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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4 - 6화. 고향행
작성일 : 18-12-03 19:37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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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고향행

 

 

 

 Savior. 1997년 12월 1일. (10년 전)

 

 겨울치고는 따뜻했던 이 날, 별빛을 닮아 새하얗게 빛나는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한 소년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지옥의 파수견 케르베로스처럼 게걸스레 소년의 집과 가족을 집어삼키는 불꽃들.

 소년은 천천히 집 쪽으로 걸어간다.

 

 <투욱>

 

 '세이비어 보육원 - 늘푸름 지부'라는 이름이 적힌 팻말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저벅 저벅>

 

 갈색 망토를 뒤집어쓴 세 사람의 형체가 소년을 향해 다가온다.

 그들은 소년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손바닥을 앞으로 뻗어 소년을 겨냥한다.

 

 "인페르노."

 

 시뻘건 화염 줄기가 소년을 뒤덮는다.

 전소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

 

 그러나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다.

 갈색 망토의 마법사들이 당황해서 수군댄다.

 

 어느새 별빛처럼 아름다웠던 소년의 머리칼과 눈동자가 붉게 물든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이번에는 소년이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민다.

 

 "인페르노."

 

 <화르륵>

 

 심판의 불길인 양 세 사람을 휘감는 화염.

 그들은 괴로워하며 마구 몸부림치다가 재가 되어 바스라져 버린다.

 

 소년은 이제 홀로 서 있다.

 지나가는 여러 가지 상념과 추억들...

 그는 울지 않고 그것들을 마음속에서 하나하나 태워버린다.

 

 그렇게 가만히 있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한 여인이 그를 향해 다가온다.

 

 "춘회 세이비어 맞니? 난 시오나라고 해. 늘푸름의 유니온 리더지. 자, 나와 함께 가자."

 

 그녀가 소년을 향해 손을 내민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는 춘회.

 따뜻하고 부드럽다.

 

 붉은머리 소년은 시오나라는 여성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현재. Savior. 2007년 9월 25일.

 

 늘푸름 마을의 기차역에서 교복차림의 붉은머리 소년이 커다란 백팩을 짊어지고 걸어 나온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요란스런 큰 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늘푸름 마을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춘회는 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 북쪽행 버스를 잡아탄다.

 맨 끝 역인 '늘푸름 숲 입구' 정류장이 그의 목적지다.

 

 <털털털 - 덜컹>

 

 50분쯤 이 골목, 저 골목을 빙빙 돌며 느릿느릿 달리던 버스가 드디어 마지막 역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린 붉은머리 소년은 국립공원 및 사냥터로 지정된 늘푸름 숲과는 반대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그는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분교처럼 생긴 낡은 건물에 발을 들인다.

 

 

 [세이비어 보육원 – 늘푸름 지점]

 

 

 건물 입구에 달린 팻말엔 위와 같은 페인트 글씨가 쓰여 있다.

 문구를 본 춘회의 얼굴에 포근한 미소가 떠오른다.

 건물 외벽과 잔디가 깔린 앞마당, 그네와 시소 같은 놀이기구들을 둘러 보는 그의 얼굴은 꼭 간만에 고향 집에 돌아온 사람 같이 평화롭다.

 

 한참을 가만히 서서 아름다운 보육원의 밤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건물 안에서 누군가 춘회를 향해 다가온다.

 

 "누구신... 어머, 춘회로구나!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니? 연락도 없이."

 

 "안녕 메이 누나."

 

 붉은머리 미소년이 환하게 웃으며 통통한 여인을 향해 손을 흔든다.

 

 "잠깐 볼일이 있어서 마을에 왔는데, 주말 동안 묵었다 가도 되죠?"

 

 "그럼~ 당연하지! 추운데 어서 들어 오렴."

 

 메이라는 40대 정도의 아주머니는 마치 아들을 반겨주는 어머니처럼 극성을 부리며, 춘회를 등 떠밀어 건물 안으로 들인다.

 

 건물 안은 고요하고 컴컴했다.

 그 이유를 대답이라도 해주듯 메이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애들은 다 자고 있단다. 저녁은 먹었니?"

 

 "네, 출발하기 전에요. 저는 어디서 자는 게 좋을까요?"

