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 세계 최초 나노반도체 개발 성공//
//한국경제가 우뚝 선다. 삼정의 성공 신화!!//
//D램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또 하나의 기적//
석간 신문은 온통 삼정의 나노 반도체 개발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대주
주의 입소문을 통해 언론까지 전해진 것이었다. 상무를 비롯해 사장단들
이 바랬던 결과였다. 원길이 착잡한 마음으로 신문을 덮었다. 머리가 지
끈거려 신문들을 다 치우게 했다. 남비서가 걱정스럽게 원길을 봤다.
"오늘은 이만 쉬시죠....."
"내일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겠군....."
"네....?"
"주식시장 말이야... 지금은 폐장시간이니까 거래가 없겠지..."
"오늘 수확도 컸습니다. 반등에 성공했고, 소폭이나마 올랐으니까요..."
"걱정이야......"
"무엇 때문입니까?"
"아냐... 아무것도...."
쓸쓸히 웃었다.
"이만 집으로 가야할 것 같네...."
원길이 의자를 돌려 한강을 내려봤다.
집으로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때문이었다. 원
길의 차가 저택에 닿자 기다렸다는 듯 후레쉬를 터뜨리고 달겨들었다.
//삼정의 기적에 대해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
//나노 반도체 성공에 대해 함구하는 이유가 뭡니까//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웬일인지 미령이 나와 있지 않았다. 기자들 때문일까.... 원길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남비서가 방마다 찾아봤지만 없었다. 문
득... 모나코 다이아가 떠올랐고 사촌오빠라 거짓말을 한 동거남이 떠올
랐다.
"남비서... 지금 강남 아파트에 좀 가주겠나?"
".........."
"아내가 거기에 있는지만 알아봐줘...."
"알겠습니다....."
불안한 듯 입술을 꽉 오물였다.
미령은 아직도 성현 집에 있었다. 밥상을 치우고 미령이 짙게 탄 커피를
내밀었다. 성현이 말없이 받았다. 그저 답답한 듯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
로 나갔다. 미령도 쫓아 베란다 옆에 나란히 섰다.
"우리 어머니가 왜 돌아가셨는 줄 알아?"
"왜...."
"나 때문에... 떳떳할 수 없는 아들이었거든.... 죽은 장회장... 그 사람
이 우리 어머니한테 협박해왔어. 내가 나중에 화근이 된다나... 다른 나
라로 입양시키던가.. 이민을 가라고 아우성이었지..."
성현이 커피잔을 술술 돌렸다.
"어머닌 싫다고 했어. 다만 아버진 죽었다고 비밀을 지키기로 했지... 근
데 내가 알아버렸어... 한국에서 내놓라 하는 제일 기업을 이끄는 분이
아버지라는 걸..."
"어떻게 알게 된거야?"
"흠.... 우리 어머닌 새벽시장에서 커피를 파셨거든....."
커피잔을 가만히 내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근데 내가 공부 한다고... 대학등록금에 자취집 마련할 돈을 내놓으신거
야... 다그쳤지.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났냐고..."
"그랬구나....."
"학교 뭐고 다 때려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서 죽은 장회장을 만났어.
날 보자마자 뺨을 때리더라... 서럽고 분이 났어. 지금 나한테 한 모욕
꼭 갚아주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지..."
"이제야 그걸 갚아주겠다는 거야? 그것도 원길씨한테....?"
"장회장이 노환으로 죽여버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이것도 짜
릿한 복수야."
"아버지가 널 사랑하셨는지도 몰라....."
성현이 비웃었다.
"날 사랑했다면 한밤에 우리 어머니 시신을 파가진 않았겠지...."
"그런 일이 있었어?"
"화장해서 어딘가에 뿌렸대...."
울컥 눈물을 삼켰다.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난 어머니한테 죄인이야....."
성현의 뺨으로 굵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미령도 함께 슬퍼했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 같아........"
미령이 부들부들 떠는 성현을 힘껏 안아줬다.
쉬쉬.... 달래듯 등을 쓰다듬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버려....."
성현이 미령 품에 안겨 서럽게 눈물을 토해냈다.
남비서가 차에서 내려 그 둘을 올려다봤다. 회장한테 이 상황을 전해야할
지 망설였다.