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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남은 건 단 이틀 남짓
작성일 : 17-07-27 17:40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1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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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강비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더 말할 것들이 남아 있었기에...

 

 대체 뭐라고 이 사람을 설득해야 할까..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무엇이든 일어날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누구에게나 간절한 소망 한 조각쯤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남자의 이야기를 작가님께 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남들처럼 좀 쉬운 만남과 사랑을 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말이 절로 나올것만 같았다. 그 남자는 하임씨는 강하니까

 

 이겨 낼수 있을 꺼라고 이야기 했단 말을 ....

 

 

 

 강비서는 차마 전할수 없었다... 작가님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나도 특별한 사람이었다.

 

 어쩔수 없이 끌리우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걸 자신도 모르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불가항력이라는 것을......

 

 

 

 

 자신은, 그 동안 하임씨를 조금은 알게되었다-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임씨라면... 순순히...

 

 

 작가님을 포기할것 같지 않았다..... 작가님은 그런 생각을 품으셨지만... 자신이 너무나 해롭다고 생각하여

 

 도망치는 비겁함까지도 감당하실 자신이 있다는 듯... 마지 못해 내게 부탁하셨지만...

 

 

 

 

 지혁은 강비서가 생각에 빠져 대답이 없자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의아할 정도로 힘이 없는 목소리... 작가님을 도울 방법은 이제 없는것만 같이 느껴진다.

 

 

 "우선 ..... 문자 보내... 혹시 다른 이야기 하시면... 그럼 내가 전화할게...... 여기 오니까.....

 

 진짜 ..... 가기 싫다...우습지? 여기 숨어 있어 봤자인데... 어디를 간다고 해도.. 이미 아버지와 형 손바닥 안이거든 솔직하게..."

 

 

 

 말하는 사이에 숨 막히는 .... 이상하게 쉬고 있는데도 꽉 숨이 막히는

 

 내쉬는 숨의 템포가 가슴이 쓰리다.

 

 

 

 "여기있으면 다 피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다 잊을수 있을지 않을까 다 피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이 들었어.......

 

 

 

 하민이 괜찮은지 한번 체크해... 꽃은 보내도록 해 놨지만... 아마 전체적으로 체크하는 시기가 이쯤일꺼야..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봐"

 

 

 

 

 강비서는 작가님의 심정을 이해할것 같으면서도 조금 이해 할수 없기도 했다.

 

 여전히 하민씨를 챙기시는 작가님을 완전히 이해 할순 없었다. 그냥 다 끊어낼수 없는 그 마음이 , 그 사랑이

 

 강비서의 소견으로는 그저 무거워 보이기만 했다... 짐처럼만 보였다. 오로지 죄책감이라곤 말할수 없는 감정일 테니까-

 

 

 두 사람의 사랑이 완전히 끝난적이 없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비서는 지혁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 남자, 자신에게 생긋 웃으며 그 말을 했던 그 , 다소 승리감을 만끽하고 있는 듯 보였던 그 남자에게 하임씨를 보내지 않았으면 했다...

 

 하임에겐 가혹할지 몰라도 작가님을 하임씨가 더 이해할수 있기를 바랬다.

 

 

 

 지금 하민씨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상태이니까.......

 

 

 

 

 

 고통은 살아 있다는 증거라지만... 여기서 가장 고통스런 사람은 작가님이란 생각이 머릴 떠나지 않았으니까.....

 

 

 살아 있다는 건 다른걸로도 느낄수 있잖아.. 그게 굳이 고통일 필요는 없잖아.. 언제나 고통이었다면 좀 다른것이면 안될까?

 

 

 

 여기 있으면 다 피할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님의 쓸쓸한 목소리.. 강비서는 마음이 아렸다.

 

 더 안타까운건 피할수 없다는건 나보다- 하임씨보다 , 작가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신다는 거다... 회장님은 당장은

 

 아들이 위태로워서라도 기다리고 계신것 같지만... 주주들을 만나면 아마 회장님도 압박이 들어 오실것이다. 그러면

 

 그 압박은 곧 작가님에게 올 테고.... 작가님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아킬레스건을 쥘수 밖에 없으실 테고......

 

 

 그건 딱 둘이다. 이제 작가님은 약점이 늘어나신거나 마찬가지셨다.

 

 

 

 

 "네 작가님.. 다 알아보고- 천천히 연락 드릴게요- 좀 쉬세요 쉬시러 간 거잖아요- 마음껏 즐기세요 다른 생각마시구요-"

 

 

 

 

 내가 할수 있는 말이라곤 이게 다였다. 잠시든 어쨌든 다 잊고 행복하기를 바랐기에 그렇게라도 말했다.

 

 강비서는 전화 너머의 지혁이 살짝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숨처럼 내쉬는 웃음

 

 

 거기에 매달린 숨의 간격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런걸 조절할줄 아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작가님 하나가 유일할 것이다.

 

 

 

 

 

 "그래.. 그럴께... "

 

 

 

 작가님이 무시무시하게 화를 낼거라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들켰다는 사실에 그저 탄식하실 뿐 별로 놀라시도 않으셨다.

