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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6 화. 복수의 까나리
작성일 : 17-07-06 11:55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6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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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6 화. 복수의 까나리

 

 

 

 하얗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드레스 룸 안에서 출근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 남자, 지원은 거울을 보며 와이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팔과 등 근육.

 

 그리고 그 앞에 자리한 매끈하고 보기 좋은 식스팩과 그 아래에 위치한 치골근이 부드러운 갈색 머리를 가진 그의 날렵한 얼굴과 더불어 남자다움을 부각시켰다.

 

 준비를 마친 뒤, 드레스 룸을 빠져나왔다. 그러고서는 식탁으로 걸어가 작은 통에 담겨있는 미숫가루를 컵에 옮겨 담은 후 물을 붓고, 꿀과 함께 섞어서 마셨다.

 

 지원은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먹고 가기 위해 한 번 먹을 수 있는 분량의 미숫가루를 준비해 놓는다. 외로운 집에서, 정확히는 정(情) 없는 공간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함께하신 식사 자리가 손에 꼽힐 정도로 가족이 단란한 저녁을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

 

 각자 나름대로 사시느라 바쁘신 그의 부모님.

 

 큰 누나와 작은 누나가 항상 그의 곁에 있어줬지만, 부모님께서 채워주셔야 할 부분을 그녀들이 채워 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식사 자리에 함께 하시기를 바라던 어릴 적의 마음을 지워버렸다. 바라면 바랄수록,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이니까.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는.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으신 그의 아버지. 사교계의 사모님들과 어울리며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시는 어머니.

 

 가족들의 사정이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그나마, 큰 누나와 작은 누나가 집에 있었을 때까지는 그녀들 덕분에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로 독립한 그에게, 쓸쓸한 아침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이 그리웠다.

 

 꿀을 넣어 먹은 미숫가루가 오늘따라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그는 씁쓸하게 집 안을 둘러보며 넥타이의 모양을 바로잡았다.

 

 

 

 

 오늘은 협력 회사와 오전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그는 다른 기업인들과는 달리, 사업적으로 필요한 미팅만 잡아서 일을 하지 않는다.

 

 지금 그의 회사와 우호적일지라도, 언제 등을 돌려버릴지 모르고. 지금 경쟁 관계거나 관계 형성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언젠가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현관을 나서려는 그에게 레온이 다가와,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온. 다녀올게. 집 잘 보고 있어.”

 

 “냐옹 (잘 다녀오라옹).”

 

 지원은 그가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갸르릉 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레온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감색의 슈트를 멋지게 소화한 그의 분위기와 달리, 가슴 깊은 곳에 묻혀있던 본질적인 외로움이 그의 얼굴 위로 묻어났다. 숨기고자 했지만, 제 아무리 감정을 비치치 않는 그라도 완벽하게는 불가능했다.

 

 지원이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 비서에게 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는.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떠한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세희는 전 날 밤, 인터넷을 뒤져가며 찾아본 복불복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그의 사장에게 적용할까 하는 고민으로 잠을 설쳤다.

 

 세희는 자리에 앉아, 미영의 부탁으로 기획팀 회의에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위대하신 강 사장의 바다 같은 마음씨 덕분에 심부름과 함께. 기획팀 일도 틈틈이 배워야 하는 처지였다.

 

 강 사장이 언제 그녀를 호출할지 몰라, 기획팀 일을 배우면서 팀장이 부탁한 일을 처리할 때는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여 짧고 빠르게 끝내는 그녀였다. 그녀의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강 사장의 사소한 심부름은 너무 잦았다.

 

 그때.

 

 띠링-

 

 문자가 왔다.

 

 [이세희 씨. 점심 후 회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차를 준비해 놓으세요.]

 

 이건 또 뭐야?!

 

 서류 심부름꾼에 이어서, 차(茶) 배달원으로도 부려 먹으시려구요?

 

 와. 진짜 나 종합 심부름센터 차릴까 보다.

 

 또 늘어난 심부름 종목에 헛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복불복 게임을 실행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회를 봐서 복수를 실행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였다.

 

 

 

 세희는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왔다.

 

 그녀가 사장실에 들어와, 커피를 책상에 올려두기 무섭게. 지원이 들어왔다.

 

 그녀는 보지 못했지만,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사장님. 부탁하신 차 준비해뒀습니다.”

 

 그가 한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뚜벅뚜벅. 천천히 책상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이 세희 씨.”

 

 “네?”

 

 세희는 당황했다. 뭐가 또 문제야?

 

 “처음이시니까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차(茶)를 준비하라고 하거든, 커피를 제외한 범위 내에서 준비해주세요.”

 

 강 회장이 가장 즐겨 찾는 차가 바로 커피였다. 어릴 때부터 신물이 날 정도로 익숙한 커피 향은 지원의 심기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그가 커피에 극도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강 사장의 반응에 당황한 그녀는 깍듯하게 말을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허허. 이제는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조건을 다는 사람이 있네.

 

 

 

 세희는 지원의 책상에서 그를 기다리다 차여버린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사장실을 나서며 커피를 홀짝였다.

