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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식에 반하다
작가 : 씨큐씨큐
작품등록일 : 2022.1.4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요식업계 일인자를 꼽으라면 단연 백한식으로 통한다.
백한식은 신이내린 미각과 특출난 미모 덕에 스타덤에 올랐을진데.
그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미각상실이 오고야 말았다!
절대미각을 잃고 언론을 피해 시골로 숨어들어 은둔생활을 시작한 백한식,
동네 중국집 딸내미 정다은에게 그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여기 본격 먹방 로맨스가 시작될지니.
배고픈 자여, 당장 클릭을 멈추라.

 
친구 소개
작성일 : 22-01-26 11:14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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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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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위로 도로록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아내며 다은이 말했다.

 

 “어? 숙수님, 얼굴 빨개요. 어디 아파요?”

 “뭐, 뭐. 아니?”

 

 황급히 얼굴을 가려보지만 저 불타는 얼굴을 가릴 수 있으랴.

 

 ‘너 지금 나랑 사귀는 거 거든?’

 

 머릿속으로 자동 재생되는 자신의 망발에 얼굴에 오른 열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 한식이었다. 다은이 세수하느라 그 말을 못 들었길 바랐지만 정다은은,

 

 “그런데 엄연히 사귀는 건 아니죠. 그냥 계약연애잖아요.”

 

 하며 아무렇지 않은 음성으로 말하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무심히 얼굴에 로션을 찍어 바르고 있다.

 

 ‘뭐야, 꼬봉. 다 들었잖아.’

 

 한식은 애꿎은 양파를 쥐어뜯으며,

 

 “계약이어도 연애는 연애지! 너 그럼 그 기생오래비한테 나랑 연애중이라는 것도 말 안했어?”

 

 하면서 은근슬쩍 다은을 돌아봤다. 다은이 부엌으로 들어와 앞치마를 메었다.

 

 “에에? 동철오빠한테 말해도 되는 거예요?”

 “꼬봉! 너, 너!”

 “?”

 

 급한 마음에 ‘양다리 걸치지 마!’라는 허튼 소리를 뱉을 뻔 했다. 한식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너 서울에 친구 몇이나 있어?”

 “네?”

 “다 소개해. 저 사람이 내 남자다! 저 사람이 내 애인이다! 하고 친구들한테 왜 자랑을 못 해!”

 

 뭔가 어감이 이상했지만, 한식의 얼굴이 무지하게 붉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백한식의 두 눈동자가 너무나 진실 되게 빛났다.

 다은은 그 기묘한 박력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는데.

 

 

 ***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안.

 커피잔을 들어 올리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이는 다름 아닌 최향기였다.

 

 ‘기싸움에서 이겨야 해. 찍어 눌러주겠어!’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은 숱하게 많이 있었다. 그때마다 늘 승기를 붙잡은 것은 최향기였으니.

 오늘의 전쟁에서도 승리하는 것은 꽃상어 최향기 이리라.

 

 “여기.”

 

 카페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훈남을 향해 향기가 손을 들었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상대의 싱긋 휘어지는 눈웃음 보며 향기는 인상을 팍 찌푸렸는데.

 

 “너! 다은이한테는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주변에 얼쩡거리지 좀 마!”

 “글쎄.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

 

 기선제압으로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향기를 향해 신동철이 싱긋 웃어보였다.

 

 “착각하지 말고! 나 이래봬도 너한테 패를 다 까보인 건 아니거든?”

 “아, 그러시구나.”

 

 향기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겁날 법도 한데,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비실비실 비웃기까지 하는게 아닌가.

 

 “뭐야. 웃어? 너 진짜 날 호구로 아는구나?”

 “응.”

 

 훅 들어온 말대답에 향기는 정신이 다 아찔했지만 계속 날카로운 공격으로 넘치는 기백을 선보였으니.

 

 “잘 들어. 내가 이 바닥에서 꽤 한가닥하거든? 너 정도 애들은 한방에 나락으로 미는 수가 있어.”

 “나 정도 애들?”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 저 웃음을 멈춰야만 한다. 향기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탕 내려 쳤다.

 

 “너 같이 얼굴만 믿고 순진한 여자 톡톡 건들고, 돈 좀 되겠다 싶으면 꼬셔가면서 나대는 그런 부류. 뻔하잖아?”

 “…너 은근히 날 호구로 알았구나?”

 “뭐?”

 

 동철이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향기를 똑바로 응시했다.

 

 “수수한 차림에 지나치게 비싼 향수가 이상하다 했지? 요리한다는 사람이 손톱관리 받는 것도 우스운데 말이야.”

 “….”