 

 

 왜일까, 전이었다면 아니, 조금만 정신이 있으셨다면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하면 어쩌냐고 화라도 내셨을 텐데.. 마치 그 남자가

 

 안게 다행이라는 듯이 말을 끝맺으셨다. 차라리 화 내시는게 나을뻔 했다.길길이 뛰기라도 했으면.... 그게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요즘들어서 매번 하는 생각이다. 차라리 예전처럼 들들 볶이는 게... 이상한 요구를 들어주려 동분 서주하는게.....

 

 훨씬... 몸은 고될지언정 마음은 한 없이 편할수 있었을 텐데...

 

 

 복잡한 사정따위 남이나 알으라 하고 나는 막 , 욕이나 하면서 평화롭게 있을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강비서는 한숨을 내 쉬었다.

 

 

 

 주머니 속에서 , 자신의 홍차 잔에서 건져온 메모리 카드를 바라본다. 딱딱한 메모리 카드.... 그 안에 담긴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상하게 부드러운 인상의 , 어쩔수 없이 하임씨와 잘 어울리는 그 남자.....

 

 

 창 밖에는 진눈깨비가 날리우고 있었다. 서울의 하늘에 날리우는 진눈깨비는 눈보단 음울하고 비보단 가벼워

 

 무게감 있게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강비서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비던 눈이던 오고 있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척이나 막히리라 생각했다. 바람에 날리지 않을 만큼은 무거우면서

 

 땅으로 곧장 떨어질 만큼 많이 무겁지는 않았다. 한참을 밖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상황을 생각했다.

 

 작가님에게 용기를 주고자 아직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다는 알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건 자기 자신에게 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일이 생겨났을때 해결하는게 자신과 작가님이었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라고

 

 

 불안해 하기엔 인생은 너무나도 고단했다. 우선은 일어나는 일만- 혹은 가능성 있게 움직이는 일만.....

 

 

 창밖의 눈은 이제 더 짙어져 바람결에 살짝살짝 날리웠다. 강비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복잡한 마음을 다 잡으며 밑으로 내려서자 장하임은 아까전과 똑 같이 앉아 있었다. 내가 일어서기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왠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은은히 불빛이 비치우는 그녀는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누구였어요?"

 

 

 "강비서-"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임은 싱겁다는 듯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내게 말을 한다.

 

 

 

 

 "강비서님이랑 통화 할 것 같았으면 옆에 앉아서 해도 상관 없었는데요-"

 

 나는 솔직함에 한계를 느끼고- 씩 웃으며 대꾸했다.

 

 

 

 "여긴 우리만 있었으면 좋겠어서-.. 책 문제.. 여러가지 문제에서 뚝 떨어져서.. 우리만-... "

 

 

 그 뻔한 거짓말에 장하임이 웃었다.

 

 

 "여긴 그럼 섬 같은 곳이네요?"

 

 

 

 "그렇지-"

 

 

 

 내가 그 말을 알아듣는 그녀가 영특하여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녀는 내 손을 따스하게 잡았다. 여기가 정말 섬이라면 좋을텐데- 진짜 섬이라면 내가 당신을 잃을까 걱정하는 일은 없을텐데

 

 

 여긴 불행하게도 섬이 아니다. 그녀는 내 목덜미에 코를 묻고는 따스하고 조그마한 숨으로 나를 간지럽힌다.

 

 

 내가 웃는다. 숨이 나와서 웃는 내 목소리는 내 귀에도 낯설만큼 어색하게 들리운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내가 얼마나 웃었던가..

 

 그런데도 아직 소리가 나는 웃음은 어색하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 이상하죠? 난 늘 당신이랑 닿아 있으면 .. 남들 다 하는게 신기하고 새롭게.. 완전 새롭게 느껴져요..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일 처럼 느껴지거든요.... "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진중한 눈빛에 나는 되 물었다.

 

 

 "어떤게?"

 

 

 

 그녀의 웃음은 수줍게 빛나온다. 눈 앞에 있는 내가 아찔할 만큼 아름답도록....

 

 

 "당신한테 처음 안겼을 때도 .. 지금도 그런 생각했어요- 당신이 숨을 내 뱉거나 숨을 쉬는걸 느낄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숨을 쉬잖아요? 코로- 숨이 들고- 그 공기는 부드럽게 스며 들었다가- 코로 다시 빠져 나가죠... 그런데.....

 

 

 당신한테 숨이 드는게 너무 특별해요.... , 왜 그럴까요.. ? 당신의 숨이 특별해요...

 

 모든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을테고... 모두가 비슷하게 살아갈텐데...

 

 

 당신만 다른거 같아요-... 별난게 아니라.. 유별난게 아니라.....

 

 

 

 너무나 특별해요- 당신에게 있으면.. 당신과 닿아 있으면.... 숨한줌도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도 그랬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늘 하민이에겐

 

 아끼지 않고 말해주었다. 그녀도 나도..... 세상에서 처음 만난 서로만을 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위해 창조된 존재- 신이 내 인생의 계획에 놓은 최고의 한수라고 믿어서 의심치 않았다.

 

 

 서로의 자리가 아주 , 아주 분명하게 내 마음안에 이미 심어져 있었으니까.

