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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12 화. 나랑 저녁 먹어요
작성일 : 17-07-10 11:50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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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12 화. 나랑 저녁 먹어요

 

 

 

 지원은 장 비서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식당으로 오는 차 안에서 당당하게 반드시 자신의 앞에서도 세희의 미소가 나오게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K 그룹의 후계자라는 타이틀 덕분에 학창 시절이나 대학생 시절에 한 번도 자신이 남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적이 없었다. 도진처럼 자신에게 말을 거는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자신의 배경을 보고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오는 이들 덕분에 인간관계에서 부족한 것은 없었다.

 

 그랬던 그가, 세희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입장이 됐으니 난처해도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마치,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지내던 아이가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것처럼 이세희라는 사람을 사귀기 위한 자신의 평소 내공이 백지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가 그녀에게만큼은 딱딱한 사장이 아니라, 남들처럼 서로 의지하고 도와두는 멘토-멘티 관계로. 1년 동안 사장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주 마주쳐야 하는 사이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가깝게 지냈으면 했다.

 

 무엇보다, 이런 관계가 성립 되어야 그녀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였다.

 

 

 

 고민 끝에, 식사가 끝나갈 무렵. 지원은 장 비서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우야."

 

 장 비서는 식사를 마무리하다 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원이 외롭게 밥을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된 후로, 항상 식사 시간에 함께했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면서도 줄곧 함께 식사를 해왔다.

 

 평소에 마음 속 얘기나 사소한 잡담 한 마디 잘 나누지 않던 그는 식사 자리에서도 회사 이야기나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그가 웬일인지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렸던 그들이었기에, 지원은 항상 장 비서와 둘이 있을 때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를 알게 되고 처음 듣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현우는 그가 어떤 도움이 필요해서 자신을 저렇게 부르는 것인지 궁금했다.

 

 "네."

 

 "말 편하게 해. 친구로서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응."

 

 "현우야. 내가 친해져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만 생각하면 여태까지 관계를 맺기 위해 취했던 내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져 생각이 안 나. 항상 미래와 사업상 얻게 될 이익을 생각하며 형식적인 관계만 만들어서 그런지. 사람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법을 모르겠다."

 

 현우도 그가 어떤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지원이 말하는 것으로 추측하건대. 지원이 친해지고 싶은 그 사람은 사업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그의 어떠한 이득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사업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어떤 장애물이 그를 가로막아도 그 사람과 친분을 쌓던 그가. 지금처럼 인간관계를 위해 처음으로 이렇게 고민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지원이 보여주는 그가 몰랐던 면은 그와 함께한 시간이 많은 만큼 새롭게 다가왔다.

 

 그 누군가와 친해지면 앞으로 그에게서 새로운 모습들을 더 볼 수 있으려나.

 

 그래서 현우는 그가 처음으로 순수하게 관심을 보인 그 사람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성심을 다하여 답해주었다.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딱딱한 분위기를 풀도록 도와주고 빨리 친해질 수 있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게 있어. 바로. 음식이야. 먹거리를 나눠 먹고 식사도 같이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도 주고받다 보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이 열릴 거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가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해줘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의외로 답은 간단할 때도 있어."

 

 

 

 음식!

 

 음식이나 식사에 관한 것이라면 지원도 사업상의 미팅을 여러 차례 겪고, 다양한 만찬 자리에 나가며 수없이 봐왔던 흔한 풍경이었다.

 

 확실히 서로 마주앉아 딱딱한 분위기에서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했을 때가 더 협상도 잘 되고 분위기도 좋았다.

 

 세희의 웃음을 보기 위해 짜고 있는 계획이라, 진심으로 친해져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되질 않아 진심으로 대하라는 현우의 말을 들으며 그는 속으로 조금 뜨끔했다.

 

 지원은 장 비서의 말을 듣고 음식 하나면 분위기를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이었고. 자만이었다.

 

 

 

 

 

 ***

 

 

 

 

 

 세희는 강 사장의 책상 위에 서류 뭉치들을 낑낑거리며 올려놓고 꾸벅, 인사를 올린 뒤 문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런 그녀를 지원이 붙잡았다.