 

 "음... 내 방 옆의 손님 방에서 자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럼 들어가서 잘게요. 오랫동안 기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하네요."

 

 "그렇게 하렴. 주말 동안 네가 여기서 지낼 거라니 정말 기쁘구나!"

 

 메이가 진심으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춘회도 똑같은 웃음으로 회답한 뒤, 복도를 따라 살금살금 걸어간다.

 형제자매들의 단잠을 방해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님방에 도착한 춘회는 가방을 풀고, 샤워실로 들어간다.

 손님방은 작지만 TV와 소파, 냉장고, 샤워실까지 두루 잘 갖추어진 방이다.

 

 <쏴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들을 맞으며 붉은머리의 소년이 생각한다.

 

 '아... 역시 고향 집이 최고구나.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우선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약재상에 들러야겠다. 샤리, 조금만 기다려줘.'

 

 물줄기들이 춘회의 균형 있게 단련된 탄탄한 근육들에 맞고 물방울이 되어 튕겨져 나간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머리에 촉촉하게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검은색 소파 위에 '푹' 드러눕는다.

 

 '반드시 늘푸름 마을의 특별 비약을 구한 뒤, 샤리에게 건네주리라.'

 

 그는 맘속으로 계속 똑같은 말을 되뇌이다가 잠의 요정과 함께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잠깐 설정: 국립 세이비어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은 모두 '세이비어' 성씨를 받게 됩니다. 그들은 모두 구원자 '마에스트로 세이비어'의 자녀들로 서로를 형제, 자매로 여깁니다. 세이비어 성씨는 결혼한 배우자의 성씨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붉은머리의 미소년 춘회는 첫 번째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 같으면 '아침 단잠을 방해한 닭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궁리하다가 다시 잠들 그였지만 오늘은 다르다.

 

 얼른 씻고 옷을 챙겨 입은 그는 어슴푸레한 아침 빛이 들어오는 복도를 지나 주방으로 간다.

 무언가를 굽고 끓이는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주방에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부지런한 메이 아주머니가 분주하게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녕, 메이 누나! 뭐 도와줄 일이라도 있어요?"

 

 "춘회야. 일찍 일어났구나. 딱히 도와줄 건 없고, 일어난 김에 아침이나 먹으렴."

 

 메이가 대식가인 그의 속성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 커다란 솥뚜껑만 한 접시에 토스트 20개와 계란 후라이 10개를 올려 준다.

 이 정도면 춘회에겐 적량이다.

 

 "고마워요 메이 누나, 잘 먹을게요!"

 

 "호호. 그러렴."

 

 접시를 받아든 춘회는 길게 배치된 직사각형 모양의 식탁 한 귀퉁이에 앉은 뒤, 특유의 '공룡 와구와구'를 시전한다.

 기술의 효과는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거의 분쇄해 버릴 기세로 먹어 치우는 것이다.

 

 <우걱 우걱. 와구와구>

 

 한참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검은색 레이스 원피스 차림의 여자애 하나가 주방 근처로 다가온다.

 춘회가 돌아보니 치렁치렁한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인형같이 생긴 10살 남짓한 여자애가 보인다.

 그녀는 마치 왕의 외동딸 같은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붉은머리 대식가를 힐끗 바라본다.

 

 "이 빨강색 바보 녀석은 언제 온 거야?"

 

 그러자 주방에서 소녀의 말소리를 들은 메이 아줌마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꾸짖는다.

 

 "크리스! 오빠한테 바보 녀석이라니,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흠, 어차피 진짜 오빠도 아닌 걸..."

 

 크리스란 소녀는 꾸지람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식탁으로 걸어와 춘회의 반대편에 앉는다.

 여전히 구운 식빵을 입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붉은머리 소년을 크리스가 못마땅하게 노려본다.

 꼭 자기 집안에 들어온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을 바라보는 것 같은 눈빛이다.

 

 "그나저나 여긴 왜 온 거야? 아직 방학도 안 했을 텐데."

 

 "응... (우물우물) 늘푸름 숲의 비약을 사가려고."

 

 날카로운 크리스의 질문에 춘회가 태평스레 대답한다.

 그러나 금발소녀의 궁금점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걸 왜 사게? 어디에다 쓰려고?"

