는 늦은 시간이다.

 

 붉은머리 소년이 걱정한다.

 

 '유니온 문이 닫혔으면 어쩌지?'

 

 역시나 걱정했던 대로 거대한 수족관을 겸하는 유니온의 문은 굳게 잠겨 있다.

 단 한 개의 창문에서도 불빛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춘회는 낙심하지 않는다.

 예전에 정보원 클라이드에게 들은 바로는 샤리가 근처 대저택에서 산다고 했기 때문이다.

 춘회는 유니온 건물 옆에 지어진 커다란 저택을 발견하고는 자기가 정보원 하나는 정말 잘 뒀다고 생각한다.

 

 "저기구나!"

 

 붉은머리 소년은 가로등마저 꺼진 보도를 따라 저택 앞까지 걸어간다.

 그의 앞을 막아선 으리으리한 대문은 마치 '볼일 없음 꺼지시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춘회는 볼일이 있었다.

 

 붉은머리 소년이 육중한 대문을 두드린다.

 

 <쾅쾅쾅쾅쾅쾅>

 

 "계세요?"

 

 옆에 멀쩡히 초인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잠시 후 누군가 대문 안쪽에서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대체 이 시간에 어떤 미친놈이야? 블리츠 캐논을 면상에 콱 박아 버릴라..."

 

 천천히 열리는 대문.

 그리고...

 

 "아니, 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대문 안팎의 두 사람이 놀라 소리친다.

 안쪽에서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뜻밖에도 주황머리 전기 소녀 윗키였던 것이다.

 비록 자다 나왔는지 까치집처럼 부스스한 머리와 나풀거리는 잠옷 차림이긴 했지만 말이다.

 

 윗키가 얼른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여미며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춘회를 쏘아본다.

 

 "뭐, 뭐, 뭐, 뭐야 너? 이 시간에 어쩌자고 우리 집에 온 거야?"

 

 "너네 집이라고?"

 

 붉은머리 소년도 황당해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저택 앞 팻말에는 [로셀리나]라는 가문의 성씨가 커다랗고 위엄있게 쓰여 있다.

 춘회가 묻는다.

 

 "여기 샤리 로셀리나가 사는 곳 아니니?"

 

 "맞아. 근데 우리 '언니'는 왜 찾는 거야?"

 

 "샤리가 네 언니라고?!"

 

 춘회가 믿기지 않는지 펄쩍 뛰어오른다.

 (진짜로 뛰어오른 건 아니고 그냥 그 정도로 놀랐다 이거임)

 

 잠시 충격에 빠진 붉은머리 소년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자.

 

 '이럴 수가... 이건 거짓말이야. 저런 포악한 쌈닭이 나의 여신님과 같은 피를 공유하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왜 난 지금껏 눈치채지 못한 걸까? 둘이 성씨가 같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봤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했어. 그럼 만약 내가 샤리와 결혼하면 이 녀석과는 형부, 처제 사이가 되는 건가? 헐...'

 

 춘회의 멘탈붕괴는 현재 진행형이다.

 성급한 성격인 윗키가 답답한지 춘회의 멱살을 움켜잡는다.

 

 <덥썩>

 

 "엥?"

 

 "야, 너 똑바로 대답 안 해? 이 시간에 우리 집엔 웬일이고, 또 우리 언닌 왜 찾는 건데?"

 

 대답을 안 하면 한 대 칠 분위기라서 붉은머리 미소년은 자초지종을 털어놓기로 한다.

 

 "그, 그러니까 난 샤리를 좋아하고, 샤리가 아픈 것 같아서 약을 지어 왔어... 오케이?"

 

 "노케이! (No Ok)"

 

 <뻐억>

 

 주황머리 소녀의 묵직한 돌주먹이 춘회의 턱에 꽂힌다.

 춘회는 강펀치에 맞고 뒤로 날아가, 땅바닥을 몇 바퀴나 구른다.

 

 "어거걱... 내 턱..."

 

 "이게 어디서 개수작이야? 너 우리 집이 부자라서 도둑질하러 온 거지?"

 

 깡패녀 윗키가 사납게 소리치더니 넘어져 있는 춘회를 발로 까기 위해 달려온다.

 붉은머리 미소년이 자신의 KO패를 예상한 순간, 누군가가 윗키를 멈춰 세운다.

 

 "윗키, 무슨 일이니?"

 

 "아, 샤리 언니! 마침 잘 왔어. 이 자식이 지금 수상한 짓을 하고 있었어. 언니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집에 들어오려 한 거 있지?"

 

 윗키가 봄날 나비처럼 입을 막 나풀거린다.

 그러나 뒤이어 등장한 라임빛 머리의 엘프녀가 새하얀 손을 들어 동생의 입을 막는다.

 샤리의 모습을 본 붉은머리 소년은 기운이 되살아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샤리~!"