 

 "세희 씨."

 

 "네?"

 

 "오늘 저녁 시간은 비워두세요."

 

 "그게 무슨.."

 

 "오늘 저녁에는 나랑 같이 가야할 데가 있어요. 야근 수당도 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세희는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가져다 준 서류 뭉치를 뒤적이는 그를 보며 멍하게 있었다. 야근수당..이라니. 그 말은, 세희의 업무에 야근이 추가된다는 선포였다.

 

 

 

 지원은 세희에게 이 말을 꺼내기까지 한참을 고심하고 고심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니 장 비서가 신경이 쓰여서 점심 식사는 포기했다.

 

 항상 장 비서와 식사를 하던 그가 갑자기 오늘부터 당분간 일이 있으니 식사를 같이 못 하겠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기에는, 그들이 함께 알고 지냈던 시간들이 너무 길었고. 자신이 봐도 어설펐다. 장 비서는 평상 시 지원의 일정을 먼저 파악하고 책임지는 인물이었으니.

 

 그래서. 비교적 사람들의 눈길을 덜 끄는 저녁 시간을 선택했는데. 대외적으로는 장 비서에게 새로운 프로젝트 구상을 위해 세희와 함께 외근 나간다고 둘러대면 되니 말이다.

 

 지원은 끝까지 업무라는 가면으로 세희와 함께 할 작정이었지만. 세희가 사내의 영웅으로 등극했다는 것을 절대 모르는 그는 자신의 진심으로. 그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따뜻함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 것이었다.

 

 지원은 세희에 미소로 인해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자신을 눈치 채지 못 했다. 항상 자신의 지시에 따르던 직원들만 봐오던. 회사와 비즈니스를 우선시 하는 친목을 만들어오던 그가, 그녀와 함께 있을 동안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이전까지 쓰던 그녀의 성을 뺀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으니까.

 

 

 

 

 

 ***

 

 

 

 

 

 다른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세희는 가방을 챙겨들고 사장실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이제 막 기획팀 사무실을 나오려던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 통 날아왔다.

 

 띠링~

 

 아, 누구지?

 

 아까 재희 오빠랑 점심 먹으면서 저녁에 먼저 가라고 했는데...

 

 [사장실로 올라오지 말고, 후문 쪽에서 기다리세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어디를 가려고 사람을 후문 쪽으로 불러내는 걸까? 가만. 야근이라면 회사에서 서류 더미에 둘러싸여서 컴퓨터 화면도 들여다보는 그런 거 아닌가? 왜 회사에서 일하시지 않고.. 출장이라는 말씀은 없으셨는데.

 

 강 사장의 행선지가 몹시 궁금한 세희는, 잠시 후. 그가 데려간 장소를 보고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후문으로 내려가 밖에서 강 사장을 기다리던 그녀의 곁으로 검은색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우와. 디자인 장난 아니다.'

 

 지이잉-

 

 세희가 차 외관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세희와 마주 보고 있는 조수석 쪽 창문이 열렸다.

 

 "세희 씨, 타세요."

 

 지원이었다.

 

 "네?"

 

 자신이 정말 이 차를 타도되는 걸까. 속으로 갈등하느라 그녀가 선뜻 차에 오르질 못하자. 지원은 재차 반복하며 차에 타라고 했다.

 

 탁-

 

 "아까 분명 나랑 갈 곳이 있다고 했어요. 당연히 내 차 타고 움직이는 게 맞는데 뭐가 그렇게 불편한가요."

 

 차에 탄 세희가 아직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어깨를 굳힌 채 긴장하고 있자, 그녀의 기분을 눈치 챈 그가 그녀를 보며 대답해주었다.

 

 "아. 알겠습니다. 저기.. 어디로 가는 건지 여쭤봐도 됩니까?"

 

 "가보면 알아요."

 

 세희의 물음에, 그는 그녀 쪽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정면으로 둔 채 부드럽게 얘기했다. 그는 세희가 앉아있는 조수석을 바라보며 안전벨트를 매라고 얘기했다. 그녀가 안전벨트를 완전히 채운 것을 확인한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차를 출발시켰다.

