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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스러지다, 무너지다, 부서지다-
작성일 : 17-07-27 18:00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18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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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서 우리는 오순 도순 이야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주머니는 나를 보면서 그저 쓸쓸하게 웃으실 뿐이었다.

 

 나는 오늘 아침의 일을 묻고자 했지만 이 아주머니는 말 걸기가 너무나 쉽지 않으신 분이라.... 돌아서면 휙 하고 사라지시곤 했다.

 

 그에게 주워준 돌 2개와 조개 껍대기를 그는 자신의 손에 올려두고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나는 자꾸만 불안감이 고갤 들어서

 

 얘기하는 중간 중간에도 그가 이곳에 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내 옆에 앉아 있었지만 그는 마음이 붕 뜬것처럼

 

 뭐랄까- 대답하는데 전보다 분명히 시간이 걸리었다... 강비서 님의 전화 후부터여서..나는 마음이 더 무거웠다..

 

 

 무슨 이야길 하셨기에 그는 갑자기 어두워 졌을까? 나는 궁금하고 조금은 의아했다. 잠시 켰던 전화에는 다른 흔적도 있었다.

 

 

 

 그에게 말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세진이로 부터 메서지가 와 있었다. '이야기하고 싶어- 전화줘 급한 일이야' ... 보자 마자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다시 전화를 껐다.

 

 

 급한 일이던 아니던 지금의 우리의 섬에 침범하는건 모조리 싫을 뿐이었다.

 

 

 해가 질때쯔음 그림에 색을 칠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가 조금은 아까보단 편안해진 표정으로 손을 꼭 잡고 있기에

 

 나는 포기했다. 내일 그리지 뭐..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소곤 소곤 못다한 이야기나 나누었다. 나누었다기 보단 내 이야길

 

 그가 듣고 있었다. 그는 말이 줄었다. 그 와중에도 눈이 마주치면 너무나 애절하게 바라봐서 나는 불쑥 물었다.

 

 

 

 "... 왜 그렇게 슬프게 쳐다봐요?"

 

 

 "...? 내가 그랬어?"

 

 

 

 

 그가 겸연쩍은지 웃었다. 나는 그가 말로하기 힘든 감정을 품을때 웃는단걸 이제 알아챘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그냥 ... 당신하고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했단 생각이 들어서?"

 

 

 

 그의 말에 담긴 시간엔 이상한 기색이 묻어 있어서 나는 와락 겁이 났다. 내가 그를 바라보면서 힘있게 말해보았다.

 

 마치 그러면 그게 실제로 일어날 일처럼 듣기도록- 분명히..

 

 

 

 " 앞으로 만들면 되죠- 그리고 언제나 추억이에요 당신이랑 있으면- 별거 아닌 이런 대화도

 

 분명히 추억이라고요-"

 

 

 "정말?"

 

 

 

 그는 바닷가에서 물었던 말로 내게 다시 물었다. 아까 그의 질문의 정말에 내가 얼굴이 붉어졌었다.

 

 그 이유는 다른게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묻은 청순함이 그 질문을 하는 목소리의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었기에

 

 

 그랬던 거였다. 그는 내게 눈 꼬리를 내리고 다시 묻는다 내가 대답할줄을 모르고 가만히 있자...그는 웃으며 내 머릴 쓰다듬는다

 

 가만가만- 사려깊고 부드럽게

 

 

 

 그 손길에 내가 기분 좋은듯이 눈을 감자 그는 나를 가만 쳐다보는거 같았다. 이렇게 하루 하루가 달콤하다면야-

 

 

 여기에 평생을 있고 싶은 심정이다 -

 

 

 

 나는 여기 와서 거의 매일 늦잠을 잤고- 그와 별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추억이 될 만한 것들을 그의 말과는 달리 많이 만들었다.

 

 눈을 쉴새없이 마주쳤고- 그가 내가 그릴때 어떤 얼굴인지도 알았고- 그가 손수 코코아에 웃는 얼굴을 새겨 주었다.

 

 쉴새 없이 손을 잡아주었다.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웃어주고 -

 

 

 내 말을 온힘을 다해서 듣고 있음을 분명히 알수 있었다.

 

 

 

 나는 그거면 충분했다... 그거면 완벽했다....

 

 

 멀리서 새가 울었다. 아주머니가 돌아가신지 한참이나 되었기에 집은 고요했다. 우리의 말소리만 도란 도란 울렸다.

 

 전등을 다 켜고 있어도 이곳은 밤이 되면 너무나 어두웠다. 그는 새소리를 듣더니 부엉이인가? 했다. 이런곳에?

 

 내 말에 그는 웃었다. 여기 되게 깊은데야 니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더- 라고 내게 말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전화가 오기엔 좀 늦은 시간이다 싶어서 나는 전활 끄지 않는 그에대해서 좀 불만스러웠다. 여긴 섬이라고 했는데

 

 그럼 저런 연락도 없으면 더 좋았을텐데-

 

 

 "강비서네?"

 

 

 

 "...강비서님이요?"

 

 

 

 

 "잠시만-"

 

 

 

 그는 내가 입술을 내밀자 미안하단 듯이 눈꼬릴 내리고 전화길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담요를 고쳐 덮으면서 잠시

 

 

 아무런 소리도 없이 타닥거리는 소리만 들었다.

 

 

 

 

 잠시 후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집에 들어와서 얇은 , 하얀 스웨터 하나를 입고 있었을 뿐이었다. 추워보인다 했더니 그는 괜찮다고 웃었었다.

 

 그는 내가 본적 없는 속도로 빠르게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왜 그래요?"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옆의 탁자에서 내가 내려놓은 차키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문 밖으로 향했다.

 

 옷도 하나 걸치지 않았다. 나는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할수가 없었으니까-

 

 

 

 

 

 문이 닫기기 전 그를 잡았어야 했다.

 

 

 

 잡아서 안되었다면 꽉 안아서 .... 가지 못하게 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내 후회할 행동이었다......