 

 

 

 서로는 잘 맞다 못해, 서로를 언제나 원했다. 딱 맞아떨어지는 깨진 조각처럼 꼭 맞았다.

 

 

 어떻게 된 게 다르게 생각하는 것조차 없을 만큼 서로 에게 빠져 있었다. 서로만을 위한 서로였다.

 

 

 그런데 장하임은 그런 존재는 아니다

 

 

 

 때로는 투닥 거린다. 때로는 장난으로라도 우린 다투는 척 한다. 가끔은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그게 하나도 싫지가 않다.

 

 나와 달라서-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세상을 언제나 그녀만의 방식으로 보고- 그 방식은 언제나 나 보다도 얼마간 다정하다

 

 

 또한 그녀는 원하는게 너무나 없다. 내게 욕심이 없다. 그녀를 열심히 욕심 내는게 나 뿐이라는 생각이 가끔 들 만큼

 

 아주 적은 것 만을 바란다.

 

 

 나와 완전히 같은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나를 구해낸 존재- 아주 오래 아주 많이 아주 아팠던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구했다. 그녀 자신은 용기를 낸 거랬지만 그녀를 친구로 의식하기 전 부터- 그녀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에게

 

 무릎을 꿇고 말을 걸었던 그 순간부터.... 나는 이미 그녀가 구원이었다. 그녀는 내 안에서 이미 빛이 되었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그녀에게 발 맞출 일이라면 뭐든지 해 주고 싶을 만큼..... 하민이와는 맞출것도 없었지만

 

 타협할 것도 내 안에서 어떤것을 깨트리면서 그 사람에게 발 맞춰야 겠단 생각도 할 일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 내가 내 안의

 

 어떤것들을 깨트리는 순간- 손에 엉겨붙은 유리조각들을 내려쳐서 그게 떨어지는 순간들....... 그럴때...........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하면서 내가 그녀에게 발 맞추는 순간- 그 순간이 아름답고 특별하다. 자꾸만 소중해진다.

 

 

 맞춰지는 순간... 그런 순간이 특별하다고는 평생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작은것이든 큰 것이든

 

 자꾸만 맞춰주고 싶어진다. 발 맞추는 즐거움을 알게 한다.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따뜻하고 기민하고 그녀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덧칠해 놓은 나는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거 보다 한참은 좋은 사람이다. 자꾸만 나란 사람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구나 싶어지게 한다.

 

 

 

 나를 좋아지게 한다.그토록 타협이 불가능했던 나와 나를.. 타협하게 한다- 나를 언제나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든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왜 망설이는지- 당신이 얼마나 내게 닿기까지- 몇번이나- 망설이는지-..."

 

 

 

 내게 다가오는 끝이 동그란 그녀의 손가락이 보인다 가느다란 그 손가락의 끝-

 

 

 

 "...."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나를 향해 애틋하게 살짝 웃었다.

 

 

 " 당신은 언제나 책임감이 넘치죠..... 사랑은 같이 했는데 어떻게 책임은 당신만 지려고 해요- 그건 안될 일이잖아요

 

 

 나 당신 많이 사랑해요- "

 

 

 

 

 그녀의 담백한 고백이 마음을 와그작 부서뜨려 버린다.

 

 내 고민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에 잡힌 마른 잎사귀를 부서뜨리듯 마음이 부서진다. 조각나버린다

 

 난 나를 위해 욕심 내지 않는다고 했다.

 

 

 나를 위해 그녀를, 무조건 그녀를 위해 모든것- 손 두쪽 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싹 다 줄수 있는 사람을 고려했다.

 

 그 눈에 담긴 진심을 모를수 없었으니..... 그 남자를 떠올렸는데.....

 

 

 그리고 욕심 내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는데...

 

 

 내내 그래왔는데 , 자꾸만 내게 명분을 만들어 주지 마- 속으로만 항의해 본다. 당신도 나를 원했으니까 나는 그래도 된다고....

 

 당신이 꽃나비인데...

 

 

 당신이 내 손에 내려 앉고 싶었다고- 내 손에 내려 앉아서 당신의 꽃같이 아름다운 색이

 

 내 손에 엉망으로 뭉개진대도 괜찮다고 ,그렇게 믿게 하지마- 무자비한 나를 깨우지 말아- 당신은 나와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맘에 품게 하지마- 당신의 아름다운 색이 내 손에 묻고 당신은 날개가

 

 

 부서질지도 몰라 그대로 평생을 못날게 될지도 몰라.

 

 날개를 잃어서 파르르 떨다 죽었던 그 나비처럼 당신도 내 손에서 자유없이 죽을지도 모르잖아....

 

 

 

 내 충격받은 눈 위로- 그녀는 마치 나를 다 안다는 것 처럼 눈을 얹는다.

 

 

 

 

 

 "당신이 내게 닿길 원하고 있었을때- 나는 언제나 당신보다 , 한뼘쯤 더 손을 뻗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정말로 팔을 쭉 뻗어보인다. 그 가느다란 팔은 아름답다. 그림때문에 붙은 가느다란 근육이

 

 나를 설레이게 한다- 아름다운 선- 나는 그녀를 말 없이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렇게 용감한데, 그녀는 나를 보며 찡긋거리며 웃었다.. 애교있게 구겨지는 미간의 모습이 누가 그려냈기에 이렇게

 

 마음에 담긴단 말인가..

