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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2 화. 그 여자
작성일 : 17-07-05 17:05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8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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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2화. 그 여자

 

 

 

 “다녀왔습니다.”

 

 “우리 딸, 왔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니 세희의 아버지가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세희의 아버지, 성환은 직업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시느라 집에 못 들어오시는 날이 많았다. 당연히 그가 오늘도 집에 못 오는 줄 알고 있던 그녀는 난감했다. 아까 봤던 강 사장의 싸늘한 경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지금 가장 마주치기 싫은 아버지께서 집에 와 계시다니….

 

 세희가 어릴 적부터 사고 치기 좋아하고 남자들처럼 노는 것이 너무 걱정된 성환은 그녀가 중학생이 되는 해, 그녀의 꿈을 접으면 좋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녀는 그토록 동경하고 원했던 여군이라는 꿈을 기꺼이 접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서. 딸의 몸이 상할까봐 걱정하시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해버린 지금 이 순간, 아버지가 미웠다.

 

 이제 와서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아니셨다면 자기는 지금쯤 여군이 돼서 멋지게 각 잡힌 정복도 입고 군복도 입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시선을 피했다.

 

 “저기…. 세희야? 잘.. 하고 왔어?”

 

 성환이 그녀의 표정을 살피시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라고 딸의 꿈을 접게 했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네. 저 피곤해서 씻고 잠시 눈 좀 붙일게요.”

 

 화장실로 들어가기 위해 등을 돌린 그녀를, 성환이 붙잡았다.

 

 “세희야. 우리 딸. 아빠는 우리 딸이 아빠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남자들만 있는 부대에 껴서 남자들처럼 거칠게 지내고, 힘든 훈련 받으며 고운 피부 다 상하고... 네가 어릴 때 처음으로 구경했던 아빠 근무지에서 여군들을 본 그 순간부터 여군을 동경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딸은 여성스럽고 곱게 자랐으면 해서. 내가 그걸 지켜주고 싶어서. 알지? 아빠가 우리 딸 사랑하는 거.”

 

 세희는 성환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성을 들으며 속으로 한숨 쉬었다. 하아. 알고 있다. 아버지가 자신을 정말 사랑하신다는 것을. 지금 잠시 아버지를 보기 싫을 뿐, 내일이 되면 다시 밝고 씩씩한 원래의 이 세희로 돌아갈 것임을.

 

 하지만. 이유도 없이 처음 보는 사장에게 밑도 끝도 없이 입사 전부터 경고를 받고 씩씩할 수 있는 사회 초년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녀는 눈가에 맺히기 시작하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

 

 “ㅇ.. 응?!”

 

 그녀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던 성환은 딸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ㅇ.. 아버지라니...

 

 세희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어들기 시작하는 것을 아직 눈치 채지 못했다.

 

 철부지 딸이 취업했다고 이제 좀 철이 드나 싶어 감격하며 기대하는 얼굴로 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흑...”

 

 돌아온 대답은, 눈물이었다.

 

 성환은 당황했다. 부대에서 병사들 훈련 때도 딸과 나이가 비슷한 그들의 힘들다는 소리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던 호랑이 교관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세.. 세희야. 왜 그러니.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집을 나서며 자신은 회사에서 1년 후에 꼭 채용하고 싶어 하는 인재라는 소리가 나오게 해주고 말겠다던 당찬 포부를 던지고 간 딸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기 시작하는 모습에, 내가 너무 심했던 걸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줬을 걸 그랬나.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려고 하는 그였다. 딸이 우는 모습은 언제나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아빠...”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자, 감정을 추스른 세희가 성환의 팔을 잡았다.

 

 “그래. 아빠 여기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빠가 알아도 될까?”

 

 “나 어떡해…. 나... 사장한테 찍혔나 봐.”

 

 “......”

 

 순간 머리에 충격을 맞은 듯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예쁜 딸인데 어떤 간 큰 놈이 이렇게 예쁜 내 딸을 울렸지?

 

 성환은 유명한 딸 바보 아빠였다. 딸의 말에 껌뻑 넘어갈 정도로 세희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양자의 입장을 다 따지고 볼 이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지원이 이 상황을 안다면 아마 조금이라도 억울하다 했을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장을 향해 속으로 화를 퍼부었다. 어떤 놈인지. 나중에 걸리기만 해봐라.

 

 “왜? 오늘은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 하러 갔었다며? 정식으로 출근하지 않았는데, 벌써 사장을 만났던 거야? 무슨 실수를 했길래?”

 

 “내가 사장님이 들어오셨을 때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시더니 날 차갑게 쳐다보시면서 경고를 하시는 거야. 완전 무서운 표정으로. 이거 미운털 박힌 거 확실하지? 나 내일부터 어떡해….”