 

 

 

 

 

 

 

 

 그를 따라갔지만, 그는 차에 타기전에 나를 돌아봤을 뿐이다. 그 얼굴엔 비참한 슬픔만 묻어 있었다.

 

 

 울고 있는거 같았다. 그의 투명한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쫓아갔지만 그는 이미 뛰고 있었다.

 

 

 

 

 나는 따라잡을수도 없을 만큼 .. 나와 만나고 그는 딱 두번 뛰었는데- 그는 그 돌아본 얼굴을 마지막으로 내가 뒤에서

 

 심장 마비가 올 정도로...

 

 놀랍게도 그는 운전 석에 올라탔고- 주차장으로 마련된 곳의 흙이 다 까질만큼 스키드 마크를 남기고

 

 굉음과 함께 쏜살같이 사라졌다. 운전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잠시의 운전도 불안해 했던 그가 ........

 

 

 

 

 

 자신 혼자만 올라타서 ...........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 들어와 전화를 켰다.

 

 강비서님한테 전화했다.

 

 

 그의 저런 원인을 아는건 강비서님 뿐일 테니까... 내내 통화중이었다..... 내가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가 낸

 

 끽 소리 때문인지 보일만큼이어도 제법 멀리있는 아주머니 집의 현관 불이 환하게 켜진게 보였다... 전화를 몇번이나 했을까..

 

 

 6번? 7번?...... 그 사이에 겨우 연결이 되었다. 나는 차도 남아있지 않아 그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무슨 일이지?

 

 형인가? 어머니인가? 아버지인가?........ 대체....

 

 

 "여보세요?"

 

 

 

 "하임씨? 하임씨세요???"

 

 전화를 한건 나인데 강비서가 물었다.

 

 

 "네- 방금... 지혁씨가 차를 몰고- 가버렸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 사람 운전하면 안되는데-..... 놀란거 같았어요

 

 우는거 같았어요 .. 대체 무슨일이에요? 어떡해요?....."

 

 

 

 강비서의 목소리도 찢어지고 있었다.

 

 

 "운전을요? 맙소사..... 안돼......... 그건 너무나 무책임한.... 안되는데.......... "

 

 

 "전화 안받아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혹시..."

 

 

 강비서는 울고 있었다.... 엉엉 울다싶이 들리는 목소리 속............ 참담한 진실이 들렸다.

 

 현실같이 안 들리는 이야기...

 

 

 

 

 

 "하민씨가................뇌사로 접어들었어요.......... 하민씨 가족이 다 모였다고 해서.......

 

 인사할 시간도 안 남기고 그냥 보내버릴수도 있는 거라서.................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가서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혹시라도 이사님이나 그런분이 먼저 알아서 전화하실까봐서... 혹시라도......"

 

 

 

 

 .......

 

 ...........

 

 

 

 

 

 마음속에 찬물을 확 뒤집어 쓴 것처럼 나는 너무나 놀랐다...... 아무런 말도 입을 타지 못했다...

 

 

 

 

 쿵.....하고 마음이 내려 앉아버렸다... 영원히 올라오지 않을듯이...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길을 보낸 그를... 그 얼굴을......

 

 그 얼굴........ 나에 대한 생각이 아니었던 거다.. 그 말도 안되는...

 

 

 충격에 , 슬픔에.... 표현조차 쉽지 않은 그 얼굴은....

 

 

 

 

 

 이제 하민씨는.......... 세상에 없다............ 아니...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하민씨는 그의 손을 놓았다...........

 

 

 

 

 

 그때 보았었던 하민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인형같이 작은 얼굴- 마르다 못해 바싹 말라버린...

 

 그의 마른 꽃......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 얼굴을 묻던 그를.... 내가 괴로움에 돌아 나갈때도 차마 다 모를만큼

 

 

 

 그녀에게 뭐라 뭐라 속삭이던........ 그의 얼굴...

 

 나왔을때 운게 분명한 그의 빨간 눈이.......

 

 

 

 

 ..........

 

 나

 

 

 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때 아주머니가 집 안으로 뛰쳐 들어오셨다. 아저씨도 몇걸음 뒤에 들어오셨다

 

 내내 과묵하셔서 인사 후엔 마주한적도 없었는데....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내 손에서 전화길 빼앗아 드시곤

 

 

 

 강비서님의 설명을 듣고는 인상이 파리하게 질리셨다... 나는 ... 흐느끼고 있었던거 같다.. 그게 미안함인지

 

 

 

 그에 대한 슬픔인지.... 아니면 결국 , 그 순간엔 그녀에게 아픈 다리로라도 달려 갈수 밖에 없는 그에대한, 못나빠진

 

 

 

 질투심인지..... 그 질투심에 대한 죄책감인지.... 알수 없었다.

 

 

 

 

 

  아주머니는 몇마디 안하시고 전활 끊으셨고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말에 따라 바로 차로 그를 붙잡을 요량으로 가셨다....

 

 

  여기로 들어오는 길목은 꼬불꼬불했으니- 어쩔수 없이 속력을 좀 내면

 

 고속도로 진입전에 붙잡을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아주머니는 이야기 하셨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계셨지만

 

 곧 나를 일으키셨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

 

 

 

 

 텅 비어있었다.....

 

 

 

 

 

 나를 의자에 앉히시고는 젖은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 주셨다... 나는 울고 있었던거 같다. 그 즈음부터는 이미....

 

 

 복잡한 감정이 밀려와서 .... 솔직히 하민씨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줄 알았지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기에....

 

 

 

 그가 잡고 있는 손은 이제 나 뿐이라는 기쁨은 커녕...... 그가 내 손도 놓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의 손에 잡힌 손은 이제 없었다... 나는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계속 눈물이 났다.... 왜인지도 알수 없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나는 끊임없이 고개를 도리질 쳤다.. 하지만 달라지는 일이 아니었다..

 

 

 

 

 

 

 그냥 눈물이 났을 뿐이다...

