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의 끝
작가 : 이지원2
작품등록일 : 2020.9.29

끝없는 추위와 태양의 부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이런 끔찍한 재앙들 속에서도 문명을 발달하고 나라를 건국한 인류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이런 문명이 위협 받는 위기를 겪게 되어 혼란이 찾아온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는 늘 있는 법. 그런 사람들의 앞에 나타나 낙원이 있다는 말을 한 남자가 오는데...

 
7화
작성일 : 20-09-29 18:23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1367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하필 일터가 이런 조용한 곳인데다 유일한 말동무인 토마스란 작자도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경비대 일을 한 선택을 후회했다. 정확히는 야간대로 시간을 바꾼 선택을 후회했다. 이 것으로 인해 밤에만 불이 켜지는 집창촌도 안간지 일주일이 넘었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야간대로 바꾼지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데 사라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녀는 내가 가는 집창촌의 매춘부였다. 음탕하고 입이 더러웠지만 얼굴 덕에 제일 인기가 많았다. 나도 그 얼굴에 껌벅 죽었었는데.

 

 지금은 너무 옛날 이야기가 되버린 느낌이었다.

 

 이제 사라 옆엔 다른 놈들이 또 몰려들겠지. 내가 문앞에서 졸 사이에 그 놈들은 사라와 같이 잔다. 이 얼마나 비참한 운명인가. 사라 앞에서 왕국을 지키는 경비대라는걸 다시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단하다고 박수를 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그래도 이제 못 하겠지.

 

 “ 내가 왜 그랬을까.”

 

 언뜻 보면 내가 너무 바보였다. 야간대의 급여가 주간보다 몇 배는 많아졌다는 이유로 생각없이 선택을 해버린 거다. 그 이유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되겠다고 넘겨버리기도 했는데.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해도 결국 나는 돈에 미친 머저리였다. 지하 1층의 경비를 선택한걸로 나는 괴물에게 맨 처음으로 먹혀버리겠지. 저 꿈쟁이와 같이 말이야.

 

 “작작 중얼거려 콜런.”

 

 옆의 토마스가 짧은 수염을 만지작 거렸다. 턱엔 흰색 털이 군데군데 나있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늙은이 주제에 야간대에는 왜 온건지 모르겠다. 아니 체격을 보면 어떻게 통과되었지?

 

 칼런이에요, 빌어먹을 늙은아.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만약에 그런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적어도 한 대는 맞을 것 같다. 그러니까 자는 척 무시해야지 원.

 

 “자는 척 하지 말고.”

 

 토마스는 어느 순간 내 앞에서 썩은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와 눈을 맞추며 싱긋 웃었는데 그는 혀를 차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가면 갈 수록 짜증나는 노인네다. 노망이라도 났나.

 

 “알겠수다.”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똑바로 자세를 잡았다. 교대까지 몇 시간은 남았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 정도로 할게 없었다. 저번에 산 책은 다 읽어버린지 오래였다. 제일 두꺼운 걸 샀는데 왜 빨리 읽히는지.

 

 “할거 더럽게 없네.”

 

 토마스란 인간도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돌렸다. 정말이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시기가 이렇고 나라 꼬라지가 이래서 긴장을 했는데 다 허사였다. 걱정했던 괴물들이나 배신때린 바르리안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중에 경비했던 날과 비슷했다.

 

 어쩌면 괴물인지 뭔지 한게 다 헛소리 아닌가. 충분히 의심을 할 정도로 나라는 평화로웠다.

 

 내 동생을 잡아먹은 괴물만 없었다면 나도 평화롭게 여겼을테다.

 

 나는 토마스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앉아 주머니를 뒤적였다. 안엔 시가와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이 두 녀석을 볼 때마다 시가나 파이프의 값을 낮춘 선왕의 엉덩이를 두들기고 잘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선왕이 없었다면 지금 이 맛도 못 느꼈을테다.

 

 “코로호냐?”

 

 시가를 졸린 눈으로 바라보던 토마스가 물었다.

 

 “크리오요에요.”

 

 나는 시가 끝면에 성냥을 붙이며 답했다. 불이 잘 안붙었다.

 

 “코로호로 하지.”

 

 “다음에 사올게요.”

