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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13 화. 그거 다 뻥이에요. 뻥!
작성일 : 17-07-10 11:50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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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13 화. 그거 다 뻥이예요. 뻥!

 

 

 

 집으로 돌아온 지원은 샤워를 하고 서재로 들어가 노트북을 부팅 시켰다. 내일 세희와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아둬야 했다. 노트북으로 본격적인 정보 수집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레온을 찾으러 거실로 나갔다.

 

 한동안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 레온.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기도 해서 한참을 공을 들여 기분을 조금 풀어둔 상태였다. 항상 그렇지만. 그가 서재에서 일 할 때만큼은 더욱 레온이 있어야 했다.

 

 자신의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 그 온기가 정말 포근했기 때문에.

 

 "레온, 레온~. 나랑 놀자아아~."

 

 "냥 (뭐냐옹)."

 

 "그 전에 나 얘기할 거 있는데..."

 

 지원은 레온을 안고 서재로 가면서 얘기했다.

 

 "나 그 여자랑 매일 저녁 같이 먹기로 했어. 요즘 그 여자를 보고 있으면 막 승부욕이 생겨. 시킨 일이면 일은 그거대로 해내고. 자꾸 종류를 늘려가면서 일을 시켜도 뭐가 됐든 받아주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봐서 자극이 돼. 그러다가 이제는..."

 

 "냥? (이제는 뭐?)"

 

 잠시 뜸을 들이던 지원은 레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얘기했다.

 

 "그 여자의 미소를 보고 싶어졌어. 내 앞에서도 그렇게 웃게 할 거야."

 

 레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 주인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다니! 아예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아니였냥. 뭐, 기특하니까 이번에는 봐 준다냥.

 

 '냥냐앙~ (어떤 미소였는지는 몰라도. 지금 주인의 그 눈빛 마음에 든다냥. 나를 똑바로 쳐다볼 때의 주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냥. 주인의 진심을 빨리 깨달을 수 있게 기도해 줄테니 힘내보라냥!)'

 

 레온은 지원의 품에서 벗어나 책상 위로 폴짝 올라갔다.

 

 "맛있고 좋은 집을 찾아봐야 해.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 중 오늘은 한우 스테이크로 했으니. 내일은 어디로 가볼까? 이제 시작 단계지만. 그 여자와 같이 식사하는 것도 괜찮았어. 내일이 기대 돼."

 

 

 

 

 

 ***

 

 

 

 

 

 씻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세희는 침대에 털썩 누워 레스토랑에서의 일들을 회상했다. 아직은 어색하고 딱딱한 사장과 직원의 관계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처음의 인상처럼 뼛속까지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은 아닌 듯 했다.

 

 웃어주지는 않았지만.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자신의 말을 경청하였고. 센스 있게 대답하기도 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느낀 점인데, 그는 일에 있어서 칼 같고 고집이 센 것일 뿐.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 본 그는 차갑지만은 않았고.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은.. 괜찮은 사람 같았다.

 

 식사 한 번으로 친해진 것도 아니고, 강 사장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가 원한다면 조금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지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세희였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그의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받은 봉투가 떠올랐다. 자신이 처음 받은 야근수당이자, 식사 한 번으로 얻게 된 부당한 보너스.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은 돈은 그저 그녀에게 부담만 줄 뿐이었다.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침대로 다시 돌아와 앉은 그녀는. 조심조심 봉투를 열어 그 안에 있는 돈을 확인해 보았다.

 

 그런 그녀가 꺼내든 것은.

 

 초록색 돈도 아니요. 신사임당의 돈도 아닌.

 

 수표였다.

 

 '헐...'

 

 요즘 같이 돈 벌기 어려운 세상에. 어느 미친 놈이 야근수당으로 100만원을 준단 말인가. 그것도 수표로.

 

 세희는 후다닥 봉투를 원래 받았던 상태로 고이 접어, 내일 출근할 때 들고 갈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돈 벌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하루만에. 식사 한번으로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이 돈은 받으면 안 되는 돈이었다. 비싼 한 끼 얻어먹는 것으로 됐으니. 강 사장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했다.

 

 

 

 

 

 ***

 

 

 

 

 

 딱. 딱. 딱.

 

 회의실에 앉아 임원들의 브리핑을 듣고 있던 지원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천천히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자신이 데려간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던 세희가 떠올랐다. 보통 여자들은 음식을 조금 남기던데. 그녀는 그녀의 몫으로 나온 음식들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지원이 본 여자들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미지를 여성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이었고. 지원의 외모에 훅하여 그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가 세희를 신기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여자들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깨작깨작 먹는 것은 그녀와는 상관없는 세계인 듯 했다.