 

 '기분 탓인가. 오늘 사장님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

 

 

 

 

 

 지원과 세희를 태운 고급 승용차가 고급 건물이 즐비한 동네로 들어섰다. 야근이라 길래, K 그룹의 계열사들을 둘러보러 가는 건가 했던 세희는 제 생각과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그의 차 안에서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그러한 그녀의 느낌은 적중했다. 여자의 감이 제일 무섭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느덧, 지원의 차는 어느 건물 앞에 멈추어 섰고. 주차를 완료한 지원은 자리에 앉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세희 쪽으로 다가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세희는 내리면서 그녀가 발을 딛고 있는 동네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동네였다. 언제 한번 본적이 있는 동네였는데, 그때 이 동네를 소개하던 잡지와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부자동네라는 수식어를 빼먹지 않았다.

 

 이런 동네에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

 

 으리으리한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원이 어딘가로 세희를 안내했다.

 

 "들어가죠."

 

 그녀가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그와 함께 그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그들이 들어간 곳은 식당이었다.

 

 왜 이런 곳에?!

 

 그들이 입구에 들어오자, 웨이터가 그들에게 다가와 예약 확인을 했고. 지원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웨이터는 그들을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그는 그녀가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준 뒤, 그녀의 등이 의자의 등받이에 닿을 수 있게 의자를 밀어주었다.

 

 그가 세희에게 제안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처음이었지. 그녀를, 아니. 여성을 에스코트 하고 배려하는 행동은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어릴 때 받았던 후계자 수업 중, 예절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배운 여성을 위한 기본 매너들.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써본 것이 다였지만 그때 익혀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비록, 웃음을 보겠다는 유치한 목표였지만. 진심을 다해 그녀가 좋아해줬으면 하는 음식들이 있을 만한 식당을 정성껏 알아보고. 몸에 밴 매너를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했다는 것이 그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 기분도 나쁘지는 않군.'

 

 그들의 자리 옆에 위치한 탁 트인 야경이 내다보이는 창을 응시하다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는 세희를 본 그의 얼굴에는 아주 잠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다 사라졌다.

 

 '이 여자는 이제 내가 무섭지도 않은가.'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까의 그 미소는 온데간데없는 얼굴로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이런 곳에 세희 씨를 데리고 와서 놀랐나요?"

 

 "네? 네."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는 그녀였기에. 사실대로 얘기했다. 동네도 좋은 동네였고 멋진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이런 고급 식당에 자신이 그와 와야 할 이유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앞으로 저랑 저녁을 같이 먹는 조건으로, 야근 수당을 지급할 테니 따라와 주세요."

 

 "네에에? 아니.. 그렇게 일방적으로 얘기하시면..."

 

 "그래서 야근이잖아요. 야근 수당은 그거대로 받으시고. 밥도 매끼 내가 내는 거니, 부담 갖지 마세요. 나는.. 단지 나랑 세희 씨가 멘토-멘티로 얽힌 이후로 한 번도 이런 자리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다른 직원들은 신입 온다고 준비도 하고 환영 파티도 했다던데. 세희 씨는 아무것도 못 누려봤잖아요. 그거 받는 셈치고, 나랑 매일. 저녁 먹어요."

 

 지원이 신입인 세희를 배려해서 말한 그 말들은 사업가인 그를 위한 신의 한수이자, 그의 진심 어린 제안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얘기할 줄은 몰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서 계속 저녁을 먹고 그녀와 친해질 계기를 만들까, 속으로 엄청 고민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술술 얘기하게 되었다.

 

 아까 자신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그녀의 얼굴을 보고, 긴장이 조금 풀렸나.

 

 신의 한수가 괜히 신의 한수가 아니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고 나서도 한참을 '왜?' 또는 '사장님이 저러시면 엄청 부담스러워. 혹시 전에 있었던 그 일에 대한 복수인가?' 라는 등의 온갖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원의 부드러운 그 말 하나로 그녀의 고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상을 밝게, 최대한 쿨하고 단순하게 살려는 그녀였기에. 신입인 자신을 배려하는 지원의 마음이면 충분했다.

 

 세희는 몰랐다.