 

 내 딸이 겉으로만 씩씩하고 속은 너무 여려서 자기도 딸을 다루기가 힘이 들어 쩔쩔 매는데, 대답 좀 늦게 했다고 이렇게 소중한 내 딸을 겁줬어?

 

 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행동이 똑바르지 못 했다면 벌을 받거나 상관들의 눈치를 받으면서 지내지만, 상명하복식의 철저한 계급 사회인 군대와는 달리 회사에서는 유연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게다가, 아직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백지 상태나 다름없는 애한테 조곤조곤 한마디 정도만 해주면 될 것을. 사장이나 되는 남자가 고작 그거 하나 가지고? 사내대장부답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하며 그는 말했다.

 

 “무슨 생각을 했길래?”

 

 우선은 더 중요한 사실부터 확인해야 했다. 자신이 제일 경계했던 부분인 ‘그것’을.

 

 “그게…. 사장님이 젊으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슈트까지 잘 어울려서... 신기해가지고...”

 

 

 

 쿵-

 

 계속 해서 이어지는 그녀의 폭탄성 발언에 이번에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아, 내가 어떻게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딸인데.

 

 언젠가 자신의 딸도 남자를 만나고, 연애도 할 날이 올 거라 생각했었다. 미팅이나 소개팅까지는 막을 수 있었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며 만날 수밖에 없는 남자들을 막기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하필, 딸이 처음으로 보게 된 남자가 젊고 잘생긴 사장이라니….

 

 그는 세희 역시 그 나이 또래답게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들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생긴 놈인지 꼭 보고 싶군.

 

 “세희야. 괜찮아. 벌써부터 겁먹으면 어떻게 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 명심해. 초심을 잃지 마! 사장이 그렇게 나오면 너는 너대로 응수해주면 되지. 겁먹지 마. 괜찮아!”

 

 그러면서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사장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울리면 혼내준다면서 자신의 부대로 초대하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그였다.

 

 훌쩍이던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멈추고 그를 봤다. 역시 아빠밖에 없다니까. 기분이 조금 풀어진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씻으러 들어갔다.

 

 

 

 

 

 ***

 

 

 

 

 

 세희와의 짧은 통화를 끝낸 재희는 자리에 앉아 생각에 빠져있었다. 정말 곤란한 상황이 아닌 이상, 아무리 편하게 생각하는 제게라도 쉽게 투정부리는 세희가 아닌데. 마지막 말이 신경이 쓰였다.

 

 미운털이 박히다니…. 정말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자신이 알기로, 오리엔테이션만 간단하게 하고 퇴근하는 일정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팀장님, 퇴근 안 하세요?”

 

 “네? 아…. 이제 해야죠.”

 

 너무 하나의 생각에만 신경을 쏟느라 시계가 퇴근 시간을 지난 것도 몰랐던 그였다.

 

 마침 내일이 주말이라서 그녀도 출근 전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잠깐 만나서 얼굴도 보고 얘기도 들어봐야지. 그리고 또….

 

 양복바지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한참을 꼼지락 꼼지락 만지던 그는,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후아~ 따뜻한 물로 씻고 나니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세희는 하늘색 추리닝 바지와 흰색 면 티로 갈아입고, 머리에 수건을 돌돌 말은 상태로 욕실을 나왔다.

 

 아무리 머리 아프고 가슴 답답한 일이 생기더라도 따뜻한 물에 자신을 맡기고 있으면, 긴장했던 근육이 풀어지면서 머릿속에 있던 걱정거리도 절반으로 그 크기를 줄여버린다.

 

 나쁜 일은 빨리 잊고 즐겁게 살려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래.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자!

 

 긴장과 걱정으로 물들었던 마음이 가라앉자, 노곤함이 밀려와 나른해졌다. 세희는 침대에 앉아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띠리링~.

 

 누구지?

 

 [세희야. 집에 잘 들어갔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내일 만나서 놀까?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내일 오후 6시 어때?]

 

 "아. 재희 오빠다...!"

 

 잠시 잊고 있었다. 사장에게 황당한 대우를 받고 속으로 너무 겁먹은 나머지, 때마침 전화를 준 재희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서 어느 순간 편안해지고 그가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이 익숙해져 버렸다. 너무 그에게 기대면 그가 부담스러워 할 텐데.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오빠 얼굴 부끄러워서 보기 힘들 것 같은데….

 

 오빠가 나 보고 뭐라 그러면 어쩌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침대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생각할 것이 많거나 초조할 때 보이는 습관이었다.

 

 “아! 그러면 되겠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재희에게 답장을 보냈다.

 

 

 

 

 

 ***

 

 

 

 

 

 띠리링~ .

 

 아! 세희로부터 답장이 왔다.