 

 그렇게 맛있게 먹는 여자는 처음 봤다.

 

 피식-

 

 그가 자신이 웃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동안, 앞에서 브리핑을 하던 김 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세희가 먹는 모습을 떠올리며 어서 빨리 저녁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 들떠서 웃은 거지만. 그를 제외한 회의실의 모든 인물들은 자신들이 또 실수한 것이 있어서 강 사장이 차갑게 웃은 걸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저 사장님.. 혹시 제가 무슨 실수한 거라도 있습니까..?"

 

 김 이사는 자신이 묻고도 얼음 같은 비수가 날아올까 걱정이 되어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이 몇 주 전 변비 탈출을 위해 고생했던 시간들 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무슨 말입니까?"

 

 "네? 방금 사장님께서 갑자기 표정을 바꾸셔서 제가 잘못한 줄 알고.."

 

 김 이사의 부름에 생각 속에서 빠져나온 지원은 날카로운 감으로 회의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던 거지.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회의 재개를 요구했다.

 

 "흠흠! 아닙니다. 계속하시죠."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지원과 그를 따라가는 장 비서를 보던 이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도 표정 변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자신들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업무 지시를 내리던 강 사장이었는데.

 

 웬일인지 오늘 회의에서의 강 사장은 조금 다른 듯 했다.

 

 무슨 일이시지?

 

 그러나. 성 이사는 달랐다.

 

 회의실을 나온 성 이사는 앞서 가던 김 이사를 붙잡은 뒤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자네, 오늘 가슴이 철렁했었지? 허허."

 

 "어휴. 말도 말게. 자네도 아까 사장님 얼굴 봤지 않나. 무슨 폭탄이 날아올까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음에도, 강 사장의 얼음장 같은 말투가 상상된 김 이사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리는지, 팔을 감싸 안고 비벼대었다.

 

 "그런가? 나는 달랐는데?"

 

 김 이사는 자신의 편에서 얘기해 줄 성 이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예상했던 말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성 이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뜻인가?"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사장님을 봐온 세월이 얼만가. 어릴 적에는 항상 후계자 수업 받으시느라 외롭게 지내셨어. 어린 아이가 혼자서 꿋꿋하게 그걸 감당하는 모습이 영 마음에 걸려 내 친구 아들, 현우를 소개해줬지. 그나마 그 녀석과 함께 어울리신 뒤에는 조금 나아지셨는데 여전히. 지금까지도 마음의 벽을 쌓고 계신 분일세. 그런 분이 오늘 회의실에서 처음으로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셨다고. 내 살다 살다 그런 사장님의 표정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은 꿈에도 못 했는데 말이야. 자네는 그 웃음이 자네를 비웃는다거나, 불만의 뜻으로 지으신 걸로 생각할 수 있네만. 오늘 사장님 모습은.. 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성 이사는 그 말을 마치고 며칠 전에 직원용 객실 앞에서 봤었던 세희가 떠올랐다. 밝고 참한 아가씨였다.

 

 그런 아가씨가 강 사장에게 복수하고자 젓갈을 먹였다는 소문을 듣고 반신반의(半信半疑) 했었다. 항상 빈틈없이 살아왔던 강 사장에게 틈이 어디 있어서 젓갈을 대놓고 먹일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세희라는 아가씨 앞에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계를 푸셨다는 뜻인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느라 간만에 심각해진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고. 김 이사는 그런 그가 한 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정말인가? 사장님에 관해서 나보다 더 자세히 아는 자네가 하는 말이라면 괜한 것이 아니겠지. 그렇다면 무슨 일로 사장님이 바뀌신 건가?"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아무리 사장님을 자네보다 조금 더 안다 해도 그런 것까지 속속 안다면 나는 지금 회사에 있을 것이 아니라 돗자리를 폈을 걸세. 껄껄껄."

 

 어느새 성 이사는 평소의 인자하고 장난스러운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앞으로도 사장님께서 그렇게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면 우리 회사 직원들이 훨씬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 텐데. 안 그런가?"

 

 "음. 그렇구먼. 내 얘기 했지 않은가. 올해는 느낌이 좋다고. 사장님께도 봄이 찾아올 기회가 생길 것 같네."

 

 

 

 

 

 ***

 

 

 

 

 

 세희는 그의 차를 타고 그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가 어제 준 봉투를 언제 돌려줘야 하나, 갈등하다 적절한 시기를 못 잡은 그녀는. 사장실에 드나들던 업무 시간을 놓쳐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식당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을 때 말씀드리며 돌려드려야지. 지금 이렇게 차에서 서로 정면만 쳐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마주보고 있을 때 얘기 나누는 것이 더 진심을 전하기에 좋으니.