 

 자신이 조금씩 그와 얽히기 시작했음을.

 

 훗날의 그녀는 후회했다.

 

 늦게 불장난을 시작한 늑대는 무서운 법이었다!

 

 

 

 "아. 그러셨습니까?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다 좋은데, 식사할 때만큼은 그 깍듯한 말투는 안 썼으면 해요. 남들은 식사할 때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밥 먹는다는데. 식사 할 동안은 나도 그렇고, 세희 씨도 그렇고. 안 그러는 걸로 해요. 회사에서도 안 그러시면 더 좋구요. 1년 동안 우리 잘 지내야 하잖아요."

 

 좋은 분위기를 만들며 잘 지내보자는 그의 말에, 세상 단순하게 사는 그녀의 긴장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네. 그럴게요."

 

 "드시고 싶은 거 고르세요."

 

 그가 내미는 메뉴판을 받아든 그녀는 뭘 먹을지 고민하며 메뉴판을 펼쳐들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양한 부위 별로 준비된 최고급 한우 스테이크,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화려하고 읽기 어려운 외국어로 표시된 사이드 메뉴들과 와인이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 최고 부자들이 식사를 하는 고급 식당으로.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히 따로 있었다.

 

 '이.. 이게. 0이 도대체 몇 개야.'

 

 아직은 학생 시절의 소비 습관이 몸에 배여 있는, 가난한 인턴사원인 그녀였기에. 눈앞에 두고도 믿기지 않는. 그녀의 기준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을 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무리 야근 수당을 받고 식사도 얻어먹는다지만. 이 가격은 자신에게 너무 터무니없는 숫자였다. 남에게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닌 그녀에게 이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문제는, 고용주에게 끌려온 직원인 입장에서. 그녀가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뛰쳐나가 버린다면. 그녀의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더 심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속에서 욱하려는 것을 누르고 메뉴판에 집중했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음식들을, 이런 곳에는 또 언제 와 보겠는가. 좋게 생각하자!

 

 '일단, 오늘은 사장님이 환영의 뜻으로 사주시는 걸로 생각하고. 앞으로 어떡해야 할 지 고민 해봐야겠다.'

 

 "사장님... 그냥 사장님이 골라주시는 메뉴로 먹을게요."

 

 "아, 그래도 괜찮나요?"

 

 

 

 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문을 위해 웨이터를 부른 그를 쳐다보았다.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악덕 고용주의 행패였고, 짓궂은 어린아이의 철없는 행동 같았지만. 그의 외모만큼은 따라올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원시원하게 자리 잡은 이목구비,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얀 피부와 촉감이 궁금할 정도로 그가 움직일 때미다 살랑거리는 부드러운 저 머릿결. 그리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맑은 눈빛까지.

 

 저런 남자는 어떤 여자를 만날까?

 

 그녀는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내용처럼, 그녀가 아무리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그는 사람들이 다 아는 기업의 사장이고, 돈을 쓰는 규모도 자신의 몇백 배 이상이었다.

 

 게다가. 한국어와 영어가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전부인 그녀와 달리, 그는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는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주문을 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한 듯한 그의 행동에 세희는 괜히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아 보일듯 말듯하게 입술을 삐죽이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까칠하고 성격도 보통이 아닌데, 잘 생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외국어는 왜 저렇게 잘 하는지.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부러워 했다. 그런 그녀의 앞에서 듣기 좋은 중저음으로 능숙하게 불어를 구사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은근히 질투가 났다.

 

 저 남자는 신의 실수로 창조된 피조물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

 

 "세희 씨, 와인 한 잔 어때요?"

 

 그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갑자기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그가 그녀를 쳐다보자, 놀란 그녀는 튀어나온 입술을 쏙 집어넣고 대답했다.

 

 얻어먹는 입장에서 비싼 와인까지 더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준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정중히 거절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또! 식사하는 동안은 즐겁게 가자구요."

 

 지원의 지적에, 세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상태로 그를 쳐다봤다.

 

 

 

 아직은 서툴고 어색한 그들이었기에.

 

 식사하는 간간이 가벼운 말들을 조금씩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세희는 지원의 배려로 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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