 

 최향기가 테이블 위에 올렸던 손을 무릎으로 가져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투리보다 서울말이 편한걸 보니 시골출신은 아닌 것 같고, 당연히 은행원도 아니었던 것 같고. 그런 식으로 공감대 형성하면서 다은이한테 접근하는 거, 좀 뻔하지 않나?”

 “….”

 

 향기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은이가 누구랑 연애하는지 나는 알지도 못 했거든. 아무래도 돈 냄새 맡고 다니는 건 내가 아니라 그쪽 같은데.”

 “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눈싸움이 불꽃을 일으켰는데.

 

 “방송국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사람이면 답이 뻔하잖아. 나한테 패 다 까보인 거 맞는데?”

 “!”

 

 순간적으로 향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제 기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꽃상어 최향기가 …지다니.

 

 “이봐, 서울 아가씨. 우리 애봉리에선 이웃사촌이 그냥 말로만 사촌이 아니거든.”

 “그래서? 우리 순진한 다은이 꼬시기라도 하겠다는거야?”

 

 다 져버린 판에서 남는 것은 악 뿐이 없었다. 향기는 도끼눈을 하고 매섭게 쏘아대 보지만. 그 말이 도화선이 되어 동철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이야기가 왜 자꾸 그렇게 흐르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우리 순진한 다은이’라고 운운하는 게 우습네.”

 “핵심을 못 짚나본데 너 백한식한테 게임 안 되거든? 그만 떨어지라고.”

 “그러니까 왜 자꾸….”

 “다은이 임신했어.”

 “!”

 

 유도로 치면 한판승이었다. 최향기의 폭탄발언이 동철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최향기가 남은 자존심을 그러모으며 투혼을 불태웠다.

 

 ‘지금이야. 흐름을 다시 끌어와야 해.’

 

 상대가 모르는 정보를 뿌리며 다시 형세를 모는 전법. 일명 떡밥 병술이었다.

 

 “임산부 데리고 사랑놀음 하지 말고, 조용히 사라져 줬으면 해.”

 “아, 이제 알겠다.”

 

 불현 신동철이 베시시 웃었는데.

 

 “네가 그 기자 맞지? 단독기사 터뜨렸다가 허위사실이라고 망신당했던.”

 “하….”

 

 향기가 이마를 짚었으니.

 

 ‘이제 다 틀려먹었다.’

 

 꽃상어 최향기가 백기를 든 것이다. 동철이 고개를 까딱하더니 빙그레 미소지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방송국에서 나보고 친오빠 행세를 하라던 게 너무 이상했다고. 뭐, 너도 나름 다은이 위한다고 알짱대는 것 같으니까.”

 “?”

 

 한국말을 하고 있지만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겠는 것은 왜 일까. 향기는 혼란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일단 덮어 두자고. 네 정체가 뭐든.”

 “….”

 

 동철이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 것은 마치 휴전 협상의 제의 같은 장면이지 않은가.

 

 ‘이러려고 이 자리에 온 게 아닌데….’

 

 향기는 인상을 쓰며 그 손을 노려보다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오른손을 내밀어 맞잡았고. 동철의 하얀 얼굴에 부드러운 눈웃음이 피었다.

 

 

 ***

 

 

 잘 꾸며진 근사한 고급 한식 레스토랑. 백한식은 일주일 내내 직원들을 닦달해가며 구석구석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가게를 살뜰하게 꾸미는데 온 힘을 썼다.

 이제는 대기업의 자회사로 분류되는 한식의 프랜차이즈 본점이었다. 늘 손님으로 붐비는 이 곳을 날 잡아 비우더니, 개인일정으로 쓰겠다는 억지를 부렸던 한식이었다.

 기어코 예약손님을 받지 말라고 하더니 직원들은 전원 출근해서 최상품의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터. 적잖은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어쩌랴. 백한식이 사장인 것을.

 직원들은 레스토랑 입구에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 같은 문구를 내걸고 싶은 마음이었다. 백한식은 아침부터 직원들을 줄 세워두고 오늘의 특별 만찬 순서를 확인시키고 또 확인시켰는데.

 이거야 말로 고문 아니던가. 아무래도 그 대단하신 여자친구가 저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계속 서 있어야 할 것 같은 예감에, 다들 죽상이었다.

 

 “오늘 같은 날, 백한식의 위상을 느끼기 딱 좋지.”

 

 상큼하게 웃으며 이마를 쓸어올 리는 동작이 여느 CF 광고와도 같았다. 누구라도 백한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법.

 이 참에 꼬봉의 기도 세워주고, 방송에서 오빠 행세를 하던 건방진 녀석의 기도 눌러줄 야무진 계획이었으니.