 

 

 어른이 되기전에 이 사람을 만났다면 좋았을뻔 했다.

 

 

 아픔따위 몰라서 , 상처따위 몰라서 , 지워지는 짐이나 무게를 몰라서....

 

 도망칠수 있다고 믿었을때...

 

 

 

 고려할게 많기 전에- 마음껏 뛰어들 맘이 있을때..

 

 뒷감당 따위 남들이 하라 하고 ,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을수 있을때.......

 

 뛰어 들었는데도 이 사람이 다칠까봐 전전 긍긍하는 지금이 아니라-

 

 

 그녀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내게 바짝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얼굴에 감겨오는 그녀의 손가락이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부드럽다. 언제나 내게 손을 더 뻗고 있었다던- 그녀의 손은 내 얼굴에 닿았다.

 

 

 어떤 일이던 - 강비서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달려있던 내 귓가 옆으로 사라진다- 기차의 이명처럼- 멀어져서 바람에 날리운다.

 

 이게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내게 닿아있는, 생명의 온기라곤 없는 내 입술에 맞 닿아있는

 

 뜨겁디 뜨거운 그녀의 , 생명의 온기란 온기는 다 품고 있는 그녀의 입술이 닿고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눈에 아주 많이

 

 힘을 주었다.

 

  그녀가 닿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사실들을 잊는다. 그토록 만류하고 있었던 것들을

 

 그토록 안된다고 말렸던 것들을 , 그녀가 내 입술 위로 꽃바람을 불며 웃었다. 내가 놀라서 살짝 고갤 떼어내자 그녀가 웃었다.

 

 아주 화사하게- 주변을 밝히는 웃음을 지으면서

 

 

 " 사랑해요-"

 

 

 죽어라 마음에 사무치는 한마디였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엔 내 두 손이 맞닿아 있는데- 나는 자꾸만 울것 같았다.

 

 나는 입을 열어서 대답했다.

 

 

 "나도 , 사랑해......"

 

 

 다시 입술이 닿았다. 귓가의 이명들이 멀어져왔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우지 않는다. 귀가 먼 것처럼 눈이 먼 것처럼

 

 

 오로지 그녀의 숨 , 그 뿐이었다.

 

 

 

 

 

 

 -

 

 

 

 하는 일은 아주 나이가 많은 의식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노인의 병간호였다. 여기는 누구나... 아니 모두가 간병인을 쓰고 있었다.

 

 

 

 어떤 사람도 가족은 그저 방문객일 뿐.... 여기는 거대한 ,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지막 공간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붙었다. 내 거짓말은... 물론 그 뱀같아 보이는 여자가 준 이력서였으니 통할수 밖에 없었겠지만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건실한 청년' 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통했다. 학비가 걱정되어서 이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청년- 모두가 나를 아껴 주게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며칠 걸리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런 면은 약아 빠졌다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낯선이를 거부하는 데도 능숙하지만

 

 한번 인상을 좋게 만들면 내 편으로 만들기도 쉽다.

 

 

 스르륵 그져 동화되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된건 '프리패스' 권이나 다름없다. 쓸데없는

 

 적의감은 적을수록 좋으니까.....

 

 

 

 나는 사람 좋은 척 내내 웃었고- 모든 간병인과 이내 친구가 되었다.

 

 

 

 어머니는 내내 약으로만 연명하시다 이제야 제대로 투석을 시작하신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내게 딱 한번

 

 물으셨을 뿐이다. 몹시 피로한 얼굴이었다. 알고 싶다기 보다 두려워서 물으시는 것 같은 표정...

 

 "어디서 이렇게 돈이 났니? "

 

 

 나는 대답하는데 별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죄책감또한 옅어졌기 때문이겠지만.. 거짓말에 능해지는 스스로가 점점 두려워만 졌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요- 늦은 밤에 하는 거라서 페이가 꽤 센 편이네요... "

 

 

 어머니는 더는 묻지 않으셨다. 스스로의 상황이 너무 고단하셨기 때문이리라... 거짓말은 간파하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묻지 않으셨다. 묵인... 그것만으로도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의 힘이 닿지 않는 경제적 상황에서

 

 어머니는 이제는 나를 놓았구나.. 나는 그것을 실감하였다...그게 무엇이든 이제 내려 놓으신 것이다.

 

 

 동생들의 밀려있던 학비와 급식비를 내면서

 

 나는 더 없이 냉정해졌다. 그러려고 애를 쓰고 마음또한 다 하였다.

 

 

 

 

 나는 가장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진 순간은 아주... 순간이었다.

 

 찰나였으나 잊을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있는 병동엔 유난히 식물인간이 많았다. 식물 인간은 어쩔수 없이 모습이 많이 상하노라고 했다.

 

 

 

 보통은 상처도 더디게 낫고... 그리고 뇌사의 단계에선 보통은 장기 기증은 수순처럼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병상엔 또 다른이가

 

 생겼다. 끊임없이 증식되는 것 처럼... 돌아서면 사람이 바뀌어 있곤 했다. 나는 이토록 아프고 아린 이들이 많은 곳은

 

 

 처음 보았다..... 남겨진 사람들은 모두 그럴수 있지 혹은 믿을수 없어 같은 두가지 상반된 반응으로만 이별을 택했다.