 

 라이터에 불이 붙자마자 나는 바로 입에 가져다 대었다. 몇초 정도 입에 대니 단맛이 미미하게 혀에 퍼졌다. 최근 야간반에 들어오니 이걸 필 수 있었다. 이건 값만 비싸게 나가지만 나에겐 여운이 남던 거였다.

 

 항상 이걸 필 때마다 마음이 진정되었다. 덤으로 토마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쥐라도 안에 들어간 그런 기분 나쁜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는 사라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즐거운 시간은 토마스가 내 어깨를 마구 흔드는 바람에 끝나버렸다.

 

 “콜런.”

 

 “ 이번엔 또 뭡니까?”

 

 나는 예민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맘만 같으면 한대 때리고 싶었다. 아니면 화병으로 죽을 거 같다.

 

 “소리 안 들렸어?”

 

 “무슨 소리말입니까.”

 

 소리라니 잠이 덜 꺴나. 나는 설마하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정말 어떤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일정한 규칙대로 움직이는 소리. 묵직한 무언가가 바닥을 스쳐간 소리였다. 우리는 총을 집어 소리나는 쪽을 향해 조준했다.다행히 탄약은 꽉 차있었다. 토마스는 나에게 손가락으로 신호를 주었다.

 

 “너는 경비대를 불러, 내가 발목을 잡고 있을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 쪽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요상한 발소리는 멈추었고 대신 어느 물체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바로 인간이었다. 모습을 보아하니 남자로 보였다. 그는 왜소하며 체구가 작았고 피부또한 까맸다. 어깨나 배에는 여러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목과 팔목에는 뼈로 만든 장신구가 들렸다. 또 몸엔 철로 만든 갑옷으로 입혀진 상태였다. 나는 확신했다. 이 미친 복장은 터렐쉬 사람이 입을 수 없다. 타국인 카나바 사람도 그러했다. 다만 바르리안은 예외였다. 그들은 이런 추위에 익숙해 진거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그 빌어먹을 바르리안인 것이다.

 

 나는 순간 바르리안이란 사실에 열이 받았는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토마스는 당황한채 나를 보았고 바르리안도 그러하였다. 하지만 토마스와는 달리 그의 배는 나로 인해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배에는 벌써 선홍색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이게 워냑 고통스러웠는지 온갖 신음소리와 비명을 내질렀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이런거면 도축업자는 못 하겠다.

 

 그래, 질러대라. 나는 주머니에 있던 로프를 꺼내 남자의 쪽으로 다가갔다. 이미 토마스는 비명으로 몸이 굳어있었다. 끝까지 도움 안되는 인간이었다.

 

 나는 남자의 몸을 묶은 채로 그 자리에서 멍때렸다. 갑자기 현실로 되돌아 왔나. 순간 내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쏴 버렸네..”

 

 "마약이라도 했냐 미친놈아!"

 

 토마스가 내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며 마구 꾸짖었다. 허락도 없이 총을 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래도 열이 가라앉아서 후회는 없었다.

 

 "이 남자가 먼저 덤볐다는걸로 합시다."

 

 " 그래? 참말로 잘 넘어가겠다."

 

 그는 더욱더 힘을 주어 내 머리를 당겼다. 머리칼이 다 뜯겨질 것 같았다. 놓아달라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몰라요, 경비대와도 왕국은 저희 편입니다. 저기 벌레보다도요."

 

 나는 남자쪽을 쳐다보며 비웃었다. 너무나도 약했다. 겨우 총에 당해버리다니. 미개했다. 그래서 괴물이랑 손을 잡은거겠지. 이렇게 다시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너 때문에 존이 뒤졌어."

 

 나는 발을 남자의 배에 휘두르려고 했지만 도중에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몰려들어 관뒀다.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파란색 제복을 보니 경비대 출신이었다.나는 그들에게 경례를 하곤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바르리안입니다. 멋대로 침입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들 중 제일 덩치가 큰 경비대원이 밧줄에 묶인 남자를 짐보따리매듯 대려갔다. 아무리 말라도 꽤나 무거울텐데.

 

 경비대원이 그를 어깨에 올리자 그는 몸을 떨며 힘겹게 한마디 했다.

 

 “부탁이에요..”