 

 

 

  계속 울었다.. 이게 뭐 때문인지 알수도 없었다... 아주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나를 안아주시고 토닥여 주셨을 뿐이다..... 그의 얼굴만 기억이 났다... 나를 돌아보던 그 상처감 가득한 얼굴- 부릅뜬 눈과

 

 턱에 가득 흐르고 있던 물방울을... 내게 잡혀 있었으나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가 ... 미치도록 그리웠다...

 

 

 

 

 그가 그리웠다. 같이 갈수는 없더라도.... 아니........

 

 

 

 내게 말을 해주었다면... 하지만 무슨 말을? 대체.... 나에게 무슨 소릴 할수 있다고?.....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계속 닦아주셨다.... 내가 계속 울어도 아주머니는 그저 슬픈눈으로 날 바라보시면서

 

 계속 정성스레 날 토닥여 주셨다... 1시간쯤 지났을까... 아주머니의 전화가 울렸다..... 아주머니는 몇마디 말 안하고 끊으셨다.....

 

 

 아주머니는 걱정하시는 눈빛이 심해지셨고... 나는 또 심장이 내려 앉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물었다.

 

 

 

 

 

 "괜찮데요?... 어떻게...?"

 

 

 

 "여기 길이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아무래도 바깥사람 만큼 운전하긴 쉽지 않으셨을 거에요... 차라리 다행히도....

 

 나가기 전 쯤 길에 차를 살짝 나무에 박으셔서 잠시 서 계셨다고 하네요...이마가 조금 찢어지셨는데.....

 

 

 일단 병원에 안간다고 ... 그분한테 가신다고 해서... 모셔가고 있다고............많이 다치시진 않으셨데요..피는 좀 나지만.. 괜찮으시다고...."

 

 

 

 

 

 그토록 운전이 안될정도로 흔들리면서... 운전을 당장 해야만했다고?.......

 

 

 그토록 무모하도록?

 

 

 

 

 그는 나를 돌아봤을 뿐이다 애원하듯이 충격이 서린 얼굴로....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묻는 내게 답도 하지 못하고..

 

 나를 두고서.........

 

 

 

 내가 그저...... 눈물에 휩싸여 말을 잃자 아주머니가 내게 부드럽게 타이르셨다..

 

 

 "섭섭해 하지 말아요 아가씨....... 도련님은 다른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 분은..... 도련님이 많이 사랑한 분이시기도 하지만....

 

 이제 마지막이잖아요..... 도련님을 살게 해주신 마지막 끈 같은 존재였어요......"

 

 

 

 

 

 아주머니가 나를 위로하시듯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 끈이란 말에 난 또 제인에어를 떠올렸다. 하민씨의 서툰 손길로 그여져 있던 줄의 대목..

 

 비슷한 곳에 가슴에 끈이 묶인거 같아서..........

 

 

 

  그 글이 떠올랐다.... 섭섭한 감정보다 무너지는 감정이었다..... 참담한 감정...

 

 

 

 

 그럼 만약 그분이 쫓아가지 않았다면... 대체 어떻게 그까지 갈 생각이었단 말이야.... 그런 앞뒤 생각 못할 정도로

 

 아직도 하민씨가.... 그만큼이나......

 

 

 

 나는 이제 내가 싫어서 눈물이 났다... 아주머니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 주셨을 뿐이다... 그 뒤론 나는 현실감 없는 이 상황을 이해할수 없어

 

 그저 계속 울었다.... 아주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신거 같지 않았다. 그저 몇번이나 내게 들어가서 잠시만 눈이라도 붙이라고..

 

 

 곧 전화 올거고 그럼 꼭 이야기 해 주겠다고... 지금 당장은 어쩔수 없으니까... 갈수 없으니까...

 

 

 도련님 생각을 잘 안다고 할순 없어도 도련님은 지금 많이 당황하셨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이해하고 잠시만이라도 쉬라고 몇번이나 말해주셨다.. 내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앉자 아주머니도 그냥 부엌에서 계속 기다리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울고 잠시 멈추고 울고 잠시 멈추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나의 손을 놓았단 생각만이 들었다..

 

 그녀의 손은 어쩔수 없이 놓았대도....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할까... 나는 혼자만 생각했다... 이건 아니야

 

 

 내가 약해진것 뿐이야...... 이제...... 나는 어떡해야 하지? 솔직히.......

 

 

 

 기뻐야 하는건가?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아... 그의 그런 표정을 보고 내가 어떻게 기쁠수가 있어...

 

 

 끔찍하도록 비참해 그냥...

 

 

 

 

 내가 본 그의 가장 끔찍하도록 슬픈 얼굴이었다... 하민씨의 사연을 말할때도 본 적 없을만큼.... 그저 끔찍하도록 슬픈 얼굴...

 

 

 내가 입술을 못살도록 깨물어 뜯고 있음도 몰랐던 듯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해가 어스름에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창밖을 무연히 계속 쳐다보았다.... 지칠법도 한데 눈에서 눈물은

 

 그치지를 않았다.... 나는 그가 그리웠다...

 

 

 

 

 그 전화 전만해도... 나를 쓰다듬어 주던.... 내내 나만 보고 있던 그의 그 눈이 그리웠다...

 

 그가 그리웠다...

 

 

 

 

 

 

 -

 

 

 

 나는 당장에 병원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나가지 못했다. 간병인들은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나는 들어올때 약속하기를

 

 밤에 머무는 날이 며칠 있었다.

 

 

 

 밤타임 간병인은 오늘 오는 날이 아니었다.. 나는 두려웠고 연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초조했다.. 그 병실에는 의사들이 떼거지로 몰려갔다가 나오고 가족들은 들어가고 나서 한참을 나오지도 않았다.... 여자는 이제 죽을 것이다..

 

 

 

 뇌사지만..... 뇌사의 최장기간이 얼마더라?...

 

 

 

  자신은 그런것 까진 몰랐다.... 그 여잔 내게 몇번이나 말했다... 뇌사는 죽음이 아니에요..