 

 

 

 그 여자가 있다고 했던 끝 방의 문은 거의 줄곧 닫겨 있었다. 그 방에 있는 간병인 아주머니를 마주친건 단 3번이었다.

 

 한번은 건조한 인사를 했고 나머지 두번은 잠시간 스쳤을 뿐이다. 다른 간병인들도 입을 모아 말했다. 친해지기 어렵다고

 

 아니 친해지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말을 할 시간도 없이 방으로 돌아가 버린다고들 말했다.

 

 

 그 말투에서는 약간의 고까와 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분명히-

 

 

 

 

 

 그 문의 문턱은 너무나 높아서 나는 한동안은 그 근처로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날 낮이었다.

 

 막 휴식을 취한 뒤였다. 돌아가기 직전의 잠시의 휴식시간이었다. 별 생각 없이 끝에 있는...그 방문 옆의 창가를 향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아주 살짝이지만...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황망히 새어나오는 빛들이 지나치게 환하게 느껴졌다.

 

 

 내가 숨을 멈추기로 한 그 여자의 얼굴이 내 눈에 스치었다. 그 여자는 내가 상상한 것 처럼.. 보아 온 것 처럼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잠 든게 아닌가 싶을 만큼.... 문 틈으로 바라본 그녀는 작은 인형처럼 보였다.

 

 

 

 아주 어린시절 장난감 가게의 쇼윈도에서 마주한 인형처럼- ,

 

 

 빛나고 있던 그 마론인형처럼 호흡기 따위를 끼고 있어도 몹시 아름다웠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웠다. 처음 입금 된 돈으로 나는 어머니의 투석을 했다. 동생들의 생활을 챙겼다. 그러나 저런 사람을 내 손으로

 

 보내겠다곤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창백했으나-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나는 문 틈에 멈춰섰다. 돈을 건냈던 그 여자가 알면 놀랄만큼 오래-.... 내 뺨을 후려칠 만큼 오래-

 

 

 

 

 

 손이 떨렸다.

 

 입이 말랐다.

 

 

 

 

 

 

 그제야 내가 쓴 돈의 가치가 빽빽히 느껴졌다. 어머니의 삶의 댓가- 그리고 내 동생들을 지킨 댓가

 

 돈의 힘이 , 마음속에 가득 퍼져나갔다. 열병같은 죄책감에 숨이 콱 막혔다.

 

 

 

 이미 날짜는 정해져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cctv가 끊기우는 날.... 약속한 날의 약속한 그 시간에 나는 저 여자의 목숨을

 

 가져가야 했다,

 

 

 

 

 내게 돈을 준 그 여자는 수십번도 더 말해 주었다. 저 여자는 식물인간이고.... 내내 코마이고.... 뇌사가 아닐 뿐

 

 일어날수 없는 여자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그러나.....그 여자는 내게 단 한번도 이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내 눈을 의심할만한 이런 사실은 이야기 한적이 없었다...이제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한손에 꼽을 정도의 날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마저도 적은 .. 아주 적은 며칠인데....

 

 

 

 

 저렇게 온힘 다해.... 돌아오고 싶어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는 말 한적 없는데...

 

 

 

 내가 문가에서 실수로 크게 숨을 흘리자 안에 있던 간병인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나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이 병실은 독실이었고 다른 간병인들도 이 아주머니 만큼은 아무도 못 한다는 이야길 이미 들은 바였으니까.... 누구보다 전문가고

 

 부지런하며 단 한개도 놓치지 않노라고-... 어떤걸 써도 내내 누워있기에 진살이나 무른살이 날수밖에 없는 식물인간을

 

 

 단 한곳도 그런일 없게 관리하는 , 대단한 사람이라고 ..... 그 간병인 아주머니는 나를 놀란듯이 쳐다보았다.

 

 인사 한 후였는데도 나를 기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듯 했다..

 

 

 

 

 "*** 호의 간병인 학생이죠?... 문에서 숨소리가 들리기에.."

 

 

 

 아주머니는 생각보다 친절하게 내게 말을 거셨다.

 

 "아... 네... 문이 열려 있어서... 저도 모르게.."

 

 

 나는 황망히 고갤 숙이고 대답하였다. 아주머니는 내 안색을 살짝 살피다가 곧 말을 이으셨다.

 

 

 "놀란것 같네요..."

 

 

 

 "......"

 

 내가 왜 놀란건지 안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사실은 그것 뿐만은 아니지만 나는 그런척 해야 했다...

 

 최선을 다해 시선을 숨겼다.

 

 아주머니는 별 다른 의식 없이 말을 이으셨다.

 

 

 "그렇죠, 마치 잠들어 있는것 처럼 보이죠? 그래요 나도 그런 생각... 가끔 했었어요 몇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생각 않지만요.."

 

 

 

 

 "....."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멍하니 들으며 나는 표정 관리를 하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저 아가씨는 참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거든요.. 모두한테 사랑받는 , 그래서인지 돌아오는데 더 시간이 걸리네요-"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시며 뒤로 문을 살짝 닫았다.