 

 하지만 그는 마른 체격의 바르리안을 하찮게 여겼는지 그냥 무시했다. 잘했다. 저런 놈들은 그냥 무시하는거야.

 

 "저희들을 구해주세요.”

 

 저 마른 남자가 애절한 목소리로 절절 거리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이건 저 남자도 똑같을까.

 

 "그 분과 대화를 하고 싶어요..."

 

 "누가 이 놈 입 좀 다물게 해."

 

 그는 남자의 얼굴을 보다가 후에 고개를 위로 했다.죽을 위기라 환청이 보이나. 우습기 그지 없네.

 

 "도와줘."

 

 그는 위를 보며 무어라 하다가 이내 기절해버렸다. 위에 뭐가 있는건지. 나도 그처럼 위를 올려 보았다. 그치만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위에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내가 기묘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할때 이상한 액체가 내 이마에서 떨어졌다. 짠내가 나는걸 보아 물은 아닌 듯 했다. 나는 이 액체를 손으로 닦으며 대충 훑어보았다. 그건 불투명 했으며 안에 잔털이 박혀있었다. 잔털은 불에 비추니 검은빛으로 빛났다.

 

 "토마스."

 

 "뭐 이놈아."

 

 "위에 말야, 이런게 떨어졌는데"

 

 나는 토마스에게 액체가 묻은 손을 보여줬다. 조금 불쾌해하는 눈치였다.

 

 "뭔 개소리야."

 

 토마스는 내 손을 유심히 보더니 위를 올려다봤다. 그는 나보다 시력이 좋으니 뭐가 보였으면 좋을텐데.

 

 "이런 젠장."

 

 그의 눈은 위를 보더니 부엉이같이 동그랗게 변했다. 휘둥그레 떠졌다는게 맞았다. 그는 그러면서 대문 쪽으로 헐레벌떡 도망갔다.

 

 우리 둘의 반응에 궁금해진 모두가 같이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다급히 총을 장전시켜 조준했다. 이상하다 그정도로 시력이 안좋아졌나? 나는 다시 올려다봤다. 눈을 찡그리며 보면 낫다고 하니 그렇게 했다.

 

 그러니까 제대로 보였다.

 

 곰만한 덩치의 한 남자를.

 

 곰같이 생긴 남자는 동굴의 벽면을 타고 올라간 것 처럼 보였다.

 

 내가 넋을 놓고 있을때 사람들은 언성을 높이며 총을 마구 쏴댔다. 욕지거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쏜 총알은 전부 동굴의 빈 천장만을 향했다.

 

 그리고 모두가 쏘고 싶었던 남자는 이미 내 뒤에서 목쪽으로 칼을 겨누고있었다.

 

 남자는 경비대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왕에게로 안내해."

 

 

 

 데이비드는 이번에도 단잠에 들지 못했다. 머리 속의 양이 수백이 넘어가도 그의 눈꺼풀은 무거워 지지 않았다. 양 한마리가 두마리가 되었고 두마리가 마지막엔 농장 안에 꽉 들어갈 정도로 많아졌다. 이건 악몽이 원인이었다.꿈 속에서의 그는 한 노인이 되었다. 모노클이 인상적이었지만 곧이어 네 마리의 괴물들에게 사지가 뜯겨 죽은 불쌍한 노인이. 이런 죽음은 거열형과 똑같아 보기만해도 고통스러웠다. 특히 제일 고통스러운건 비명이 끊긴 후의 일이었다. 괴물들은 그가 의식을 잃은 동시에 바로 자신이 잡은 부분을 뜯어먹었으니까.

 

 “개자식들.”

 

 그는 나무 의자에 머리를 걸터 앉았다. 웬지 악몽을 꾸고 나면서 머리조차 못 겨눌 정도로 약해져만 갔다. 처음엔 토악질이 나온거 빼고는 사지 멀쩡히 잘 돌아다녔건만. 어제를 통틀어 오늘은 몇십분 동안 움직이지를 못 했다. 언제부터인가 잔인한 꿈은 언제나 그의 뇌를 헤집어 놓은 것이다. 만약 뇌가 잘 묶여진 실뭉텅이라면, 그의 실뭉텅이는 엉키고 보풀이 가득한 상태일거다. 어제 겨우 헤레이스 덕에 그 엉킨 실이 비로소 깔끔히 돌아왔는데, 이번에 또 엉키고 말았다. 정말 이상하다. 헤레이스가 오고 난 뒤에는 한동안 악몽을 꾸지 않았는데.