 

 이미 그 여자는 뇌사 직전이에요..... 하지만... 내가 안 것보다도 그건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뇌사는 죽음이었다.. 그냥 죽음.................

 

 

 

 

 

 두려워 알아보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던 사실이었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내 가족을 살리고자.... 뇌사는 무슨 일을 해도 계속 살릴수 없단 지식정돈 품고 있었는데....

 

 나는 그 짓을 했잖아........

 

 

 

 

 

 얼마나 걸리던 이제 그 여잔 죽을거니까.......... 손에 묻은 피가 느껴지는 것만 같아 숨도 쉴수 없었다..

 

 

 

 내내 복도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일상이라 다들 제 일로 몇시간쯤 있다가 돌아갔지만.. 나는 충격이 가시질 않아서

 

 복도에 있는 의자를 떠날수가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 있어도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였다.

 

 

 

 

 3명이 복도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는 누가 봐도 이상했다... 이마에 길게 상처가 나 있었다... 피는 말라붙은듯했지만

 

 볼까지 덕지 덕지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남자는 곧 쓰러질 것 처럼 하얗게 낯이 질려 있었다... 눈물인지 알수 없는게 얼굴에 잔뜩 묻어 있었다....

 

 피딱지가 보였다... 그 남자가 입은 옷에도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나는 심장이 터질거 같았다....... 심장을 꽉 쥐는 것 처럼 심장이 꽉 졸렸다.

 

 

 

 

 남자의 눈에는 동공이 없는 것 처럼.. 촛점이 없었다.. 남자는 들어오면서 몇번이나 크게...넘어졌다.... 이상할 정도로 크게.... 원래도 못 걷는 사람처럼

 

 완전히 주저 앉았다.... 몇번이나..그러면서도 전혀 의식 못하는 듯 자꾸만 일어서려고 애쓰고 병실쪽으로 다가섰다...

 

 

  옆의 남자들은 당황해서 자꾸만 남자를 부축했지만 남자는 그 팔을 몇번이나 뿌리쳤다....

 

 

 자신이 뿌리치는 것 조차 모르는거 같았다..... 나는 그 남자가... 누군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와서 들은 이야기였다.......

 

 

 

 흐드러지게 핀 꽃-

 

 그 꽃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남자가 들어가고 나서 소름끼칠만큼 처절한 절규가 울려퍼졌다.. 나는 복도 밖으로 도망가서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자꾸만

 

 

 

 마음에 들러 붙는거 같았다.....

 

 

 

 

 

 -

 

 

 

 작가님이 어디 있는지 파악이 된건 그 분이 전활 하고 나서였다... 그 분과는 나는 몇번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겨우 하민양이 있는 곳에 도착하고

 

 한참을 초조함에 차에서 기다렸다.. 먼저 올라갈수가 없었다...

 

 

 

 나는 그토록 조심성 많은 작가님이 자신의 다리가 엉망이면서 ....남들을 그렇게 혹시라도 또

 

 휘말리게 할까봐서 두려워하는 작가님이 운전을 하고 나가셨단 이야기에 하늘이 무너지는거 같았다...

 

 

 

 

 작가님이 차라리 이성적인 판단이 안되셔서 나무를 박은게 다행이었다.. 그 상태로 길에 나오는 것 자체가 사고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큰일이 나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것 보다야 한참 나았다.. 정신 들면 후회하실 테니까...

 

 자책하고 우시고 뉘우치실 테니까.. 하지만 그런 일을 벌이셨단거 자체가 그랬다..

 

 아마 부러 박지 않으셨을까...... 후회가 되어서.........

 

 

 

 

 

 평정심을 잃으신 행동이었다... 약도 소용 없을만큼.. 요즘 작가님은 약을 빼 먹은 적이 없으셨다...

 

 

 

 

 하지만 송두리째 뽑히는.... 일이다.. 흔들리는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내가 사려 깊었다면..... 나는 자책했다.. 하지만 자신도 당황했다...다른 방법이 하나도 없었을까... 그렇다고 하나도 없었을까..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눈이 불어 터질것 같은데도 눈물이 났다..

 

 

 

 4시간은 기다렸을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빠르게 도착한 거였다.... 차가 들어오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문을 닫고 나섰다...

 

 

 작가님이 사고가 난건 알았지만 이렇게 다친줄은 몰랐는데...... 무조건

 

 병원부터 갔어야 하는 상태였다.. 운전을 하고 오신 분도 어째야 할지 몰라 쩔쩔 매신거 같았다. 당연히 안간다고

 

 하셨겠지... 내내 우셨나? 작가님의 얼굴은 쫄딱 젖어 있었다.. 피와 눈물로....

 

 

 

 

 이미 작가님은 넋이 나가 계셨다... 이마에서 난 긴 상처.... 옷도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작가님을 불렀지만 작가님은 뛰다가 넘어지고

 

 뛰다가 넘어지시면서 병실로 향했다... 울고 계신건 맞는데.. 소리도 내시지 않았다 말도 하시지 않았다.

 

 

 몇번이나 잡아 드렸지만 내가 누군지도 모르시는거 같았다.... 뿌리치시는 손길이 아플 정도였다... 광기어린 힘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힘이었다..

 

 병실에 다다라서....... 병실안에 있는건 하민씨의 가족 중 딱 둘이었다... 하민씨의 큰오빠와 하민씨의 아버지 이신거 같았다..

 

 작가님은 병상에 넘어지듯 다가가셨다..... 하민씨의 상태가 놀라울 만큼 그대로인걸 난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뇌사가 된지 몇시간 지나지도 않았을텐데.. 벌써 조금은 달라진 것만 같았다..

 

 

 생명의 기운이 없었다.......... 놀랍도록 싸늘해 보였다..