 

 [응^^ 장소는 내가 정해도 되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화덕 피자랑 파스타가 무지 땡겨. 홍대에 정말 맛있고 싸게 하는 집 있는데. OOO. 지하철 1번 출구로 나오면 돼. 여기서 만나! 유명한 데다, 바로 보이는 곳에 있어서 찾기 쉬울 거야.]

 

 우울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문자였다.

 

 그녀의 답장을 기다릴 동안의 시간을 걱정으로 흘려보냈던 재희였다.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세희 뿐이었다. 허탈함에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계속 이렇게 밝기만 하면 문제 있었나 싶었다가도 아닌 것 같아서 괜히 안심되잖아.”

 

 씁쓸했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항상 씩씩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고, 늘 약한 모습이나 부정적인 모습은 경계했다. 넌. 나한테는 조금씩이라도 기대는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은데.

 

 항상 그녀의 옆에서 도와주고 고민을 들어주며 그녀가 자신에게 기댈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그녀는 어떨지 몰라도, 세희는 재희에게 소중한 존재니까. 나름 내 마음을 알 수 있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직도 그렇게 못 믿을만한 놈인가. 하하.

 

 이제.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다.

 

 세희가 대학생 3학년이 되었을 무렵부터, 그녀는 항상 자신을 부러워했었다. 자신도 이제 조금씩 취직할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고. 그런데 취직이 안 될까 봐 무섭다고. 그가 군대에 있을 때, 통화로 아직 가끔 자신의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었다.

 

 

 

 재희는 아버지의 소개로 지금의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꿈이었다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얘기했다.

 

 말이 좋아 꿈이지, 자신도 어떻게 보면 남들이 다 취직하는 곳이라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간 것뿐이었다. 그에게는 이렇다 할 꿈같은 게 없었다.

 

 남들이 가니까 대학에 진학하고, 남들이 하니까 해야 하는 줄 알고 취직을 하고.

 

 하지만.

 

 그는 세희 때문에 취직을 하루빨리 서둘렀다. 취직한 후에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며 일했다. 그녀가 자신을 보면서 힘을 냈으면 했기 때문에.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잘하는 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그때부터 그녀가 예전보다 유난히 신경이 쓰였다. 더 이상 친하게 알고 지내는 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함께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된 만큼 가족 같았다.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친구들과 인터넷을 수소문해서 그녀의 또 다른 특기를 살려줄 만한 기회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K 그룹 공모전.

 

 평가는 다른 사람들의 몫이지만, 그녀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꿈을 100% 쫓을 수 없다면, 그다음으로 자신 있는 부분을 발판으로 삼아 하루라도 빨리 그녀의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취직 했다. 성인이 되었다. 그녀가 당당하고 떳떳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착하고 상냥한 오빠로서가 아닌, 앞으로 계속 그녀의 옆을 지키는. 믿고 기댈 수 있는 남자가 되었으면 한다.

 

 그때부터였지 않을까.

 

 세희가 아는 동생으로서가 아닌, ‘여자’로서 조금씩 자리 잡아 가기 시작한 시간이.

 

 계속 이렇게 너와 친하고 편한 오빠 사이로만 있다가는, 그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들어 널 데리고 가 버릴 것 같다.

 

 

 

 

 

 ***

 

 

 

 

 

 재희는 그녀가 알려준 레스토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녀와 알고 지냈던 자신이 갑자기 돌변해서 다가가면 충분히 부담스러워 할 그녀이기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내가 너의 옆에서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멀리 가더라도 조금 돌아서 가려고 해.’

 

 한참 생각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는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왁!”

 

 

 

 “엇. 깜짝이야. 세희구나.”

 

 세희가 짓궂게 웃으며 그의 등 뒤에서 그를 빼꼼히 올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 사람이 불러도 아는 체 한번 안 해주고.”

 

 하늘색 블라우스에 흰 바지를 입고 온 그녀가 자신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술을 삐죽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음... 네 생각?”

 

 그는 세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감싸 쥔 채 식당 안으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

 

 

 

 

 

 ***

 

 

 

 

 

 “오빠는 뭐 먹고 싶어? 오늘은 취직 기념으로 내가 쏠게!”

 

 예약해 둔 자리에 앉자마자, 들뜬 얼굴로 그에게 질문을 해오는 그녀였다.

 

 기분 탓인가.

 

 널 여자로 보기 시작하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너의 표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왠지 쑥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아냐. 이런 건 원래 선배가 쏘는 거야. 같은 회사 선후배 사이는 아니지만, 취직 먼저 한 선배라고 생각하고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주문해서 먹어도 돼.”

 

 그의 말에, 그녀의 얼굴에는 아까보다 심하게 쑥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지?

 

 “아니야. 아니야. 그냥 내가 오빠 사주고 싶어서 그래.”