 

 “일년 후에는 침대에만 앉아사는거 아냐?”

 

 그는 자신에게 농담식으로 물었다. 역시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되는건 싫은데.”

 

 그는 모친의 최후를 머리 속에서 곱씹었다. 꽤나 충격적 이어서 반나절을 꾼 악몽의 소재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기억하는 그녀는 이미 죽은 그녀밖에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녀의 원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진이 머리에 있다하면 얼굴 부분에 연필로 가린 것 같았다.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기묘했다.

 

 사실 그는 어릴적에 그녀의 방에 자주 들렀다. 이유는 시선이었다. 왕궁사람들의 차가운 눈은 그에게 적응이 안되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모친의 방을 두드렸다. 그리고 방을 두드리면 늘 따뜻한 목소리와 품이 그를 반겨주었다. 그는 그런 이유로 늘 문을 두드렸고 방에서 몇 시간동안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다. 특히 그가 제일 좋아한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몽환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목소리로 인해 그렇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이젠 죽었지만.

 

 그는 자신의 상태가 그녀와 비슷해 살짝 불쾌해졌다. 그는 모친을 증오하지 않았으나 그녀와 같은 최후를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더불어 그녀같은 낯빛을 지니는건 더더욱 싫었다. 데이비드 또한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녀가 좋은 삶을 살진 못했다는건 확신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까치집이 된 머리를 정돈하고 방안을 돌아다녔다. 그는 깊게 생각할때 답이 나올때나 누군가가 방해하기 전까지 계속 돌아다녔다. 이러면 십 분 안에 얼추 괜찮은 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이번엔 답이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그는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무엇을 바라는지도 잊었다. 웬지 지난 왕실에서 일 후로 나사가 빠진 것 같았다.

 

 이런 그의 상태는 같이 있던 레이첼이 먼저 눈치챘다.

 

 “ 좀 쉬세요,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는 몽롱한 정신을 깨려 머리를 흔들었다.

 

 “ 헤레이스를 또 불러야 겠네.”

 

 레이첼은 “ 내일 또 부르겠습니다.” 고 하며 하녀 쪽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하녀들을 데이비드에게 은으로 만든 컵을 내밀었다. 컵 안엔 벌꿀주가 안에 담겼다.

 

 “빵이랑 같이 먹을까.”

 

 데이비드는 벌꿀주를 보고 하녀에게 눈짓을 주었다. 하녀는 이미 준비했는지 빵이 몇 조각 담긴 철그릇을 내밀었다.

 

 “좋아좋아.”

 

 데이비드는 약한 박수를 치며 기쁜 얼굴로 양손에 빵과 벌꿀주를 집고 먹을 준비를했다. 웬지 진정이 되고 악몽 없이 잠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웃으며 빵을 한 입 먹으려 입을 벌렸다. 그러나 이 좋은 시간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불청객은 남자 하인이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럽게 입을 때었다.

 

 “알현실에..바르리안이 쳐들어왔..”

 

 하인은 말을 더 이어나가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숨소리를 들어보니 살아는 있었다. 데이비드는 하인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무슨

 

 “이 사람 쉴 데까지 부축해줘 루시.”

 

 루시라는 하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이런 모습을 처음 보기라도 한 것 같았다. 루시가 듣고 본 그는 자신과 여자만 보는 무능력한 왕자였다. 이렇게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였다. 귀신이 곡할 노릇 이었다. 레이첼은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들썩였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왕자가 이런 면을 보여줬었나?

 

 “ 무슨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데이비드는 레이첼을 거들떠 보지 않고 조앤를 불렀고 조앤은 그의 부름에 달려왔다. 그의 어깨엔 두대의 다른 총이 매져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지금 당장 아바바마가 계신 곳으로 간다.”

 

 조앤은 반박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데이비드의 뒷편으로 갔다.

 

 “어짜피 왕위도 계승 못해, 더이상 못해먹겠어.”

 

 그는 레이첼을 시선을 마주하곤 방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조앤 외에도 다른 근위병들이 그를 지키고 있었다.