 

 

 

 

 

 작가님은 병상에 도착해서야 무너지셨다..... 토해내듯 눈물을 흘리셨다.... 하민씨 옆에 꽃혀 있는 작가님이 보냈을 작약은

 

 무슨 이유에선지 나들 고갤 숙이고 무너져 있었다.... 작가님의 눈물을 보고도 큰 오빠처럼 보이는 사람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정말 나쁘다는 듯이..

 

 그러더니 울고 있는 작가님을 일으켜 난데없이 매섭게 주먹을 날렸다.... 온힘 다해- 내가 막을수도 없을만큼 순식간에...

 

 

 

 작가님은 맞고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털썩 다시 주저 앉았을 뿐이다.

 

 눈은 그저 하민씨만 향해 있었다.

 

 

 

 

 

 "그래, '이제는' 니가 죽인거다. "

 

 그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곤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손을 닦았다. 그리곤 그걸 작가님에게 던지고는 병실을 박차고 나갔다...

 

 

 앞에 있는 나도 얼었다.. 작가님은 쉬지 않고 흐느끼셨다........ 뭐라 말을 하시는거 같았지만 알아 들을수도 없을만큼

 

 무너져 있었다......

 

 

 

 

 아버지 같아 보이시는 분은 잠시 작가님을 쳐다보셨을 뿐이다...,그나마 연민이 묻어 있었다..

 

  그리곤 눈물을 흘리며 곧 따라 나가셨다.

 

 

 

 

 아마 병원을 떠나진 않으신거 같았다. 사모님이 오실때쯤엔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겠지...

 

 

 작가님은 계속 토해내시듯 울었다.... 저렇게 계속 울면 죽지 않을까 불안할 정도로.....

 

 

 

 듣고 있는 내가 고통스러웠다... 나는 안에 계시는 눈물짓는 아주머니를 모셔서 복도에 모시고 나왔다. 작가님의 울음소리가 그칠때까지 기다렸지만..

 

 작가님의 울음은 잦아들지를 않았다......

 

 

 

 이제 끝인것이다...

 

 

 몇년을 기다린 사랑도.....

 

 

 

 작가님을 덮쳐오는 죄책감은 상상 초월일 것이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조금 달라졌을거라고 생각한건 내 착각이었다.... 여전히 낯선 일이었다......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멈추고

 

 

 소리에 깬듯한 간병인들이 흘긋 흘긋 문 틈으로 고갤 내밀 즈음에... 나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병실 문을 열었다.

 

 

 

 작가님이 침대 옆에 쓰러져 계셨다... 내가 아무리 깨워도 작가님은 이미 실신하신듯 정신이 없으셨다... 나는 침상 옆에 붙어있는 호출벨을 죽어라 눌렀다.

 

 주책맞게 내가 자꾸 눈물이 났다...안돼 작가님은 .... 지금은 안돼...

 

  피투성이인 작가님은 그 와중에도 하민씨의 손을 꽉 잡고 계셨다.... 내가 아무리 손을 떼어 놓으려고 해도

 

 작가님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 손을 목숨처럼 잡고 계셨다......... 나는 눈물이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원래가 여기는 의사들이 많이 상주하는 곳이 아니었다.

 

 요양원이고 말하자면 호스피스 병동이지 살아나갈 재기할 사람이었다면 이런 곳에 올일이 없으니까... 아마 뇌사 판정을 하기 위해

 

 

 다른 의사들을 불렀을 것이었다. 그래도 벨 호출에 의사 둘이 올라왔다. 맥박을 체크하더니 잠시 정신을 잃은 거라면서

 

 

 

 옆 병실에 임시로 옮겼다. 그리곤 소용도 없는 수액을 달았다. 간호사가 옷을 갈아 입히려 하기에 내가 만류했다. 간호사는 나를 이상한 낯빛으로

 

 쏘아보았다. 내가 여전히 울고 있어서일수도... 집에서 있다가 뛰져나와 트레이닝복 차림에다가 옷에는 작가님의 피가 묻어 있어서 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내게 자꾸만 여러가지를 물었지만 내가 어느것도 제대로 대답을 못해서 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나도 눈물을 그칠수가 없었다... 간호사는 작가님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생각보다 이마가 깊게 찢어진 듯 긴급 처치로 상처를 지지하는 테이핑을 꼼꼼하게 하고서는 위에 드레싱을 했다..

 

 

 아까 맞은 곳에도 슬슬 멍이 들어있었다.. 간호사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상처를 살폈다...

 

 

 

 옷에 남은 피는 여전했다.... 하지만 아마 옷을 갈아 입히셨다면 내가 아는 작가님이라면 그런 시간 낭비를 하는 사이 자신을 깨웠어야지

 

 하실거 같았다.. 치료가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바로 옆이었다... 하민씨의 숨은 이 와중에도 점점 얕아지고 있겠지...

 

 

 사모님은 언제쯤 오실까? 내가 덜덜 떨고 있을때 , 작가님은 다시 눈을 뜨셨다.. 눈에는 눈물대신 냉정이 어느정도 돌아와 있었다.

 

 처참할 정도의 슬픔과 함께... 작가님은 손으로 팔에 꽃혀있는 수액을 잡아 뽑으셨다. 얼굴에 된 드레싱을 잡아 뜯어 버리시더니

 

 비틀 비틀 .. 내가 아무리 부축하려 해도 나를 뿌리치고 다시 하민씨 옆으로 걸어가셨다.... 그래도 이번엔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셨다.

 

 

 손을 잡고.... 거기에 얼굴을 묻고.... 기도하시듯....... 한참을 되뇌이셨다... 뭐라고 ... 뭐라고..

 

 

 나는 병실에 차마 있을수가 없어 문을 뒤로 닫고 잠시 서 있었다... 멀리서 동이 트고 있었다.....

 

 

 

 이제 곧 하민씨의 어머니가 오시겠지..... 그럼 어떻게 될지 ...... 작가님은 인정하실까? ... 호흡기를 목숨처럼 붙여 놓으려고 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뇌사는 이미.............