 

 

 "힘들죠?"

 

 

 

 

 "....아..... 네..."

 

 

 아주머니가 말을 하는건 예상 못한 일이었다. 원래도 말이 적다고들 했었으니까..

 

 

 아주머니는 내가 안쓰럽다는 듯이.. 그러나 나를 보지 않고 창 밖을 무연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 앞으론 더 그럴꺼에요... 간병인 일은 , 물론 일 자체도 쉽지 않지만.. 마음을 주면 더 힘들어 지죠.... 그런데도 매번 마음을

 

 얼마간을 줄수 밖에 없죠... 찾아오는 이들을 보고- 지금 당장은 내가 돌보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찾아오고 매번 하는 이야길

 

 들으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감이 와요..... 그리고 끊임없이 옆에 있다보니 .. 정이 들고 말죠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눈적 없다고 해도

 

 정이란게 들어버려요 주의란걸 해도 곧잘 그렇게 되고 말죠.."

 

 

 

 "....."

 

 

 

 "그리고 그때마다.. 알면서도, 익숙할 법도 한대도... 보내는 순간마다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그렇게 되면 언제나 마음아파서 일을

 

 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지니까요...."

 

 

 "....."

 

 

 아주머니는 그제야 내 얼굴을 보셨다. 그러더니 씩 웃으셨다.

 

 

 "곧 이해할수 있을 거에요-"

 

 

 

 그 말을 끝으로 문 너머로 다시 사라지셨다. 나는 그 자리에 황망히 남아서 표정관리를 못한 나 자신을 탓하였다.

 

 

 

 

 그래 놀랐다. 아주 많이... 저런 모습일 꺼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아름다워서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저렇게.... 뭔가 필사적인 힘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 못했다... 생각보다 , 생명의 기운이 가득했다......

 

 

 

 

 그걸 거둬가야 하는 사람이 나라는게.. 쇼크로 다가왔다. 내가 받은 그 손톱만한 유리병에 든 , 묻기도 두려웠던 그 약물.... 그것 몇방울이면

 

 

 

 저 여자는 다시는 돌아 올수 없는 곳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걸 내민 여자는 내게 말했다.

 

 

 

 당장에 부검하지는 아마 않을 거라고.... 그런 말을 내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했다. 그러니까 다음 사망 원인까지는

 

 내가 신경 쓸것 없다고 그저 나는 맡은바 일만 해 주면 되는거라고... 어설픔 동정심을 버리라고 .... 그렇게 말했다.

 

 

 어설픈 동정심... 그랬다. 나는 이제 거부할수 없다. 이까지 온 이상 발뺌할수도 도망갈수도 없다.

 

 

 그 돈으로 난 어머니를 살려야 하고... 그 돈으로 동생들에게 따뜻한 한끼 한끼를 먹여야 한다.

 

 

 

 내가 사라지면..

 

 그 어줍짢은 공정함을 내세우고자 만약 그만둔다면...

 

 지금 여기서 발뺌을 하면 모든 죄를 뒤집어 쓰는건 분명히 내가 될 것이었다. 나만 피해를 보면 상관 없지만.....

 

 남은 어머니도 동생도 안전하다고 보장할수 없었다. 굶게 되는건 당연한 것이고.... 안전조차도....

 

 

 

 나는 어지러워 창 틀을 잡고 기대서야 했다. 그래- 쉬운 일은 아닐꺼라고 몇번이나 망설이고 결정한 일이었다.

 

 

 돌아 나갈 퇴로는 없다.

 

 

 

 저 여자는... 그래 아주머니 말 대로 사랑을 많이 받은 여자일 테지... 저 여자 하나만 희생하면, 단 하나의 희생이면

 

 한번도 제대로 사랑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수는 있다. 우선 나의 어머니도... 순진한 눈망울로 나를 조르는 나의 동생들도...

 

 

 또 나도... 그리고... 그토록 비싼걸 둘렀는데도 눈이 텅 비어 있어서 간절함을 너머 열망을 품은 뱀같은 얼굴의 그 여자에게도 무언가가

 

 

 떨어지겠지.... 나 하나의 일이다.. 죗값을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줄여왔다.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내 죗값은 얼마 없노라고 나는 꾸준히 내 죗값을

 

 

 줄여 왔었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무너졌다. 하지만..............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면 내가 치르면 그만이다.... 지독한 피로감이 묻어 있던 우리 어머니의 미간에... 다시 혈색을 돌려 놓을수만 있다면

 

 내 동생들이 배 곯지 않게.. 남 부럽지 않게 학교 다니게 할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수 있다고 나는 약속했다. 약속하고 스스로 맹세하였다.

 

 

 물러서지 않겠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 다짐한다. 이제는 죗값도 줄이지 않겠다고 그대로.... 감당 하겠다고-....

 

 부주의 한건 이번 한번 뿐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세수를 하고 생긋- 최선을 다해 웃으며 나의 병실로 돌아간다. 내가 돌보는 사람의 손을 닦고 맞고 있는

 

 수액의 방울을 체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싹싹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금 인살 건낸다.

 

 

 

 그리고 맘 속으로 다짐한다. d-2... 남은건 겨우 이틀쯤이다... 아무것도- 아무일도....