 

 “다들 날 따라오도록.”

 

 그들은 처음에 이 명령에 한 마디 하려 했지만 조앤을 슬쩍 보고는 꼬리를 내렸다. 웬지 그들이 나서면 안될 분위기라는걸 느꼈다. 이후 그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밖으로 나가 다나카 2세가 있는 알현실로 향헀다. 데이비드는 이 순간 어느때보다 다급했고 진지했다. 그리고 조앤도 그러했다. 그는 걸으면서 어깨에 있는 총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움직일 수 있는지 또 장전이 되어있는지.

 

 이렇게 그들은 알현실까지 뛰어갔다.

 

 알현실은 그날 진정할 수 없는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대신들과 평소같이 이야기 하려는 다나카 2세의 눈 앞엔 대신이 없었다. 덩치가 큰 남자와 그의 인질이 되어 벌벌 떨고 있는 경비대중 하나였다. 남자의 덩치는 그 경비대원의 두배나 될정도로 매우 컸다. 덩치나 팔 둘 다. 인질이 된 저 남자가 겁을 먹을게 당연한거였다.

 

 이미 대신들은 자신의 호위병 뒤에 숨었고 그 또한 그랬다. 하지만 근위병들과 호위병들또한 두려움에 떠는건 마찬가지였다.

 

 주변이 이미 두려움에 조용해질 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왕좌에서 내려오십시오.”

 

 어조를 들으니 바르리안어 였다. 그 언어에 능한 다나카는 입을 열어 그에 답했다.

 

 “우선 인질을 놓아 주십시오.”

 

 남자는 인질을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답했다.

 

 “ 놓는 순간 당신들은 저를 잡을 겁니다.”

 

 “그러지 않을테니까 놓아주십시오.”

 

 남자는 그의 말을 무시하곤 대화를 이었다.

 

 “저희는 바르리안입니다. 그리고 이 정보는 여기서 말하기 곤란합니다.”

 

 그는 주먹쥔 두손에 힘을 실었다. 어쩌면 좋을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 바르리안 에게 수많은 총구를 겨눠도 소용이 없었다. 저 남자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것 같았다. 그리고 죽는걸 무서워 하지 않는 자는 망설임 없는 법이다.

 

 저 놈은 왕을 노리고 온게 틀림없었다.

 

 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낙심했다. 몰래 병사를 불러 공격하게 하려 했으나 이미 이 남자는 그걸 파악했다. 게다가 위치까지 알아버렸다. 다섯이 왕좌 뒤에 그리고 여섯이 왕좌 앞에 놓인 의자들 중에 맨 앞자리. 위치마저 들킨이상 손을 쓸 수도 없다. 만약 그들이 움직이면 반드시 남자의 머리를 꺾을 것이다.

 

 대체 어떡하면 좋지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왔다. 알현실의 창가에 희미하게 누군가가 비쳤기 때문이다. 원래 창문은 알현실 양 쪽 벽에 큰 거 외에도 창문이 하나 더 있었다. 왕좌 쪽 맞은편 벽에 원형의 창문이 그거였다. 터렐쉬 왕국의 상징인 은발머리의 왕을 모습을 스테인드 글라스에 붙여넣은거다. 그리고 이 창문은 누군가의 손에 인해 조심스래 열렸다. 저기 창문 너머로는 정원이 있으며 정원에는 사람하나가 앉을 나무가 있다는걸 왕은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럼 거기를 통해 저격을 할건가. 왕은 불안해졌다. 거기부터 알현실까지는 백미터가 훌쩍 넘어서 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갔다. 자칫하면 인질은 죽을 수도 있다. 왕이 걱정을 하던 도중 알현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데이비드를 호위하던 근위병인 조앤이란 여성이었다.

 

  조앤은 웬일인지 혼자서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이를 악물고 인질을 그에게로 보여줬다. 경고의 표시였다.

 

 남자는 “더이상 가까이 가면 이 인질의 목숨은 없습니다.” 라고 터렐쉬어로 말을 했다. 너무나도 허술하고 버벅거리는 수준이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없다고 했습니다.”

 

 “ 죽이든 살리든 너 알아서해.”

 

 경비대원은 이 말에 몸을 미칠세라 떨었다. 이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남자는 큰 손으로 그의 턱을 붙잡았다.