 

 

 그까지 생각했을때 내가 생각이 든건 하임씨였다... 전화 상의 목소리로 하임씨도 울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데.... 하임씨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얼마나 피가 말랐을까... 얼마나 ...... 숨이 막혔을까.......

 

 

 

 

 

 그보다 내가 무슨 말을 할수가 있을까?....

 

 

 

 

 작가님은 아무런 말도 단 한마디도 하시지 않으셨다... 하임씨를 데리고 돌아와야 할까? 나는 망설였다.... 아직 작가님을 모시고 온

 

 그 분이 여기에 있었다... 나는 주머니 에서 휴지를 꺼내 내 팔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냈다... 하임씨가 거기에 있으면

 

 괴로운 기억만 늘어날 것이다.... 지금..... 지금은 ......

 

 

 

 

 나는 그 분에게 내려가서 다시 부탁했다... 거기 계시는 분을 , 충분히 쉬시고 서울로 데리고 와 달라고... 아마

 

 내가 말씀드렸다고 하면 쉽지는 않으시겠지만 곧 따라 오실거라고... 집까지 꼭 좀 데려다 주시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아저씨는 난처한 기색이셨지만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알겠노라고.. 걱정말라고.... 선생님 돌아가신 후에

 

 

 그곳의 주인은 도련님이었다고..... 그렇게 할 테니 도련님 곁에 있어달란 부탁을 남기시곤 곧 다시 차에 올라타서 사라지셨다....

 

 

 

 나는 다시 올라가 문 틈으로 작가님을 살펴보았다.... 내가 나섰을때 모습 그대로였다... 다시 울고 계신듯 어깨가 흔들렸지만..

 

 나는 문을 밀어 닫고 그저 복도에 모셔 다 드린 간병인 아주머니 옆에 주저 앉았다... 아주머니는 울며 자책하셨다..

 

 부군께서 접촉사고가 났다고 해서.. 놀라서 전활 받으러 나갔을때 그 일이 일어났다고... 그 전활 받으러 나가는게 아니었다고.....

 

 

 

 

 

 당연히 그 탓이 아니었다. 전화랑 그게 무슨 연관성이 있어서.... 신이 가혹하실 뿐이었다... 가혹하시게도 이제 시작한 연인을

 

 

 

 

 죄책감으로 헤어짐을 생각하게 하셨고... 결단을 망설이는 작가님 대신 결단을 내려준거나 마찬가지였다...

 

 

 신이 작가님을 안다면.. 이래서는 안되었다... 이렇게 가혹할순 없는거다...... 작가님이 그 남자의 일을 알았을때

 

 

 화를 안 내신 순간 나는 많이 불안했다... 마치 정해진 수순이라는 듯 그렇구나 하신게 난 더 맘에 걸렸으니까....

 

 

 그래도 포기를 못할거 같아서... 이번엔 하민씨를 데려가시는 건가?...... 작가님은 하민씨가 살아 계시면 모를까..

 

 

 이제... 끝이 났다고 하임씨에게 향할만한 분이 아니었다... 이젠 더더욱- 더욱.........

 

 

 

 

 

 

 다시 작가님은 혼자였다... 이제는 정말로.... 영원히.........

 

 

 나는 속으로만 신이시어.... 되뇌였다... 당신이 자비의 신이시라면 이러실순 없습니다...

 

 당신이 사랑의 신이시라면... 이렇게 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실순 없어요...

 

 

 

 

 원망의 마음까지 들고 말았다.....

 

 

 

 나는 천천히 간병인 아주머니를 위로했다... 아주머니 탓이 아니라고..... 당연히 아주머니 탓이 아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뜰 테고... 알리고 싶지 않아도 회장님도.... 사모님도.... 이사님도 알게 되실거였다....

 

 작가님은 당연히 직계 가족이 아니니.... 아무런 말도 할수 없으실게 분명했다... 그래서 잠시도 자릴 비우시지 않으실 것이다.

 

 

 

 그 사이에 하민씨를 , 장기기증을 하기로 한다면 보내기로 마음 먹는건 가족의 의사였다.... 호흡기로 유지할수 있는 시간은

 

 아주 조금이었다.... 또, 장기기증 같은 경우는..... 이렇게 말하면 가혹하지만.......

 

 ....... 회생 불가의 뇌사인 경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들....... 할테니까.......

 

 

 

 

 

 복도에 가득한 창으로 빛이 들기 시작하자 , 점점 비참한 마음만이 더 짙어졌다.... 눈에 아직도 지겹지도 않은지 맺힌 눈물을 훔쳤다.

 

 햇살 속의 아침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절망만이 남아 있어 강비서는 다시한번 힘껏 눈물을 훔쳤다.

 

 

 

 

 

 -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울 힘도 남아있지 않았는데도 눈물이 자꾸 흘렀다...

 

 

 

 나는 그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는 자꾸 내게 가서 쉬라고 눈을 붙이라고... 이미 도련님이 돌아 오시기엔

 

 시간이 걸린다면서 나를 설득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수 없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바깥분이 돌아오신건 알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나가셨으니까... 나는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쫓아간다고 한들 뭘 물어야 할지 알수 없었다......

 

 

 그저 눈물이 다시 흘렀을 뿐이다... 아주머니가 돌아 오셔서 천천히 내 짐을 다시 싸 주셨다... 그리곤 이제 돌아가요 바깥사람이 데려다 줄거에요

 

 라고 말하셨다..

 

 

 하지만 난 일어나지 않았다. 대답도 할수 없었다... 그가 돌아올거라고... 돌아와야만 한다고.. 내게 상황 설명을 해줄 거라고

 

 나는 멍청하게 그 생각만을 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났다... 전화기는 침묵만 지켰다...... 한낯이 되었을때

 

 나는 놀라서 일어날수 밖에 없었다. 말도 안되게... 이곳에..... 믿을수 없도록......

 

 

 

 

 

 

 세진이가 왔다....