 

 

 잘못되지 않았다.

 

 

 

 한명의 희생으로 아주 많은 이를 구할것이다......

 

 

 당신은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나를 지옥으로 보내도 상관없어요

 

 지금, 이미 나는 지옥을 알고 있었으니까... 가난함이라는 끈질긴 지옥을 보았고

 

 그 지옥속에서 울부짖고 울었으니까....

 

 

 

 다시 만난다면 나를 가차없이 지옥으로 보낸다고 해도.. 난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꺼에요-

 

 그러니 괜찮아요..

 

 

 마음으로만 속삭였다. 그래도, 괜찮다고 나는 지옥에 갈 테니까... 망설이지 않을테니까....

 

 

 온 힘을 다해 웃는다- 얼굴의 핏기가 돌아올 때 까지- 옆자리 간병인의 실없는 농담에 크게 웃으며

 

 다시 연기를 한다. 싹싹한 , 건실한 청년이라는 - 내가 맡은 배역을

 

 흔들림 없이-

 

 

 

 

 

 

 -

 

 

 

 

 

 나는 그가 망설이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깊게 입을 맞추었지만 그는 몹시도 자제하고 있었다.

 

 뻣뻣해진 턱이 느껴졌다. 마치 나를 물어 뜯을까봐 조심하는 것 처럼, 이상한 표현이지만....

 

 

 

 

 자제라니.. 이건 그가 대단한 거거나 아니면 내가 걷잡을수 없을만큼 매력이 없단 뜻이다.

 

 그 생각을 하자 나는 왠지 얼굴의 피가 싸악 식는듯 흥이 깨지는건 어쩔수 없었다.

 

 쳇, 남자가 째째하게... 나는 그에게 그런 말을 속으로 하고선 속으로 웃었다... 그의 존재는 내 안에서

 

 너무 - 때론 너무나 완벽해서 어떠한 욕을 해도 내 안의 위치에서의 흔들림따윈 없다.

 

 

 

 사실 그가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 나는 훔쳐 들을까 해서 계단을 두개 정도 올랐다.

 

 

 그러나 계단에서 나는 삐그덕 소리에 내가 더 놀라서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화를 하고 돌아온 그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에 안심했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건데도 마치 그 사실에 몹시 놀랐다는 듯한 얼굴...

 

 

 손이 이렇게 맞닿아 있는데 숨이 바로 옆에서 있는데 어찌나 이 사람은 언제나 멀리 느껴진다.

 

 

 그는 가끔 혼자 중얼거린다.

 

 

 

 아 좋다 아 행복하다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 뜻이 왠지 이대로는 계속 될수 없을것 같다는 불안감을 품게끔 한다.

 

 

 나는 스스로가 용감하다고 까진 생각해 본적 없다. 그를 만나면서 나는 용감해졌다. 먼저 움직이길 원하고 또 곧잘 그리한다.

 

 그의 입맞춤이 부드럽게 떨어지자 나는 그를 꽉 안았다. 몸에라도 새겨두고 싶었다. 이제야 안게 되었는데

 

 

 이제야 따뜻함을 온전히 느끼게 되었는데..... 내가 너무나도 꽉 안자 그는 켁 하면서 장난스럽게 숨을 내 쉬었다.

 

 

 

 따뜻하기는 또 죽어라 따뜻하다. 이렇게 사랑스럽지나 않으면 욕심이나 덜 날텐데...

 

 예전엔 그와 ,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아서 늘 회의할때의 싸늘한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었다.

 

 

 저 사람은 손도 몸도 왠지 얼음처럼 찰 것만 같다고- 깍아지른 듯한 볼도 아마 , 가늘고 기다란 도드라진 뼈가 손등에 드러난 그 손도

 

 다 차가울것만 같았다. 얼음보다 더 싸늘하고 빈공간처럼 느껴질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싸늘하게 느껴졌었는데...

 

 

 

 

 꽉 안아서 맞닿으니 너무나 따뜻하다. 그가 얇은 숨소리를 흘리면서 내 머릴 가볍게 쓰다듬는다. 사람이 이렇게 구석 구석이 다정한줄 알았으면

 

 좀더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건데..

 

 

 지난 시간까지 아까워진다. 부드럽게 귓가에 숨이 든다- 어떤 연애도 안고 있는 시간이 이렇게 좋은적이 있었던가?

 

 안고 있는게 좋아서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 난 키득키득 웃었다. 그제야 그가 몸을 떼려는 듯 살짝 떨어지려 하기에 난

 

 다시 꽉 안았다. 그가 피식 거리며 묻는다.

 

 

 "왜 이래- 이렇게 딱 붙어서-"

 

 

 

 내 목소리는 물색도 없이 진심을 고백한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요-"

 

 "닭살이네 진짜-"

 

 그의 목소리 끝에 달린 웃음이 달콤하다.

 

 "왜 전엔 잘 몰랐을까요- 안고 있는게 이렇게 좋은 일인줄 몰랐었는데..."

 

 내 속삭임에 그가 내게 팔을 감싸 안으며 나를 고쳐서 안는다.