 

 - 달캉.

 

 마침내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고.

 

 - 또각또각.

 

 경쾌한 하이힐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검은 선글라스. 붉은 립스틱.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는 누구라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미인이었다.

 백한식의 여자라면 응당 저렇게 화려한 미인일 터. 줄줄이 서있던 직원 중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외쳤고, 그에 맞추어 다른 직원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박수를 쳐대며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여자는 다소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오늘 정상영업 중 인거 맞나요?”

 “죄송합니다. 밖에 팻말을 걸어뒀는데 못 보셨나 봅니다. 오늘 프라이빗 모임이 있어서 개별 손님은 받고 있지 않습니다. 다음에 찾아주시면 좋은 서비스로 보답드리겠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한식을 보고, 여자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한식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안내에 따라 문 밖으로 쫓겨나고 있었지만.

 한식이 손님을 끌고 문 밖으로 나서자마자 직원들이 쑥덕댔다.

 

 “아, 뭐야. 괜히 힘 뺐네.”

 “나 너무 오래 서있었더니 종아리에 쥐나는 거 같아. 대체 언제 오는거야?”

 “그러고보니 사장님 애인이면 분명히 연예인 아닐까요?”

 “그거 기사 안 봤어? 일반인이라던데.”

 “허위기사라면서요?”

 “모르지, 뭐. 근데 내가 사장님하고 일한지 10년이 되가는데 여자친구를 처음 본다?”

 “에이. 많이 사귀지 않았을까? 가게에만 안 데려온 거겠지.”

 “아니, 생각해보면 사장님 열애설 난 것도 처음이잖아?”

 

 백한식은 평소에도 칼같이 정확한 사람이었다. 섣부른 열애설을 뿌리고 다니지 않던 그 철저한 자기관리의 화신이, 열애중이라고 대차게 공식선언했으니. 직원들은 그 여자친구가 무척 궁금하던 차였다.

 

 “하여튼 간에 사장님이 저렇게 호들갑인걸 보면 어지간히 사랑하시나보다.”

 

 직원들이 키득대며 웃는데 한식이 다시 돌아왔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냉철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쏘아보니, 유니폼 각이 안 맞다면서 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 때,

 

 - 달캉.

 

 작은 발소리로 들어선 여자애 하나가 두리번두리번 레스토랑 안을 살폈다. 휘황찬란한 장식품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으리으리한 규모의 레스토랑에는 초라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낡은 스니커즈 운동화. 청바지에 후드티. 등에 멘 것은 설마 죈스포츠 가방인가? 악세사리 하나 없이 질끈 묶어올린 머리가 몹시도 평범하기만 한 여자였다.

 이런 고급 레스토랑엔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것 같은 주눅 든 눈빛이 직원들에게 어떤 확신 같은 것을 주었는데. 직원 중 누군가가 자연스레 앞으로 나서서,

 

 “손님, 죄송합니다. 오늘 정상영업을 하지않고 프라이빗….”

 

 까지 말했을 때였다.

 

 “꼬봉!”

 

 한식이 직원의 머리통을 냅다 후지르며 다은에게 반갑게 뛰어갔고. 직원은 ‘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에 직원들은 ‘헙!’ 하고 입을 틀어막으며 ‘설마 저 여자야?’ 라는 뜻으로 서로 눈빛을 교환했는데.

 

 “친구들은?”

 “아, 여기 밖에 무슨 [프라이빗 모임 예약] 이라고 해둬서 들어와도 되는지 몰라가지고요.”

 “여기 맞아.”

 

 한식이 자연스레 다은의 어깨를 감싸며 레스토랑 문을 열어젖혔다.

 백한식의 연인이라고 해서 무언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 앞치마를 움켜쥐었는데.

 

 “어서 들어와요.”

 

 한식이 답지않게 방긋 웃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저렇게 평범한 여자의 친구들이 이토록 범상치 않다니.

 대충 똥머리를 묶고 도수높은 안경을 쓴 여자는 추리닝 차림에 수수한 모습인 듯 했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명품이지 않은가! 게다가 그 여자를 둘러싼 오오라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그 옆에 같이 들어오는 하얀 얼굴의 사내는 생글생글한 눈웃음이 매력적이었는데, 서있던 여직원들의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훈남이지 않은가! 거기다 이 사내가 뿜어내는 다정한 웃음소리, 남녀할 것 없이 두근거리게 하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직원들의 눈동자는 다시 그 평범한 ‘백한식의 여자’에게로 쏠렸다. 대체 저 여자의 매력이 무엇이관데,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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