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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결혼의 비밀
작가 : 상혁이
작품등록일 : 2020.5.15

나 자신 있어..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아..."

"이러지마.. 이럴수록 난 죽어 가고 있다구.. 지금이라도 우리 끝내자."

 
건방진 여자
작성일 : 20-05-15 13:31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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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령의 소원은 빨리 이뤄졌다. 몇 주 지나 경찰이 다시 찾아왔고, 큰언니

 

 가 툴툴거리며 방문을 열어제겼다. '미친년. 서방질도 잘하네. 인물 났

 

 다.' 분명 부러움에 섞인 말이었다. 경찰이 기다렸고, 미령은 황급히 짐

 

 을 쌌다. 다른 아가씨들의 부러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지 말라는

 

 둥 기다리는 경찰 보고 날 데려가라는 둥 난리법석이었다.

 

 

 

 큰언니가 미령 옆에 앉았다.

 

 

 

 "지금은 너좋다고 하지만 버림 받을지도 몰라..."

 

 

 

 묵묵히 속옷을 챙겼다.

 

 

 

 "이 년아. 여기 나간다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냐. 그래도... 잘했어.

 

 나처럼 여기서 썩을 순 없겠지만... 잘했어... 몸 조심하고 잘 살아."

 

 

 

 큰언니는 훌쩍거리며 울었다.

 

 미령은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로 인해 희생된 아가씨들을 봐왔기에. 정육점 고기를 파는 아줌마일

 

 뿐이었다.

 

 

 

 "근데 결혼식은 언제야?"

 

 "곧 할 거에요..."

 

 "그래... 여기 아가씨들 부를 거야?..."

 

 "그 사람이 좋다고 하면요..."

 

 

 

 고개를 끄덕이고 코를 팽 풀고 나갔다.

 

 

 

 미령도 짐을 다 싼 가방을 세워두고 방을 휘 둘러봤다. 쾌쾌묵은 벽지에

 

 배인 담배연기... 깨진 화장대 유리. 전구 나간 스탠드... 여러 남자와

 

 관계를 가졌던 움푹 패인 침대. 잠시 괴로워 미간을 찌푸렸다. 아쉬움없

 

 이 황급히 나갔다.

 

 

 

 경찰이 짐을 차에 실어줬고, 미령은 다른 아가씨들과 식상한 인사를 나눴

 

 다. 큰언니가 다가와 그녈 안았다. 아무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미령이 차에 올라탔고 아가씨들과 큰 언니는 크게 손을 흔

 

 들어 배웅했다.

 

 

 

 경찰이 룸미러 미령을 봤다.

 

 

 

 "시원한 얼굴이군."

 

 "좋은 일이니까... 어디로 가는 거야?"

 

 "우선 우리가 살 집으로...."

 

 "그 후엔?"

 

 "너 몸에서 창녀를 버려야지..."

 

 

 

 썩 괜찮은 계획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파주시-]

 

 간판이 차 위로 지나갔다.

 

 그래, 그 지긋지긋한 소굴에서 떠나온 거구나... 파주시를 벗어나고서야

 

 미령은 실감했다. 웬지 모를 벅찬감에 눈시울이 젖어들어갔다.

 

 

 

 "왜 그래?"

 

 

 

 경찰이 의아해했다.

 

 

 

 "설마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겠지.."

 

 "걱정마. 미치지 않았으니까..."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울지마. 다시는 내 앞에서 눈물 보이는 일 없도록 해. 자신 없어 보여..."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물 뚝 그쳤다. 자동차 서랍을 열어 휴지를

 

 꺼냈다.

 

 

 

 "나 조금 눈 감아도 돼?"

 

 "그렇게 해...."

 

 

 

 

 미령이 다시 눈을 떴을 땐 단조로운 번화가였다. 경찰은 여전히 건조한

 

 얼굴로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다. 엉덩이를 의자 끝으로 바짝 당겨 앉고

 

 경찰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강남. 저기 보이는 아파트가 우리가 살 집이야...."

 

 "비싼 집이네."

 

 "큰 일을 해야하니까..."

 

 

 

 경찰이 씩 웃었다.

 

 

 

 자동차가 미끄러지듯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감시 카메라가 곳곳

 

 에 설치되어 있었다. 미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카메라... 몇 시간전까

 

 지 감시 당해야만 했던 신세였다. 단 몇 시간 전이었는데... 가만히 카메

 

 라를 봤다.

 

 

 

 두 사람은 지하주차장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아... 한 가지 알아 둘 게 있어."

 

 ".....?"

 

 "너가 창녀를 벗듯 나도 경찰 옷을 벗었어."

