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서비스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은 발코니에 앉아 차를 마셨다. 달
빛과 어우러진 야경이 눈부셨다. 하지만 감상을 편히 즐기고만 있을 수
없었다. 미령이 두 사람을 볼 때면 공기가 꽉 들어찬 풍선 같았다. 마치
둘 중 하나가 터뜨러주길 바라는 사람들처럼 적당한 경계를 두고 신경전
을 벌였다.
"차 향이 좋네요..."
성현이 맛보라는 듯 찻잔을 밀었다.
원길도 잔에 코끝을 댔다. 미령 역시 가만히 잔을 들었다.
"경영은 어떤가요? 난 사업경영은 젬병이라... 그들의 고충이 어떤지 모
르겠거든요.. 더욱이 재벌그룹을 이끄시는 분이니까... 궁금하군요."
"글쎄요..."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여자를 경영하는 거와 같진 않을까요?"
"여자를 경영해요?"
"하하하!! 미령이처럼 멋진 여성이 될려면 경영이 필요하죠.."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미령이 엉덩이를 뗐다 붙였다.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시는지....."
"음... 시골에서 나라의 녹 좀 먹다 지금은 하릴없는 인간입니다."
"사업이라도 하실 생각이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아니 어쩌면 시작했는지 모르겠군요..."
"어떤 사업을 구상 중인지 말씀해주시죠..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리
다..."
"가령 어떤 도움을?"
".....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럼 제가 도움 될만한 한 마디 하겠습니다."
원길이 빤히 쳐다봤다.
"여자를 경영할 땐... 육체적인 교감도 중요해요."
육체적인 교감... 입속에서 웅얼거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만해요!!"
미령이 막아섰다.
"여자에겐 추상적인 사랑은 필요치 않아요."
그러면서 불구가 된 원길의 다리를 내려봤다.
원길이 불쾌한 듯 차를 마셨다.
"잠자리는 어떻게 하시는 지 물어봐도 될까요?"
노골적인 질문에 원길이 당황했다. 얄궂게 성현이 웃었다. 미령이 참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그래? 한참 재밌어질라는데...."
"원길씨 저 피곤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원길이 찻잔을 내려놓고 미령을 올려봤다.
"그러겠어요?"
"자신이 삼정을 이끄는데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봅니까?"
".........."
"그저 상속을 받았으니 무능해도 어쩔 수 없이 그 위치에 있는 건 아니구
요...?"
원길이 험상궂게 성현을 봤다.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었다. 미령이 원길의 손을 잡았다. 제발.. 그만해요... 미령이 간절하게
눈빛을 보냈다. 원길이 숨을 고르고 성현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삼정에 대해 얼마 아는 가 본데 언론에서 떠드는 거완 다릅니다. 염려마
세요."
"난 삼정에 아주 호기심이 많아요. 나도 한번 그 위치 있어봤으면 하고
욕심도 난다니깐요! 하하하!!"
"가끔 보면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깨닫
곤 하죠..."
원길이 평정을 되찾은 듯 대답했다.
"미령씨 이만 갑시다..."
미령이 휠체어를 끌면서 성현을 매섭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