 

 오늘도 그의 차는 고급스러운 건물 앞에 주차가 되었다.

 

 "오늘은 일식집이에요. 코스 요리 전문점이라서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스시도 있으니 시켜도 괜찮아요."

 

 "네."

 

 식당의 입구로 다가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들이 인사를 하며 맞이해주었다.

 

 한 종업원이 다가와 예약된 방으로 안내해주었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안내해준 곳으로 들어갔다.

 

 "먼저 메뉴판 보도록 해요. 코스가 다양해서.."

 

 메뉴판을 넘겨주는 그를 보며 세희가 올곧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식사 주문 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장님."

 

 그가 분명히 깍듯한 말투는 쓰지 말자고 했는데 또 그새 까먹고 저러는 그녀를 보며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 그의 표정을 본 세희는 아차 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제 집에 가서 사장님께서 주신 야근수당을 확인했어요.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닌 것 같아요."

 

 "뭐가 말이죠?"

 

 "제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돈이 아니면 그 돈은 저에게 돈이 아니라 짐일 뿐이에요. 분명히 저는 야근이라는 이름으로 사장님과 저녁을 먹지만, 사장님께서 사주시는 밥이라서 저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대가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돈은 받지 않는 걸로 할게요."

 

 지원은 그녀가 돈을 되돌려주자,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당황했다. 뭐지? 뭐가 문제야? 자신은 항상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왔고. 대부분 사람이 그런 지원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사전에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세희 씨,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저녁 시간을 저로 인해서 비워두는 세희 씨를 위해 보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끼 식사 정도야 직원인 세희 씨한테 사장으로서 사줄 수도 있는 거죠.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주문해요. 오늘은 안 도와줄거에요."

 

 그녀가 고르기 전까지는 메뉴판을 받아들지 않을 거라는 듯한 단호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지원을 보고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지금의 그는 마치, 토라진 어린 아이 같았다.

 

 "?"

 

 지원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메뉴판을 바로 넘기는 그녀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고를게요. 아까 대충 보니까 코스가 10가지 정도 되는 것 같던데. 제가 전에 얘기했듯이 인생은 복불복이잖아요? 저는 이번에 복불복으로 고를게요. 음.. J 코스로 할게요."

 

 웬일인지 지원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고른 메뉴로 시켜주었다.

 

 지원의 시커먼 속내는 따로 있었다.

 

 이 여자 보게?

 

 인생은 복불복이라.. 예전에 당했던 젓갈의 비릿한 향기가 다시 코 끝에서 살아나는 듯 했다. 자신에게는 젓갈을 먹여놓고, 그녀는 이 식당에서 최고로 비싼 메뉴를 먹겠단다. 고의적인 건지. 맹랑한 건지. 으흠.. 젓갈에 대한 복수로 조금 놀려줘 볼까.

 

 그녀의 말에 반짝하고 반응한 그의 속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세희와의 식사로 긴장되어 있던 마음이 풀어지고. 어느새 짓궂은 남자의 장난끼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차(茶)와 화과자(花果子)를 먹던 지원은 세희를 쳐다보며 즐거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세희 씨."

 

 "네?"

 

 "세희 씨 말대로. 세희 씨가 고른 복불복 메뉴의 맛은 맛있었나요?"

 

 맛있었냐고? 최고였지요.

 

 넣자마자 입에서 살살 녹는 일식 요리는 정말 황홀했다.

 

 "네. 어제도 그렇고. 좋은 저녁 먹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요?"

 

 웬일인지 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ㅁ.. 뭐야. 갑자기 저런 미소는 왜 짓는 건데. 저 남자는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아?'

 

 그의 짙어진 미소를 본 세희는. 조각낸 화과자(花果子)를 수저로 집어 입에 넣으려다가 접시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한 번도 그의 부드러운 표정을 본 적 없는 그녀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사람 홀리는 그의 미소에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본 사람 홀리는 그의 미소는. 그녀가 입사하는 당일, 나 팀장 앞에서 지었던 그 표정으로. 지원은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할 때나 선량한 사람의 영혼을 홀릴 때. 종종 저런 미소를 짓고는 했다.

 

 "그런데. 이거 어떡하죠. 아까 세희 씨가 부담된다고 돈을 돌려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세희 씨가 고른 메뉴는 이 식당에서 제일 비싼 메뉴였어요."

 

 기대한 만큼 그 역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에.