 

 “근위병 중 하나인가요, 무슨 꿍꿍이죠?”

 

 “꿍꿍이?”

 

 “ 하지만 무리입니다. 이미 위치를 다 알거든요.”

 

 그녀는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근위병들 중에 저격에 능한 사람들은 많이 없어.”

 

 그리곤 한 발자국 더 다가갔는데, 남자의 턱에서 피가 났다. 남자가 손톱을 드러낸 탓이었다.

 

 “한 발자국 더 다가가십시오. 남자를 죽이고 싶다면요.”

 

 지금 남자의 눈과 정신은 조앤 쪽으로 매섭게 쏠려있었다.

 

 “지금 왕실 부대가 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 빠르게 인질을 구출해야해.”

 

 남자는 빈 손에 들린 단검을 그에게로 겨눴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썩을.”

 

 워낙 흥분했는지 바르리안어로 말하는지 본인도 눈치를 못 챘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지만, 알았어 더는 안 올게.”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꺾더니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뒷편 창가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창가는 열려있었고 또 창문 틈 사이로 어떤 그림자가 보였다. 그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총구였다.

 

 그녀는 웃으며 몸을 바로 엎드렸다. 남자는 당황하며 엎드린 그녀를 멍때리며 바라보았다. 그러자 총 소리가 들려왔고 남자의 한 쪽 어깨가 아작났다. 남자는 고통으로 인해 인질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인질은 바지가 젖은 상태로 부리나케 도망갔다. 조앤은 이걸 기다렸는지 바로 남자에게 달려나가 그를 제압했다. 남자는 자신의 머리가 바닥으로 꽂혀져도 아무런 반항 하나 하지 못했다. 그저 신음소리만 내뱉었다.

 

 “여기를 어떻게 들어왔는지, 뭐가 목적인지 듣는건 감옥에서 하지.”

 

  조앤은 준비해둔 수갑을 남자의 팔목에 채우고 근위병들에게 던졌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서성이던 그들은 남자를 잡아 끌고 알현실 밖으로 나갔다. 왕좌에 앉아있던 왕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곧게 펴진 등을 굽혔다.

 

 “고맙네.”

 

 “당연히 해야하는 일입니다.”

 

 왕은 감사의 인사를 했고 조앤은 그걸 태연하게 받아드렸다.

 

 “ 그나저나. 누가 저격을 한건가?’

 

 “글쎄요, 근위병의 일원이겠죠.”

 

 “자네도 모른단 말인가?”

 

 왕은 조앤의 답변에 실망을 했다. 그도 그럴게 만나서 얼굴과 이름을 듣고 싶었다. 정확히 남자의 손을 노린 병사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알현실의 왕좌와 저 창가는 비교적 거리가 있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저 거리는 적어도 백 미터는 넘을 테다. 게다가 웬만한 몸 부위는 인질을 고기 방패 삼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병사는 쐈다.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못 만난다니.

 

 “알았다. 그럼 차후에 포상을 주도록 하지,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필요없습니다. 폐하를 섬기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거부할 필요없네.”

 

  조앤은 잠자코 머리를 숙였다. 포상을 받아야 하는 것도 명령이라 여겨야 했다. 이건 왕의 호의였고 호의는 거절해선 안됬다. 행여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이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녀는 왕과 귀족들에게 절을 하곤 알현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왔던 방향과 반대인 길을 걸었다. 걸음이 매우 빨라 쉽게 따라잡기 어려웠다.

 

 “말했어야 했나?”

 

  조앤은 잠시 발을 멈추고 턱을 매만지다 곧이어 턱 쪽에서 손을 때고 마저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녀는 왕궁에 있는 정원에 도착했다. 정원은 정원 답지 않게 어마무시한 크기를 자랑했다. 알현실 보단 아니지만 어쨌든 그에 맞게 만만찮은 크기를 자랑했다. 한번에 몇 천명이 들어와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정원 안에는 사람대신 아름다운 꽃들과 울창한 나무들이 주변을 장식했고 천장엔 크고 작은 우파하르가 나열되었다.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풍경을 보지도 않고 무작정 직진했다. 그렇게 직진을 하자 정원 벽에 다달랐고, 그 벽에서 데이비드를 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발코니에서 총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는 총기에 묻은 윤활유를 닦아내고 있었다. 조앤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러자 때마침 그녀와 그의 눈이 맞추었다.데이비드는 서둘러 총의 정비를 마치고 나무에 매단 로프를 통해 정원으로 내려왔다. 발코니 뒤 둥그런 창문이 있는걸 보니 건너편에 알현실이 있는 모양이었다. 조앤은 그가 내려오자 진지한 자세로 그에게 말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그건 폐하가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 입니다.”