 

 "춘회 씨로군요. 이런 시간에 어쩐 일이죠? 정말 제 동생 윗키의 말대로 수상하군요."

 

 샤리가 하늘 위에 뜬 반달같이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반면에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춘회가 대답한다.

 

 "네가 몸이 안 좋다고 했었잖아. 그것 때문에 내가 약을 지어 왔어!"

 

 "제가 몸이 안 좋다고... 아아, 어제 말했던 거 말인가요?"

 

 "그래!"

 

 붉은머리 소년이 윗키를 '쌩' 지나쳐 샤리의 앞에 다가선다.

 그 패기에 약간 움찔하는 라임빛 머리의 여성.

 춘회가 그녀를 향해 짙은 초록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 하나를 건넨다.

 

 "이건 내 고향에서 최고로 좋은 만병통치약이야. 이걸 한 번에 주욱 들이키면 몸이 싹 다 나을 거라구!"

 

 "고, 고마워요 춘회 씨... 그런데 전 사실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어젠 생리통이 심해서 그런 것뿐이었는데) 아니다. 아무튼 고마워요 춘회 씨. 잘 마실게요."

 

 "고맙긴~ 내가 다 기분이 좋은걸."

 

 춘회가 해맑게 웃는다.

 전기 소녀 윗키는 고래사랑에 꼽사리가 된 새우가 된 기분을 느끼며 불만스레 중얼거린다.

 

 "참나... 둘이 지금 뭐 하는 짓들이람. 부끄럽지도 않나?"

 

 지가 금발훈남 윌리엄과 벌여대는 눈꼴 시린 행위들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샤리가 약을 챙기고는 다시 엄숙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한다.

 

 "그치만 앞으로는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도록 해요. 유니온에도 집에도..."

 

 "미리 연락을 하려고 해도 마법 메시지 번호를 모르는걸?"

 

 "마법번호부에 유니온 데스크로 통하는 번호가 있을 겁니다."

 

 춘회가 고개를 살랑살랑 젓는다.

 그리고는 능구렁이처럼 능글맞게 말한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샤리, 네 개인 번호."

 

 "네?!"

 

 "어우! 저게 어디서 우리 언니한테 수작질이야?"

 

 윗키가 잠옷의 팔뚝을 걷어붙인다.

 그러나 샤리가 한 팔을 들어 저지한다.

 

 "언니?"

 

 "들어가 있어 윗키.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언니의 엄한 명령에 꼬리를 마는 윗키.

 저택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마침내 춘회와 샤리 둘만 남게 됐다.

 둘은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눈을 응시한다.

 

 루비 보석을 연상시키는 진홍색 눈동자.

 그리고 에메랄드를 닮은 연녹색 눈동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마침내 샤리가 먼저 입을 뗀다.

 

 "좋아요. 제 번호 알려 드리죠."

 

 "정말? 야호!"

 

 그는 추가 주문을 받는 음식점 사장님인 양 기뻐하며 샤리에게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서로의 마법 번호를 교환한다.

 

 (잠깐 설정: 큰 도시에는 위습을 통한 마법 통신망이 퍼져 있습니다. 마법 번호를 알면 현실의 핸드폰처럼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도시 밖으로 나가면 무용지물이 되지만 말입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춘회의 가슴이 기쁨으로 요동친다.

 

 "그럼 이제 멋대로 불쑥불쑥 찾아오는 일 없는 거예요."

 

 샤리가 당부한다.

 춘회도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그럴 거야. 그런데 할 말이 있어 샤리."

 

 "뭐죠?"

 

 샤리가 묻자 춘회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뀐다.

 

 "나는 당분간 널 찾아오지 않으려고 해. 지금껏 수십 번도 넘게 너에게 도전해 왔지만 늘 지기만 했지... 이런 식으론 널 지켜줄 남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붉은머리 소년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던 춘회의 모습이 맞는가 싶다.

 춘회가 계속 말을 잇는다.

 

 "그래서 난 이번 청합제를 내 실력의 기폭제로 삼으려고 해. 실력을 더 키워서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한 다음 너에게 가겠어. 나야말로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남자란 걸 증명하겠어!"

 

 붉은머리 소년의 하늘을 찌를듯한 기백이 맞은편에 선 라임빛 머리 여성에게도 전해진다.

 샤리가 실크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열심히 해보세요 춘회씨. 한번 제 마음을 움직여 보시라고요."

 

 "반드시 그럴 거야! 그럼 그때까지 안녕, 샤리."

 

 춘회가 뒤돌아서서 달려간다.

 샤리는 점점 멀어져 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남자..."

 

 샤리의 주머니에서 춘회가 고생해서 만들어 준 약병이 찰랑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그녀는 기분 좋게 약을 들이키며 저택 안으로 돌아간다.

 오늘 밤은 달콤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 춘회 세이비어와 파랑 유니온의 여신 fin-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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