 

 맛만 좋구만.

 

 

 

 

 

 ***

 

 

 

 

 

 

 다음 날.

 

 [차 준비해두세요.]

 

 어제 받았던 경고로 세희는 회사 근처에 있는 찻집을 수소문해서 알아두었다. 커피를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 때문에, 주변에서 커피가 아닌 전통 차를 취급하는 가게가 별로 없어서 고생은 좀 했지만.

 

 그녀는 수정과가 담긴 컵을 들고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님. 수정과입니다.”

 

 그는 그녀가 건네준 컵을 받아들고 속에 든 액체를 맛보았다.

 

 “맛있네요.”

 

 ‘내가 얼마나 발품 팔아서 찾아낸 고급 집인데!’

 

 입맛 까다로운 강 사장을 위해 온 동네방네 다 뒤져서 찾아낸 찻집이었다.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가 맛있다는 말보다 더 간절했다. 자신의 노고를 몰라주는 그가 얄미워서 그녀는 보일 듯 말 듯. 입술을 삐죽였다.

 

 지원이 그답지 않게, 누군가가 사주는 뭔가에 대해 어떻다고 직접 평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름 용기도 내봤다.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일은 지원에게 사업 문제가 꼬였을 때보다 더 어려운 것이었다.

 

 장 비서와 그렇게 웃고 떠드는 것처럼 자신과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순진한 호기심이 문득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속을 몰라주고 사장실을 나가 버렸다.

 

 그가 그녀의 사장이고, 그녀에게 계속 사악하게 행동하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원은 세희와 더 자주 마주치며 그녀와 얘기를 나눠 볼 틈을 만들어 보고자 새로운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했다.

 

 차(茶) 준비시키기.

 

 

 

 

 

 ***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된 그의 차(茶) 심부름.

 

 출근 첫날 당했던 황당한 심부름으로 혹사당했던 발을 위하여, 그녀는 사장실에 심부름을 하러 다닐 때, 운동화로 갈아 신고 가볍게 날아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차 심부름까지 더해져서 종목의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운동화로 무장한 그녀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희 씨. 이거.”

 

 “이게 뭐예요?”

 

 기획팀 선배가 작은 종이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원두커피가 낱개 별로 포장되어 있었다.

 

 세희는 팀원들에게 회사 생활 지식과 기획팀 일을 배우면서 그들이 문서 작성에서 까다로워하는 부분들을 봐주고 있었다.

 

 “세희 씨가 나 몇 번 도와줬잖아. 답례로, 사촌이 무역회사 다니는데 이번에 공정무역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했다면서 먹어보라고 많이 가져다줬어. 그거 유기농이야.”

 

 

 

 반짝!

 

 그녀의 머릿속 전구에 불이 켜졌다.

 

 그래. 이거다!

 드디어!

 

 컴퓨터 실력을 위해 갈고닦은 시간을 지금 여기서 보상받게 될 줄이야.

 

 그때.

 

 띠링-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차 준비해서 올라오세요.]

 

 심지어, 그가 그녀를 찾는다.

 

 하늘이 내리신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선배. 고마워요. 선배는 제 은인이에요.”

 

 세희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뒤로하고 사장실로 뛰어갔다.

 

 그게 그렇게 좋은 건가?

 

 앞으로 커피가 생기면 저 불쌍한 후배를 위해 들고 와야겠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

 

 

 

 

 

 달칵.

 

 세희는 장 비서가 알려준 비밀의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리고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컵을 석 잔 준비했다.

 

 달그락-

 

 그녀는 대망의 주인공인 소금과 까나리 액젓을 가방에서 꺼내두었다.

 

 그녀는 이 순간이 오기 전까지, 매일 가방에 소금과 까나리 액젓을 넣어 다녔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이 왜 까나리 액젓을 입에 대자마자 뱉어내며 그 난리를 치는지 궁금했던 세희는. 출근 때 가져가려고 챙겨두었던 가방이 무거워서 조금만 들고 다니기 위해 열었던 까나리 액젓의 향을 맡고 후회했다.

 

 '그럴만하니까 사람들이 난리 치는 거였어!'

 

 자. 이제 얼음처럼 차고 단단한 강 사장은 이걸 마시고 무슨 반응을 보일까.

 

 

 

 

 

 ***

 

 

 

 

 

 “사장님 오늘은 제가 어렵게 구한 원두로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이 세희 씨. 제가 분명...”

 

 “사장님. 사장님께서 커피 안 좋아하시는 거 아는데. 제 정성을 봐서 한 번만 드셔 주시면 안 되는 건가요? 이거 정말 힘들게 구한 겁니다.”

 

 지원은 세희가 준비해 온 커피의 향을 맡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말을 걸었을 때는 안내 기계처럼 딱딱하게 단답형으로 짧게 얘기하고 끝을 내더니. 뭐라 한 마디 하려는 건 어찌 알고 먼저 선수를 치며 할 말을 다한다.

 

 하지만, 세희가 이렇게라도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자신이 계속 말을 건넨 노력의 결과가 틀림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를 향해 날아올 폭탄은 꿈에도 모른 채.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죠.”