 

 “좋네, 그럼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은 당신이 저에게 연기를 들킨 것입니다.”

 

 데이비드는 조앤의 반응에 당황한 얼굴을 띄였다.

 

 

 ‘후에 개나 소나 다 알겠어.”

 

 “ 처음엔 좋았지만 마지막에 실수를 하셨더군요, 덕분에 다 알게 됬습니다.”

 

 “눈치가 빠르구나.”

 

 “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흐뭇한 얼굴로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의 손에는 총대가 긴 라이플이 들려있었다.

 

 “명중이었습니다. 박수를 치고 싶네요.”

 

 “아바마마에겐 비밀로 해드렸지?”

 

 “근위병이 비밀을 말할 수 있을때는 무덤 안 뿐입니다.”

 

 “다행이군.”

 

 데이비드는 총을 만지작거렸다.

 

 “당신이 군인이었다면 엄청난 전력이 되었을 겁니다.”

 

 “아부해봤자 뭐 안 떨어져.”

 

 “진짜입니다. 제가 안 말린것도 당신같이 저격을 잘 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

 

 “ 그래그래.”

 

 데이비드는 총을 조앤에게로 넘겼다. 그는 총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어디 망가진 데가 없는지 확인하면서 물었다.

 

 “처음 봤을 때 보다 많이 느셨던데요.”

 

 데이비드는 손을 저으며 답했다. 아무 이상이 없나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부터 했으니 느는게 당연하지.”

 

 “그렇군요.”

 

 “ 뭐랄까, 총대를 잡으면 머리가 맑아지거든, 그래서 더 하게 돼.”

 

 “의외입니다.”

 

  조앤은 총을 매고 그의 뒤 쪽으로 갔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걱정할 사람이 많을테니까요.”

 

 “그래. 근데 레이첼의 꾸지람은 듣기 싫다.”

 

 그들은 이를 끝으로 한 마디도 섞지 않으며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가는길에 민들레가 있었다. 이제 꽃씨를 피기 시작한 민들레였다. 노랬던 꽃잎대신 하얀 꽃씨의 모습을 보니 그 민들레가 노인과 유사해보였다. 그렇다면 꽃씨를 잡고 있는 건 노인의 머리일까. 웃음이 나왔다.

 

 데이비드가 민들레에 정신이 팔릴 즈음, 그들은 이미 정원을 나와 알현실과 이어진 복도를 지나치려는 참이었다. 이떄 근위병과 그들에게 끌려 다니는 남자과 마주쳤는데 참으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남자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짐승처럼 끌려다녔다. 다행히 손은 근위병들이 응급처치를 한 것 같았다. 미안함이 느껴졌다.

 

 “저 남자 괜찮을까?”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저 정도 쯤이야 우리 의사들에게 일도 아닙니다.”

 

  조앤은 남자는 불쾌하게 노려보며 답했다. 남자가 이 시선을 알아차릴 정도로 감정이 섞여있었다.

 

 “돼지 껍대기나 두른 무식한 짐승들 같으니라고.”

 

 남자는 바르리안어로 그들을 향해 욕을 뱉었다. 아마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그 말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남자에게 다가갔다.

 

 “ 입 찢어버리기 전에 다무는게 좋을거야.”

 

 데이비드는 남자에게 바르리안어로 물었다. 남자는 데이비드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놀라움은 바로 두려움으로 바뀌어버렸다. 왕자의 축처진 얼굴에 담긴 살기는 분에 넘쳤다. 살기는 남자를 넘어 주변에 있던 근위병까지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는 남자에게 손을 대지 않고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지만 남자는 차라리 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시선은 마주하기도 싫었다.

 

 남자가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을때 그는 시선을 거두었다.

 

 “저희 언어를 할 줄 아십니까?”