 

 

 "뭐야 예전에 많이 안아 보셨나 보죠? 겁이 없네- 지금 남자친구가 소문에 의하면 질투가 몹시 심하다던데-"

 

 

 그의 이럴때 목소리는 끝이 몹시 까슬거려, 언제나 색다르다-

 

 꽉 안는 힘이 세서 이번엔 내가 켁켁 거린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에 귀엽단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내 간격 안에서 한발짝쯤 물러났으면 했던 전의 연애.. 도하는

 

 나와 그렇게 생활이 끈끈하게 붙어 있었음에도 내게 그렇게 말을 했었다. 언제나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넌 언제나 그랬다고..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내가 애가 탄다. 그가 좀더 나를 자신의 것이라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방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겠다고 영원히 그 곳에서 살겠노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

 

 

 묶으려면 묶었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당신이 목줄을 준다면 기꺼이 그 목줄을 맬지도 모른다- 바보 멍청이처럼-

 

 여자로써의 도도함 따위도 없는 사람처럼-

 

 

 그가 다정하게 묻는다.

 

 

 "안 졸려?"

 

 

 "졸려요-"

 

 

 

 

 그 말에 그가 팔을 살짝 풀고 그제야 우리는 아주 살짝 떨어진다. 그가 내 얼굴을 살핀다-

 

 

 "그럼 가서 자- "

 

 

 

 그가 내 얼굴을 보며 하는 말에 나는 섭섭해 진다. 우리의 시간이 간절한건 나 뿐인듯 해서

 

 

 

 

 "당신이랑 떨어지기 싫단 말이에요-"

 

 

 "..."

 

 

 그가 내 얼굴은 약간 안타 깝단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참만에 그가 끄집어낸 말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순진하고 적어도 그의 입에서 나올거라고 내가 생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 내가 당신이랑 한 공간에 있는 것만 해도 스스로를 얼마나 절제하고 있는지 모를꺼야 당신은"

 

 

 절제라고?

 

 

 

 "그럼 어떻게 해 내가 꽉 막힌 놈인걸- ..."

 

 

 

 부끄럽다는 듯이 내 뱉는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하다.

 

 나는 그의 팔을 꼭 잡고서 그를 놓아주지 않을 생각으로 그를 올려다 본다. 그는 당황했지만 곧 내 머리를

 

 톡 하고는 손으로 쓰다듬는다...

 

 

 

 "왜, 나란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지 않아..? 더 많은걸 줄수도 당신에게 더 많은걸 빼앗을 수도 있잖아...

 

 나를 더 알고 나서-... 당신이 내가 어떤 사람 인줄 알면.... 그러고도 당신이 날 밀쳐내지 않으면... 나도 그럴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아직 당신은 나를 다 몰라- 내가 얼마나 아집이 심하고 고집스런 사람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위태로운지 따위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그의 말을 난 귀여겨 듣지 않았다. 그가 위험하다는 소리는 내게 새로운 소리가 아니었다. 그 말을 하고 있는 그의 입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췄다.

 

 

 "그냥 잠만 자요- 덮칠 생각은 없으니까...그렇게 전전 긍긍하지 마시고! 낯선 방에 덩그러니 누워있기 싫다구요-"

 

 그는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냥 생긋 웃었다. 대체 나를 뭐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싫다 그러면 나도 여자고 자존심이 있는데 당신 순서에 맞추겠다구요-

 

 

 이해는 안가지만 말이에요- 당신은 원래도 어려운 사람이니까......

 

 

 

 "...."

 

 

 그는 내 기대대로 말을 멈추었고 - 그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그의 침대에 누워있는 날 보고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별 말을 하지 않았다는게 말을 하려다 만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말을 삼키는 표정에 가까웠다. 그를 도발하려는 게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건 그의 온기를 느낄수 있는 공간안에 내가 있는것 그것 뿐이었다.

 

 

 

 내가 그에게 등을 지고 눕자 그는 뒤에서 날 살짝 안았다. 꼼지락 거리고 있던 발가락이 그의 발에 닿았다.

 

 나는 피식 웃었고 그도 조용히 숨소리를 냈다. 뒤에서 안아주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만족스럽고

 

 내가 안정감있게 내려 앉았다는 생각이 들다니.. 믿을수 없는 일이었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부드럽고 이젠 내 마음을 지배하다 싶이 하는 깊은 그의 향기가 났다. 짙은 꽃향을 맡으면서 내 팔을 꽉 감싼 팔이

 

 그임을 감사하였다. 내 목덜미에 닿는 숨이 그의 숨임을 감사하였다.

 

 

 그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서 나는 까무룩 잠으로 빠져들었다. 잠결에 그의 팔을 꼭 잡았다.

 

 꿈에서도 내내 놓치고 싶지 않은 팔이었다.

 

 하임이 잠 들고 나서야 지혁이 중얼거렸다.

 

 "이러니 어떻게 욕심이 안나-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보내.... 이렇게 ...

 

 좋은데 어떻게 해.... 그러면서 당신은 왜 이렇게 .........

 

 지독하게도 겁이 없어?.... 당신이 아니야-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 놓고서 돌이킬수 없게 만들고 싶은건.....

 

 ...

 

 나라고"

 

 

 그 중얼거림은 낮게 공기중에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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