 

 

 

 간단 명료한 말이지만 쉽게 이해되질 않았다.

 

 

 

 "말 그대로야.. 난 이번 일로 모든 걸 걸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평생 직장을 포기할 만큼 대단한 일인가...

 

 

 

 "난 이해되지 않는데....?"

 

 "이해할 필요없어. 그렇게만 알고 있어."

 

 

 

 띵- 엘리베이터 도착 벨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경찰이 19층을 눌렀다.

 

 문이 닫혔고 신분상승이라도 하는 양 고속으로 올라갔다. 미령은 잠깐 멀

 

 미가 밀려왔다.

 

 

 

 "머릿속에 박힌 경찰은 지워버려... 그냥 성현이라 불러."

 

 

 

 경찰이 아닌 조성현. 덕분에 구더기 소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과

 

 연 이 사람 놀음에 크게 데는 일은 없을까. 의심 들었다.

 

 

 

 "조성현..."

 

 

 

 또박또박 발음을 했다.

 

 

 

 만족한 얼굴로 성현이 내려봤다. 이제야 보니 경찰보단 잘나가는 그룹에

 

 엘리트 사원처럼 보였다. 감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눈빛... 그

 

 랬다. 다듬어진 몸은 아니었지만 훨칠한 키에 또렷한 이모구비. 제대로

 

 만 꾸민다면 뭇여성들이 따를만한 인물이었다.

 

 

 

 주방과 거실이 오픈된 50평 아파트. 운동장이군. 미령이 생각했다.

 

 

 

 "경찰 퇴직금이 꽤 둑둑한가봐."

 

 

 

 성현은 말없이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양주병과 얼음통을 꺼냈다. 투명 컵

 

 에 양주를 붓고 얼음을 넣었다. 살살 흔들고 나왔다.

 

 

 

 "한 잔 마실테야?"

 

 "됐어. 구경 좀 할게."

 

 

 

 미령이 실내를 구경하는 동안 성현은 피로한 듯 푹신한 쇼파에 몸을 눕혔

 

 다. 거실에 장식되어있는 이국적인 물건들과 값나가 보이는 그림 액자.

 

 주방으로 들어가자 반짝거리는 식탁과 램프형 촛대가 놓여져 있었다. 방

 

 은 세 개였는데 제일 큰 방에는 퀸 침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작은 두 방

 

 은 썰렁했다. 차차 채워나갈 공간이었다. 예상외로 놀라웠다. 풋내기 시

 

 골 경찰이 이 정도로 부자였나. 궁금증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기로

 

 했다. 괜히 건드려서 안되는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모른 척 넘어가자...

 

 그렇게 단념할 때 성현이 불렀다.

 

 

 

 "대충 구경했음 나가지."

 

 

 

 

 구경할 날은 많았으니까.

 

 미령은 순순히 따랐다.

 

 

 

 ▶5◀

 

 

 

 

 

 백화점에 도착하자 매니저가 나와 둘을 반겼다. 특별한 환대에 미령은

 

 당황했다. 성현은 당연하듯이 걸어들어갔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하지

 

 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특별하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매니저가 VIP 룸으로 안내했다. 백화점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군... 미령

 

 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말해둔 건 준비되었나요?"

 

 "네..."

 

 

 

 친절하고 공손한 매니저 태도였다.

 

 

 

 매니저가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말하자 룸 문이 열렸다. 여직원 두 명이

 

 긴 헹거를 끌고 들어왔다. 명품 브랜드 정장과 드레스였다. 미령이 놀라

 

 숨이 막혔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성현을 돌아봤다. 그러자 성현이 쌀쌀맞

 

 게 말했다.

 

 

 

 "그런 눈은 촌스러워. 좀 더 도도할 수 없어?"

 

 

 

 찬물을 끼얹듯한 말이었다.

 

 미령이 작게 속삭였다.

 

 

 

 "건방진 여자를 좋아하나봐..."

 

 

 

 비웃고 헹거를 훑어봤다.

 

 성현이 미령의 뒤에 섰다.

 

 

 

 "적어도 촌스러워보이진 않으니까..."

 

 "마음에 드는대로 다 고르면 되는 거지?"

 

 "좋을대로..."

 

 

 

 미령은 건방지게 여직원을 봤다.

 

 

 

 "모두 줘요."

 

 

 

 성현이 황당해서 미령을 봤지만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하세요."

 

 

 

 여직원들은 헹거 걸린 옷들을 꺼내 포장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꽤 걸리겠군. 그동안 보석을 보기로 하지."

 

 

 

 매니저는 여직원들에게 옆방에서 포장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렇게 했다.