 

 

 

 세희는 제 생각과 다르게 재희가 따라와 주지 않자, 속으로 몹시 당황했다. 그를 바라보니 평소와는 달리, 무표정이었다.

 

 항상 재희 오빠는 웃으면서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줬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어제 그 일 때문에 화가 나서 나한테 심술부리는 건가?

 

 “저기, 세희야.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세희는 재희가 화가 나서 따지고 들어오는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사랑스러운 존재를 바라보는 흐뭇함이 그의 입가에 가득했다.

 

 “ㅇ.. 응? 뭐가?”

 

 “너 지금 엄청 쑥스러워하고 있는 거 다 티나.”

 

 어떡해! 그녀는 자신의 표정만 보고 눈치를 챌 정도로 화가 많이 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자. 더 이상 버티려고 해도 얼굴이 화끈 거려서 무리였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면 좀 좋아.

 

 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심에 엄청 찔린 탓이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서 숨고 싶다.

 

 “오빠. 사실은.. 어제 내가 일방적으로 화내고 끊어버려서 미안해. 그 일 때문에 오빠가 화 많이 난 줄 알고 오늘 보자고 한 김에 사과하려고 나온 건데. 지금 오빠 반응 보니까 내가 뜬금없었지? 미안해. 오빠.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내가 사게 해주라.”

 

 

 

 재희는 그의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며 사과를 하느라 고개를 숙인 그녀를 쳐다보았다.

 

 툭 하고 건드리면 무슨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서 한번 찔러본 거였는데.

 

 그녀의 쑥스러워하는 표정과 당황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간질간질 거렸다.

 

 그러다 문득, 개구쟁이 소년처럼 그녀를 놀려 주고 싶은 짓궂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 솔직히 어제 많이 당황했어. 그래서 오늘 너 만나서 맛있ㄴ.."

 

 재희는 마지막 말을 마저 하지 못했다. 자신이 정말 화가 난 걸로 오해한 그녀가 당황해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모습이 정말 귀엽게 보였기 때문이다.

 

 세희는 여전히 자신이 알고 있던 세희가 맞는데.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 순간에 달라진다.

 

 정말... 보면 볼수록 같이 있고 싶다.

 

 재희는 여자로 보기 시작한 세희가 점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남자로서의 욕심과는 별개로.

 

 눈앞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귀여운 아가씨를 두고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그는 결국...

 

 "ㅋ.. 큭. 큭. 하하하."

 

 재희가 자신에게 화를 낼 거라 생각한 그녀는 얌전히 그가 말을 다 하기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자신을 보며 신 나게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뾰루퉁해졌다. 나는 이렇게 진지한데 오빠는 웃긴 건가?

 

 

 

 “세희야. 나 봐. 내 얼굴이 지금 어때 보여?”

 

 뜬금없는 질문을 한 그를 보며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즐거워 보여. 굉장히.”

 

 “그래. 나 지금 너랑 같이 있어서 즐거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솔직히, 아까 네가 한 말 때문에 놀려주려고 했었는데. 역시 난 너한테 못 당하겠다. 네가 당황하니까 못 하겠어. 너한테 맛있는 거 사 주려고 나왔다고 말하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당황하면 어떡하냐.”

 

 그래, 재희는 여전히 세희가 알고 있던 친절하고 푸근한 오빠였다. 괜한 걱정이나 하며 여러 발 앞서 나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

 

 “우씨. 안 그래도 어제 기분 안 좋아서 조금 풀렸나 싶은 사람한테 그렇게 장난치면 어쩌라는 거야. 놀랬잖아.”

 

 “미안. 미안.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더더욱 내가 사는 거다? 사 주고 싶으면 다음에 만날 때 사 줘. 오늘은 처음부터 내가 사려고 생각하고 나온 거니까.”

 

 “응. 약속했다? 다음번에는 꼭 내가 살게.”

 

 “그래.”

 

 그들의 대화를 끝으로,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재희의 물음에. 세희는 좋은 분위기를 깨뜨리기 싫어, 회사에 입사하려는 햇병아리의 투정이라고 얼버무렸다.

 

 이제는 실제로 부딪히면서 이겨낼 것이다. 강 사장이 그녀를 뭐 때문에 그런 표정으로 봤는지 몰라도, 그녀를 쉽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그의 큰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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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 5 화. 악마 사장을 이기기 위한 계획? 2017 / 7 / 6 27 0 7296   
5 제 4 화. 저 놈은 악마다! 2017 / 7 / 6 26 0 6699   
4 제 3 화. 전쟁의 서막 2017 / 7 / 5 34 0 6382   
3 제 2 화. 그 여자 2017 / 7 / 5 32 0 8772   
2 제 1 화. 그 남자 2017 / 7 / 5 61 0 7634   
1 Prologue 2017 / 7 / 5 313 0 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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