 

 그의 무서운 시선이 사라지자 남자는 안도하며 바르리안어로 물었다.

 

 “대부분 어렸을때 독학으로 배웠어, 고대어든 바르리안어든. ”

 

 그는 태연하게 답했다. 그의 행동을 보면 아까일이 마치 없었던 일과 같았다.

 

 “다행입니다. 적어도 두 명은 찾았군요.”

 

 “너네랑 대화 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어, 배울 필요가 없었거든.”

 

 “딱 봐도 알아요. 경비원들도 못 알아들었으니까.”

 

 남자는 주위 근위병들을 보며 혀를 찼다.

 

 데이비드는 바르리안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거지?”

 

 남자는 잠시 변한 그의 모습에 겁을 먹다가 우물쭈물 그에 답을 했다.

 

 “ 승강기를 썼습니다. 바깥부터 왕궁까지 연결된 녀석이요. 경비원들에게 승강기 위치를 물었거든요.”

 

 “ 승강기가 지하 1층 정문을 지나치긴 하지, 하지만 운행은 되지 않았을거야. 오년 전부터 폐쇄 됐으니까.”

 

 “ 괴물들 때문에 그런거죠?”

 

 데이비드는 남자의 말에 말을 멈췄다. 그러다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버려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는 머리를 한손에 감쌌다.

 

 “응, 근데 그거랑 상관없어. 닥치고 어떻게 그랬는지 불어.”

 

 “...올라탔습니다.”

 

 “올라탔다고? 무슨 개소리..”

 

 그는 바르리안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잊고있었다.승강기의 벽면을 통해 내려가는 것 쯤은 저 짐승에겐 무리도 아니였다.

 

 “맞네, 그냥 전체를 틀어막았어야 했는데.”

 

 그는 한숨을 쉬며 남자 처럼 혀를 찼고 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럼 다른 질문으로 넘어갈게, 여긴 왜 온거지?”

 

 남자는 그 질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미소를 지었다.

 

 “이 질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더니 남자는 자신이 매고 있는 보자기를 바닥에 두며 조심스래 펼쳤다. 안에는 이상한 상자가 있었다. 이리저리 찌그러져 있고 작은 구멍이 뚫린 철 상자였다. 데이비드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고개를 내밀었는데 조앤이 그의 앞에 서 막아내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남자는 상자에만 신경써 눈치도 못챘다. 그는 상자를 열어 자기 자식을 보는 눈으로 무언가를 꺼내 데이비드에게 보여줬다.

 

 주황색의 몸체와 힘줄과도 같이 뻗은 검은 부분. 그리고 거기에다 칠해진 것 같은 하얀색 점이 박힌 날개. 그리고 마찬가지로 하얀색 점이 있는 검은 몸.

 

 그건 제왕나비였다.

 

 데이비드는 애써 부정하려 애썼으나 이내 확신해버렸다. 이건 제왕나비라 불러야만 했다.

 

 “그래요, 이 생물체는 태양이 없으면 못 살아서 멸망해버린 생물체지요.”

 

 “어,어떻게..”

 

 그는 말을 더듬거리며 손가락으로 나비를 가르키며 물었다. 마음만 같으면 궁금한걸 다 토하고 싶은 심경이었다.

 

 남자는 껄껄 웃더니 제왕나비를 데이비드에게 더 가까이 보여주었다.

 

 “ 당신에게, 아니 왕국 전체에게 전하고 싶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때의 그는 알 수 없었다.

 

 지금 남자가 가져온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8화 2020 / 9 / 29 223 0 6806   
11 7화 2020 / 9 / 29 212 0 13674   
10 6화 2020 / 9 / 29 223 0 7457   
9 5화 2020 / 9 / 29 222 0 4503   
8 4화 2020 / 9 / 29 225 0 5904   
7 3.5화 2020 / 9 / 29 225 0 3080   
6 3화 2020 / 9 / 29 222 0 6849   
5 2.5화 2020 / 9 / 29 240 0 1354   
4 2화 2020 / 9 / 29 223 0 18799   
3 1화 2020 / 9 / 29 226 0 8914   
2 1화 2020 / 9 / 29 221 0 8913   
1 프롤로그 2020 / 9 / 29 377 0 267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