 

 

 

 ‘앗싸~!!’

 

 세희는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그래, 사람이 너무 빈틈없이 완벽할 수는 없다. 사장도 결국은 사람이니까. 빈틈을 공략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사람이 너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흥분하다 보면 잠시 착각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그녀가 과연 복수로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이제 저 액체를 마셔주기만 하면...

 

 “그런데. 왜 석 잔이나 준비하신 거죠?”

 

 그가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 말고 그녀를 쳐다보며 물어왔다.

 

 뜨끔.

 

 세희는 속으로 조금 찔렸지만. 임기응변으로 이날을 위해 준비한 계획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여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사장님! 인생은 복불복이에요. 커피 드시는 김에 사장님이 원하시는 걸로 골라서 드세요. 잔마다 원두의 농도가 조금 다르거든요. 아, 냄새나 맛은 먼저 보시면 안 되고. 고르시면 그걸로 끝이에요. 끝!”

 

 

 

 세희가 그에게 밝히지 않은 사실 두 가지.

 

 석 잔에 들어간 원두의 농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한 잔을 제외한 나머지 잔들에는 까나리 액젓과 까나리 액젓에 소금이 섞인 커피가 담겨 있다.

 

 원래는 여러 개의 선택지를 만들어서 그중 몇 개만 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원칙이지만. 처음부터 그녀가 그에게 복수하려고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꽝이 걸릴 확률이 높을수록 그녀에게 유리했다. 확률이 낮으면 재미없지.

 

 “그럼. 세희 씨도 같이하죠. 세희 씨 먼저 고르세요.”

 

 세희와 대화를 조금 나눌 수 있는 것에 기분이 조금 풀린 지원은 그녀에게 먼저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양보했다. 자신의 선택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 지 꿈에도 모른 채.

 

 ‘아뿔싸.’

 

 이것은 생각도 못 했다. 그를 골탕 먹일 생각만 하느라 그를 중심으로 계획을 짠 나머지, 그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호의가 아닌 호의를 베풀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아!

 

 그의 뜬금없는 호의 덕분에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진짜 커피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꽝만 남은 커피 잔들을 둘러보며 강 사장에게 웃어주었다.

 

 승자만이 지을 수 있는 여유로운 미소를.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그녀가 커피 잔을 집어 들자, 지원도 자신이 마실 커피 잔을 골라 집어 들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과 편하게 말을 하고. 환하게 웃어주어서 오후 기분이 좋은 그였다.

 

 인생은 복불복이라니. 어디, 복불복 맛 좀 볼까.

 

 지원은 그녀가 준비해준 분위기에 취해, 습관처럼 하는. 차의 향기를 음미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손에 들린 잔을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3

 

 

 2

 

 

 1

 

 

 !!!!!

 

 

 세희는 날아갈 것 같았다. 드디어 내가 복수를 했구나! 꺅~!!

 

 그녀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공정무역 커피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했다.

 

 오늘은 그녀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최고의 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쿨럭!’

 

 지원은 갈색의 액체를 입에 넣는 순간, 커피라고 생각했던 맛이 아니어서 한 번 놀랐고. 맛도 비리고 짜서 두 번 놀랐다.

 

 마지막에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그녀의 웃음이 어쩐지 미묘했었다.

 

 그때 의심했어야 하는 건데.

 

 그녀와 대화하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처음으로 정신을 놓고 있었다. 까나리의 짜고 독한 향보다 더 짜증나는 것은 너무 쉽게 빈틈을 보인 자신이었다. 지원은 그런 세희를 보며, 보란 듯이 잔속의 액체를 한 번에 다 마셨다.

 

 강렬한 향과 맛 때문에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세희는 그녀가 준 액체를 한 번에 다 삼켜버린 그를 보며 속으로 경악했다. 심지어,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까나리 액젓에 밥숟가락으로 소금 10스푼 넣은 것을... 독한 놈. 미친 놈!’

 

 잠시 훈훈해졌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지원을 중심으로, 사장실 주변의 공기가 얼어버린 듯했다.

 

 이상해진 분위기에, 세희는 당혹감으로 가득 찬 마음을 뒤로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사장실을 나섰다.

 

 이제는 작전상 후퇴할 때이다.

 

 

 

 지원은 죽을 맛이었다. 냄새는 냄새대로 고약하고 속은 소금 폭탄을 맞아서 쓰리고 아팠다. 그는 사장실에 있는 작은 냉장고로 달려가 생수병을 입에 넣고 한참 동안 물을 마셨다.

 

 빨리 빼내지 않으면 자신의 피가 모두 젓갈처럼 변할 것 같았다.

 

 이 세희 씨 두고 봅시다.

 

 자신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린 이 맹랑한 여자에게 다시는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눈에 불꽃을 태우는 지원이었다.

 

 그때.

 

 띠링-

 

 그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오늘 저녁은 집으로 오너라.]

 

 그의 아버지였다.

 

 세희로 인해 타오르던 그의 눈 속의 불꽃이 그 문자로 한 방에 급속도로 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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