 

 "꼬맹이는 몰라도 돼."

 

 춘회가 귀찮은 모기라도 쫓듯 팔을 휘휘 저으며 대답한다.

 그러자 크리스가 발끈하며 의자를 밟고 올라선다.

 

 "야! 꼬맹이라니? 이 멍청한 빨강머리 자식이 죽고 싶냐?"

 

 어여쁘게 생긴 금발 여자애가 윗키나 입에 담을 법한 험한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그러자 메이 아줌마가 이번에는 아예 식탁이 있는 곳으로 출두한다.

 

 "크리스! 너 어디서 그런 나쁜 말들을!"

 

 그녀가 크리스의 엉덩이를 이불 먼지 털 듯 세게 '팡팡' 때려 준 다음, 번쩍 들어 의자에 다시 앉힌다.

 몇 분 동안 메이 아주머니의 잔소리가 따갑게 이어진다.

 

 한편 붉은머리 미소년은 자기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건 신경도 안 쓴 채, 마지막 스무 번째 토스트를 부스러기 하나 안 남기고 끝장을 내버린다.

 그가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그럼 다녀올게요, 메이 누나."

 

 "그래, 몸조심하고."

 

 "네, 걱정 말아요~"

 

 춘회가 대리석도 녹여버릴 치명적인 윙크를 날린 뒤 부엌 밖으로 걸어 나간다.

 혼나고 있던 금발소녀 크리스도 다람쥐처럼 쪼르르 달려와 춘회의 옆에 붙는다.

 그녀가 씩씩거리며 소리 지른다.

 

 "야, 너 잠깐 서봐!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대답했어. 꼬맹이는 몰라도 된다고."

 

 "이게 진짜!"

 

 <팍 파박>

 

 크리스가 알콩달콩 별사탕 같은 주먹과 발로 춘회를 투닥투닥 가격한다.

 그러나 붉은머리 미소년은 그런 솜방망이 공격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마을 중심가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보육원 밖으로 나온다.

 때리다가 되려 자기가 먼저 지쳐 버린 크리스도 숨을 '헥헥'거리며 춘회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30분 정도 후 중심가에 도착한 그들. 파랑 도시나 레인보우 시티 같은 대도시들에 비하면 한적하고 발전이 덜 된 자연적인 풍경이 그들을 반겨 준다.

 띄엄띄엄 이어진 작은 상점들과, 가을인데도 여전히 푸르고 싱그러운 가로수들이 포장되지 않은 흙길 주위로 늘어선 모습이다.

 

 이상하게도 늘푸름에서는 모든 식물들이 사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한다.

 어쩌면 서부 최대의 숲인 늘푸름 숲과 인접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춘회와 크리스는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한적한 가로수 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한다.

 

 "어디 가는 거야?"

 

 혀가 반쪽인지 존댓말을 쓸 줄 모르는 금발 여자애가 묻는다.

 붉은머리 미소년은 시원한 아침공기를 한껏 들이키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약재상."

 

 "그 늘푸름 숲의 비약을 사려고?"

 

 "꼬맹인 몰라도 된다니까."

 

 "이익! 꼬맹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투닥 투닥>

 

 키가 춘회의 가슴께에 닿을까 말까 한 꼬맹이 크리스가 응징의 펀치를 날려 보지만, 춘회는 데미지 제로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구수씁쓸한 약 달이는 냄새가 자욱한 작은 약재상에 도착한다.

 떨어져 나가기 일보 직전인 낡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통복 차림의 깡마른 할아버지 한 분이 작은 나무공이로 무언가를 빻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찾아온 손님들의 얼굴을 보고는 반가워하며 뛰쳐나온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마을의 자랑 춘회 아닌가?"

 

 "안녕하세요, 약을 좀 구하러 왔어요."

 

 "그렇구먼. 그런데 같이 온 꼬마 아가씨는 여동생인가?"

 

 약사 할아버지가 코를 씰룩거리며 약재상 안을 두리번거리는 크리스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그러자 크리스가 제자리에서 토끼처럼 깡총대며 화낸다.

 

 "저 꼬마 아니거든요! 이래 봬도 10살이나 됐다구요!"

 

 "알았다 알았어. 허허허. 말괄량이 아가씨로구나."