 

 매니저가 잠깐 나갔다 오면서 바퀴달린 작은 금고를 끌고 왔다. 이번엔

 

 또 뭘까. 미령은 기대가 되었다.

 

 

 

 금고 문을 열어 케이스를 여러 개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성현이 하

 

 나씩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미령이 유심히 지켜봤다.

 

 

 

 제일 커다란 상자를 성현이 열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눈부신

 

 보석이었다. 무색 다이어몬드 세트였다. 손톱 크기만한 다이아몬드가 박

 

 혀 있는 반지는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성현이 미령의 손가락을 가져왔

 

 다. 오른 손이 아닌 왼 손 중지에 반지를 끼웠다.

 

 

 

 "잘 어울리는 군."

 

 "나... 주려는 거야....?"

 

 

 

 미령에 목소리가 떨렸다.

 

 

 

 "주는 거 아냐. 끼고 있기만 하면 돼."

 

 

 

 그래도 좋았다.

 

 

 

 "그쪽에서 가져온 거 맞죠?"

 

 "네. 모나코에서 직수입한 것입니다."

 

 "확실하겠군. 조금이라도 하자 있는 제품은 곤란해요..."

 

 "염려 마십시오. 현지 전문가한테 의뢰도 했으니까요."

 

 

 

 노크하고 여직원이 들어왔다. 옷 포장이 끝났다는 말이었다.

 

 미령의 시선은 여전히 반지에 있었다.

 

 

 

 "그만 넣지."

 

 "아...."

 

 

 

 무안한 듯 급히 반지를 빼 상자 안에 넣었다.

 

 

 

 "우린 어디 가야하는데 배달해 줄 수 있겠어요?"

 

 

 

 매니저가 허리굽혀 응했다.

 

 

 

 "어디 가는데?"

 

 "헤어샵"

 

 

 

 나를 완전히 변신시킬 작정이군. 성현을 따라 나섰다. 헤어샵에 도착하면

 

 서 미령은 생각했다. 집에 가면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 묻겠노라고. 요란

 

 한 퍼머를 생머리로 풀렀다. 성현이 단발머리가 좋겠다고 했고 헤어디자

 

 이너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한 주먹으로 묶어 반 퉁을 잘라냈다. 눈썹도

 

 새로 다듬고, 손톱 손질까지했다. 시뻘건 매니큐어 대신 투명 매니큐어

 

 를 발랐다. 성현이 돈을 지불하자 헤어디자이너는 단골 손님으로 모시겠

 

 다고 친절히 말했다.

 

 

 

 이 헤어디자이너 머릿속엔 단골 손님보다 성현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싶었

 

 을 거야. 미령은 스스로 말도 안되는 질투를 느낀 걸 깨닫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저녁 먹고 들어갈까?"

 

 "피곤해. 집에서 요리 시켜 먹어."

 

 "싸구려 같은 생각도 바꿔!"

 

 

 

 하아.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괜히 심술이 났다.

 

 

 

 "피곤하다구!!"

 

 

 

 성현이 거칠게 쳐다봤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널 다시 그 소굴에 집어 넣겠어."

 

 

 

 협박이었다. 아주 끔찍한 협박. 이제 막 자유를 맛 본 사람한테 주는 무

 

 서운 협박. 차라리 이 자유를 맛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미령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성현이 그녀의 팔에 잡아 끌었다.

 

 

 

 "언제까지 길바닥에 서 있을 작정이야."

 

 

 

 아직도 미령은 굳은 얼굴이었다.

 

 

 

 자동차가 선 곳은 특급 호텔이었다. 호텔방 잡고 밥 먹겠다는 소린 아니

 

 겠지. 미령이 성현의 뒷꽁무니를 밟았다.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36층

 

 빌딩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아름다웠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첫날부

 

 터 천국을 맛보고 있었다.

 

 

 

 지배인 안내로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가장 잘 하는 코스 요리로 줘요."

 

 

 

 성현이 주문했다. 미령의 의사는 일제히 무시했다. 은근히 기분이 나빴

 

 다. 그러면서도 앞에 있는 남자에게 호감이 느껴졌다. 참고 있기가 힘

 

 들었다. 물어야겠다.

 

 

 

 "정체가 뭐야?"

 

 "......."

 

 

 

 성현이 가만히 시내 야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궁금해서 그래. 시골뜨기 경찰이 어떻게 이렇게 대접받을 수 있는지..."

 

 "돈이야..."

 

 "부자야? 재벌쯤이라도 돼?"

 

 

 

 비꼬는 말투였다. 그걸 모르는 성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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