 

 

 

 

 

 온전한 그의 공간에 세진이가 들어왔다..... 나는 도무지 현실같지 않아 백일몽을 꾸고 있는거 같았다..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 주신거 같았다... 세진이는 나를 보더니 그때처럼 비참하게 얼굴이 구겨졌다..

 

 

 

 

 "세진...아?"

 

 아주 한참만에 한 말이었다. 내 목소리긴 할까? 내가 한 말일까?

 

 내가 그따위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세진이는 말 없이 자신의 머플러를 풀어 내 얼굴을 감싸고 자기 코트를 벗어 내 어깨를 덮고는

 

 아주머니가 주신 내 가방을 들곤 그 답게 아주머니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셨을 뿐이다

 

 

 

 "안갈꺼야-"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내 목에서 나온 말은 울음기가 가득했고 나는 가까스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단호하게 내 어깨를 감싸면서 대답했다.

 

 

 

 "가야 해-"

 

 

 

 "싫어-"

 

 

 

 "지금 그 사람 절대로 못와- "

 

 

 

 

 "뭐?"

 

 

 

 믿을수 없었다... 그가 안온다고? 다시? 이곳에?.....

 

 

 

 

 

 그제야 내 얼굴을 다시 쳐다본 세진이가 말했다.

 

 

 "그 사람이 나보고 가라고 해서 왔어.... 너 지금 집에 갈거야- "

 

 

 

 단호한 대답과 눈에 보이는 슬픔에 나는 처음으로 든 생각이 분노였던거 같다... 내가 차마 화도 못내고 있을때

 

 세진이는 그 답게 인사를 깍듯하게 아주머니에게 하곤 , 앞에 세워둔 본적 없는 차에 나를 밀어넣었다...

 

 

 나는 분노로 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앞까지 나와 나를 쳐다보셨다... 이런 추태 후에... 나는 다시 여기엔

 

 못오겠다는 허망한 생각을 했다.... 세진이는 내 울음소리와 상관 없이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내가 아무리 울어도 묻지도 않고 그저 운전을 했다.... 내 울음소리와 상관 없이 부드럽게 차는 고속도로로 올랐다,

 

 

 나는 내내 악을 썼다, 니가 무슨 권리로 이러냐고... 세진이는 한마디의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울어서 꺽꺽대다 엎어질 지경이 되자 그제야 세진이는 뒷자석으로 휴지를 밀어 주었다......

 

 세진이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건 분노 뿐이었다...

 

 

 

 그 사람이 보냈다고?...... 작약 그 사람이?... 세진이 너를 경계해야 하는거 아니야?.... 그런데 자기 손으로

 

 너를 내게... 그것도 자신만의 공간에 있는 나를 데리고 가라고?......

 

 

 

 내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자 세진이는 그제야 화를 냈다.

 

 백미러로 비춰서 본 모양이었다...

 

 

 "야- 너 그만 안해??? 그만해 제발- 그만좀 하라고.... 이제 나도 다 알았어-

 

 다 알았다고-! 그만해... 니가 지금 아무리 그래도.... 평범한 사람도 지금은 못 와- 절대로....

 

 

 

 그 여자가 죽었어....

 

 그럼 죽었구나 하고 그 사람이 너 데리러 올줄 알았어? 그러게 내가 오는걸 원치 않았으면

 

 그 분이 가자고 했을때 왔어야지 바보 멍청아! 그 취급을 당하고서 거기 주저 앉아서 울면서 그놈 올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

 

 왜 그래 정말!!! "

 

 

 

 세진이의 진심이 담긴 윽박지름에 난 계속 눈물만 날 뿐이었다.. 세진이는 말을 참았었던 듯이 말을 이었다.

 

 

 

 "너 진짜 ..... 내가 알고 있던 거 보다 이거 더 심하잖아..... 이제 아니야.. 그 사람

 

 너 신경쓸 틈 없어... 너도 지금 아니까 우는거잖아.. 그 남자가 너를 놨어... 어떻게 할수 없어서

 

 

 지금 다 놔버렸다고....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하지만 이건 사랑 아니야 너 지금 하고 있는거 그냥 고집이잖아..

 

 

 너도 알고 있었다며? 그 여자 이제 죽어.... 뇌사면 아주 아주 길면 한달이지만 가족들의 결정에 따라 끝나는 시간은 어떻게 될지 몰라

 

 유서도 없는 젋은 사람이야... 그 사람 한시도 그 쪽에서 떠날수 없어...

 

 너 데리고 가란 이야기?

 

 

 비서가 전화했더라.... 그 남자가 시킨건진 차마 못 물었어 ... 니가 앉아서 안 가려고 하니까 그쪽에서 비서한테 전화했고

 

 

 비서가 나한테 전화했어... 너 일으켜서 어떻게든.......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오피스텔로도 그 남자 안돌아 갈꺼래

 

 

 계속 거기 있을거래... 너 혼자 두지 말고 본가로 데려가든지 하라고 나한테 그 이야기까지 한건 비서야.....

 

 알아들어? "

 

 

 

 나는 자존심이 , 자존감이 와장창 무너지는걸 느꼈다... 내가 거기 남아있는걸 기억한게 강비서님이라고?...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이 꼴로 뵈어야 한단

 

 생각에서도 억장이 무너지는거 같았다.. 도하와 헤어진 후 부모님은 내게 별 말씀 하시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 지금... 부모님을 마주한다면......

 

 

 세진이는 눈을 돌리곤 말을 이었다..

 

 

 

 "부모님한테 니가 뭐랬는지 몰라도 ... 너 잠시 쉬러 갔다가 그냥 돌아온걸로 나는 그정도 아는걸로 말할거야...

 

 니가 컨트롤 못할거 같으면 그 남자 이야기도... 나 할지 몰라..."

 

 

 

 그 말에 나는 꺽꺽대며 소리를 질렀다. 내 목소린 한심했다.. 듣기 싫고 이성을 잃은 목소리였다.

 

 세진이 앞에서도 처음 보이는 추태였다...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화나도 난 이런 소릴 낸 적은 없었다.