 

 금발소녀보다 일곱 배는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약사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크리스를 진정시킨다.

 그는 소녀에게 홍삼캔디를 하나 물려 주고는 다시 춘회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떤 약을 찾고 있나?"

 

 "늘푸름 마을의 비약이요."

 

 거침없는 붉은머리 청년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그가 하얗게 세어 버린 기다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연다.

 

 "으음... 이를 어쩌나. 지금 그 약은 다 팔리고 없다네."

 

 "그럼 재료는 있나요?"

 

 "재료도 많이 모자란다네. 요새 다치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서 비약은 물론 다른 약재들도 부족하다네."

 

 "그럴 수가..."

 

 춘회의 표정도 어두워진다.

 샤리에게 줄 약을 구할 수가 없다니...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기라도 한 듯 그의 맘이 답답해진다.

 

 그때 옆에서 홍삼캔디를 쬭쬭거리며 빨고 있던 금발소녀가 끼어든다.

 

 "그럼 우리가 재료를 구해오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래. 그러면 되겠다! 크리스 너 똑똑한데?"

 

 춘회가 부드러운 크리스의 금발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준다.

 소녀는 도도하게 어깨를 으쓱거린다.

 

 "내가 좀 똑똑하지. 거기다 빨강머리 네가 멍청한 것도 있고."

 

 "건방진 꼬맹이로군!"

 

 "꼬맹이라고 하지 마! 난 우리 반에서 제일 쎄다구!"

 

 "난 우리 학교에서 제일 쎄. 암튼 할아버지, 비약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 목록을 적어 주세요. 저희가... 아니, 제가 전부 구해올 테니까요."

 

 붉은머리 미소년이 자기를 때리려고 애를 쓰는 크리스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그래 주겠나?"

 

 "물론이죠!"

 

 춘회가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약사 할아버지는 책상 위에서 종이 한 장과 펜을 집어 든 다음, 종이 위에 깨알 같은 글씨로 부지런히 재료 목록을 작성한다.

 

 그 사이 투닥거리며 육탄전을 벌이는 춘회와 크리스.

 두 남매 모두 어린이라는 탈을 아직 벗지 못한 모양이다.

 

 잠시 후, 약사 할아버지가 실실거리며 웃고 있는 붉은머리 소년과 탈진한 강아지처럼 헥헥 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금발소녀를 향해 재료 목록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준다.

 

 "이걸세."

 

 "네."

 

 춘회가 종이를 받아 들고는 그 내용을 들여다본다.

 

 "상록초... 동충하초... 거대 말벌의 독침과 독주머니, 산딸기... 그리고 오색 나비의 고치라... 다 늘푸름 숲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군요."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거야. 오색나비의 고치는 굉장히 구하기 어려운 데다가 요새 숲에서 이상한 괴물이 돌아다닌다고 하네. 벌써 몇 사람이나 행방불명이 됐는지 몰라. 하긴 명문 블루고의 랭킹 1위인 자네라면 걱정 없겠지. 그치만 작은 꼬마 아가씨에겐 위험할 걸세."

 

 약사 할아버지가 키 작은 금발소녀를 바라보며 우려한다.

 그러자 크리스가 아기 티라노처럼 발을 '쿵쾅쿵쾅' 굴린다.

 

 "우이익! 꼬마 아니라니까요!"

 

 버럭버럭 악을 쓰는 그녀를 본 붉은머리 소년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푸히힛. 그런데 제가 재료를 구해오면 약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걸리시나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네. 한 시간에서 길어야 두 시간 정도니까."

 

 "알겠습니다."

 

 춘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걸음을 빠르게 해서 늘푸름 숲행 버스가 오는 정류장으로 간다.

 

 어느새 동행이 되어 버린 금발꼬마 아가씨도 백옥처럼 새하얀 두 다리를 종종거리며 춘회의 뒤를 따라간다.

 그녀는 약사 할아버지가 말했던 숲의 괴물을 잡고, 자기를 꼬맹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고 싶단 오기가 생긴다.

 

 그러나 옆에서 크리스가 '꼬맹이 탈출' 계획을 세우며 눈초리를 사납게 뜨건 말건 춘회는 관심도 없다.

 그는 어서 재료를 구해서 샤리를 위한 비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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