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용주골 사창가가 부산했다. 해 떨어지고 영업 개시를 했지
만 얼마 안돼 대기하고 있던 건달 녀석이 순찰차가 나온다는 말을 전했
고, 몇 몇 가게는 문을 닫느라 바빴다. 이왕 들어온 손님들은 놓칠 순 없
으니 방 구석에 있는 비밀 통로로 안내했다.
새빨간 집. 정육점 고기보다 못한 인생들... 미령이 바라보는 시선이 그
러했다. 왜 이곳에 휩쓸려오게 되었을까... 깨달았을 때 빚쟁이에 쫓기
다 자살한 아버지가 떠올랐고, 발품 팔아가며 장사하던 어머니가 교통사
고가 돌아가셨고... 사채업자들이 미령이 다니고 있는 대학을 찾아와 머
리채를 낡아채 갔다. 그리고 이곳에 왔다. 올때만해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지금 윈도우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친년아, 뭐해... 이리와 얌전히 앉아 있어."
큰언니이라 부르는 여자. 그녀도 여기에 온 걸 선택하진 않았겠지.. 그렇
지만 십 수 년이 지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기 인생을 비
관하듯 자신과 똑같은 여자를 찾고 데려왔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여자..
짙은 화장이 이젠 받지도 않는 지 뜨기만 했다.
미령은 브레지어와 숏 팬티를 입고 마루에 앉았다. 다른 아가씨들도 마찬
가지였다.
몇 분 후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나쁜 새끼들... 미령이 욕했다.
순찰차에 타고 있는 경찰들도 여기에 오는 걸 즐기고 있었다. 한 바퀴를
휘돌고 나면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치만 여태까
지 미령이 있는 가게를 찾는 경찰은 없었다. 다시 말해 이 가게 아가씨
는 한번도 경찰에게 몸을 팔지 않았다. 그런 탓일까 약간 긴장하면서도
큰언니는 편안해보였다.
순찰차가 막 이 가게를 지나갔다. 큰언니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마루에 앉
아 있던 아가씨들도 슬슬 엉덩이를 뗐다. 그때였다. 순찰차에서 내린 경
찰 한 명이 걸어와 창 앞에 섰다. 큰언니가 화들짝 놀랬다. 어색한 미소
를 짓으며 미닫이 문을 열었다.
경찰이 누군가를 찾고 있을 때 미령이 도도한 눈빛으로 경찰을 바라봤
다. 경찰을 업신여기는 눈빛... 버러지 같은 새끼라 욕하는 듯한 눈
빛... 차가웠다. 경찰도 미령을 봤다. 자기도 모르게 흠짓 놀래다가 씩
웃었다.
"저 아가씨."
경찰은 짧게 말했다.
뽀송뽀송한 피부만큼이나 어려보이는 경찰이었다.
미령은 역겨웠다. 정육점에 들어와 고기를 고르는 듯한 말처럼 들렸다.
큰언니가 빈 방으로 떠밀었고, 경찰과 미령 둘만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경찰이 침대맡에 기댔고, 미령은 브레지어를 풀렀다. 경찰이 그저 가만
히 바라봤다. 팬티까지 벗고 나서 침대에 올랐다. 경찰이 눈을 감았고,
미령이 제복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러나갔다. 매끈한 가슴이 완전히 드러
났고, 미령은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경찰이 눈을 떴다.
"그만."
미령이 물러났다.
경찰이 미령의 도톰한 입술을 어루만졌다.
"니 눈빛이 마음에 들어. 얼굴도..."
".........."
"이거 자신 있어?"
"섹스?"
"그래. 자신 있어?"
미령은 침대 밖으로 나와 서랍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 가치 하나를 뺄
때 경찰이 뺐었다.
"내 앞에선 담배 피지마."
맑은 눈동자가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겠노라는 승낙이었다.
"나한테 따로 원하는 게 있어?"
"잘한다면..."
"잘한다... 이곳에서만 빠져나가게 해준다면 뭐든지 잘할 수 있어."
경찰이 마음에 든 듯 활짝 웃었다.
"좋아. 내가 원하는 것도 그래야만 할 수 있으니까..."
"뭔지 궁금한 걸..."
"서두를 거 없잖아."
"난 하루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그렇게 하지... 아. 나는 너랑 절대 섹스하지 않을 거야."
미령이 비웃었다.
"그런데...?"
"그 외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돼. 무슨 말인 지 알지?"
"어려울 거 없네..."
미령은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경찰도 제복 셔츠 단추를 끼웠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가짜 이름?"
"아니 주민등록증 이름 말야..."
"은미령."
"어울리는 군."
"그쪽은?"
"조성현."
"그쪽도 어울리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웃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음모가 담긴 배를 타고 함께 항구를 떠나는 듯... 문득 미령
은 생각했다. 야망이 지나치면 파멸 뿐이라는 걸 이 작자는 알고 있을
까. 저 미소에 가려진 그늘에서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무언가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