 

 선량한 사람을 홀리기 위해 짓는 그의 미소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

 

 그리고. 이번의 선량한 희생자는, 이세희 되시겠다.

 

 

 

 세희는 그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정지 상태로 있었다. 한 끼로 끝이 나는 일이였다면 이렇게 쩔쩔 매는 일이 없었을 텐데. 매끼 얻어먹는 부담을 덜 느끼고자 빠른 속도로 메뉴판을 훑어본 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기억된 것을 즉흥적으로 고른 메뉴였다.

 

 너무 빨리 머릿속에 메뉴와 가격을 집어넣느라 정보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여버렸나 보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만화에서 캐릭터들이 당황하면 나오는 땀줄기들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 내가 얘기해놓고 내가 되레 나한테 당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자신은 이미 돈을 돌려줘서 떳떳했고. 밥도 강 사장이 사준다고 한 거였고. 그녀가 원하는 메뉴를 아무 말 없이 시켜준 것도 강 사장이니 자신은 당당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괜찮아! 괜찮..겠지? 아마...

 

 도박이다!

 

 잔소리를 듣거나 이 상황을 넘어가거나!

 

 "그랬어요? 우와~ 제가 찍는 능력 하나 끝내주나 봐요. 어쩐지, 음식 종류도 몇 개 더 있고 맛도 좋더라구요."

 

 그녀는 한 술 더떠서, 조금은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원은 속으로 키득거렸다. 역시나. 절대 자신에게 지는 법이 없다. 잠시 당황하는 것 같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더 뻔뻔하게 나왔다. 자신이 시킨 일들을 처리할 때부터 그녀의 성향은 대충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하며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왠지.. 유쾌하고 즐거웠다.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는 여세를 몰아. 그는 그녀에게 아까 회의 때 떠오른 궁금증을 풀고자 했다.

 

 "최고의 메뉴를 맛있게 먹었다니 오늘도 성공이네요. 그나저나 나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물어봐도 되나요?"

 

 '성공? 뭘 성공했다는 거지?'

 

 뭐긴 뭐겠어. 세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 홀린 뒤 그녀의 맑은 미소를 보려는 계획의 성공이지!

 

 "네. 말씀하세요."

 

 순진한 양, 세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인간의 탈을 쓴 늑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그에게 답해주고자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세희 씨 몫으로 나온 음식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던데. 왜 그런가요?"

 

 왜라니?!

 

 이건 당연한 것이었다. 옛날부터 음식을 남기거나, 음식에 못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이 있었으니. 자신은 음식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 뿐이었다.

 

 이 남자는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걸까?

 

 음? 혹시.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여자들처럼. 그런 식성만 보고 살아서 그 여자들처럼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럴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런 걸로 모든 여자들을 일반화 시키면 섭하지!

 

 "음식을 남기는 건 음식과 요리하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아! 사장님은 주변에 음식을 깨작깨작 먹는 여자들만 있어서 그러실 수도 있는데. 그거 다 뻥이에요. 뻥! 남기면 무슨 상이라도 주나요? 혹시라도 사장님 앞에서 그런 여자가 있었다면 그거 다 이미지 관리에요! 사장님은 모르시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조사 자료 하나 만들어 보세요."

 

 "무슨 자료 말이죠?"

 

 "여자들이 얼마나 잘 먹는데요! 주위에 있는 제 친구들만 봐도 그렇고. 인터넷에 조금만 뒤져보면 여자들은 식사는 기본이고. 디저트에 커피, 빙수, 아이스크림 등등. 한 끼에 먹는 음식의 종류만 해도 몇 가지인지 상상할 수도 없으실 걸요!"

 

 얘기하다보니, 지원이 알고 있는 여자들이 먹다 남긴 음식의 입장이 되어 감정 이입을 한 그녀는 잠시 흥분한 것을 알아채고 헉! 하면서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

 

 아무 말 없이 허공을 쳐다보며 가만히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의 방금 전 말들을 엄청 후회했다.

 

 그녀의 진짜 성격 중 하나가 욱하거나 흥분하면 화끈한 돌직구가 튀어나온다는 사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재희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지원은 그녀의 솔직한 내면을 튀어나오게 하는 힘이 있었다.

 

 '으아아~. 내가 진짜 미쳤다고 성격대로 막 얘기하면 어쩌자는 거니. 미쳤어! 미쳤어!'

 

 지원은 솔직하고 화끈한 그녀의 화법에 놀라, 잠시 말이 없었던 것 뿐이었지만.

 

 그들은 눈치 채지 못 했다.

 

 세희로 인해. 그들의 저녁 식사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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