 

 혼자서 계속 드는 생각은' 바닥이다' 여기가 '바닥' 이다 더 내려 갈 곳 없어.. 더 슬퍼질 수도 없을꺼야...

 

 죽을거 같다..... 슬퍼서 죽는다는게 가능하다면 나는 지금 죽을것 같아....

 

 

 "니가 뭔데! 니가 뭔데 그래!!"

 

 

 

 "내가 니 친구고 너를 사랑하는 남자니까! 니가 뭐라고 하든 상관 안해 이제- 니가 스스로를 이따위로 대할거면 내가 그렇게

 

 젠틀하게 물러 났을꺼라고 생각해? 내가 너 좋아하는거 짜증나고 싫으면 무시해- 하지만 친구로써 생각해봐

 

 내 말이 맞는지 안맞는지- 너 지금 그 집으론 못가 절대로.... 너 거기서 울면서 곤죽되서 그 남자 오기만 기다리는거

 

 그건 나도 아니라고 봐- 그 남자 거기로 안 돌아갈거래..... 당장은 절대 안올거야.......... 비서한테 몇번이나 확인했어....

 

 어머니 아버지 곁에 있어........ "

 

 

 "싫어"

 

 

 "싫단 말 소용없어 너 안가면 묶어서라도 거기로 갈 거야-"

 

 세진이는 바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나 성인이야- 이런 일은 내가.."

 

 

 감당할수 있다고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은 느낌에 말을 놓쳤다. 세진이는 돌아보지도 않곤 알아챈 듯이 말했다.

 

 

 "됐어... 이제 울지도 마- 감정 낭비야..... 차라리 이성적으로 생각해- 지금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어- 울지 마-"

 

 "........"

 

 

 나는 이를 악물고 울었다... 어제의 일들은 이미 꿈처럼 멀어졌다.. 그의 손을 잡은게 어제였는데.. 어제 우리는 바다에 갔는데...

 

 어제였는데.... 그와 바다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이 나를 향했는데... 그는.... 나를.......

 

 그는 나를.....

 

 그곳에서

 

 몇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는데.........

 

 

 

 나는 다시 엉엉 울었다.. 세진이는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내가 지쳐서 나가 떨어질 때까지

 

 무서운 침묵으로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운전만 했다... 나는 그의 모습만 떠올렸다.... 그 마지막 얼굴

 

 날 돌아보았던... 애원하는 듯... 슬픔에 가득차서.. 다른 이에 의한 슬픔에 가득차서..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얼굴처럼

 

 보였던 그 얼굴.... 다쳤다고 했다... 피가 났다고 했다.... 괜찮았을까.... 나를 다정하게 잡던 손길.... 내 억지에 뒤에서 안아주던 그의

 

 조심스런 태도가.... 그에게 안겼을때 그에게서 나던 향기가......

 

 

 

 나는 너무나 비참했다... 기억은 쉴새없이

 

 반복되었다.. 하민씨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당신은 이제 죽는데.. 아니.. 벌써 그런데.... 내가 그 잠시도

 

 참지 못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세진이를 보낸 시점부터... 만약

 

 강비서님이 세진이를 벌써 알고 있는 상태였다면..... 그리고 그가 말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면..

 

 그는 나를 놓아버릴 생각인 것이다....

 

 

 몇번이나 했던 말.. 당신에게 피해가 갈까봐서 두렵다던 그 이야기가.... 이렇게.........

 

 두렵다고 놓아버리는 거라면...... 그런거라면........ 내가 느꼈던 우리의 사랑은 결국 어떻게 되는 걸까...

 

 비맞는 어린아이처럼... 그 사랑은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울음이 자꾸만 치솟았다.....

 

 

 

 세진이가 본가앞에 차를 멈추었다. 나는 내리지 않으려 버텼지만 세진이는 거의 끌어내다 싶이 나를 끄집어 냈다..

 

 "결국 이야기 할수 밖에 없는 상태를 만든 건 너야... 눈봐- "

 

 

 세진이는 한숨을 쉬며 내게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 자신의 코트를 꽉 입히고는 세진이는 짐을 들고 나를 끌고 본가의 문을 두드렸다.

 

 엄마는 나를 보고 놀란 안색이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눈물을 죽어라 참으며 세진이의 옷을 던지고는

 

 내 방으로 가서 문을 잠궜다. 내 방은 그대로였다... 연 노란색 베게 커버가 씌워진 내 침구도 그대로였다..

 

 나는 그 색에 다시 눈물이 났다... 이젠 소리도 낼수 없었다.. 그저 침대로 잠겨들었다.. 계속 눈물이 났다...

 

 참을수 없었다...... 멋대로 내 방향을 정한 모든이들에게 화가 났지만..... 더 화가 나는건 내 자신이었다.

 

 이토록 상처를 줬는데 이토록 고통스러운데도..

 

 작약 걱정을 하는 내가 너무 미워서....... 작약을 떠올리고 그 사람을 걱정하는 내가 싫어서...

 

 나는 도무지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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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눈물이 떨어지는 멜로 , 어울리지 않는 경쾌… 2017 / 7 / 27 16 0 18992   
182 나는 알고있다 , 하지만 너 조차도 알고 있다. 2017 / 7 / 27 17 0 19064   
181 부드러운 가면 속 숨겨왔던 사실, 벛꽃이 가… 2017 / 7 / 27 17 0 18966   
180 방아쇠에 손을 올리면서 , 남은 미련을 지우… 2017 / 7 / 27 17 0 18890   
179 한마디 한마디 , 잊지 않고 대답해주는 2017 / 7 / 27 17 0 18867   
178 내내 괴롭고 내내 그리워할 사람 2017 / 7 / 26 13 0 18260   
177 곱디 고운 노래가 끝날 즈음 2017 / 7 / 26 17 0 18492   
176 마치 우리는 , 평범한 연인들처럼 - 2017 / 7 / 26 13 0 18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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